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가야금병창은 가야금을 연주하면서 노래하는 연주형태를 말한다.
가야금병창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으나, 20세기 초부터 독립적인 국악의 한 장르로 인식되어 전승되고 있다. 김창조(金昌祖, 1865~1919)는 현재의 가야금병창 형태를 확립시킨 명인으로 오수관에게 전수하였고, 오수관은 오태석과 이소향 등에게 전수하였다. 이 무렵 심상건, 강태홍, 한성기, 정남희와 같은 명인들도 가야금병창으로 명성이 있었다. 오태석은 박귀희(朴貴姬, 1921~1993)에게 가야금 병창을 전수하였다. 박귀희는 가야금병창을 크게 중흥시켰으며, 많은 곡을 새롭게 가야금병창으로 편입하고, 여러 제자를 길렀다. 정달영(鄭達榮, 1922~1997)과 장월중선(張月中仙, 1925~1998)의 가야금병창도 이어지고 있다.
o 김매기노래
노랫말
[헤 헤 김매러 가세 김을 매러 가세 얼럴럴 상사디야 김매러 가요]
뒷집에 머슴아 김매러 가요
우리 논 다 매고 자네 논 매세 에헤헤헤 에헤야디야
논 가운데 뜸북새 뜸북 뜸북 이 논으로 날면서 뜸 뜸북 뜸북
알맞게 비가 와서 오곡은 자라 해해년년이 풍년이 들어
경술년 대풍년이 다시나 돌아오니 두둥실 춤을 추자 추자
저 건너 외배미 김매러 가요
외배미 다 매면 뉘 논을 맬까 에헤헤헤 에헤야디야
논 가운데 뜸북새 뜸북 뜸북 이 논으로 날면서 뜸 뜸북 뜸북
알맞게 벼가 익어 추수를 하니 해해년년이 풍년이 되니
경술년 대풍년이 다시나 돌아오니 두둥실 춤을 추자 추자
[ ] 부분은 후렴
풀이
저 건너 외배미 김매러 가요: 저 건너에 따로 떨어져 있는 논에 김매러 가요. ‘배미’는 논을 세는 단위.
해설
「김매기노래」는 가야금병창으로 부르는 노래다. 이병우 작사, 박귀희 작곡의 신민요이다. 풍년을 즐기거나 풍년을 기원하는 경쾌한 노래이다.
가야금병창은 가야금을 연주하면서 노래를 하는 연주형태를 말한다. 가야금병창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으나, 20세기 초부터 독립적인 국악의 한 장르로 인식되어 전승되고 있다. 김창조(金昌祖, 1865~1919)는 현재의 가야금병창 형태를 확립시킨 명인으로 오수관에게 전수하였고, 오수관은 오태석과 이소향 등에게 전수하였다. 이 무렵 심상건, 강태홍, 한성기, 정남희와 같은 명인들도 가야금병창으로 명성이 있었다. 오태석은 박귀희(朴貴姬, 1921~1993)에게 전수하였다. 박귀희는 가야금병창을 크게 중흥시켰으며, 많은 곡을 새롭게 가야금병창으로 편입하고, 여러 제자를 길렀다. 정달영(鄭達榮, 1922~1997)과 장월중선(張月中仙, 1925~1998)의 가야금병창도 이어지고 있다.
o 꽃타령
노랫말
[꽃 사시오 꽃을 사시오 꽃을 사
사랑 사랑 사랑 사랑 사랑 사랑의 꽃이로구나]
꽃바구니 둘러메고 꽃 팔러 나왔소
붉은 꽃 파란 꽃 노랗고도 하얀 꽃
남색 자색에 연분홍 울긋불긋 빛난 꽃 아롱다롱에 고운 꽃
봉울봉울 맺은 꽃 숭얼숭얼 달린 꽃
방실방실 웃는 꽃 활짝 폈네 다 핀 꽃
벌 모아 노래한 꽃 나비 앉아 춤춘 꽃
이 송이 저 송이 다 꽃송이 향기가 풍겨 나온다
이 꽃 저 꽃 저 꽃 이 꽃 해당화 모란화
난초 지초 온갖 향초 작약 목단에 장미화
[ ] 부분은 후렴
풀이
난초 지초 온갖 향초: 난초와 지초와 여러 향기 나는 꽃. 지초는 지치라고도 하며 우리나라 산에서 자생하는 꽃 이름.
해설
「꽃타령」은 가야금병창이다. 박헌봉 작사, 박귀희 작곡의 신민요이다. 경쾌하게 부른다.
o 날 오라네
노랫말
날 오라네 날 오라네 건넌 말 벗님이 날 오라네
오라는 데는 달 뜨면 가고 동네나 술집은 낮에나 가지
청삽사리 짖지마라 낯익은 벗님이 찾어갔다
님을 찾어 내 왔노라 그리운 벗님이 찾어왔소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정 많이 든 님아 날 좀 보소
그립던 님 만나러 왔소 그대 얼굴을 보러 왔소
내 가슴에 깊이 든 병 그대로 인하여 병이 들어
골수에 깊이 드니 그대 아니면 고칠 수 없네
풀이
청삽사리: 개의 한 품종. 검고 긴 털이 곱슬곱슬하게 난 개.
골수에 깊이 드니: 병이 심하여 뼛속 깊이 드니
해설
「날 오라네」는 가야금병창이다. 박귀희 작사 · 작곡의 신민요이다.
o 내 고향의 봄
노랫말
뒷동산 살구나 꽃은 가지가지가 봄빛이요
꽃 피고 뻐꾹새 우는 보리밭 머리엔 풍년일세
[얼럴럴 럴럴럴 상사듸요 얼럴럴 럴럴 상사뒤요
오 음 얼널럴 널 상사듸요]
앞 냇가 능수나 버들 꾀꼬리 앉아서 울음 울고
저 가지 휘어나 꺾어 우리님 울밑에 꽂아보세
[ ] 부분은 후렴
풀이
우리님 울밑에 꽂아보세: 우리 님의 울타리 밑에 꽂아보세
해설
「내 고향의 봄」은 가야금병창이다. 임일남 작사, 박귀희 작곡의 신민요이다.
o 님 그린 회포
노랫말
만경창파 상에 떠오는 배야
돛 달고 노 저어라 경포대로 가자
[어랑어랑 어허야 으으응 으으응 어허야
얼삼마 둥개 듸여라 네가 내 사랑아]
경포대 간다고서 님 만날소냐
회포에 못 이기여 달마중을 간다
동풍이 솔솔 불어 굿은 비 오니
님 그려 타는 가슴 알아줄 이 없네
순풍에 돛 달아라 갈 길이 바빠
옛일을 그려보며 나는 돌아간다
[ ] 부분은 후렴
풀이
만경창파(萬頃蒼波): 넓고 푸른 바다나 호수의 푸른 물결
해설
「님 그린 회포」는 가야금병창이다. 박귀희 작사 · 작곡의 신민요이다.
o 님이 그리워
노랫말
님아 님아 달과 같은 님아
구름을 걷고서 놀아나 보자
[좋다마다 한강수 쪽배 두둥실 저어서 놀아나 보자]
님아 님아 해와 같은 님아
비를 걷고서 놀아나 보자
님아 님아 별과 같은 님아
백설을 걷고서 놀아나 보자
님아 님아 꽃과 같은 님아
바람을 걷고서 놀아나 보자
[ ] 부분은 후렴
풀이
구름을 걷고서: 구름을 걷어 내고서
해설
「님이 그리워」는 가야금병창이다. 박귀희 작사 · 작곡의 신민요이다.
o 복숭아꽃
노랫말
복사꽃 필 때 오신다던 님
석류꽃 피여도 아니 오시네
찔래꽃 피면 장미꽃 피는 뒷동산에
푸른 별 뜨고 새 우는 심심산천에는 채송화꽃
[잎이 송이송이 피여서 꽃 타령 좋을씨고 내 마음도 피네]
매화꽃 필 때 오신다던 님
국화꽃 피여도 소식이 없네
들국화 피면 소쩍새 우는 새마을에
꼬꼬닭 울고 그립던 화려강산에는 무궁화꽃
[ ] 부분은 후렴
풀이
심심산천: 깊고 깊은 산천
해설
「복숭아꽃」은 가야금병창이다. 홍윤식 작사, 박귀희 작곡의 신민요이다.
o 둥둥게타령
노랫말
[둥둥게당 둥둥게당 둥게 둥게 둥당가
둥당가 둥당가 둥게 둥게 둥당가]
사람을 칠랴면 요요렇게 친단다
요내 무삼 걱정이 육신의 심신을 다 녹인다
둥게 둥게 둥당가
왜 옥양목 속곳이 왜 옥양목 속곳이
입을 줄 모르는 치마 끝에 입었다 벗었다 꾸김을 구긴다
둥게 둥게 둥당가
사람이 살며는 몇백 년 살까나
주검에 들어 노소가 있나
둥게 둥게 둥당가
[ ] 부분은 후렴
풀이
왜 옥양목 속곳이 왜 옥양목 속곳이 입을 줄 모르는 치마 끝에 입었다 벗었다 꾸김을 구긴다: 옥양목 속곳(속옷)을 제대로 입었는지 확인하느라 치마를 벗었다 입었다 해서 치마에 꾸김만 생긴다는 말. 여성의 연애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는 노랫말이다.
주검에 들어 노소가 있나: 죽는 것에는 나이가 관계가 없다
해설
「둥둥게타령」은 남도민요 「둥당개타령」을 변형시킨 박귀희 편곡의 가야금병창이다.
o 멸치잡이노래
노랫말
[아어야 에헤에야 어야 에헤에요]
둥실둥실 에헤요 어기여차 돛 달아
멸치잡이 콧노래 용왕님 우리네
가자 가자 에헤야 노를 저어서 저 바다
멸치 풍년 얼시구 성화가 났다네
포동포동 멸치탕 우리 낭군 드리네
천지신명 그 한 정 이 마음 바치리
너고 가자 나도 가 배를 몰아 두둥실
둥게둥게 저 멀리 뱃놀이 가잔다
[ ] 부분은 후렴
풀이
포동포동 멸치탕 우리 낭군 드리네: 포동포동 살찐 멸치를 잡아 탕을 만들어 우리 낭군 드리네
해설
「멸치잡이노래」는 가야금병창이다. 「남해뱃노래」라고도 한다. 박귀희 작곡이다. 박귀희는 남해에서 구전으로 전해오는 「멸치잡이노래」를 변형시켜 가야금병창으로 만들었다. 참고로 전라남도 가거도에서 전해지는 멸치잡이 노래의 노랫말은 다음과 같다.
[에헤야 술배야 퍼실어라 퍼실어라 에해야 술배야]
어이 가리 어이 가리 이 노래를
이 나이에 우리 갈 곳 어이 가리
만경창파에 흐르는 재물 건진 자가 임자로세
우래 배 임자 재수좋아 간 데 마다 만선일세
그물코 맷고 흐르는 재물 노력으로
잡아다가 귀히 부모 처자식 극진공대 하여보세
높고 높은 상상봉이 평지가 되거든 오시려나
병풍에 그린 닭 두 활개 훨훨치며
꼬꼬 울거든 오시려나
우리 고장에 들어온 멸치
우리 배 망자로 다 들어온다
가거도 멸치잡이노래
[ ] 부분은 후렴
노랫말
박꽃 핀 울타리에 아침 이슬 젖었난데
우리님 소를 몰고 진틀밭 풀 베러 간다
[에야 뒤야 뒤야 어여루 뒤야 얼씨구나 아뒤야 뒤여루 뒤야]
박꽃 핀 울타리에 점심 닭이 짖어 운다
우린님 시장도 하실라 베틀 바디 돌려놓아라
박꽃 핀 내 고향에 오순도순 모여 앉어
콩잎 된장 끓여놓고 서로 앉어 먹어 보리라
박꽃 핀 울타리에 저녁 해가 넘어 간다
우리님 좋아하시는 막걸리 걸러 놓아라
[ ] 부분은 후렴
풀이
진틀밭: 땅이 물기가 많아 진 밭
해설
「박꽃 핀 내 고향」은 가야금병창이다. 임일남 작사, 박귀희 작곡의 신민요이다.
노랫말
정월이라 달떡범벅 모야 개야 윷가락에
자손창성(子孫昌盛) 부귀다남(富貴多男) 일월성신(日月星辰)에 발원(發願)범벅
이월이라 씨래기범벅 대화반에 한식고여
만경창파(萬頃蒼波)에 떠나신 낭군 원포귀범(遠浦歸帆)에 한식범벅
[범벅 타령이 좋구나]
삼월이라 쑥범벅이요 작년에 갔던 강남 제비
황금박씨를 입에다 물고 흥보를 찾는 은혜범벅
사월이라 느티범벅 흑장삼에 붉은 가사
백팔 염주를 목에다 걸고 관등놀이에 극락범벅
오월이라 수리치범벅 뿔 상투에 창포를 꼽고
능청능청 그네 줄에 밤물 치마에 분홍범벅
유월이라 밀범벅이요 한산때 비둘기떼
목단꽃을 입에다 물고 유두놀이에 녹음(綠陰)범벅
칠월이라 호박범벅 아들호박 손자호박
초가삼간 지붕 우에 오롱조롱 달린 범벅
팔월이라 송편범벅 공산명월(空山明月) 걸어놓고
시화연풍(時和年豊)격양가(擊壤歌)에 줄다리기에 추석범벅
구월이라 꿀범벅이요 천중명월(天中明月) 잡어 메고
거문고에 사랑가로 만고열녀에 오동범벅
시월이라 무시루범벅 능라도라 갈잎피리
단풍소식을 전하여주던 구곡간장에 편지범벅
동짓달이라 동지범벅 꼬불꼬불 지팽이에
노인잔치 차려놓고 이가 빠져 팥죽범벅
섣달이라 흰떡범벅 사불범정(邪不犯正) 떡매 메고
요귀사귀(妖鬼邪鬼)를 몰아내던 근하 신장(神將)에 마지막 범벅
[ ] 부분은 후렴
풀이
사불범정: 바르지 못한 것은 바른 것을 감히 범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정의(正義)는 반드시 이긴다는 말
해설
「범벅타령(가야금병창)」은 가야금병창이다. 박귀희 작곡의 신민요이다. 노랫말은 월별로 특색 있는 세시풍속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노랫말은 여러 내용을 짜깁기하고 있는데, 와음(訛音)이 많아서 의미가 분명하지 못한 것도 있다. 특히 ‘대화반에 한식고여’인지 혹은 ‘대화밤에 한식고녀’인지 불확실하고 의미도 알 수 없다. 뒷부분 ‘한산때’도 마찬가지다. 아마도 와음인 듯하다.
o 봄노래
노랫말
앞산 뒷산 진달래 울긋불긋 피고요
우물가에 개나리 향기조차 짙었어라
소를 모는 농부는 이랴 낄낄 일 가고
하늘 높이 종달새는 지지리배배 지저귀며
새봄을 노래하네
[금수강산 삼천리에 꽃 피고 새 우는 봄이 와
호랑나비 흰나비 꽃을 찾어 날아드는 봄이 와요
두둥실 춤을 추자]
살랑대는 바람에 파릇파릇 싹 돋고
앵화도화 가득히 수집어서 망울졌네
산과 들에 처녀들 풋나물을 캐고요
목동들의 피리 소리 띠리리띠리리 흥겨워서
어깨춤 절로 나네
[금수강산 삼천리에 꽃 피고 새 우는 봄이 와
호랑나비 흰나비 꽃을 찾어 돌아드는 봄이 와요
니나노 노래하자]
불어주는 봄바람 장다리꽃 피고요
손에 손을 맞잡고 선남선녀 하느작작
산과 들에 봄놀이 희희낙락 거려요
아지랑이 개인 언덕 띠리리띠리리 피리 소리
새봄을 노래하네
[금수강산 삼천리에 꽃 피고 새 우는 봄이 와
호랑나비 흰나비 꽃을 찾어 날아드는 봄이 와요
두둥실 춤을 추자]
[ ] 부분은 후렴
풀이
선남선녀: 착하고 아름다운 남녀
해설
「봄노래」는 가야금병창이다. 박귀희 작곡의 신민요로 경쾌하게 부른다.
o 봄총각
노랫말
에헤 에루와 봄이 왔네 청산만야가 푸르렸네
앞산도 뒷산에 진달래꽃 울굿불굿 피어나니
꼴을 베던 저 총각도 닐리리야 피리 분다
[에헤야 데헤야 다 모여라 흐늘거리고 놀아나 보세]
에헤 에루와 봄이 왔네 만화방초(萬花芳草)가 푸르렸네
영산홍 차산홍 두견화꽃 앞산 뒷산에 만발하니
베틀 앞에 아낙네도 닐리리야 노래헌다
에헤 에루와 봄이 왔네 장장세천(長長細川)이 흘러가네
이 마을 저 마을 호랑나비 짝을 지여서 춤을추니
밭을 갈던 저 총각도 닐리리야 피리 분다
[ ] 부분은 후렴
풀이
만화방초: 꽃과 풀들이 가득하다는 뜻
장장세천: 길게 흐르는 시냇물
해설
「봄총각」은 가야금병창이다. 박귀희 작곡의 신민요로 노랫말은 여기저기서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o 가야금 애상곡
노랫말
가야금 열두 줄에 시름을 걸어놓고
퉁기는 가락가락 애닲어라 둥기 당기 당기 세월만 흘러가네
이화우 사창에 뿌리고 그 님은 이다지도 왜 나를 울리나
퉁기는 가락 가락 못 잊은 님 생각이요
괴로운 이심정 애닲어라 둥기 당기 당기 청춘만 흘러가네
꿈에도 못 잊을 그 님은 무정하게 이내심정 울려만 주누나
애달픈 이내마음 구슬픈 이 심정 다 녹여
정말로 진정코 애닲어라 둥기 당기 당기 내 청춘 늙어가니
에헤루와 그정만 남기고 내님은 왜 떠났소 이 간장 다 녹여
풀이
이화우 사창: 배꽃이 비처럼 떨어지는 창문에서
해설
「가야금 애상곡」은 가야금병창이다. 「가야금타령」이라고도 한다. 박귀희 작곡의 신민요이다.
o 뽕 따러가세
노랫말
[가세 가세 뽕 따러가세 앞산 뒷산에 뽕 따러가세]
봄이 왔네 봄이 왔네 봄이 왔네
뽕잎에도 너울너울너울 봄이 왔네 봄이 와요
앞집에 복순아 네 왔느냐 뒷집에 금순아 얼른 가자
봄이 왔네 봄이 왔네 봄이 와요
이 강산 삼천리 봄이 와요 봄이 왔네 봄이 와요
가세뽕 구지뽕 다 피었으니 이들 부들 새로워라
얼싸좋다 봄이로다 봄이로다
정말 좋구나 봄이로다 봄이 왔네 봄이 와요
은빛 금빛 고운 고치 동실동실 지으리라
봄이로다 봄이로다 봄이로다
정말 좋구나 봄이로다 봄이 왔네 봄이 와요
재사방직(再沙紡織)남은 생사(生絲)세계만방에 자랑허세
[ ] 부분은 후렴
풀이
재사방직(再沙紡織): 고치 따위로 실을 만들어 옷감을 짜는 일
생사(生絲): 삶지 않은 명주실. 비단의 원재료.
