불교이야기/부처님 마음

부처님의 깨달음

淸潭 2006. 11. 3. 21:39
깨달음의 새벽
온 세상이 기다리던 순간이 곧 올 것이었습니다. 싯달타가 왕국을 떠나 구도의 길을 시작하면서 사실은 그 나무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가는 도중에 풀을 베어 오던 한 남자를 만나서 그는 풀 한더미를 줄 것을 청했습니다. 그가 보리수나무에 가까이 다가감에 따라 대지는 점점 고요해졌습니다. 온 세상이 숨을 멈추고 조심스레 다음에 일어날 일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나뭇가지들은 그가 오는 것을 환영하여 그 그늘아래 앉으라는 듯 아래로 굽혔습니다. 싯달타는 아까 얻어온 풀로 깔개를 삼고 동쪽을 향해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는 다리를 교차시켜 엄격한 명상자세로 앉고 두손을 무릎위에 놓았습니다. 그리고는 뚜렷하고 확고한 결심을 했습니다. “내가 바라던 것을 깨닫기 까지는 이 자세에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설사 여기 앉아서 죽는다 해도.” 싯달타의 위대한 맹세를 듣고 모든 대지의 정령들은 즐거워했습니다.

그러나 이 세상 모든 만물이 이 순간을 함께 즐거워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해가 질 무렵이었습니다. <마라>라고 하는 공포와 분노의 신이었습니다. 마라는 예부터 인도에서 우리의 마음을 괴롭히는 악령을 일컫는 것이었습니다. 마라는 우리들이 탐욕, 증오, 무지, 시기, 의혹으로 여기는 모든 해독을 사람들에게 끼쳐 불행과 근심 걱정에 빠지게 만듭니다. 그런 마라인지라 보리수나무아래 앉아있는 싯달타를 보자 몹시 화가 났습니다. 큰 소리로 아들, 딸을 불러 모아 소리질렀습니다.

 “모두들 저기를 보아라. 싯달타왕자가 명상에 잠겨있다. 만일 그가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찾게 된다면 우리는 장차 어찌 되겠느냐? 그가 사람들에게 진리를 가르치게 되면 우리는 더 이상 그들을 괴롭힐 수가 없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의 명상을 깨뜨려야만 한다. 그러지 못하면 우리의 운명은 끝나는 것이다.” 그리하여 마라와 다른 악령들은 싯달타를 방해하기 위해 여러 가지로 애를 쓰게 되었습니다. 먼저 무서운 폭풍과 번개를 그에게 내리쳤습니다.

또한 주위의 모든 것들이 부서지고 내려앉을 만큼 거센 바람을 일으켰습니다. 그러나 싯달타는 명상의 힘으로 그가 앉아있는 나무아래로는 모든 것이 고요하기만 했습니다. 격렬한 폭풍조차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을 본 마라는 그의 일행을 돌아보며 명령했습니다. <공격하자.> 모든 악령 악마와 마귀들이 싯달타를 향했습니다. 그들은 사납게 그를 향해 달려들었습니다. 피맺힌 울부짖음과 함께 그들은 또 싯달타에게 독화살을 쏘았습니다.

그러자 왕자를 향해 날아가던 화살은 이내 연꽃잎으로 화해 그의 발아래 떨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아무것으로도 그의 명상의 평온함과 고요함을 깨뜨리지는 못하였습니다. “이 모든 무시무시한 형상들이 그를 방해하지 못했으나 아마도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야말로 그를 꾀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한 악령들은 이내 가장 아름답고 매혹적인 여인들로 변신했습니다. 이들은 싯달타 앞에서 휴혹적인 자태로 춤추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싯달타는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궁전의 쾌락과 아내와 아들의 모습, 천상의 음악, 맛있는 음식 등 그 어떤 것으로도 이 고요하고 경건한 구도자의 명상을 깨뜨리지는 못하였습니다. 패배감을 느낀 마라는 흉몽처럼 재빨리 사라져 버렸습니다. 싯달타는 조용히 무릎위에 놓인 오른손을 들어 자리앞의 흙을 만졌습니다. 그렇습니다. 대지, 그 자체가 바로 싯달타의 증거였습니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여러 생동안 그는 이 땅에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났었습니다.

그는 관대함과 인내심으로 살았고 다른 생명을 해치지 않고 사랑하며 살았습니다. 그리고 진지하게 명상했습니다. 그는 어떤때는 남자로서 어떤 때는 여자로, 그리고 부자로, 가난한 사람으로, 다시 돌고 돌며 살아 왔습니다. 이제 대지가 바로 그의 존재의 증거였습니다. 싯달타는 이제 온전히 혼자 남게 되었습니다. 검은 구름이 걷힌 하늘에는 보름달이 환하게 빛나고 대기는 달콤한 향기를 실어 나르고 풀잎 끝에는 작은 이슬들이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출처:불일회보 43호게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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