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漢詩

동지(冬至) / 이곡(李穀)

淸潭 2024. 12. 21. 11:42

동지(冬至) / 이곡(李穀)

가정집 제17 / 율시(律詩)

 

남쪽 이웃에서 팥죽 보내며 문을 두드려 / 扣門送粥自南隣

주공의 꿈속에 있던 몸이 깜짝 놀랐다네 / 驚倒周公夢裏身

석과가 뒤집혀 우레가 땅속에서 울리고 / 雷在地中翻碩果

우물 밑에서 양기가 나와 홍균을 돌리도다 / 陽生井底轉洪鈞

떠돌이 생활의 지겨움이 늙은 가슴에 점점 느껴지고 / 老懷漸覺羈遊惡

시절의 경물 새롭게 바뀜에 병든 눈 새삼 놀라워라 / 病眼偏驚節物新

길거리에서 들리나니 새해의 달력 파는 소리 / 聽取街頭賣新曆

만년 천자께서 또 새봄을 반포하셨나 봐 / 萬年天子又頒春

 

[-D001] 주공(周公)……놀랐다네 :

잠을 자다가 깬 것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논어》 〈술이(述而)〉에내 꿈에 주공이 다시는 보이지 않은 적이 오래되었으니, 내가 너무도 쇠해졌나 보다.〔甚矣 吾衰也 久矣 吾不復夢見周公〕라고 탄식한 공자의 말이 나온다.

[-D002] 석과(碩果)……울리고 :

순음(純陰)의 달인 10월을 지나 동지가 되면 밑에서 일양(一陽)이 시생(始生)하는 지뢰복괘(地雷復卦)를 이루게 되는데, 이는 땅속에서 우레가 울리는 것을 상징한다. 그리고 《주역》 〈산지박괘(山地剝卦) 상구(上九)〉에큰 과일은 먹히지 않는다.〔碩果不食〕라고 하였는데, 이는 다섯 개의 효()가 모두 음()인 상태에서 맨 위의 효 하나만 양()인 것을 석과로 비유한 것으로, 하나 남은 양의 기운이 외로운 것처럼 보이지만 결코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는 뜻을 보인 것이다. 이 박괘를 거꾸로 뒤집으면 바로 복괘(復卦)가 되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D003] 우물……돌리도다 :

《예기》 〈월령(月令)〉에동짓달에 우물물이 일렁이기 시작한다.〔仲冬之月 水泉動〕라는 말이 나오고, 《일주서(逸周書)》 〈주월(周月)〉에동짓달에 미세한 양의 기운이 황천에서 움직인다.〔微陽動于黃泉〕라는 말이 나온다. 또 두보(杜甫)의 시에사방 팔방에 인수(仁壽)의 세계가 열리는 가운데, 하나의 양기가 홍균을 돌리기 시작했다.〔八荒開壽域 一氣轉洪鈞〕라는 말이 나온다. 《杜少陵詩集 卷3 上韋左相》 홍균(洪鈞)은 도자기를 만들 때 돌리는 큰 물레라는 뜻으로, 대자연이 원기(元氣)를 조화시켜 만물을 생성하는 것을 말하는데, 임금이나 재상이 훌륭한 정치를 행하는 비유로 흔히 쓰인다.

[-D004] 만년 천자(萬年天子) :

만년토록 강녕한 복을 받을 천자라는 뜻이다. 《시경》 〈대아(大雅) 강한(江漢)〉에소호(召虎)가 엎드려 절하고 천자의 만년을 빌었다.〔虎拜稽首 天子萬年〕라는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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