해설
「뽕 따러가세」는 가야금병창이다. 박헌봉 작사 박귀희 작곡의 신민요다.
o 제주남풍가
노랫말
남포에 깊은 밤 남포에 깊은 밤
돛대 치는 저 사공아 물 때 점점 늦어가네
동모화전 배 돌려라 술렁술렁술렁 배 띄어라
[지화자 좋다 어슬렁거리고 강릉 경포대로 달구경 가잔다]
한라산 푸른솔 한라산 푸른솔이
가을 서리 찬바람에 그 솔 점점 자라나서
조그맣게 배를 모아 둥실둥실둥실 띄어놓고
[어기엿차 두둥실거리고 풍월 실고서 순풍에 떠간다]
남포에 달 밝어 남포에 달이 밝어
뱃전 치고 노래 허니 백구 훨훨 날아가서
만경창파 넓은 바다 술렁술렁술렁 떠나간다
[대해요 난다 거드렁거리고 백록담으로 뱃놀이 가잔다]
한라산 백록담 한라산 백록담에
기화요초 만발하여 꽃내음이 상쾌하여
우화등선 기분으로 흐늘거리며 놀아볼까
[어야듸야 노 저어라 백록담으로 뱃놀이 가잔다]
성산포 서귀포 모슬포에 넘실대는 파도 위에
백구 떠서 둥실둥실 돛대 치는 슬픈 소리
애내성이 분명하니 영주명승에 춤추며 놀자
[어기엿차 두둥실거리고 풍월 실고서 순풍에 떠간다]
[ ] 부분은 후렴
풀이
애내성: 어부들이 배를 저으며 부르는 노랫소리
영주명승: 한라산의 이름난 곳
해설
「제주남풍가」는 가야금병창이다. 박귀희 작곡의 신민요다.
o 상사천리몽
노랫말
춘하추동 사시절에 상사(相思)라 천리 임을 그리며
옥비녀를 안고 이 밤도 잠못드네
산 높아 그리도 못오시는가
꿈아 꿈아 깨지나 말어라 님을 쓸어안고 몸부림 치네
춘소월야 달을 잡고 물어나 볼까 저 달이 무심히
대답이 없이 저 혼자 넘어가네
물 깊어 이리도 못 오시는가
봄아 봄아 가지를 말어라 님을 쓸어안고 한없이 우네
상사천리 오락가락 꿈자리 섧다 정이 없으면
꿈에나 없지 꿈 있고 사람 없네
병들어 이리도 못오시는가
무정세월 가지를 말어라 님을 그리면서 이 밤을 세네
풀이
상사천리몽: 천리 밖에서 님의 꿈을 꾼다는 말
해설
「상사천리몽(相思千里夢)」은 가야금병창이다. 이병우 작사, 박귀희 작곡의 신민요이다.
o 애수의 가을밤
노랫말
달 밝은 가을밤에 창을 열고 한숨을 짓는
고운 님 여의옵고 독수공방 내 신세야
외기러기 짝을 잃고 기럭기럭 흥 서쪽 하늘 날아가네
저것도 내 마음 같아서 슬피 울어 가는구나
[뜰 앞에 황국화 밤 이슬지고 우물가 오동잎이 바스락할 때
행여 긴가 내다봐도 아니나 오시네 가신 님이 보고지고]
바느질하는 손을 잠시 멈춰 한숨을 짓는
고운 님 옷을 꺼내 걸어놓고 보는구나
섬돌 아래 귀뚜라미 귀뚤귀뚤 흥 밤새도록 우는구나
말없이 가버린 우리 님 이 밤 따라 보고지고
[ ] 부분은 후렴
풀이
섬돌: 마루나 방에 쉽게 오르내릴 수 있게 놓아둔 돌
해설
「애수(哀愁)의 가을밤」은 가야금병창이다. 박귀희 작곡의 신민요이다.
o 청산별곡
노랫말
살어리랏다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머루랑 다래랑 먹고 먹자 청산에 살어리랏다네
[얄리 얄리 얄리 얄라성 얄라리 얄리 얄라성
얄리 얄리 얄리 얄라성 얄라리 얄리 얄라성]
울어라 새여 울어라 새여 자고서 울어라 새여
널 나와 씨름한 너도 나도 자고서 우노라 운다네
가는 새 본다 가는 새 본다 물 아래 가는 새 본다
잉무든 장글란 가지고 가고 물 아래 가는 새 본다네
이링공 하야 뎌링공 하야 나즈란 디내와 손뎌
오리도 가리도 없이 없고 밤으란 또 어찌 하리라
어디라 돌코 더디던 돌코 누리라 마치던 돌코
미리도 괴리도 없이 없어 맞아서 우노나 운다네
[ ] 부분은 후렴
풀이
잉무든 장글란 가지고: 이끼묻은 쟁기를 가지고
미리도 괴리도 없이: 원래는 ‘믜리도 괴리도 없이’다. 미워할 이도 사랑할 이도 없이.
해설
「청산별곡(靑山別曲)」은 가야금병창이다. 고려가요 「청산별곡(靑山別曲)」에 박귀희가 곡을 붙인 것이다.
o 꽃이 피였네
노랫말
꽃이 피였네 꽃이 피였네
건넌 마을 김선달네 큰 애기 얼굴 홍도화 폈네
사주단자 받았다고 문밖 출입 안 한다네
[니나노 난실 니나노 난실 얼싸 내 사랑아]
개가 짖네 개가 짖네
님 오실 달밤에 눈치도 없이 삽살개 짖네
달을 보고 짖는 갠가 님을 보고 짖는 갠가
닭이 우네 닭이 우네
님이 와 가실 줄 알려준 이 밤 백설은 날려
님이 가실 소식 알려 이 내 마음 안타깝네
[ ] 부분은 후렴
풀이
사주단자(四柱單子): 혼인을 정한 뒤 신랑 집에서 예단에 붙여 신랑의 생년월일을 적어 신부 집에 보내는 종이를 말한다
해설
「꽃이 피였네」는 가야금병창이다. 김옥진 작사, 박귀희 작곡의 신민요이다.
o 노들강 초록물
노랫말
사랑을 꼭 붙들어 원앙선에 실어서
노들강 초록물에 당실당실 띄어라
한평생 꽃그늘에 근심 없이 사세나
[얼싸험마 둥게둥 멋지게 사세 니나노 난실 춤추며 노세]
세월을 꼭 붙들어 가시줄에 매여서
노들강 초록물에 당실당실 띄어라
한평생 꽃그늘에 근심 없이 사세나
청춘을 꼭 붙들어 서산 해에 매여서
한강수 흐르는 물에 당실당실 띄어라
한평생 꽃그늘에 근심 없이 사세나
[ ] 부분은 후렴
풀이
노들강: 버드나무가 우거진 강. 한강을 말한다.
해설
「노들강 초록물」은 가야금병창이다. 박귀희 작사, 박귀희 작곡의 신민요이다.
o 발림
노랫말
독수공방 찬 자리에 님은 어이 아니오나
밤이 장차 깊어가니 훨훨 벗고서 새우잠이나 잘까
[아아아 헤 폭주 대우는 쭈루루루루 뇌성벽력은 우루루루루
어떠한 벗님이 나를 찾어오랴]
수심겨워 깊이든 잠 바람소리 깨였구나
꿈에라도 보려든 님 다시 볼 길이 아주 끊어졌네
가을삼경 달 밝은 밤 풀벌레들 우난 소리
밤이 장차 깊어가니 그리운 님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해
[ ] 부분은 후렴
풀이
가을 삼경: 깊은 가을밤에
해설
「발림」은 가야금병창이다. 박귀희 작사 · 작곡의 신민요이다.
o 신방아타령
노랫말
오월이라 단오날 천중지가절이라
송백수 푸른가지 높드랗게 그네 메고
낙낙장송 늘어진 가지 백능 버선에
두 발길에 후리쳐 툭툭 차니 낙엽이 둥실 떴구나
[아하 에헤요 에헤여루 방아흥아로구나]
여보시오 우리 님 잔 들고 눈물 걷소
세월이 덧없어도 다시 만날 때가 있지
일편단심 이내 마음 그대가 응당 알거니
에 무엇이 애달퍼서 이다지 슬피 우나요
보기 좋은 모란화 화중지왕이로다
방수화 공자왕손 부귀 따라서 노닐 제
편편비래 저 호랑나비 용포장삼을 떨치고
에 감돌아 펄펄 나니 꽃송이 방실 웃노라
출천대효 심청이 부친 눈 띄우고저
공양미 삼백석에 선인에게 몸 팔려
망망대해 푸른 물에 풍기덩 둥실 빠지니
에 백일이 빛을 잃고 초목이 슬피 우노라
[ ] 부분은 후렴
풀이
송백수(松柏樹): 소나무와 잣나무
용포장삼(龍袍長衫): 임금이 입는 겉옷
출천대효(出天大孝) 심청이: 하늘이 낸 큰 효녀 심청이는
해설
「신방아타령」는 가야금병창이다. 박귀희 작곡의 신민요이다.
o 야월삼경
노랫말
야월삼경 달 밝은 밤 온다 온다 말만하고
밤은 장차 다 새는데 님에 소식 돈절하네
[에루와 성화로구나 음 성화로구나
님 없는 이 한 밤이 큰 성화로다]
촛불같이 타는 가슴 혼자서만 눈물짓고
설움 많은 이내 신세 홀로 앉어 슬피 우네
열무김치 담글 때는 님 생각이 절로 나서
한양 낭군 기다리다 뜬눈으로 밤 새웠네
[ ] 부분은 후렴
풀이
돈절(頓絶): 소식이 끊김
해설
「야월삼경」은 가야금병창이다. 박귀희 작곡의 신민요이다.
o 풍년노래
노랫말
에헤 금수강산에 가을이 왔네
호남평야 만경 뜰에 황금나락에 메뚜기 날고 농악소리 멋들었네 비비 비비
어깨춤이 난다 엉덩춤이 난다 얼씨구 좋다 절씨구 좋아 춤을 추자
징 장고소리 꽹가리 칭칭 하늘은 높고 황소는 잔다
참새는 짹짹 까치는 깍깍 시화연풍 우리 농가에 경사로구려
에헤 동산 마루에 반달이 떴네
강산풍월 둥실둥실 화류선 위에 노적을 실고 나루마다 깃발나네 비비 비비
어깨춤이 난다 엉덩춤이 난다 얼씨구 좋다 절씨구 좋아 춤을 추자
벅구놀음에 하늘이 높고 단풍은 붉고 국화는 점점
놋줄은 출렁 잉어는 펄떡 새새연연 우리농가에 경사로구려
풀이
시화연풍(時和年豊): 나라가 태평하고 풍년이 듦
벅구놀음: 소고(小鼓)놀음. 농악의 작은북놀음.
놋줄: 노질하기 쉽도록 배의 노에 걸어놓은 줄
해설
「풍년노래」는 가야금병창이다. 「풍년놀이」 혹은 「풍년경사」라고도 하며 이병우 작사, 박귀희 작곡의 신민요이다.
o 함양양잠가
노랫말
너는 죽어 만첩청산에 고드름 되거라
나는 주 죽어서 아이가이가 봄바람 될꺼나
[에야 뒤야 에헤야 에 두견이 울음 운다
두둥가 실실 너 불러라]
너는 죽어 푸릇푸릇 봄배추 되거라
나는 주 죽어서 아이가이가 밤이슬 될꺼나
너는 죽어 삼월 동풍의 매화가 되거라
나는 주 죽어서 아이가이가 벌나비 될꺼나
어여 밭가에 섬섬섬섬 뽕나무 심어라
아버지 어머니 명주나 옷감이 분명타
[ ] 부분은 후렴
풀이
만첩청산(萬疊靑山): 매우 깊은 산
해설
「함양양잠가」는 가야금병창이다. 원래는 경상도 함양 지방의 민요로, 민요로도 부르고 박귀희가 편곡한 가야금병창으로도 부른다.
o 천자뒤풀이
노랫말
(아니리)
그때여 이 도령이 광한루에서 춘향을 보고
책실로 돌아와 천자를 읽으시난디
글귀마다 춘향으로 변하여 읽으시것다
(창)
천개자시(天開子時) 생천(生天)하니 태극(太極)이 광대(廣大)하늘 천(天)
지벽축시(地闢丑時) 생후(生後)하니 오행팔괘(五行八卦)로 따 지(地)
삼십삼천(三十三千) 공부공(空復空)하니 인심(人心)이 지지(指示) 검을 현(玄)
이십팔수(二十八宿) 금목수화(金木水火) 토지정색(土地正色) 누루 황(黃)
일월(日月)이 생(生)하여 천지가 명(明)하니 만물을 위하여 집 우(宇)
토지가 두터워 초목이 생(生)하니 살기를 취하여 집 주(宙)
인의위주(仁義爲宙)하야 천하지광(天下地廣)하니 십이제국의 넓을 홍(洪)
삼황오제(三皇五帝)가 붕(崩)하시니 난신적자(亂臣賊子)의 거칠 황(荒)
동방(東方)이 기명(旣明)일시(一時)로 생(生)하니 소광부상(昭光扶桑)의 날 일(日)
서산낙조(西山落照) 일몰궁(日沒窮)하니 월출동령(月出東嶺)의 달 월(月)
초시미월(初時微月) 시시(時時)로 불어 삼오일야(三五一夜)의 찰 영(盈)
태백이 애월(愛月) 막대로 때린가 점점 수구려 기울 측(昃)
하도낙서(河圖落書) 벌린 법(法)에 일월성신(日月星辰)의 별 진(辰)
무월동방(無月洞房) 원앙금(鴛鴦衾)의 춘향 동침(同寢)의 잘 숙(宿)
절대가인(絶代佳人) 좋은 풍류 나열준주(羅列樽酒) 벌일 열(列)
일야동침(一夜同寢)의 백년의 기약 온갖 정담의 베풀 장(張)
금일 한풍(寒風)이 소슬하니 금침(衾枕)에 들거라 찰 한(寒)
베개가 높거든 내 팔을 베소 이만큼 오너라 올 래(來)
에후려 안고 침각(寢閣)에 드니 설한풍(雪寒風)에도 더울 서(暑)
침실이 온(溫)하면 서열(暑熱)을 피하여 이리저리 갈 왕(往)
불한불열(不寒不熱) 어느 땐고 엽락오동(葉落梧桐)의 가을 추(秋)
소한대한(小寒大寒)을 염려마소 우리 님 의복을 감출 장(藏)
이 해가 어이 이리 긴고 추시(趨時) 좇아 부를 윤(閏)
춘향의 집을 어느 때나 가랴 이제도 사오시(四五時) 남을 여(餘)
외로이 정담(情談)을 이루지 못하니 춘향 만나 이룰 성(成)
나는 일각(一刻)이 여삼추(如三秋)라 일년 사시(四時)에 피하게 되니
송구영신(送舊迎新)의 해 세(歲)
조강지처(糟糠之妻)는 오륜(五倫)의 반이요 대전통편(大典通編)의 법중 율(律)
군자호구(君子好逑)가 이 아니냐 춘향과 날과 입 마주 대고
아드득 쪽쪽 대고 보면 법칙 려(呂)자가 이 아니냐
풀이
천개자시(天開子時) 생천(生天)하니: 하늘이 열리니 자시거늘, 하늘이 나며. 이렇게 「천자뒤풀이」는 한자의 천자문을 외우는 것이다.
