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자면 종단 내의 부정은 이미 자정 능력을 넘어 되돌릴 수 없는 선을 넘어버린 것이 아닌가. 지도급 스님들의 속인을 능가하는 범죄적 작태들이 하나 둘 세상에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은 종단이 치유불능의 중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수좌에서 환경운동가로, 이제는 조계종을 대표하는 국제선원인 화계사의 주지 소임을 맡고 있는 수경 스님이 10월 19일 「법보신문」에 종단의 총체적인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통렬하게 비판하는 특별 기고문을 보내왔다. 수경 스님이 ‘위기의 한국 불교, 불법(佛法)의 도량인가 불법(不法)의 소도인가’라는 주제로 보내 온 이 기고문은 그 동안 종단 안팎에서 쉬쉬해 왔던 일부 스님들의 파계와 범죄 행위를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스님은 종단 내의 부정과 비리는 이제 자정 능력을 상실한 치유불능의 상태로 진단하면서 세간의 정치권보다 더 치졸한 스님들의 권력다툼과 폭력, 해외원정 골프, 도박, 은처, 매관매직 등이 ‘진정 악성 루머일 뿐인가’라고 자문하면서 속인들이 합장을 할 때마다 출세간의 상징인 먹물 옷을 찢어 버리고 싶은 심정이라며 통탄스러움을 금치 못했다. 조계종 중앙종회 직능 대표 선출위원이기도 한 수경 스님은 제14대 종회의원 선거 과정에서 다시 불거지고 있는 금품 수수 및 ‘계파간 나눠 먹기식 직능 대표 배분’ 등에 관한 논란과 관련, “종회의원 선거에서 6억원을 쓰면 당선되고 4억원을 쓰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6당 4락’이란 말을 인용하면서 종단의 도덕적 불감증을 직설적으로 꼬집었다.
해법도 제시했다. 수경 스님은 “제6교구본사 마곡사가 검찰에 의해 야간 압수수색을 당하는 치욕은 자정 능력을 상실함으로써 자초했다”고 지적하면서 종단의 도덕적 해이를 치유하기 위한 방법은 “오직 수행자의 본분사로 돌아가는 것 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총무원 집행부는 온갖 부정과 부도덕, 불법을 방조하지 말고 문제 해결의 정면에 서야 하며 총무원장 스님은 종단의 수장답게 모든 것을 걸고 제14대 종회의원 선거부터 청정하게 치르기 위해 금권 선거 등을 자행하는 당사자를 엄벌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출가 40여년 만에 처음으로 주지 소임을 맡은 뒤 오직 초발심으로 돌아가기 위해 새벽도량을 돌며 염불하고 또 염불하지만 작금의 현실은 절망적”이라고 고백한 수경 스님은 “이제 더 이상 불법(不法)이 불법(佛法)으로 용납되거나 호도되던 시대는 지났다”며 “자정 능력을 되찾지 않는다면 한국 불교는 공멸을 스스로 선언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남배현 기자 nba7108@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