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禪이야기

무아無我

淸潭 2018. 3. 4. 20:41

무아無我

 

사람들이 다 '나'라고 말한다.
나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몸뚱이를 나라고 한다면 꿈속의 나는 몸뚱이가 아니다.
정식情識을 나라고 한다면 그 정식이 변할 때에는 무엇으로써 나라고 하는가.

듣고 보는 것으로써 나라고 하는가.
그렇다면 소리를 들을 때의 눈[眼]은 누구이며 빛을 볼 때의 귀[耳]는 누구인가.

비록 그러하나, 뚜렷이 홀로 밝고 육체의 사역使役이 되지 않는 것이
그 가운데 존재하여, 두드리면 곧 응답한다.

알지 못하는 자는 몇 겁劫을 지나도 만나지 못하지만,
아는 자에게는 항상 나타나 그 앞에 있다.

더 어려울 수 없이 어려운 것이 이 길이고,
더 쉬울 수 없이 쉬운 것이 이 길이다.

세상 사람들은 어째서 쉬운 것을 하지 않고 스스로 어려운 것을 하는 것일까.


醉心功明者 經營莫非功名 或好才藝者 伎倆莫非才藝 及其醉者醒
或者悟 則顧念囊日


세상 사람들은 모두 나라고 말한다.
모든 것에 '나'를 내세운다.
모든 것을 나 중심으로 하려고 한다.
나라는 것을 가장 소중하게 여긴다.

그렇다면 그 '나'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만일 사람의 몸뚱이를 나라고 한다면 꿈속에 나타나는 나는 몸뚱이는 아닌 것이다.

사람의 정식情識을 나라고 한다면
그 정식이 변하고 바뀌는 경우에는 무엇을 나라고 하겠는가.

지금까지 나라고 믿어 오던 것이 갑자기 내가 아닌 것으로 변한다.

그러면 그 동안의 나는 거짓 나인가.
정식이 바뀐 뒤의 나와 전일의 나와는 딴 나인가.

보는 것이 나라면 귀는 누구이며,
듣는 것이 나라면 눈은 누구인가.

어디에도 깊이 찾아보면 나는 실존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중에 무엇인가 분명히 홀로 빛을 내며
육체의 부림을 당하지 않는 것이 존재한다.

두드리면, 누구나 두드리면 응대應待하는 것이 있다.

하지만 그 존재를 아는 자만이 언제나 그와 함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이라고 명시하지 않고,

다만 쉽기가 이보다 더 쉬운 길은 없으며,
또 어렵기가 이보다 더 어려운 길도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쉬운 길을 버리고 어려운 길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탄식할 뿐이다.

그렇다면 그 쉽고도 열력고명歷歷孤明한 존재는 과연 무엇일까.
우리 각자 생각해 보기로 하자.

옛 시에 이런 것이 있다.


이理를 깨달으니 나[我] 없음을 알겠고
공空을 보니 형체 있는 것 싫어진다.

會里知無我 觀空厭有形


고요한 밤의 종소리를 듣고
꿈속의 꿈을 깨고
맑은 못의 달 그림자를 보고
몸 밖의 몸을 엿본다.

廳靜夜之鐘聲 喚醒夢中之夢
觀澄潭之月影 窺見身外之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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