해설
「천자뒤풀이」는 가야금병창이다. 『춘향가』에서 이몽룡이 춘향이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간 뒤 글공부를 하는 대목이다. 이도령의 머릿속에는 도통 춘향이 생각만 나서 글(한자)속에 춘향이를 대입시켜 읽어 나가는 장면으로 아주 해학적인 대목이다. 가야금병창으로도 부르는데 창자(唱者)마다 사설이 조금씩 다르다. 이 책에서는 박귀희와 안숙선이 부르는 것을 기준으로 삼았다. 앞부분 ‘천개자시’부터 ‘일월성신의 별 진’까지는 일반적인 천자문의 내용이지만, ‘무월동방’부터는 춘향에 대한 생각이 간절함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마지막 춘향과 입을 마주 대는 대목에서 呂자를 상상하는 것은 대단히 재미있는 대목이다. 呂자에서는 口가 둘이 붙어 있어 글자의 형상 자체가 입맞춤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o 사랑가
노랫말
(아니리)
그때여 도련님이 춘향을 다리고 사랑가로 노니난디
(창)
사랑 사랑 내사랑아 어허 둥둥 내 사랑이야
광한루서 처음 보고 산하지맹(山河之盟) 깊은 사랑
하상견지만야(何相見之晩也)오
하월삼경(夏月三更) 밤이 짧어 구곡(九曲)같이 서린 정회
탐탐(耽耽)이 풀새 없이 새벽닭이 원수로구나
어허 둥둥 내 사랑이지
밤이 짧어 한이 되면 천중명월(天中明月) 잡아매고
장침가(長枕歌)로 놀아보고 이내 마음 거울이요
도련님 굳은 맹세 내 무진 오는 밤에
사랑가로 즐겨보세
사랑이야 어허 내 사랑이로구나 어허 둥둥 니가 내 사랑이지야
(아니리)
오늘밤이 가면?
내일 밤이 또 오지요.
일년이면 몇 밤이냐?
삼백예순다섯 밤 이지라우.
책방에 홀로 앉어 너를 생각하는 낮은 오지도 말고 일년 내내 너와 만나 노는 밤만 있어 주었으면.
(창)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어허둥둥 니가 내 사랑이지야
이리 보아도 내 사랑 저리 보아도 내 사랑
우리 둘이 사랑타가 생사(生死)가 한(限)이 되여 한번 아차 죽어지면
너의 혼은 꽃이 되고 나의 넋은 나비 되어
이삼월 춘풍시절(春風時節)에 네 꽃송이를 내가 안어
두 날개를 쩍 벌리고 너울너울 춤추거든
니가 나인 줄을 알려무나
(아니리)
아니 여보 도련님! 오늘같이 즐거운 날 불길하게 죽는단 말씀은 왜 하시오?
그러면 정담(情談)을 하랴?
(창)
정자(情字) 노래를 들어라 정자 노래를 들어라
너와 나와 유정(有情)허니 어찌 아니 다정(多情)하리
담담장강수(澹澹長江水) 유유원객정(悠悠遠客情)
하교불상송(河橋不相送)허니 강수(江樹)에 원함정(遠含情)
송군남포불승정(送君南浦不勝情) 하남태수희유정(河南太守喜有情)
삼태육경(三台六卿)의 백관조정(百官朝廷)
소지원정(所志原情)주어 인정(人情)
니 마음 일편단정(一片丹情)
내 마음 원형이정(元亨利貞)
양인심정(兩人心情)이 탁정(託情)타가
만약 파정(破情)이 되략이면 복통절정(腹痛絶情) 걱정되니
진정으로 완정(玩情)허자는 그 정자(情字)노래라
사랑이로구나 내 사랑이야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사랑이로구나 내 사랑이야
사랑이로구나 내 사랑이로구나
아마도 내 사랑이야 니가 무엇을 먹으랴느냐
니가 무엇을 먹으랴느냐 둥글둥글 수박 웃봉지 떼떼리고
강릉 백청(白淸)을 따르르 부어 발간 진술로 담뿍 떠서
아나 엿다 니 먹을라느냐
아니 그것도 나는 싫소
그럼 니 무엇 먹으랴느냐 니가 무엇을 먹으랴느냐
징땅징 찌다징 허니 외 가지 단참외 니 먹으랴느냐
아니 그것도 나는 싫어 어허둥둥 내 사랑이야
그럼 또 니 무엇 먹으랴느냐 니가 무엇을 먹으랴느냐
시금털털 개살구를 애기 서는데 니 먹을랴느냐
아니 그것도 나는 싫소
그럼 니 무엇을 먹으랴느냐 니가 무엇을 먹으랴느냐
능금을 주랴 포도를 주랴 석류를 주랴 유자를 주랴
둥둥둥 내 사랑이야 이히 이히 이히 내 사랑이로구나
섬마 둥둥 네 사랑이야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어허 둥둥 내사랑
풀이
산하지맹(山河之盟): 산과 강처럼 변하지 않는 맹세
하상견지만야(何相見之晩也)오: 서로 만남이 어찌 이리 늦었는가?
탐탐(耽耽)이: 몹시 기뻐서 좋아하는
장침가(長枕歌): 긴 베개에서 부르는 노래. 둘이 같이 베는 긴 베개에서 즐기고 논다는 뜻.
도련님 굳은 맹세 내 무진 오는 밤에 사랑가로 즐겨보세: 도련님의 굳은 맹세도 있으니 내(춘향이)오는 밤에 무진 사랑가로 즐겨보세. ‘무진’은 무진장. 정철의 「장진주사」에 “한 잔 먹세 그려 또 한 잔 먹세그려 꽃 꺾어 산 놓고 무진무진 먹세그려” 라는 대목이 있는 것처럼, ‘무진’은 ‘마음껏’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 ‘무진’은 ‘사랑가로’에 걸리는 것이 아니라 ‘즐겨보세’를 수식하는 부사어가 된다.
담담장강수(澹澹長江水) 유유원객정(悠悠遠客情): 당나라 시인 위승경(韋承慶)의 「남행별제(南行別弟, 남쪽으로 가는 동생을 보내며)」에 나오는 구절이다
담담장강수 澹澹長江水 강물은 길이길이 생각 없이 흐르고
유유원객정 悠悠遠客情 아쉬운 마음 멀리멀리 끝이 없어라
낙화상여한 落花相與恨 지는 꽃잎도 나와 더불어 서러운지
도지일무성 到地一無聲 한마디 소리없이 땅에 떨어지누나
하교불상송(河橋不相送)허니 강수(江樹)에 원함정(遠含情): 당나라 시인 송지문(宋之問)의 「별두심언(別杜審言, 두심언을 이별하다)」에 나오는 구절이다
와병인사절 臥病人事絶 병들어 누워서 인사도 못하는데
차군만리행 嗟君萬里行 슬프다 그내 만 리를 떠나네
하교불상송 河橋不相送 다리까지도 마중 못 나가니
강수원함정 江樹遠含情 강가의 나무도 아득한 정 품었구나
송군남포불승정(送君南浦不勝情): 당나라 시인 무원형(武元衡)의 「악저송우(鄂渚送友, 악저에서 벗을 보내다)」에서 따온 구절
강상매화무수락 江上梅花無數落 강 위에 매화는 무수히 떨어지는데
송군남포불승정 送君南浦不勝情 남포에서 그대를 보내니 아픔 못 이기겠네
하남태수희유정(河南太守喜有情): 하남 태수의 뜻이 있음을 기뻐하네. 한나라 효문제 때 하남태수였던 오정위는 제자 가의(賈誼)를 효문제에게 추천하여 높은 벼슬을 하게 하였고, 훗날 모함을 받은 가의가 장사 지방으로 귀양갔을 때도 전과 다름없이 그와 잘 지냈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
삼태육경(三台六卿)의 백관조정(百官朝廷): 삼정승과 육판서, 온 벼슬아치가 모인 조정
소지원정(所志原情): 소지(고소장)에 사정을 하소연하는 것
주어 인정(人情): 남에게 주면 인정이다
일편단정(一 片丹情): 일편단심(一片丹心)을 변형시킨 말
내 마음 원형이정(元亨利貞): 『주역』첫머리 ‘乾 元亨利貞’에서 온 말. 건(乾)괘는 원(元)하고 형(亨)하고 이(利)하고 정(貞)하다는 뜻.
양인심정(兩人心情)이 탁정(託情)타가: 두 사람의 마음이 정을 붙이다가
만약 파정(破情)이 되략이면 복통절정(腹痛絶情)걱정되니: 만약 정이 깨어지면 속이 쓰라리고 정이 끊어짐이 걱정되니
진정으로 완정(玩情)허자는: 진정으로 정을 즐기자는
수박 웃봉지 떼떼리고: 수박의 꼭지를 떼어버리고
강릉 백청(白淸): 강릉의 유명한 꿀
발간 진술: 대나무로 만든 수저를 말하는 듯
징땅징 찌다징 허니: 의성어. 이도령과 춘향의 교접을 암시하고 있다.
외 가지 단참외: 먹는 것이기도 하지만 모두 남자의 성기를 암시하는 단어이다
해설
「사랑가」는 가야금병창이다. 『춘향가』에서 이몽룡이 춘향과 함께 하룻밤을 지내면서 사랑 놀음을 할 때 부르는 대목이다. 가야금병창으로도 여러 노랫말이 있으나 여기서는 박귀희, 안숙선의 것을 취하면서 와음(訛音)이 된 것은 바로잡았다.
o 기생점고
노랫말
(아니리)
그때여 사또는 동헌(東軒)에 좌정(坐定)후
여봐라 호방(戶房) 형리(刑吏)듣거라
이 고을에는 미인(美人) 미색(美色)이 많다 허니
다른 점고는 삼일 후로 미루고 우선 기생점고(妓生點考)부터 하렸다
호방이 기생점고를 허는디
(창)
우후동산(雨後東山)에 명월(明月)이 명월이가 들어온다
명월이라 허는 기생은 기생 중 일행순(一行首)디
홍상(紅裳) 자락을 거둠거둠 걷어다 세요흉중(細腰胸中)에 딱 붙이고
아장아장 이긋거려서 예 등대(等待)나오
점고를 맞고 일어서더니 좌부진퇴(左符進退)로 물러난다
차문주가하처재(借問酒家何處在)요 연연옥골(娟娟玉骨) 설행(雪杏)이 설행이가 들어온다
설행이가 들어온다
설행이라 하는 기생은 알음알이가 북창문인디
걸음을 걸어도 장단 맞춰 아장아장 이긋거려서
예 등대나오
점고를 맞고 일어서더니 우부진퇴(右符進退)로 물러난다
(아니리)
네 여봐라.
점고를 그렇게 느리게 허다가는 석 달 열흘이 걸려도 다 못하것구나.
내 성미는 원래 급한 사람이니 급급히 불러디려라.
호방이 눈치 있어 사또님의 보비우(補脾胃)를 하기 위하야 넉짜 화두로 불러들이난디.
(창)
조운모우(朝雲暮雨) 양대선(陽臺仙)이 위선위귀(爲仙爲鬼) 춘운(春雲)이
사군불견(思君不見) 반월(半月)이 독좌유황리(獨坐幽篁里) 금선(琴仙)이
어주축수(漁舟逐水)에 도홍(桃紅)이 왔느냐 예 등대허였오
팔월부용(八月芙蓉)에 군자용(君子容)
만당추수(滿塘秋水)에 홍련(紅蓮)이 왔느냐 예 등대허였오
사창(紗窓)에 비치여 섬섬영자(纖纖影子) 초월(初月)이 예 등대허였오
만경대(萬景臺) 구름 속에 높이 노던 학선(鶴仙)이 왔느냐 예 등대허였오
바람아 퉁탱 부지 마라 낙락장송(落落長松)의 취행(翠香)이 왔느냐 예 등대허였오
단산오동(山丹梧桐) 그늘 밑 문왕(文王) 어루던 채봉(彩鳳)이 왔느냐 예 등대허였오
장삼(長衫) 소매를 떠드러 메고 저정 거리던 무선(舞仙)이 왔느냐 예 등대허였오
진루명월(秦樓明月) 옥소성(玉簫聲)에 화선(花仙)허던 농옥(弄玉)이 왔느냐 예 등대허였오
만화방창(萬化方暢)에 봄바람 부귀할 손 모란(牧丹)이 왔느냐 예 등대허였오
오동 복판에 거문고 시리렁 둥당 탄금(彈琴)이 왔느냐 예 등대허였오
뒷동산에다 대를 심었더니 매두 매두 매두 죽심(竹心)이 왔느냐 예 등대허였오
아들을 날까 바래고 바랬더니 딸을 낳다고 섭섭이 왔느냐 예 등대허였오
이 산 명옥(明玉)이 저 산 명옥이 양(兩) 명옥이 다 들어왔느냐 예 등대허였오
난행(蘭香)이 금행(錦香)이 월행(月香)이 취행(翠香)이 초행(楚香)이 다 들어왔느냐
예 등대나오
풀이
우후동산(雨後東山)에 명월(明月)이: 비가 온 후의 동산의 밝은 달이라는 뜻으로 명월이를 미화한 것
기생 중 일행순(一行首)디: 일행수는 고참 수석 기생. 행수 역할을 한다.
홍상(紅裳) 자락: 붉은 치마 자락
세요흉중(細腰胸中)에 딱 붙이고: 가늘고 날씬한 허리에 치마를 올려 가슴에 바짝 붙이고
등대(等待): 미리 준비하여 대령하고 있다
좌부진퇴(左符進退): 점고를 마치고 인사를 드리고 물러남
차문주가하처재(借問酒家何處在)요 연연옥골(娟娟玉骨)설행(雪杏)이: 당나라 시인 두목(杜牧)의 시 「청명(淸明)」에서 따온 기생 이름. 눈처럼 살구꽃이 피었다는 뜻. ‘연연옥골’은 산뜻하고 고운 자태.
청명시절우분분 淸明時節雨紛紛 청명절에 비가 부슬부슬 내리니
노상행인욕단혼 路上行人欲斷魂 길가는 사람 넋이 나갈 것 같구나
차문주가하처재 借問酒家何處在 묻노니 술집은 어디 쯤에 있나
목동요지행화촌 牧童遙指杏花村 목동이 가리키네 살구꽃 핀 마을
우부진퇴(右符進退): 점고를 마치고 인사를 드리고 물러남
보비우(補脾胃): 보비위. 남의 비위를 잘 맞춤.
조운모우(朝雲暮雨) 양대선(陽臺仙)이: 아침에는 구름이 되고 저녁에는 비가 됨. 운우지정(雲雨之情)을 표현한 말. 양대선은 양대의 선녀. 중국 초나라 시인 송옥(宋玉)이 지은 「고당부(高唐賦)」에서 인용한 말.
“去而辭曰(거이사왈) 妾在巫山之陽(첩재무산지양) 高丘之阻(고구지조) 旦爲朝雲(단위조운) 暮爲行雨(모위행우) 朝朝暮暮(조조모모) 陽臺之下(양대지하)
선녀가 자리에서 떠나면서 이르기를, 이 몸은 무산의 남쪽 고구의 북쪽에 있어, 아침에는 아침 구름이 되고 저녁에는 내리는 비 되어, 아침마다 저녁마다 양대(陽臺)에 있나이다.”
위선위귀(爲仙爲鬼) 춘운(春雲)이: 김만중의 『구운몽』 6장 가춘운위선위귀(賈春雲爲仙爲鬼)편에서 따온 말
사군불견(思君不見) 반월(半月)이: 이백(李白)의 시 「아미산월가(峨眉山月歌)」에서 따온 말
아미산월반륜추 峨眉山月半輪秋 가을 밤 아미산에 반달이 걸려
영입평강강수류 影入平羌江水流 달빛만 평강 강물에 비쳐 흐르네
야발청계향삼협 夜發淸溪向三峽 밤에 청계를 떠나 삼협으로 향하노니
사군불견하투주 思君不見下渝州 그대도 못 본채 유주로 내려가네
독좌유황리(獨坐幽篁里) 금선(琴仙)이: 당나라 시인 왕유(王維)의 시 「죽리관(竹里館)」에서 따온 말
독좌유황리 獨坐幽篁里 깊은 죽림(竹林)에 홀로 앉아
탄금복장소 彈琴復長嘯 거문고를 타다가 길게 휘파람을 분다
심임인부지 深林人不知 깊은 숲이라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데
명월내상조 明月來相照 밝은 달이 다가와 비추어준다
어주축수(漁舟逐水)에 도홍(桃紅)이: 왕유의 시 「도원행(桃源行)」에서 따온 말
어주축수애산춘 漁舟逐水愛山春 고깃배로 물 따라 산속 봄을 즐겨보니
양안도화협고진 兩岸桃花夾古津 양 언덕 복사꽃은 옛 나루까지 덮었구나
좌간홍수부지원 坐看紅樹不知遠 꽃과 나무에 앉아 구경하느라 먼 줄도 모르고
행진청계불견인 行盡靑溪不見人 푸른 개울까지 걸어가도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팔월부용(八月芙蓉)에 군자용(君子容) 만당추수(滿塘秋水)에 홍련(紅蓮)이: 팔월의 연꽃은 군자의 모습이요, 가을 물 가득한 연못에 붉은 연꽃
사창(紗窓)에 비치여 섬섬영자(纖纖影子) 초월(初月)이: 사창에 하늘하늘 그림자가 비치는 초승달
단산오동(山丹梧桐) 그늘 밑 문왕(文王) 어루던 채봉(彩鳳)이: 『시경』 대아권하(大雅卷阿) 편 “鳳凰鳴矣于彼高岡 (봉황명의우피고강) 梧桐生矣于彼朝陽 (오동생의우피조양): 봉황이 우네 저 높은 산에서, 오동나무가 자라네 저 아침 해가 뜨는 동산에서”에서 따온 말.
장삼(長衫) 소매를 떠드러 메고 저정 거리던 무선(舞仙)이: 장삼은 중의 옷. 무선이는 승무와 관련된 기생인 듯.
