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舍廊房

부부(夫婦)

淸潭 2020. 4. 23. 12:56

임하필기 제8권 / 인일편(人日編)

부부(夫婦)

      
남명(南冥)이 말하기를, “평상시 지낼 때에 처자(妻子)와 함께 처해서는 안 된다. 비록 자질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점차 거기에 빠져서 결국 사람다운 사람이 되지 못할 것이다.” 하였다.

퇴계가 말하기를, “부부(夫婦)는 인륜의 지극함이고 온갖 복의 근원이다. 비록 지극히 친밀하지만 또한 지극히 바르고 삼가야 할 관계이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예우하고 공경할 것을 잊어서 대번에 서로 지나치게 가깝게 되어 마침내 업신여기고 능멸하는 등 못하는 짓이 없게 된다. 이렇게 되는 것은 모두 서로 손님처럼 공경하지 않아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의당 처음을 삼가도록 하려는 것이다.” 하였다.

백사(白沙) 이항복(李恒福)이 말하기를, “성인이 예를 제정할 때에, 일곱 살이 넘으면 남녀가 같은 자리에 앉지 않고, 수숙(嫂叔 형제의 아내와 남편의 형제) 간에는 서로 안부를 묻지 않게 하였으니, 혐의를 구별하고 은미한 데서 삼가는 뜻이 지극히 치밀하고 자세하였다. 이와 같이 하지 않으면 뒷날의 혐의를 막을 방법이 없어서 음란하고 방종하게 되는 단서를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후대의 사람들은 이러한 뜻을 알지 못하고, 친척이 서로 만났을 때에 구별을 하면 곧 ‘친척 간에 화목이 부족하다.’ 하고, 질서도 법도도 없는 집안을 가리켜 ‘친척 간에 사이가 좋다.’ 하면서, 심지어는 무릎을 대고 앉고 같은 상(床)에서 먹으면서 쓸데없는 말을 지껄여 대고 멋대로 웃어서 점점 금수(禽獸)의 지경에 빠져 들면서도 스스로 깨닫지 못한다. 그리하여 비방이 뜻밖에 일어나기도 하고 변고가 집안에서 생기기도 하여 자신이나 집안이 망하게 된 뒤에야 후회를 하니, 경계하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하였다.

퇴계의 가서(家書)에 말하기를, “어린아이가 아직까지 안에서 지낸다고 들었는데, 《예기(禮記)》에 ‘남자는 열 살이면 밖의 스승에게 나아가 거주한다.’ 하였다. 지금 이 아이가 이미 열서너 살인데, 아직까지 밖으로 나가지 않았으니, 그렇게 하면 되겠는가.” 하였다. 선생은 형수를 만나면 비록 하루에 여러 번 보았다 하더라도 반드시 절하고 공경을 극진히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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