진루명월(秦樓明月) 옥소성(玉簫聲)에 화선(花仙)허던 농옥(弄玉)이: 농옥이는 피리를 잘 부는 기생인 듯
만화방창(萬化方暢): 따뜻한 봄날에 온갖 생물이 자라나 흐드러짐
오동 복판에 거문고 시리렁 둥당 탄금(彈琴)이: 탐금이는 거문고를 타는 기생인 듯
매두: 마디
난행(蘭香)이 금행(錦香)이 월행(月香)이 취행(翠香)이 초행(楚香)이: 향자 돌림의 기생 이름을 나열한 것은 춘향이가 없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
해설
「기생점고」는 가야금병창이다. 『춘향가』에서 변사또가 부임하자마자 다른 일은 제쳐두고 기생을 점고하는 대목이다. 명부에 일일이 점을 찍어 가며 사람의 수를 조사는 것을 ‘점고’라 한다. 조선시대에는 기생의 도망을 막기 위해 매월 두 차례 기생점고를 하였다. 새 사또가 부임해도 기생점고를 하였다. 『춘향가』에서 「기생점고」 대목은 변사또의 탐심(貪心)을 보여주면서 장차 춘향이가 곤장을 맞고 옥살이 하는 사건을 앞두고 있다. 가야금병창 노랫말은 박귀희본을 따랐다. 여기에 등장하는 기생 이름은 대개 한시나 중국의 고사에 등장하는 것으로 학식을 뽐내는 것이라 볼 수 있다.
o 군로사령
노랫말
(아니리)
기생점고 다 하였다 아래오,
듣거라. 이 고을에는 춘향이라는 기생이 있다는데,
점고에 불참하여 어찌된 일인고?
접사오니 춘향어미는 기생이로되,
춘향은 기생이 아니온 바,
전전이등 사또자제 이몽룡씨와 백년가약을 맺은 후로
지금 수절을 하고 있나이다.
무엇이? 기생의 자식이 수절을 해?
그년 바삐 잡아들여라.
예이!
(창)
군로사령(軍奴使令)이 나간다 사령군로가 나간다
산수(山獸)털 벙거지 남일광단(藍日光緞)에 안을 받쳐 날랠 용(勇)자를 떡 붙이고
충충 충충 흐늘거리고 나간다
서로 이름 부르며 나가는디
이얘 김번수(金番首)야 와야 이얘 박패두(朴牌頭)야 와야
걸리엿다 걸리여 거 거 누구가 걸렸단다
옳다 그 제기 붙고 발길 갈 년이 양반 서방을 허였다고
우리네들 보면 초리(草履)로 보고 댕혜(唐鞋)만 잘잘 끌며
교만(驕慢)이 너무 많더니만 잘되고 잘되었다
너나 내나 일분(一分) 사정을 두는 놈 저의 부모를 모르리라
삼문 밖을 썩 나서 영주각을 지난 후에
오작교 다리 우에 우뚝 서서 아나 엿다 춘향아 허고
부르난 소리 원근산천(遠近山川)이 떵그렇게 들린다
사또 분부가 지엄하니 지체 말고 나오너라
풀이
산수(山獸)털 벙거지: 산짐승의 털로 만든 벙거지
남일광단(藍日光緞): 남색의 비단
김번수(金番首): 김씨 성을 가진 번을 드는 사령
박패두(朴牌頭): 박씨 성을 가진 패의 우두머리. 패두는 형방에 속하여 죄인을 다루거나 볼기를 친다.
옳다 그 제기 붙고 발길 갈 년이: 춘향을 욕하는 대목. ‘제기 붙고’는 제 에미와 붙어 근친상간을 한다는 뜻의 욕설. ‘발길 갈 년’은 ‘발기다’에서 온 욕으로 “속에 있는 것이 드러나게 헤쳐 발리다”라는 뜻의 욕설. ‘찢어죽일 년’정도로 풀이할 수 있다.
초리(草履)로 보고 댕혜(唐鞋)만 잘잘 끌며: 군노사령을 짚신으로 보고, 즉 업신여기고 가죽신만 잘잘 끌며. 춘향을 욕하는 말.
너나 내나 일분(一分) 사정을 두는 놈: 너나 내나 조금이라도 사정을 두는 놈
저의 부모를 모르리라: 부모도 몰라보는 나쁜 놈이다
해설
「군로사령(軍奴使令)」은 가야금병창이다. 『춘향가』에서 변사또의 명을 받고 군로사령이 춘향이를 잡으러 가는 대목을 말한다. 군노는 군에 속한 남자 종이며 사령은 관아에 속한 심부름꾼이다.
o 중타령
노랫말
(아니리)
그때여 흥보가 없이 살자 허니 흥보를 살릴 양으로
도승(道僧)이 하나 내려오것다
(창)
중 내려온다 중 하나 내려온다
헐디 헌 중 다 떨어진 송낙
요리송 치고 조리송 치고 호홈뽁 눌러 쓰고
노닥노닥 지은 장삼(長衫) 실띠 띠고 염주 목에 걸고 단주(短珠) 팔에 걸어
소상반죽(瀟湘斑竹)에 열두 마디 용두(龍頭) 새긴 육환장(六環杖)
쇠고리 질게 달아 처절절 철철 흔들흔들
흐늘거리고 내려오며 염불하고 내려온다
아 아아 어으으 나아아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상래소수공덕해(上來所修功德海)요 회향삼처실원만(廻向三處悉圓滿)
봉위(奉爲) 주상전하수만세(主上殿下壽萬歲)요 왕비전하수제연(王妃殿下壽齊年)
세자저하수천추(世子邸下壽千秋)요 국태민안법륜전(國泰民安法輪轉) 나무아미타불
흥보 문전을 당도허니 개 쿼궝퀑 짖고 나며
이 댁에 동냥 왔오
흥보가 깜짝 놀래 여보 마누라 우지 마오
밖에 중이 왔으니 우지를 마오
풀이
헐디 헌 중: 새 것, 헌 것 할 때의 헌
송낙: 스님이 쓰는 우산 모양의 모자. 송라(松蘿笠).
단주(短珠): 짧은 염주
소상반죽(瀟湘斑竹): 소상강가에서 나는 대나무이나 일반적으로 대나무를 말함
육환장(六環杖): 둥근 고리 여섯 개를 단 지팡이
쇠고리 질게 달아: 지팡이에 달린 쇠고리를 길게 달아
상래소수공덕해(上來所修功德海)요 회향삼처실원만(廻向三處悉圓滿): 위로는 닦은 바 공덕이 오고, 삼처로 회향하면 원만해진다
봉위(奉爲): 받들어 모심
주상전하수만세(主上殿下壽萬歲)요 왕비전하수제연(王妃殿下壽 齊年) 세자저하수천추(世子邸下壽千秋)요: 주상, 왕비, 세자 모두 오래 사시고
국태민안법륜전(國泰民安法輪轉): 나라는 태평하고 국민은 편안하며 불법(佛法)이 충만하고
해설
「중타령」은 가야금병창이다. 『흥보가』 중 한 스님이 흥부가 가난하게 사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흥보 집에 동냥을 가장해서 내려온 대목을 말한다. 가야금병창은 박귀희본을 기준으로 하되 와음(訛音)은 바로잡았다.
o 감계룡
노랫말
(아니리)
흥보가 나오 보니 중이 왔거날,
여보시오 대사님 내 집을 둘러보오,
서 발 장대를 둘러야 거칠 문적이 없는 집이요.
도사 답 왈, 소승은 걸승으로 댁 문전을 당도허니,
울음소리가 낭자커날 무슨 연고가 계시오이까?
흥보가 대답 허되, 권솔(眷率)들은 다솔(多率)허고 먹을 것이 없어
죽기로써 우난 길이요.
불쌍허오. 복이라 허는 것은 임자로 따로 없는 것이니
소승 뒤를 따라오면 집터를 하나 잡아 드리리다.
(창)
감계룡(坎癸龍) 간좌곤향(艮坐坤向) 탐랑득거문파(貪狼得巨門破)
문필봉(文筆峰) 창고산(倉庫山)이 좌우로 높았으니 이 터에 집을 짓고
안빈(安貧)허고 지내오면 가세(家勢)가 속발(速發)허고
자손이 영귀(榮貴)허여 만세유전(萬世遺傳)을 허오리다
한 두 말을 마친 후에 사면(四面)을 살펴보더니
인홀불견(人忽不見) 간 곳이 없거 날
그제야 흥보가 도승인 줄을 짐작허고
공중으로 무수이 사배(四拜)를 올린 후로
풀이
서 발 장대를 둘러야 거칠 문적이 없는 집이요: 세 발 장대를 걸칠 물건이 없다, 즉 아무것도 없는 집이다
권솔(眷率)들은 다솔(多率)허고: 식구들은 많고
감계룡(坎癸龍) 간좌곤향(艮坐坤向): 오행으로 명당을 설명하는 용어. ‘감계’는 북방, ‘룡’은 산맥. ‘간좌곤향’ 동북에 앉힌 서남향.
탐랑득거문파(貪狼得巨門破): 풍수용어. 산의 형상을 설명하고 있다.
문필봉(文筆峰) 창고산(倉庫山): ‘문필봉’은 자손 가운데 문장가가 나타나고 ‘창고산’은 재물복이 있다는 산
가세(家勢)가 속발(速發)허고: 집안이 속히 발전하고
만세유전(萬世遺傳): 오래도록 보존이 된다
인홀불견(人忽不見): 사람이 갑자기 사라짐
해설
「감계룡」은 가야금병창이다. 『흥보가』 중 도승이 흥보의 집터를 잡아주는 대목이다.
o 유색황금눈
노랫말
(아니리)
공중으로 향하야 무수히 사례 후에
있던 집을 헐어다가 그 자리에 집을 짓고 살아갈 제
살아갈수록 살림이 점점 나아지니
하루난 흥보가 하도 이상하야
집터 글자를 붙여보며 놀아보것다
(창)
유색황금눈(柳色黃金嫩) 꾀꼬리난 노래허고
이화백설향(梨花白雪香)에 나비는 앉어 춤 춘다
유작유소(維鵲有巢) 얽힌 재주 내 집보다는 단단
산양자치(山梁雌雉) 우난 소리 너난 때를 얻었도다
집은 방장 새랴는데 소로기는 삐웃삐웃
소촉도 포곡(布穀)은 운다마는 논이 있어야 농사짓지
대승(戴勝)아 나지를 말아라 누에가 있어야 뽕을 따지
배가 이리 고팠으니 이걸 먹소 쑥국
먹을 것이 없었으니 어이 계견(鷄犬)을 기를손가
삼월동풍 방초시(防草時) 삼월동풍 방초시 비금주수(飛禽走獸)가 즐길 제
강남서 나온 제비가 흥보 움막을 날아드니 흥보가 보고서 좋아라
반갑다 내 제비 무엇을 같다고 이르랴
소박한 세상 인심 부귀(富貴)만 추세(追勢)허고
험악한 이 산중에 찾어 줄 이가 만무헌데 연불부빈(燕不負貧)
주란화각(朱蘭畵閣)을 다 버리고 마을 먼 움막집을 찾어주니 반갑구나
그래도 성주(城主)라고 남남지성(之聲) 허랴 헐제
좋은 흙을 물어다가 처마 안에다가 집을 짓고
알을 낳아 새끼를 까서 밥 물어다가 먹이면서
자모(字母)구구 즐기드라
풀이
유색황금눈(柳色黃金嫩) 꾀꼬리난 노래허고: 버드나무 빛깔은 황금같이 곱고 꾀꼬리는 노래하는데. 당나라 시인 이백(李白)의 시 「궁중행락사(宮中行樂詞)」 중의 한 수에서 따온 말.
유색황금눈 柳色黃金嫩 버드나무 빛깔은 황금같이 곱고
이화백설향 梨花白雪香 배꽃은 흰 눈처럼 향기로워라
녹수구전경 綠水鷗前鏡 푸른 물은 갈매기 앞의 거울이요
청송학후병 靑松鶴後屛 푸른 솔은 학 뒤의 병풍이라네
유작유소(維鵲有巢) 얽힌 재주 내 집보다는 단단: 까치가 집을 지으면 내 집보다 단단하고
산양자치(山梁雌雉) 우난 소리 너난 때를 얻었도다: 산꿩의 우는 소리 때를 만났구나. 『시경』에서 나온 말이다.
집은 방장 새랴는데 소로기는 삐웃삐웃: 집은 당장(비가)새려는데, 즉 찢어지게 가난한데 솔개는 ‘삐웃삐웃’ 운다. ‘삐웃삐웃’은 새의 울음소리를 형용한 의성어지만, 집의 솥이나 쌀독이 비었다는 것을 상징하기도 한다.
소촉도 포곡(布穀)은 운다마는 논이 있어야 농사짓지: 소촉도는 소쩍새, 포곡도 소쩍새. 풍년을 상징하는 소쩍새가 울지만 논이 있어야 농사를 짓지.
대승(戴勝)아 나지를 말아라 누에가 있어야 뽕을 따지: 오디새야 나지를 말아. 누에가 있어야 뽕을 따지. 오디는 뽕나무의 열매이니, 오디새를 뽕나무에 연결한 것이다.
배가 이리 고팠으니 이걸 먹소 쑥국: 쑥국새의 울음소리와 먹는 쑥국을 연결시킨 대목이다
계견(鷄犬)을 기를손가: 닭과 개를 기를손가
삼월동풍 방초시(防草時): 삼월동풍에 풀들이 돋아날 때
비금주수(飛禽走獸)가 즐길제: 나는 새와 달리는 짐승이 즐길 때
부귀(富貴)만 추세(追勢)허고: 부귀한 것만 쫓고
연불부빈(燕不負貧): 제비는 가난한 집이라도 버리지 않고
주란화각(朱蘭畵閣): 단장을 곱게 한 화려한 누각
남남지성(之聲): 제비의 지저귀는 소리
자모(字母)구구: 어미와 새끼가 서로 지저귐
해설
「유색황금눈」은 가야금병창이다. 『흥보가』에서 흥보가 가난을 한탄하다가 제비를 만나는 대목이다.
o 구만리
노랫말
(아니리)
하루난 제비 한 쌍이 날아 들거 날,
흥보가 좋아라고 반갑구나 저 제비야.
고루거각(高樓巨閣) 다 버리고 궁벽 강촌 박흥보 움막을 찾아드니
어찌 아니 반가우랴 힐지항지(翓之之)하야 새끼 세 마리를 깠것다
먼저 깐 새끼는 날아가고 나중 깐 새끼가 날개공부 힘쓰다가
뚝! 떨어져 다리가 작깍 부러지니 흥보가 명태껍질을 얻고
당사(唐絲)실을 구하여 동여 주며, 죽지 말고 멀고 먼 강남 부디 평안히
잘 가거라. 미물의 짐생일지라도 흥보 은혜를 갚을 제비어든
죽을 리가 있겠느냐. 수십일이 지난 후에,
하루난 제비새끼 부러진 다리가 나아, 날개공부 힘을 한번 써 보는디
(창)
구만리(九萬里) 창공 우에 높이높이 날아도 보고
일대장강 맑은 물에 배로 쓱 씻어도 보고
평탄헌 너룬 뜰에 아장아장 걸어도 보고
질게 매인 빨래 줄에 한들한들 놀아도 보고
세우(細雨)에 젖은 날개 실끗실끗 짓도 다듬어 보니
흥보가 보고 좋아라고 나갔다가 들어와 제비집을 만져보고
집안에 있을 적에난 제비허고 소일(消日)을 헐 제
칠월유화(七月流火) 팔월추위에 이슬이 서리되고
금풍(金風)이 삽삽(颯颯)허여 수의구월(授衣九月) 돌아오니
섭섭다 내 제비야 고향 강남을 가랴느냐
명춘(明春)에 나오거든 부디 내 집을 찾어오너라
제비 저도 섭섭허여 나갔다가 들어오면 이별을 냄기는디
흥보는 본(本)이 설움이 많은 사람이라 제비허고 무엇이라고 이별시(離別詩)
슬픈 눈물을 흘리며 잘 가거라 내 제비야
만리 강남을 훨훨 날아 들어간다
풀이
고루거각(高樓巨閣): 높고 커다란 집. 좋은 집.
힐지항지(翓之之)하야: 『시경』에서 온 말. 높이 날고 낮게 날고.
세우(細雨)에 젖은 날개 실끗실끗 짓도 다듬어 보니: 가는 비에 젖은 날개 실끗실끗 깃도 다듬어 보고
칠월유화(七月流火) 팔월추위에 이슬이 서리되고: 『시경』의 「국풍(國風)」편에 나오는 말
금풍(金風)이 삽삽(颯颯)허여 수의구월(授衣九月) 돌아오니: 가을 바람이 쌀쌀하여 옷을 마련하는 구월이 돌아오니. ‘수의구월(授衣九月)’도 『시경』의 「국풍(國風)」편에 나오는 말.
명춘(明春)에: 내년 봄에
흥보는 본(本)이 설움이 많은 사람이라: 흥부는 본래 설움이 많은 사람이라
해설
「구만리」는 가야금병창이다. 『흥보가』에서 흥보가 제비 새끼가 다리 부러진 것을 치료해 주고, 가을 제비가 강남으로 떠나는 대목이다. 노랫말은 박귀희본을 따랐으나 일부 와음(訛音)이 된 것은 신재효본을 참고해 바로잡았다.
o 제비점고
노랫말
(아니리)
강남 두견은 조종지망제(祖宗之望帝)라. 백조(白鳥)들을 점고를 허것다
미국 들어갔던 분홍제비, 중원 나갔던 명매기
만리조선 나갔던 흥보 제비 나오!
(창)
흥보 제비가 들어온다 박 흥보 제비가 들어온다.
부러진 다리가 몽통아지가 져서 전동거리고 들어와 예
제비장수 호령을 허되
너는 왜 다리가 몽통아지가 졌노 흥보 제비 여짜오되
소조(小鳥)가 아뢰리다 소조가 아뢰리다
만리 조선을 나가 태였다가 소조 운수불길하야 뚝 떨어져
대번에 다리가 작깍 부러져 거의 죽게 되얐더니
어진 흥보씨를 만나 죽을 목숨이 살았으니
어찌 허며는 은혜를 갚쏘리까 제발 덕분에 통촉하오
풀이
조종지망제(祖宗之望帝): 새 중의 으뜸인 망제라. 망제는 소쩍새의 별칭.
백조(白鳥)들을 점고를 허것다: 온갖 새들을 점고(수를 셈)하겠다
명매기: 칼새
몽통아지가 져서 전동거리고 들어와: 다리가 부러진 곳이 붙으면서 볼록하게 굳은 상처가 남은 것을 ‘몽통아지’라 한다. ‘전동거리고’는 절룩거리며.
소조(小鳥): 소인(小人)에서 나온 말
해설
「제비점고」는 가야금병창이다. 『흥보가』에서 강남 간 흥보의 제비가 저들의 왕에게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하고 흥보에게 은혜를 갚게 해달라고 간청하는 대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o 제비노정기
노랫말
(아니리)
그러기에 너의 부모가 내 장령(將令)을 어기더니 그런 변을 당했구나.
명춘(明春)에 나갈 적에는 내가 출행(出行) 날을 받아 줄테니 그날 나가거라.
삼동을 다 지내고 춘삼월이 방장(方將) 커날,
보은표 박씨를 입에 물고 만리 조선을 나오는디,
꼭 이렇게 둘러서 나오던 것이었다
(창)
흑운(黑雲) 박차고 백운(白雲) 무릅쓰고 거중(擧中)에 둥둥 높이 떠어
두루 사면(四面)을 살펴보니 서촉지척(西蜀咫尺)이요 동해창망(東海滄 茫)허다
축융봉(祝融峯)을 올라가니 주작(朱雀)이 넘놀고 상익토 하익토 오작교 바라보니
오초동남(吳楚東南)에 가는 배는 북을 두리 둥둥둥 두리 둥둥둥 둥둥
어기야 어기야 저어가니 원포귀범(遠浦歸帆)이 이 아니냐
백구백로(白鷗白鷺) 짝을 지어 청파상(滄波上)에 왕래허니
석양천(夕陽天)이 거기노라
회안봉(廻雁峯)을 넘어 황능묘(黃陵廟) 들어가
이십오현탄야월(二十五弦彈夜月)에 반죽(班竹) 가지 쉬어 앉어
두견성(杜鵑聲) 화답허고 황학루(黃鶴樓)를 올라가니
황학일거불부반(黃鶴一去不復返) 백운천재공유유(白雲天裁空悠悠)라
금릉(金陵)을 지내여 주사촌(酒肆村) 들어가
공수창가도리개(空守娼家桃李磎)라
낙매화(落梅花)를 툭 차 무연(舞筵)에 펄렁 떨어지고
이수(二水)를 지내여 종남산(終南山)을 넘어 계명산(鷄鳴山) 올라가니
장자방(張子房) 간 곳 없고 남병산(南屛山) 올라가니 칠성당이 빈 터요
연제지간(燕齊之間)을 얼른 지내 장성(長城)을 지내여
갈석산(碣石山)을 넘어 연경(燕京)을 들어가
황극전(皇極殿)에 올라 앉아 만호장(萬戶長) 구경하고
정양문 내달아 창달문 지내여 동관을 들어가니 산미륵이 백이로다
요동 칠백리 강동을 지내여 압록강을 건너 의주를 다달라
영고탑(寧古塔) 통군정(統軍亭) 올라 앉아
안 남산 밖 남산 석벽강 용천강 좌호령을 넘어들어
부산(斧山) 파발(擺撥) 환마고개 강동(江東) 다리를 시각이 건너
평양은 연광정(練光亭) 부벽루(浮壁樓)를 구경하고
대동강 장림(長林)을 지내어 송도(松都)를 들어가
만월대(滿月臺) 관덕정(觀德亭) 박연폭포를 구경하고
임진강을 시각이 건너 삼각산에 올라 앉아
지세를 살펴보니 채령산 대원맥(大原脈)이 중령(中領)으로 흘리져
금화금성이 분명허고
춘당영춘 회돌아 도봉 망월대 솟아있고 삼각산이 생겼구나
문물이 빈빈(彬彬)허고 풍속이 희희(凞凞)하야 만만세지금탕(萬萬歲之金湯)이라
경상도는 함양이요 전라도난 운봉인데
운봉 함양 두얼 품에 흥보가 사는지라
저 제비 거동 보소 박씨를 입에다 가로 물고
남대문밖 썩 내달아 칠패 팔패 배다리 지내
애고개를 얼른 넘어 동작강 월강
승방을 지내여 남태령을 넘어 두 쪽지 옆에 찌고
수루루루루 펄 펄
흥보 문전(門前)을 당도 흥보 집을 당도
당상당하비거비래(堂上當下飛去飛來) 편편(翩翩)이 노난 거동은
무엇을 같다고 이르랴
반갑다 내 제비
북해 흑룡이 여의주 물고 채운간(彩雲間)에 가 넘 논듯
단산(丹山) 봉황이 죽실(竹實)을 물고 오동속으로 넘 논듯
구곡청앵이 난초를 물고 송백상(松柏上)에 넘 노난듯
집으로 펄펄 날아들어 들보 우에 올라 앉어 제비말로 운다
제비말로 우난다
물었던 박씨를 옆에 놓고 제비가 운다
지지지지 주지주지 거지연지 우지배요
낙지각지 절지연지 은지덕지 수지차로
함지표지 내지배오 빼그르르르륵
흥보가 보고 고이 여겨 흥보가 보고 고이 여겨
찬찬이 살펴보니 절골양각(折骨兩脚)이 완연
오색당사로 감은 흔적 아리롱아리롱허니 어찌 아니가 내 제비
저 제비 거동 보소
보은표 박씨를 흥보 양주(兩主) 앉은 앞에
뚝 때그르르르르 내 떠리고
거중(擧中)에 둥실 솟아 백운 간으로 날아간다
풀이
삼동을 다 지내고 춘삼월이 방장(方將)커날: 겨울을 다 지내고 춘삼월이 당장 도달하니
거중(擧中)에 둥둥 높이 떠어: 공중에 둥둥 높이 떠서
서촉지척(西蜀咫尺)이요 동해창망(東海滄茫)허다: 서쪽의 촉나라 땅은 지척이요, 동해는 멀고 아득하다
축융봉(祝融峯): 중국의 산 이름
석양천(夕陽天)이 거기노라: 해가 지는 하늘이 바로 거기이다
회안봉(廻雁峯): 중국 형산의 최고봉
황능묘(黃陵廟): 순임금의 두 아내를 모신 사당
이십오현탄야월(二十五弦彈夜月): 달밤에 타는 이십오현 거문고. 당나라 시인 전기(錢起)의 「귀안(歸雁, 돌아가는 기러기)」에서 따왔다.
소상하사등한회 瀟湘何事等閑回 소상에 무슨 일 있어 저리 돌아오나
수벽사명양안태 水碧沙明兩岸笞 물은 푸르고 모래는 맑고 강기슭에는 이끼가 끼었는데
이십오현탄야월 二十五弦彈夜月 스물다섯 줄 큰 거문고를 달밤에 타니
불승청원각비래 不勝淸怨却飛來 애절한 슬픔 견디지 못해 다시 날아서 가네
황학일거불부반(黃鶴一去不復返) 백운천재공유유(白雲天裁空悠悠)라: 당나라 시인 최호(崔顥)의 「황학루(黃鶴樓)」에서 따온 구절이다
석인이승황학거 昔人已乘黃鶴去 옛 사람은 이미 황학 타고 떠났고
차지공여황학루 此地空餘黃鶴樓 이곳에는 황학루만 남아 있네
황학일거불복반 黃鶴一去不復返 황학은 한번 가면 다시 오지 아니하고
백운천재공유유 白雲千載空悠悠 흰 구름만 천년동안 하릴없이 떠돈다
공수창가도리계(空守娼家桃李磎)라: 당나라 시인 노조린(盧照隣)의 「장안고의(長安古意)」에서 따온 구절이다
구요협객부용검 俱邀俠客芙蓉劍 함께 협객을 맞으니 부용검이요
공숙창가도리계 共宿娼家桃李磎 창가에 함께 자니 복사꽃 오얏꽃 핀 냇가로다
낙매화(落梅花)를 툭 차 무연(舞筵)에 펄렁 떨어지고: 두보의 시 「성서피범주(城西陂泛舟)」를 풀어 쓴 말이다. 연축비화낙무연(燕蹴飛花落舞筵), 즉 제비가 꽃을 차서 춤추는 자리에 떨어뜨린다는 뜻이다.
연제지간(燕齊之間): 연나라와 제나라의 영역
지세를 살펴보니 채령산 대원맥(大原脈)이 중령(中領)으로 흘리져: 지세를 살피니 채령산 산불기가 중앙으로 흘러 내리어
문물이 빈빈(彬彬)허고 풍속이 희희(凞凞)하야: 문물이 조화롭고 풍속이 빛나고
만만세지금탕(萬萬歲之金湯): 철벽과 같이 굳건한 방비를 갖춘 오래갈 도성. 한양을 말한다.
당상당하비거비래(堂上當下飛去飛來) 편편(翩翩)이 노난 거동은: 들보 위 아래로 나는 제비의 거동은
지지지지 주지주지 거지연지 우지배요: 제비의 울음소리를 흉내 내어 한자로 풀이한 제비의 인사말. 지(之)자를 빼고 뜻을 이어보면, “知主(지주) 去年又拜(거년우배) 落脚絶連之(낙각절연지) 恩德酬之次(은덕수지차) 啣瓢來拜(함표래배): 주인님, 작년에 이어 또 인사 올립니다, 떨어져 부러진 다리를 이어준 은덕을 갚을 차로 박씨를 물고 와 절을 드립니다.”의 뜻이 된다.
절골양각(折骨兩脚): 뼈가 부러진 두 다리
해설
「제비노정기」는 가야금병창이다. 『흥보전』에서 강남 갔던 제비가 중국을 거쳐 흥보집에 돌아오는 노정과 흥보에게 박씨를 물어다주는 장면을 엮은 대목이다.
o 가난타령
노랫말
(아니리)
이렇게 제비가 박씨를 툭, 떨어뜨려 놓으니
흥보 마누라가 주워 들고
여보 영감! 제비가 연씨를 물어 왔오.
그게 연씨가 아니라 박씨로세.
동편 처마 끝에 거름 놓고 심었드니 박 세 통이 열렸것다.
팔월 추석은 당하고 먹을 것이 없어
흥보 마누라가 어린자식들을 다리고 가난타령으로 우는디,
(창)
가난이야 가난이야 원수년의 가난이야
복이라 허는 것은 어이 허며는 잘 타는고
북두칠성님이 복 마련을 허시는가
삼신제왕님이 집 자리에 떨어질 적에
명(命)과 수복(壽福)을 점지 허느냐
어떤 사람 팔자 좋아 부귀영화로 잘사는디
이년의 신세는 어이허여 이 지경이 모두 웬일이란 말이냐
퍼버리고 앉어 울음을 운다
풀이
퍼버리고 앉어: 퍼질러 앉아
해설
「가난타령」은 가야금병창이다. 『흥보전』에서 흥보 부부가 박씨를 심고 팔월 추석을 당하여 박을 타기 직전 흥보 아내가 가난을 원망하는 대목이다.
o 화사자
노랫말
(아니리)
그때여 용왕이 우연(偶然) 득병(得病)하야 토끼의 간이 약이 된다기로
별주부가 영을 듣고 토끼를 구하러 세상을 나가는디
토끼에 얼굴을 모르는지라
화공을 불러 토끼에 화상을 그려 보난디
(중중모리)
화사자(畵寫子) 불러라 화공을 불러 들여 토끼화상을 그린다
동정유리청홍연(洞庭琉璃靑紅硯) 금수추파(錦水秋波) 거북 연적 오징어로 먹 갈아
양두화필(兩頭畵筆)을 덥뻑 풀어 단청채색(丹靑彩色)에 두루 묻혀서 이리저리 그린다
천하명산 승지강산(勝地江山) 경개(景槪) 보던 눈 그리고
난초(蘭草) 지초(芝草) 왠갖 행초(行草) 꽃 따먹던 입 그리고
두견 앵무 지지 울 제 소리 듣든 귀 그리고
봉래방장(蓬萊方丈) 운무중(雲霧中)에 내 잘 맡던 코 그리고
만화방창(萬化方暢) 화림중(花林中) 펄펄 뛰던 발 그리고
대한엄동(大旱嚴冬) 설한풍(雪寒風)에 어한(禦寒)하던 털 그려
두 귀난 쫑긋 눈은 도리도리 허리는 늘씬 꽁댕이 묫똑
좌편(左便) 청산(靑山)이요 우편(右便)은 녹수(綠水)라.
녹수청산(綠水靑山)에 애굽은 장송 휘늘어진 양류(楊柳) 속
들랑날랑 오락가락 앙거줏춤 기는 토끼
산중퇴(山中兎) 얼풋 그려 아미산월(峨眉山月)이 반륜퇴(半輪兎)
이에서 더 할쏘냐 아나 엿다 별주부야
이것을 가지고 니 가거라
풀이
화사자(畵寫子): 그림 모사하는 사람. 화공.
동정유리청홍연(洞庭琉璃靑紅硯): 동정호의 유리청에서 나는 푸른색과 붉은색이 나는 벼루
금수추파(錦水秋波): 비단처럼 맑은 가을 물결, 즉 맑은 물을 담은 연적
양두화필(兩頭畵筆): 양쪽에 화필이 달린 붓
승지강산(勝地江山): 좋은 경치의 강산
봉래방장(蓬萊方丈) 운무중(雲霧中)에: 봉래산과 방장산의 운무 중에서도 냄새 잘 맡던 코 그리고
만화방창(萬化方暢) 화림중(花林中): 봄이 되어 온갖 꽃들이 피어나는 꽃밭에서
대한엄동(大旱嚴冬) 설한풍(雪寒風)에 어한(禦寒)하던 털 그려: 몹시 추운 겨울 찬 바람에서 한기를 막아주던 털 그리고
산중퇴(山中兎): 산중 토끼
아미산월(峨眉山月)이 반륜퇴(半輪兎): 아미산에 뜬 반달에 있는 토끼인들. 이백의 「아미산월가(峨眉山月歌)」에서 ‘峨眉山月半輪秋(아미산월반륜추)’를 변형시켰다.
해설
「화사자」는 가야금병창이다. 『수궁가』에서 화공을 시켜 토끼의 화상을 그려 별주부에게 주는 대목이다.
노랫말
(아니리)
화상을 받아들고 아무리 생각해도 넣을 때가 없지
일곳 생각 허다, 옳타 넣을 때 있구나.
목을 질게 빼여 화상을 목덜미에다 집어넣고 목을 썩, 움치니
화상이 저 아래 막통창시 아래가 딱, 들어 붙었것다
옳타. 요만 허였으면 수로만리(水路萬里)를 가더라도 물 한 점 안 묻고
거침없이 다녀오겠구나.
어전(御前)에 숙배(肅拜)허고 저의 본댁으로 나올 적에
(창조 아니리)
주부 모친(母親)대부인이 계시난디 별주부가 세상 간단 말을 듣고
주부를 막 보더니, 못 가게 만류를 허는디
(창)
여봐라 주부야 내 말을 들어봐라
니가 세상을 간다 허니 무엇 허러 갈라느냐 삼대독자 니 아니냐
장탄식 병이 들어 뉘 알뜰이 구완을 허며
니 몸이 죽어져 골폭사장(骨曝沙場)에 흐여져서
오연(烏鳶)의 밥이 된들 뉘랴 손뼉을 뚜다려 주며
날려 줄 이가 뉘 있드라는 말이냐
못 가느니라 세상이라 허는 데는
한번 가면 못 오느니라 가지마라
못 가게 꼭 붙들고 만류를 허며
위방불입(危邦不入)을 가지를 마라
풀이
막통창시: 막창자
어전(御前)에 숙배(肅拜)허고: 임금이 계신 곳에 절을 하고
골폭사장(骨曝沙場)에 흐여져서: 죽어 백사장에 백골이 드러나 하얗게 변해서
오연(烏鳶)의 밥이 된들: 까마귀와 솔개의 밥이 되어
위방불입(危邦不入)을 가지를 마라: 위험한 곳은 가지를 마라
해설
「여보라 주부야」는 가야금병창이다. 『수궁가』에서 수궁을 떠나는 별주부에게 별주부의 어머니가 탄식하는 대목이다.
o 가자 어서 가
노랫말
(아니리)
그때여 토끼가 자라한테 돌려 수궁을 들어가서
용왕에게 배를 꼭 따이게 되얐는디
이놈이 어찌 꾀가 많던지 왼갖 계교를 부려 용왕을 속이고
세상을 살아 나오는디 자라 등에 업혀서 나오던 것이었다.
(창)
가자 어서 가 가자 어서 가
이수(二水) 건너 백노(白鷺)가 백로횡강(白鷺橫江) 함께 가
소지노화월일선(笑指蘆花月溢船) 초강어부(楚江漁夫)가 비인 배
기경선자(騎鯨仙子) 간 연후 공추월지단단(空秋月之團團)
자래 등에다 저 달을 싣고 우리 고향을 어서 가
환산농명월(還山弄明月) 원해근산(遠海近山)이 여기라
위수(渭水)로 돌고 돌아들어 어조(漁釣)하던 강태공은
기수(沂水)로 돌아들고 은린옥척(銀鱗玉尺)뿐이라
벽해수변(碧海水邊)을 내려가니 붉은 꽃 푸른 잎은 산영행수(山影行水)를 그림하고
나는 나비 우는 새는 춘광춘흥(春光春興)을 자랑헌다
너울너울 진달화 우질우질 계수(桂樹)들은 날 보고 반긴다
타향수궁(他鄕水宮)에 갔던 벗님이 고국산천이(故國山川)이 반가워
벽해수변(碧海水邊)을 내린 토끼 깡짱 뛰어 내리며
모르는 체로 가는구나
풀이
이수(二水) 건너 백노(白鷺)가 백로횡강(白鷺橫江) 함께 가: 이수 건너 백로와 강을 함께 건너
소지노화월일선(笑指蘆花月溢船): 웃으며 손가락으로 흰 갈대꽃과 달빛 가득한 배를 가리킴
초강어부(楚江漁夫)가 비인 배 기경선자(騎鯨仙子)간 연후 공추월지단단(空秋月之團團): 초강 의 어부가 빈 배에 기경선자, 즉 이태백이 간 연후에 빈 하늘엔 가을 달만 둥글다. 이 부분은 여정이 아니라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환산농명월(還山弄明月): 산중으로 돌아와 밝은 달을 즐김
원해근산(遠海近山)이 여기라: 바다가 멀고 산이 가까운 곳이 여기라
어조(漁釣)하던 강태공은: 고기 잡던 강태공은
은린옥척(銀鱗玉尺)뿐이라: 비늘이 번쩍번쩍하는 좋은 물고기
벽해수변(碧海水邊)을 내려가니: 푸른 물가를 내려가니
산영행수(山影行水)를 그림하고: 산 그림자 비치며 물이 내려가는 풍경이며
춘광춘흥(春光春興): 봄의 경치와 봄의 흥취
해설
「가자 어서 가」는 가야금병창이다. 『수궁가』에서 토끼가 사지(死地)를 벗어나 뭍으로 나오는 대목이다.
o 제기럴 붙고
노랫말
(아니리)
토끼가 산천(山川)을 당도하야 깡짱 뛰어 올라서더니
자라를 보고 욕을 디립디 퍼붓고 달아나는디, 이런 가관이 없것다.
(창)
제기럴 붙고 발기를 갈 녀석
뱃속에 달린 간을 어찌 내고 들인단 말이냐
미련하더라 미련하더라 너의 용왕이 미련하더라
너의 용왕 슬기롭기 날 같고 내 미련키 너의 용왕 같거드면
영낙없이 죽을 껄 내 밑 궁기 서이 아니드면
내 목숨이 어찌 살아날이거나
내 돌아간다 내가 돌아간다
떨떨거리고 나는 간다
풀이
제기럴 붙고 발기를 갈 녀석: 제 에미와 붙고 갈기 찢어놓을 녀석. 심한 욕설이다.
내 밑궁기 서이 아니드면: 내 밑구멍이 세 개가 이니었다면
해설
「제기럴 붙고」는 가야금병창이다. 「토끼가 욕하는 대목」이라고도 한다. 『수궁가』에서 토끼가 뭍으로 살아 나와서 별주부에게 욕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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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관대장자
노랫말
(아니리)
가던 토끼가 자라를 실쩍 돌아다보고, 산천 위로 올라서더니
이 놈이 수궁에서 살아 나왔데서 귀를 털고 발을 떨며
지 계교 자랑을 하며 놀아보는디.
(창)
관대장자(寬大長者) 한고조(漢高祖) 국량(局量) 많키 날만허며
운주결승(運籌決勝) 장자방이가 의사(意思) 많키가 날만허며
난세간웅(亂世奸雄) 조맹덕이가 꾀만 허기가 날만허며
신출귀몰(神出鬼沒) 제갈량이가 조화 많키 날만허며
무릉도원(武陵桃源) 신선(神仙)이라도 한가(閑暇) 허기가 날 같으랴
옛 듣던 청산두견이 자주 운다고 각 새소리
타향 수궁에 갔던 벗님이 고국산천이 반가워라
기산광야(岐山廣野) 너룬 천지 금잔디 좌르르르 깔린데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깡짱 뛰어 놀며 얼씨구 얼씨구 절씨구
얼씨구 좋구나 지화자 좋네 얼씨구나 절씨구야
풀이
관대장자(寬大長者) 한고조(漢高祖) 국량(局量) 많키 날만허며: 성품이 너그럽고 점잖은 한고조 유방이 도량이나 궁리가 나만 하며. 즉 토끼가 한고조보다 더 뛰어나다는 뜻.
운주결승(運籌決勝) 장자방이가 의사(意思) 많키가: 전쟁에서 승리를 결정하는 장자방이가 생각 많기가
기산광야(岐山廣野): 기산의 넓은 들
해설
「관대장자」는 가야금병창이다. 『수궁가』에서 토끼가 수궁에서 살아나온 뒤 자신의 계교를 자랑하는 대목이다.
o 화초타령
노랫말
(아니리)
그때여 송천자(宋天子)께옵서 세상에 기화요초(琪花搖草)를
황극전(皇極殿) 너른 뜰에
가득히 심어놓고 조석(朝夕)으로 화초구경을 허시난디
(창)
화초도 많고 많다 팔월부용(八月芙蓉)에 군자용(君子容)
만당추수홍련화(滿塘秋水紅蓮花)
암향부동(暗香浮動)에 월황혼(月黃昏)소식 전튼 한매화(寒梅花)
진시유랑(盡是劉郞)에 거후재(去後栽)난 붉어있는 복숭꽃
월중천향(月中天香)의 단계자향문십리(丹桂子香聞十里)의 계화(桂花)꽃
요염섬섬옥지갑(妖艶纖纖玉紙匣)의 금분야용(金粉冶容) 봉선화
구월구일용산음(九月九日龍山飮) 소축신(笑逐臣) 국화꽃
공자왕손방수하(公子王孫芳樹下)에 부귀(富貴)할 손 모란화
이화만지불개문(梨花萬地不開門) 장신궁중(長信宮中)에 배꽃
칠십제자(七十弟子)를 강론(講論)을 허니 행단춘풍(杏壇春風)에 살구꽃
천태산(天台山)들어가니 양변개작약(兩邊開芍藥)이요
촉국한(蜀國恨)을 못 이기여 제혈(啼血)허던 두견화
원정부지이별(怨征夫之離別)을 허니 옥창오견(玉窓五見)에 앵도화
요화 노화 계관화 이화 채화 석연화
홍국 백국 시월국화 장미화 능선화
영산홍 차산홍 외철쭉 진달화
난초 지초 왼갖 행초 비파 향매에 능금이며
오미자 치자 감자 대추 갖은 과목(果木) 층층이 심었는데
향풍(香風)이 건듯 불면 벌 나비 새 짐승들이 지지 울며 노는구나
풀이
팔월부용(八月芙蓉)에 군자용(君子容): 팔월에 피는 연꽃의 군자와 같은 모습
만당추수홍련화(滿塘秋水紅蓮花): 가을 연못에 가득 핀 붉은 연꽃
암향부동(暗香浮動)에 월황혼(月黃昏) 소식 전튼 한매화(寒梅花): 그윽한 매화 향기가 달빛 속에 떠도는 그러한 겨울 매화. 송나라 시인 임포(林逋)의 「산원소매(山園小梅)」의 한 구절이다.
중방요락독훤연 衆芳搖落獨暄姸 꽃들 다 졌는데 홀로 아름다워
점진풍정향소원 占盡風情向小園 풍정을 누리며 정원으로 향하였네
소영횡사수청천 疎影橫斜水淸淺 맑고 얕은 물 위에 성긴 그림자 비끼고
암향부동월황혼 暗香浮動月黃昏 황혼 달빛 속에 은은한 향기 떠도누나
진시유랑(盡是劉郞)에 거후재(去後栽)난 붉어있는 복숭꽃: 이 모두가 유랑이 간 뒤에 심은 꽃들이다. 당나라 시인 유우석(劉禹錫)이 모함을 받아 10년 귀양살이를 한 후 돌아온 뒤 복숭아꽃을 보고 지은 시 「자랑주지경희증간화제군자(自郞州至京戱贈看花諸君子)」에서 나온 구절. ‘유랑’은 유우석을 말한다.
자맥홍진불면래 紫陌紅塵拂面來 장안거리 먼지 일어 얼굴 스치네
무인부도간화회 無人不道看花回 모두들 복사꽃 보고 오는 사람들이라네
현도관리도천수 玄都觀裡桃千樹 현도관에 복숭아 나무 천 수나 되는데
진시유랑거후재 盡是劉郞去後栽 모두가 내가 떠난 뒤에 심은 것들이란다
월중천향(月中天香)의 단계자향문십리(丹桂子香聞十里)의 계화(桂花)꽃: 달 가운데 붉은 계수나무 향기가 십리를 가는 계화꽃
요염섬섬옥지갑(妖艶纖纖玉紙匣): 요염한 자태와 고운 손으로 종이를 고아 만든 함
금분야용(金粉冶容): 금분으로 단장한 고운 얼굴
구월구일용 산음(九月九日龍山飮) 소축 신(笑逐臣) 국화꽃: 구월구일 용산에 올라가 시를 읊으니 쫓겨난 신하를 비웃던 국화꽃. 이백의 시 「구월용산음(九月龍山飮)」에서 나온 구절.
공자왕손방수하(公子王孫芳樹下): 공자와 왕손이 꽃다운 나무 밑에서 논다
이화만지불개문(梨花萬地不開門): 지는 배꽃, 뜰에 가득 쌓여도 문을 열지 않는다
장신궁중(長信宮中): 장신궁 속에서
천태산(天台山) 들어가니 양변개작약(兩邊開芍藥)이요: 천태산에 들어가니 길 양쪽에 작약이 피어 있음
촉국한(蜀國恨)을 못 이기여 제혈(啼血)허던 두견화: 촉나라가 망한 한을 못 이겨 피를 쏟아내던 두견화
원정부지이별(怨征夫之離別)을 허니 옥창오견(玉窓五見)에 앵도화: 전쟁터로 간 낭군과의 이별을 원망하면서 창가로 앵도화를 다섯 번을 본다. 즉 이별한 지 5년이 되었다는 것.
해설
「화초타령」은 가야금병창이다. 『심청가』에서 심청이 환생 직후 황제를 만나기 직전 황제가 화초 구경을 즐기는 대목이다.
o 올라간다
노랫말
(아니리)
그때여 심봉사가 뺑덕이네를 다리고 황성 맹인잔치를 올라갈 제,
가다가 날이 저물어지니 한 주막에 들었던가 보더라
그곳에서 뺑덕이네를 잃고 할 일 없이 혈혈단신(孑孑單身)으로
황성을 올라가는디,
(창)
올라간다 올라간다 황성 천리를 올라갈 제
주막 밖을 나서더니 그래도 생각나서
섰던 자리에 퍽썩 주저앉더니
아이고 뺑덕이네야 뺑덕이네 뺑덕이네야 몹씰 년아
눈 뜬 가장(家長)배반키도 사람치고는 못헐 텐디
눈 어두운 날 버리고 니가 무엇이 잘 될쏘냐
새서방 따라서 잘 살어라
바람만 우루루루루 불어도 뺑덕이넨가 의심을 허고
나뭇잎만 버썩 떨어져도 뺑덕이넨가 의심을 헌다
그렁저렁 길을 걸어 한 곳을 당도허니
산래유수(山來流水)는 청산(靑山)으로 돌고
이 골목이 쭈루루루루 저 골물이 솰솰
열의 열두 골물이 한트로 합수쳐
천방저 지방저 월턱쳐 구부져
청산유수(靑山流水)는 골골이 흘러내려 사람의 정신을 돋우어낸다
풀이
산래유수(山來流水)는: 산에서 흐르는 물은
해설
「올라간다」는 가야금병창이다. 『심청가』에서 심봉사가 황성의 맹인잔치에 참가하기 위해 황성으로 올라가다가 뺑덕이네를 잃고 당황하는 대목이다.
노랫말
(아니리)
이렇듯 목욕을 하고 수변에 나와 심봉사 옷을 입을 양으로
아무리 찾아보아도 의복이 없거날,
아, 내가 분명 여기다 지팽이로 눌러 놨는디 어디로 갔을까?
바람에 날라 갔는가.
허허. 거 누가 나하고 농 할라고 실쩍 감춘 것 아니여?
아, 이리 내놔. 내 의복 내놔.
아무리 찾고 헤메어도 적막강산에 대답이 없거날
그제야 도둑맞은 줄 짐작하고
(창)
그 자리에 엎드러져서
허허 이제는 꼭 죽었네 허허 이제는 영 죽었네
불꽃같은 이 더위에 옷을 훨씬 벗었으니 디여서도 죽겠구나
알몸이 되었으니 굶어서도 꼭 죽었네
백수풍신(白首風神) 늙은 몸이 황성 길을 어이 갈이거나
이 무지한 도적놈들아 내 의복 가져오너라
먹고 입고 남은 허다헌 부자집 다 버리고 내 것을 가져가니
그게 차마 될 말이냐
봉사 것 가져가면 열두 대 줄 봉사 난단다
내 옷 가져오너라 나 어쩌다 훨씬 벗었오
귀머거리 앉인뱅이 날보다는 상팔자라
일월이 밝았으나 동서분별(東西分別)을 내 못하니 살어 있는 내 팔자야
모진 목숨 죽지도 못 허고 내가 이 지경이 웬일이냐
풀이
백수풍신(白首風神): 머리가 허연 노인의 풍채
봉사 것 가져가면 열두 대 줄 봉사 난단다: 봉사의 것을 훔쳐가면 자손 열두 대에서 줄줄이 봉사가 태어난다
해설
「그 자리에 엎드러」는 가야금병창이다. 『심청가』에서 심봉사가 옷을 도둑맞고 탄식하는 대목이다.
노랫말
(아니리)
이리 한참 설리 울 제
그때 마침 무릉태수 그곳을 지나시다,
심봉사의 불쌍한 거동을 보시고 가긍이 여겨
상하의복 한 벌을 내여 주시니 심봉사 받아 입고 백배치사(百拜致謝)한 연후에,
낙수교를 건너 녹수정을 들어가니 때는 마침 농번기라,
그 마을에 사는 부인네들이 모여서 방아를 찧다가 심봉사를 보고
농을 청하것다.
보시오 봉사님 거기 가는 봉사도 황성 맹인잔치 가는 봉사지메?
아 그리 가지 말고 이리와 방아나 좀 찧어주고 가시오.
거 방아를 찧어주면 그냥 찧어 준단 말이여?
아 방아를 찧어주면 밥도 주고, 술도 주고, 괴기도 주고 하지요.
거 실없이 여러가지 껏 준다, 그래 봅시다.
일포식(一飽食)도 재수라 하였으니, 한번 찧어 봅시다.
심봉사가 방아 위에 올라서서 방아소리를 메기며 한번 찧어 보는디,
(창)
어유와 방아요 어유와 방아요
떨크덩떵 잘 찧는다 어유와 방아요
이 방아가 뉘 방아 강태공의 조작(造作)이로다 어유와 방아요
태고(太古)라 천황씨(天皇氏)는 이목덕(以木德)으로 왕(王) 허였으니 남기 아니 중할씨고
어유와 방아요
유소씨(有巢氏)구목위소(構木爲巢) 이런 나무로 집지셨나 어유와 방아 요
어유와 방아요 떨크덩떵 잘 찧는다 어유와 방아요
옥빈홍안(玉賓紅顔) 비녈런가 가는 허리에 잠(簪)이 질렀구나
어유와 방아요
머리 들어서 오르는 양은 창해노룡(蒼海老龍)이 성을 낸듯
머리 숙여 내린 양은 주문왕(周文王)의 돈수(頓首)일런가
어유와 방아요
길고 가는 허리를 보니 초왕(楚王) 궁녀에 허리일런가
어유와 방아요 떨크덩떵 잘 찧는다 어유와 방아요
오고대부(五羖大夫)죽은 후에 방아소리가 끊혔더니
성상(聖上)즉위(卽位)하사 국태민안(國泰民安)하옵신데
하물며 맹인잔치는 고금에 없는지라
우리도 태평성대(太平聖代) 방아타령을 하여보자세
어유와 방아요 떨크덩덩 잘 찧는다 어유와 방아요
(아니리)
아 우리가 이렇게 느리게 찧을게 아니라
좀 자주자주 찧어 봅시다. 그래 봅시다.
(창)
어유와 방아요 어유와 방아요 어유와 방아요
만첩청산(萬疊菁山)을 들어가 길고 곧은 솔을 베어
이 방아를 놓았는가 어유와 방아요
방아 만든 모양보니 사람을 비(比)양턴가
두 다리를 쩍 벌렸구나 어유와 방아요
한 다리 올려 놓고 한 다리 내려 딛고 오리락 내리락 하는 양
이상하고도 맹랑하다 어유와 방아요
황성천리(皇城千里) 가는 길에 방아찧기도 처음이로구나
어유와 방아요 어유와 방아요 떨크덩 떵떵 잘 찧는다 어유와 방아요
고소하구나 깨방아 찐득찐득 찰떡방아 어유와 방아요
호호 맵다 고추 방아 어유와 방아요 어허유와 방아요 어유와 방아요
점심참이 늦었구나 어유와 방아요
떨크덩 떵떵 잘 찧는다 어유와 방아요
풀이
백배치사(百拜致謝): 여러 번 절을 하며 감사를 드림
일포식(一飽食)도 재수라 하였으니: 한 번 배불리 먹는 것도 재수라 하였으니
강태공의 조작(造作)이로다: 강태공이 만든 것이로다
태고(太古)라 천황씨(天皇氏)는 이목덕(以木德)으로 왕(王)허였으니: 태고에 천황씨는 목덕(임금의 덕)으로 왕을 하였으니
남기 아니 중할씨고: 나무가 아니 중할씨고. 나무가 소중하다.
유소씨(有巢氏) 구목위소(構木爲巢): 유소씨가 나무를 얽어 집을 지었나. 유소씨는 중국의 전설상의 임금으로 새가 둥지를 트는 것을 보고 집을 지었다 함.
옥빈홍안(玉賓紅顔) 비녈런가 가는 허리에 잠(簪)이 질렀구나: 젊은 여인의 비녀인가, 가는 허리에 비녀가 찔렸구나. 방아공이를 형상화한 표현.
창해노룡(蒼海老龍): 넓고 푸른 바다의 늙은 용
주문왕(周文王)의 돈수(頓首)일런가: 주문왕이 땅에 머리가 닿도록 조아림인가
오고대부(五羖大夫): 진나라의 재상 백리혜(百里)를 말함. 정치를 잘해 나라가 태평했다.
만첩청산(萬疊菁山): 깊고 깊은 산
사람을 비(比)양턴가: 사람과 비교해서 만들었던가
해설
「방아타령(가야금병창)」은 가야금병창이다. 『심청가』에서 심봉사가 황성에 가다가 방아 찧는 여인을 만나 방아를 찧어주고 밥을 얻어먹는 대목이다.
노랫말
(아니리)
이렇게 점심을 얻어 먹고 담배 피워
입에 물고 한가허니 앉었을 제
(창)
어전사령이 나간다 어전사령이 나간다
각도각읍 소경님네 오늘 잔치 망종(亡終)이니
어서 와 참례하소
수문장은 좌기를 들고 날마다 오는 소경
거주(居住) 성책(成冊)하여 들어갈 제
그때여 심봉사는 파방판에 당도하여 성책(成冊)에 불기(不記)하고
말석에 자리를 하며 시름없이 앉았구나
풀이
망종(亡終)이니: 끝이니
거주(居住) 성책(成冊)하여 들어갈 제: 거주지를 책에 기록하고 들어갈 제
심봉사는 파방판에 당도하여 성책(成冊)에 불기(不記)하고: 심봉사는 마지막 판에 당도하여 성책에 기록을 아니하고
해설
「어전사령이 나간다」는 가야금병창이다. 『심청가』에서 심봉사가 황성에 들어 맹인잔치에 마지막으로 들어가는 대목이다.
o 천지신령님이
노랫말
(아니리)
그때여 심황후께서는 부친을 상봉(相逢)할 양으로
석달 열흘 맹인잔치를 배설(排設)허고 아무리 기다려도
종래 부친의 소식이 없거늘, 혼자 앉어 탄식을 허시난디
(창조 아니리)
그때여 심황후께서는 수다(數多)이 시위(侍衛)하였으니 크게 울지는 못 허시고
속으로 느껴 탄식을 허시난디
(창)
천지신령님이 이다지도 무심턴가
황송한 처분을 물어 맹인잔치 배설키는
부친 보기가 위함인디 어이허여 못 오신고
칠십당년(七十當年) 노환으로 병이 들어서 못 오신거나
불효여식(不孝女息) 날 보내고 애통자진(哀痛自盡)을 허시다가 세상을 바리셨나
몽은사 부처님의 영험(靈驗)으로 감은 눈을 뜨옵시고
맹인 축에 빠지셨나 오날 잔치 망종인디
어이 이리 못 오신거나
(아니리)
이렇듯 자탄(自嘆)허시다 눈물 씻고 바라보니 열좌(列坐)에 앉은 맹인
처음 상을 받는지라 늦게 온줄 짐작허고,
예부상서를 불러 분부 허시되,
말석에 앉은 소경 뜰 밑에 가까이 와 거주성명을 아뢰어라.
심봉사 영을 듣고 답전에 국궁(鞠躬)허니,
심 황후께서 부친을 모르실리가 있겠느냐마는 삼년 용궁 풍상을
겪은 고로 부친의 모양이 어이 하야 한번 물으시난디
풀이
배설(排設)허고: 차려놓고
수다(數多)이 시위(侍衛)하였으니: 많은 신하들이 시위를 하고 있으니 크게 울지는 못하고
황송한 처분을 물어: 황제께 부탁을 하여
애통자진(哀痛自盡): 슬프고 가슴이 아파 거의 죽을 지경이 됨
맹인 축에 빠지셨나: 맹인 무리에서 빠졌나, 즉 눈을 떴나
열좌(列坐): 늘어 앉은 자리
답전에 국궁(鞠躬)허니: 황후의 자리에 허리를 숙여 머리를 조아리고
해설
「천지신령님이」는 가야금병창이다. 『심청가』에서 심황후가 맹인잔치에서 부친을 만나지 못해 탄식하는 대목이다.
노랫말
(창조 아니리)
처자(妻子)가 있는다.
심봉사 처자 말곳허면 설움이 복받쳐 나오난디
두 눈에 눈물이 뚝 뚝 뚝 떨어지며,
(창)
예 소맹(小盲)이 아뢰리다 예 소맹이 아뢰리다
소맹이 사옵기는 황주(皇州)도화동(挑花洞)사옵고 성명은 심학규(沈學奎)요
을축년 정월 달에 산후(産後)달로 상처(喪妻)허고
칠일이 다 못 되어 어미 잃은 딸자식을 품 안에다 안고 다니며
동냥젖을 얻어 먹여 근근이 살어 갈 제
하루는 중이 와서 공양미 삼백 석을 불전에다 시주를 허면
정영이 눈을 뜬다기로, 남경장사 선인(船人)들께 삼백 석에 몸이 팔려
죽은지가 삼년이요 자식만 팔아먹었으니 자식 팔아먹은 놈을
살려두어 쓸데 있소 당장에 목숨을 죽여주오
심 황후 이말 듣고 산호주렴(珊瑚珠簾)을 떨쳐 버리고 버선발로 우루루루루루
달려들어 부친의 목을 안고 아이고 아버지 부르고 업더지니
심봉사 깜짝 놀래 허허 이게 웬 말이요
나는 자식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요
나를 죽일라면 고이 죽여주옵소서
심황후 기가 막혀 아이고 아버지
여태 눈을 못 뜨셨오 그려
내 정성 부족턴가 몽은사 화주승이 영험이 없으신가
인당수 풍랑중에 빠져죽던 심청이가 살아서 여기 왔오.
아버지 눈을 떠서 나를 봅시오
심 봉사 이말 듣고 먼 눈이 번쩍거리며 허허 이게 웬 말이냐
내 딸 심청이는 인당수 죽었는디 여기가 어디라고
살아오다니 웬 말이냐 이승이냐 저승이냐 내가 꿈을 못 깨었나
아이고 갑갑 허여라 우리 딸 같으면 어디 좀 보자
보자 보자 자자 보자
풀이
심봉사 처자 말곳허면: 심봉사 처자 말만 하면
소맹(小盲): 맹인이 스스로를 낮춰 이르는 말
산후(産後)달: 산후증
정영이: 정말로
산호주렴(珊瑚珠簾): 산호로 만든 주렴
업더지니: 엎어지니
해설
「예 소맹이 아뢰로다」는 가야금병창이다. 『심청가』에서 심봉사가 딸을 만나 눈을 뜨는 가장 극적인 대목이다.
가야금병창은 가야금을 연주하면서 노래를 하는 연주형태를 말한다. 가야금병창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으나, 20세기 초부터 독립적인 국악의 한 장르로 인식되어 전승되고 있다. 김창조(金昌祖, 1865~1919)는 현재의 가야금병창 형태를 확립시킨 명인으로 오수관에게 전수하였고, 오수관은 오태석과 이소향 등에게 전수하였다. 이 무렵 심상건, 강태홍, 한성기, 정남희와 같은 명인들도 가야금병창으로 명성이 있었다. 오태석은 박귀희(朴貴姬, 1921~1993)에게 전수하였다. 박귀희는 가야금병창을 크게 중흥시켰으며, 많은 곡을 새롭게 가야금병창으로 편입하고, 여러 제자를 길렀다. 정달영(鄭達榮, 1922~1997)과 장월중선(張月中仙, 1925~1998)의 가야금병창도 이어지고 있다.
o 얼씨구나 절씨구
노랫말
(아니리)
허고 버쩍 눈을 뜨고 보니
갑자사월 초파일야 꿈속에 보던 얼굴 분명한 내 딸이로구나.
부녀 천륜(天倫)이어든 불에 넣어도 타지지 않고 톱으로 써도
떨어지지 않는 부모 윤기(倫紀)라,
부녀간에 죽을지 살지 모르며 한번 놀아 보는디
(창)
감은 눈을 버쩍 뜨고 보니 갑자사월 초파일야
꿈 속에 보던 얼굴 분명한 내 딸이로구나
얼씨구나 절씨구 얼씨구나 절씨구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얼씨구나 절씨구
감었던 눈을 뜨고 보니 천지일월(天地日月)이 장관(壯觀)이요
황극전(皇極殿) 높은 궁궐 맹인잔치도 장관이요
열좌(列坐) 맹인이 눈을 떴으니 춤출 무(舞)짜가 장관이로다
얼씨구나 절씨구야
송천자 폐하도 만만세 심황후 폐하도 만만세 만세 만세 만만세
억만세를 누리소서 얼씨구 얼씨구 절씨구
얼씨구나 아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얼씨구나 절씨구
어 얼씨구 얼씨구 좋구나
그때여 심 봉사는 딸에 덕에 눈을 뜨고 심황후 성덕(聖德)으로
부친 눈 띄였으니 그 뒤야 뉘 알리요 더질 더질 더질
풀이
부녀 천륜(天倫)이어든 불 에 넣어도 타지지 않고 톱으로 써도 떨어지지 않는 부모 윤기(倫紀)라: 부녀의 천륜이면 불에 넣어도 타지 않고 톱으로 썰어도 끊어지지 않는 부모와 자식의 윤리와 원칙이라
성덕(聖德)으로: 황제의 덕으로
해설
「얼씨구나 절씨구」는 가야금병창이다. 『심청가』에서 심봉사 심청 부녀가 상봉하는 마지막 장면이다.
o 화용도
노랫말
(아니리)
그때여 공명(孔明)선생 주유전(周瑜前) 하시는 말씀
바람은 천공지조화(天空之造化)온데 인력(人力)으로 어이하오리까
성사(成事)는 재천(在天)이요 모사(謀事)는 재인(才人)이라,
나 할 일 다 한 후에 천의(天意)야 어리하리
남병산에 올라가 동남풍을 비오리다.
(창)
그때여 공명선생 학창의(鶴衣)를 거둠거둠 흉중(胸中)에다가 딱 붙이고
군사를 불러 영을 내린 후
남병산을 퉁 퉁 퉁 올라가 동남풍을 빌어 볼 제
머리 풀고 벌 벗은 채 학창의 거둠거둠
흉중에 고이 안고 남병산하로 내려갈 제
강촌(江村)은 요락(寥落)허고 강촌은 요락하고
새 별이 둥실 덨다 지난 달 비껴 도용도용(滔溶滔溶) 떠나갈 제
그때여 오나라 주유는 군병을 재촉하야 동남풍을 기다릴 제
이날 간간(間間) 천색(天色)은 청명(淸明)한데 미풍(微風)이 부동(不動)이라
말이 맞지 못하야 삼경시(三更時) 부는 풍설 깃발을 움직인다
주유 바삐 장대(將臺)에 나서 깃발을 바라보니
청룡주작(靑龍朱雀)은 백호현무(白虎玄武) 응하야 솨르르르르 삽시간에 동남대풍
어 일어나더니마는 서북으로 깃발이 펄렁 펄렁 펄렁
주유 놀래여 탄식 왈(曰)
이 사람의 탈조화(奪造化)는 귀신도 난측(難測)이라
만일 오래 두어서는 동오(東吳)에 화근(禍根)이요
일찍 죽여 후환(後患)없이 올다허고
서성(徐盛) 정봉(丁奉)을 급히 불러 수륙(水陸)으로 나누어
장단(長短)에 묻지 말고 제갈량의 머리를 한 칼에 댕기렁 비어오라
음 철기(鐵騎)를 내여 주니 철기를 내여 주니
서성은 배를 타고 정봉은 말을 놓아
남병산에 달려들어 사면(四面)을 바라보니
집기장사(執旗壯士)는 당풍립(當風立)허고 지재공명(只在孔明)은 지기이거(知其已去)라
군사를 불러 묻는 말 이놈 군사야 공명이 어디로 가시드냐
저 군사 여짜오되 저 군사가 여짜오되
바람을 얻은 후 머리 풀고 발 벗고 이 너머로 가더이다
두 장수 분(憤)을 내여 서성 정봉이 분을 내여
오강변(吳江邊) 내려가니 원근창파(遠近蒼波) 물결은 흉용(洶湧)헌데
공명은 거래무처(去來無處)라
수졸(水卒)이 들어서 고한다 수졸이 들어서 고한다
작일(昨日) 일모시(日暮時)에 일척 소선(小船)하나 강안(江岸)에 매였거날
양양강수(洋洋江水) 맑은 물고기 낚는 어선 배
십리장강벽파상(十里長江碧波上)에 왕래허던 거루선
오호상연월야(五湖上煙月夜)에 범상공(范相公) 가는 배
동강칠리탄(桐江七里灘)에 엄자릉(嚴子陵)이 낚시 배
야박진회근주가(夜泊秦淮近酒家) 술을 실러 가는 배
강 아래 매인 배를 만단(萬端) 의심을 허였더니
뜻밖에 어떤 사람이 피발도선(被髮徒跣) 머리 풀고 발 벗고 창황분주(倉惶奔走)로 내려와
장군님 허더니 읍 하고 고개 까딱 하하하 웃고
그 배를 잡어 타고 급히 저어 가더이다
두 장수 분을 내여 옳다 그것이 공명일따
공명이 타고 간 배 지 아무리 비선(飛船)이어든
천리장강(千里長江)을 다 갔으리 니가 만일 배를 더디 저 공명을 못 잡으면
니 목을 댕기렁 비어 이 물에다 풍 디리 치면
너의 백골을 뉘 찾으리 사공이 황황대겁(惶惶大怯)하야
어기야 어기야 어 흐어어야하 이이 어기야 어기야 어기야
허거야 허거야 허거야 허거야 위겨라 위겨라 위겨라
살과 같이 쫓아가니 오강 여울에 떴는 배
공명이 분명커날 서성이 나서 외어 왈(曰)
저기 가는 공명선생 가지 말고 게 머물러 우리 도독(都督)청래(請來)허오
공명이 하하하 웃고
너의 도독 살해(殺害) 마음 내 이미 알았으니 후일 보자고 회보(回報)하라
그래도 배가 쫓아와 백보(百步) 안에 가 드듯마듯 한 장수 나온다
또 한 장수가 나와 한 장수 나온다
얼굴은 형산(荊山)에 백옥(白玉)이요 눈은 소상(瀟湘)에 물결같이
잉어 허리 곰의 팔에 팔척신장(八尺身長)
세지갑옷에 황금투구 망망조대를 눌러 띠고 뱃머리 우뚝
크게 외여 하는 말
상산에 조자룡을 아는다 모른다
유공(有功)허신 우리선생 너희나라 들어가서
우리 현주(賢主) 영을 받어 선생을 모셨거날
니 감히 쫓아오니 너를 죽여서 마땅허되
양국화친(兩國和親)을 생각하야 죽이던 않커니와
나의 수단이나 네 보아라 나의 수단이나 네 보아라
철궁(鐵弓)에다 왜전(矮箭) 메겨 비정비팔(非丁非八) 흉허복실(胸虛腹實) 삽북씨고
깍지손을 따르르르 끄어 귀 밑 아씩 바짝허고
하삼지 들받아 호목배 거들어 삼동이 바르게 대투를 뻣뻣
눈을 바르게 턱을 숙이고 주먹이 터지게 줌통을 다 쥐고
앞뒤고 꼭 쥐어짜고 귀밑 팽
깍지손을 뚝 떼니 번개같이 빠른 살이 솨르르르르
서성 탄 배 돛대 뚝딱 맞어 와질끈 물에 풍
거꾸러져서 오던 배 가로 저어 뱃머리
뺑뺑뱅뱅 빙빙 워루루루루루 출렁 뒤뚱 거려 퉁덩 떠나간다
풀이
주유전(周瑜前): 주유에게
바람은 천공지조화(天空之造化)온데 인력(人力)으로 어이하오리까: 바람은 하늘과 허공의 조화인데 사람의 힘으로 어찌 바꾸겠습니까
성사(成事)는 재천(在天)이요 모사(謀事)는 재인(才人)이라: 일을 꾸미는 것은 사람이 하지만 일을 이루는 것은 하늘의 일이다
천의(天意): 하늘의 뜻
거둠거둠 흉중(胸中)에다가 딱 붙이고: (옷을)대강 걷어 가슴에다 딱 붙이고
강촌(江村)은 요락(寥落)허고: 강가에 있는 마을은 황폐하고도 쓸쓸한데
도용도용(滔溶滔溶) 떠나갈 제: 넘실넘실 떠나갈 제
이날 간간(間間) 천색(天色)은 청명(淸明)한데 미풍(微風)이 부동(不動)이라: 때때로 하늘색은 청명하고 바람은 조금도 불지 않는데
말이 맞지 못하야 삼경시(三更時) 부는 풍설 깃발을 움직인다: 예상외로 삼경이 되니 부는 찬 바람이 깃발을 움직인다. ‘풍설(風雪)’은 눈바람이 아니라 찬 바람으로 해석한다.
청룡주작(靑龍朱雀)은 백호현무(白虎玄武) 응하야 솨르르르르 삽시간에 동남대풍: 동남풍이 일어나는 상황을 묘사한 것. 동남풍에 군대의 기가 펄럭인다는 뜻.
이 사람의 탈조화(奪造化)는 귀신도 난측(難測)이라: 공명의 조화를 벗어남은 귀신도 예측할 수 없구나
장단(長短)에 묻지 말고: 옳고 그름이나 사정을 묻지 말고
집기장사(執旗壯士)는 당풍립(當風立)허고: 기를 든 군사들은 바람을 맞고 서 있고
지재공명(只在孔明)은 지기이거(知其已去)라: 다만 있어야 할 공명은 이미 떠난 것을 알았더라
오강변(吳江邊) 내려가니 원근창파(遠近蒼波) 물결은 흉용(洶湧)헌데: 오나라 강변으로 내려가니 멀고 가까운 강의 푸른 물결은 세차게 일어나는데
공명은 거래무처(去來無處)라: 공명은 간 곳이 없구나
작일(昨日) 일모시(日暮時)에: 어제 해 질 무렵
오호상연월야(五湖上煙月夜)에 범상공(范相公)가는 배: 오호 위에 안개 낀 달밤에 초나라의 범려의 배인지
동강칠리탄(桐江七里灘)에 엄자릉(嚴子陵)이 낚시 배: 동강 칠리탄에서 황제의 부름에도 응하지 않고 숨어 살던 엄자릉의 배인지
야박진회근주가(夜泊秦淮近酒家)술을 실러 가는 배: 당나라 시인 두목(杜牧)의 「박진회(泊秦淮)」에서 연유하는 구절. 원시(原詩)는 다음과 같다.
연롱한수월롱사 煙籠寒水月籠沙 안개는 찬 강물 뒤덮고 달빛은 모래위에 그득하네
야박진회근주가 夜泊秦淮近酒家 어둠속 진회강가 배를 대니 술집이 가깝구나
상녀부지망국한 商女不知亡國恨 기생은 망국의 아픔을 몰라
격강유창후정화 隔江猶唱后庭花 강 건너 저쪽에서 후정화를 부르네
강 아래 매인 배를 만단(萬端)의심을 허였더니: 강 아래에 매인 배가 어떤 배인지 여러 가지로 의심을 하였더니
피발도선(被髮徒跣): 머리 풀고 발 벗고
창황분주(倉惶奔走): 바쁘고 황급히
장군님 허더니 읍 하고 고개 까딱 하하하 웃고: 장군님 하고 읍하는 사람은 조자룡, 고개 까딱 하하하 웃은 사람은 공명
아무리 비선(飛船)이어든: 아무리 빠른 배라도
니가 만일 배를 더디 저: 니(사공)가 만약 배를 늦게 저어
사공이 황황대겁(惶惶大怯)하야: 사공이 크게 놀라
우리 도독(都督) 청래(請來)허오: 우리 도독(주유)이 오시라고 하오
백보(百步) 안에 가 드듯마듯 한 장수 나온다: 백 보 안에 가 들듯말듯 할 때 한 장수가 나온다
형산(荊山)에 백옥(白玉)이요 눈은 소상(瀟湘)에 물결같이: 얼굴은 형산의 백옥같이 빛나고 눈은 소상강의 물결같이
세지갑옷: 쇄자(鎖子)갑옷의 와음. 쇄자갑옷은 원형의 쇠고리를 꿰어 만든 갑옷.
망망조대: 알 수 없다
철궁(鐵弓)에다 왜전(矮箭) 메겨: 쇠뇌에다 짧은 화살을 시위에 메겨
비정비팔(非丁非八) 흉허복실(胸虛腹實): 정자도 아니고 팔자도 아닌 발걸음 자세로 가슴에 바람을 빼고 배에 힘을 주어. 활을 쏠 때의 자세를 말함.
삽북씨고: 자세히 알 수 없다. 조학진본 『적벽가』에는 ‘섯붓으며’로 되어 있다. ‘가볍게 잡고’의 사투리인 듯.
깍지손을 따르르르 끄어 귀 밑 아씩 바짝허고: 깍지를 끼는 엄지손가락을 귀밑에 아씩 바짝 대고. ‘아씩’은 찬 기운이 몸을 스쳐가는 느낌.
하삼지 들받아 호목배 거들어 삼동이 바르게 대투를 뻣뻣: 자세히 알 수 없다. 활시위를 당겨 조준하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는 대목. 집게 아래 세 손가락(하삼지)를 들받아, 머리 뒤를 뻣뻣하게 세우고.
줌통을 다 쥐고: ‘줌통’은 활의 한가운데 손으로 잡는 부분
해설
「화용도」는 가야금병창이다. 『적벽가』에서 공명이 남동풍을 부르고 난 뒤 조자룡의 배를 타고 오나라에서 탈출하는 대목이다.
이 부분은 아주 유명한 장면이어서 서도 좌창 「공명가」에도 비슷한 사설이 나온다. 사설은 박귀희본을 기본으로 하였으나 박봉술본 등을 참고하여 와음(訛音)을 바로잡았다. 다른 여러 판본의 판소리 사설보다 더 고형(古形)으로 보인다.
o 장승타령
노랫말
(아니리)
이렇게 큰 화근을 모면하고 화용도로 들어 갈 제,
한 곳을 당도허니 전면(全面)에 두 길이 있는지라, 정욱이 여짜오되
대로(大路)는 초평(草坪)하오나 이십 리가 더 머옵고
소로(小路)는 가까우나 화용도길이 험악하오니 초평대로(草坪大路)로 가사이다
조조 듣고 화를 내며
병서에 하였으되, 실즉허(實卽虛)하고 허즉실(虛卽實)이라,
꾀 많은 공명이가 대로에 복병하고 소로에 헛불놓아
날 못 가게 유인(誘因)헌들 제까짓 놈 꾀에 빠질 것 같으냐
잔말 말고 소로로 가자
장졸들을 억제하고 화용도로 들어 갈 제
(창)
이때 인마(人馬) 기진(氣盡)허여 데인 노약(老弱) 막대 짚고
상한 장졸 갱영(更令)하야 눈 비 섞어 오는 날에
산고수첩(山高樹疊) 험한 길로 후여진 잡목이며
엉클어진 칡잎을 헛첨헛첨 검처잡고 후유 끌끌 혀를 차며
촉도지난(蜀道之難)이 험타 헌들 이여서 더할쏘냐
허저 장요 서황 등은 뒤를 살펴 방어허고
정욱이가 울음을 운다
아이고 아이고 내 신세야
내 평생 소약지심(所約之心) 운주결승(運籌決勝) 허잤더니
제불종시불이(諸不終始不二)로구나 초행노숙(草行露宿) 어인 일고
승상이 망상(妄想)허여 주색 보면 한사(限死)허고
임전(臨戰)허면 꾀병트니 삼부육사(三傅六師) 간 곳 없고
백만 군사가 몰사(沒死)허니 모사(謀事)가 허사(虛事)되고 장수 또한 공수(空手)로다
이렇듯이 울음을 우니 전별장(全別將)도 울고 간다
박망(博望)의 소둔(燒屯) 겨우 살아 적벽화전 또 웬 일고
눈 비에 상한 길을 고치라고만 호령허니
지친 군사가 원(怨)없을까
전복병(前伏兵)은 살아오나 후복병(後伏兵) 다시 나면
그 일을 뉘라서 당하더란 말이냐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울음을 운다
(아니리)
이리 한참 설리 울 제, 조조 듣고 화를 내며,
사생(死生)이 유명(有命)커늘, 너희들 어찌 우는고?
다시 우는 자 있으면 군법으로 참하리라.
첩첩산중 아득 헌데 소리 없이 키 큰 장수 엄연히 서 있거늘,
조조보고 대경(大驚) 질색하야
여봐라 정욱아. 저기 선 장수가 뉘기냐, 어디서 보던 얼굴 같다.
승상님 그게 장승이로소이다
무엇이? 장승이라니, 그러면 장비네 한 일가냐?
정욱이 여짜오되
그게 화용도길 이수(里數) 표(表) 한 장승이온데 어찌 그대지 놀래시나니까?
조조 듣고 살그머니 화내며
요망한 장승놈이 영웅 나를 속였구나, 저 장승놈 잡아드려 군법으로 참하라.
좌우군졸 영을 듣고 소리치며 장승 잡아 드릴 적에 조조가 잠깐 조오는디,
비몽사몽간(非夢似夢間)에 목신(木神)이 선몽(先夢)을 허것다
(창)
천지만물 생겨 날 제 각색초목(各色草木)이 먼저 나
인황씨(人皇氏) 신농씨(神農氏) 구목위소(構木爲巢)를 허였고
헌원씨(軒轅氏) 작주거이제불통(作舟車以濟不通)을 허였고
석상(石上)의 오동목(梧桐木)은 오현금(五絃琴) 복판(腹板)되어
대순(大舜) 슬상(膝上)에 비껴 누워 남풍가(南風歌) 지어내어 시르렁 둥덩 탈 제
봉황도 춤추고 산새도 날아드니 그 아니 태평이며
문왕지감당목(文王之甘棠木)은 비파성(琵琶聲) 띠어 있고
사후영혼관판목(死後靈魂棺板木)은 백골신체(白骨身體) 안장(安葬)허고
신발실당(身發室堂) 하올 적에 율목(栗木)은 신주(神主)되어
사시절사기고일(四時節祀忌故日)에 만반진수(滿盤珍羞) 설위(設位)하고
분향헌작독축(焚香獻爵讀祝)허니 그 소중(所重)이 어떠하며
목물팔자(木物八字)가 좋다하되 이내 일신 곤궁하야
하산작량(下山作梁)이 몇 핼런고
궁궐동량(宮闕棟樑) 못 될진댄 차라리 다 버리고
대광(大廣)이나 바랬더니마는 무지한 어떤 놈이
가지 찢어 방천(防川)말과 동동이 끊어 내어
마판(馬板) 구유 작도판(斫刀板) 개밥통 칙간 가래 소용대로 다한 후에
남은 것은 목수를 시켜 어느 험한 얼굴인지
방울눈 다박수염 주먹코 주토칠(朱土漆) 팔자 없는 사모품대(紗帽品帶)
장승이라고 이름 지어 행인거래대도상(行人去來大道上)에 엄연히 세워 두니
입이 있으니 말을 허며 발이 있어 걸어갈까
눈 못 보고 말 못하며 불피풍우(不避風雨) 우뚝 서서 진퇴중(進退中)에 있는 나를
승상님은 모르시고 그대지 놀래시니 그러하고 대진(大嗔)허면
기군찬역(欺君簒逆) 아닌 나를 무죄행형(無罪行刑)이 웬일이요
분간처분(分揀處分)하옵기를 천만천만(千萬千萬) 바래내다
풀이
대로(大路)는 초평(草坪)하오나: 대로는 풀이 무성한 평탄한 길이나
실즉허(實卽虛)하고 허즉실(虛卽實)이라: 실한 곳이 허한 곳이고, 허한 곳이 실한 곳이라
헛불: 거짓으로 꾸민 불
이때 인마(人馬) 기진(氣盡)허여 데인 노약(老弱)막대 짚고: 사람과 말이 지치고(적벽 싸움에서)데인 늙고 약한 사람은 막대 짚고
상한 장졸 갱영(更令)하야: 상한 장졸에게 다시 명을 내리어
산고수첩(山高樹疊): 산이 높고 나무가 빽빽함
촉도지난(蜀道之難)이 험타 헌들: 촉나라로 가는 길이 험하다 해도
내 평생 소약지심(所約之心) 운주결승(運籌決勝) 허잤더니: 내 평생 약속한 바 마음이 여러 방법을 강구하여 승패를 가르고자 하였으나
제불종시불이(諸不終始不二)로구나: 시작과 끝을 함께 하려 했는데 되지 않았구나
초행노숙(草行露宿): 풀밭을 가며 노숙을 함
망상(妄想)허여 주색 보면 한사(限死)허고: 헛된 생각을 하여 술과 여자를 보면 죽기를 한하여 좋아하고
삼부육사(三傅六師) 간 곳 없고: 신하들이 간 곳이 없고
모사(謀事)가 허사(虛事)되고 장수 또한 공수(空手)로다: 계획이 허사가 되고 장수들 또한 빈 손이다
전별장(全別將): 모든 별장
박망(博望)의 소둔(燒屯): 박망의 전투에서 조조 군대가 유비군에게 패했음을 이르는 말. 박망에서 공명이 주준지에 불을 놓아 위니라 하후돈의 군대를 불태웠다.
전복병(前伏兵)은 살아오나 후복병(後伏兵)다시 나면: 앞에 복병이 오거나 뒤에 복병에 들이닥치면
사생(死生)이 유명(有命)커늘: 죽음과 삶이 다 하늘의 뜻이거늘
그게 화용도길 이수(里數)표(表)한 장승이온데: 화용도길의 거리를 표시하는 장승이온데
비몽사몽간(非夢似夢間)에 목신(木神)이 선몽(先夢)을 허것다: 꿈인지 생시인지 아득한데 목신(장승의 신)이 나타나 꿈에서 무엇을 알려주는데
구목위소(構木爲巢)를 허였고: 나무를 얽어 집을 만듦
작주거이제불통(作舟車以濟不通): 통하지 못한 곳을 통하게 배와 수레를 만들었고
석상(石上)의 오동목(梧桐木)은: 바위 위의 오동나무는
오현금(五絃琴)복판(腹板)되어: 오현금의 소리통이 되어.
대순(大舜)슬상(膝上)에 비껴 누워: 위대한 순임금의 무릎 위에
문왕지감당목(文王之甘棠木)은 비파성(琵琶聲) 띠어 있고: 문왕의 감당목(팥배나무)는 비파 소리를 띠고
사후영혼관판목(死後靈魂棺板木): 사후 영혼을 위한 관을 짜는 널빤지
신발실당(身發室堂) 하올 적에: 죽은 몸이 집을 떠날 제
율목(栗木)은 신주(神主)되어: 밤나무는 신주가 되어
사시절사기고일(四時節祀忌故日): 사철 올리는 제사와 죽은 날
만반진수(滿盤珍羞) 설위(設位)하고: 상에 가득하게 좋은 음식을 차려 놓고
분향헌작독축(焚香獻爵讀祝)허니: 향을 피우고 잔을 올리고 축문을 외우니
목물팔자(木物八字)가 좋다하되: 나무로 된 물건이 팔자가 좋다하되
하산작량(下山作梁)이 몇 핼런고: 산에서 내려와 남의 집 들보가 됨
궁궐동량(宮闕棟樑): 궁궐의 대들보
대광(大廣)이나: 크고 넓은 나무 판이나
방천(防川)말: 둑이 무너지지 않게 박는 말뚝
동동이: 토막토막
마판(馬板) 구유 작도판(斫刀板) 개밥통 칙간 가래: 말의 구유 그릇(여물통)과 작두의 판목과 변소의 똥 치는 도구
다박수염: 더부룩한 수염
주먹코 주토칠(朱土漆) 팔자 없는 사모품대(紗帽品帶): 주먹토에 붉은 칠을 하고 잘 맞지도 않는 사모품대(벼슬아치의 모자와 띠)을 한 뒤. 장승의 형상을 묘사하는 구절.
행인거래대도상(行人去來大道上)에: 행인이 왔다 갔다 하는 큰 길가에
불피풍우(不避風雨): 비바람을 피하지 못하고
대진(大嗔)허면: 크게 놀래시면
기군찬역(欺君簒逆): 임금을 기망한 역적
무죄행형(無罪行刑)이 웬일이요: 죄 없는 사람에게 벌을 줌이 웬일이요
분간처분(分揀處分): 옳고 그름을 잘 따져 처분하기를
해설
가야금병창 「장승타령」은 가야금병창이다. 『적벽가』에서 조조가 조자룡에게 도망쳐 나온 뒤 화용도로 접어들어 장승을 보고 놀란 장면을 해학적으로 그린 대목이다. 조조는 이후 복병 관우를 만나 목숨을 구걸한다. 노랫말은 박귀희본을 기준으로 하되 이와 가장 유사한 박봉술본을 참고하여 와음(訛音)을 바로잡았다.
가야금병창은 가야금을 연주하면서 노래를 하는 연주형태를 말한다. 가야금병창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으나, 20세기 초부터 독립적인 국악의 한 장르로 인식되어 전승되고 있다. 김창조(金昌祖, 1865~1919)는 현재의 가야금병창 형태를 확립시킨 명인으로 오수관에게 전수하였고, 오수관은 오태석과 이소향 등에게 전수하였다. 이 무렵 심상건, 강태홍, 한성기, 정남희와 같은 명인들도 가야금병창으로 명성이 있었다. 오태석은 박귀희(朴貴姬, 1921~1993)에게 전수하였다. 박귀희는 가야금병창을 크게 중흥시켰으며, 많은 곡을 새롭게 가야금병창으로 편입하고, 여러 제자를 길렀다. 정달영(鄭達榮, 1922~1997)과 장월중선(張月中仙, 1925~1998)의 가야금병창도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장승타령 (창악집성, 2011. 07. 04., 하응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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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가야금 병창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