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禪이야기

인연因緣

淸潭 2018. 3. 4. 20:43

인연因緣

 

세간에서 하는 말에, "마음에 있는 것은 취중醉中에 드러나고,
정情에 있는 것은 꿈속에 보인다."고 한다.

꿈이 비록 빈 환상幻像이나, 한편 반드시 원인이 있어서 이루어진다.
하물며 인생의 영고성쇠榮枯盛衰에 어찌 그 원인이 없겠는가.

옛말에 말하기를, "전세前世의 인연을 알고자 하면 이생에서 받는 것이 그것이다.
내세內世의 인연을 알고자 하면 이생에서 짓는 것이 그것이다."라고 하였다.

사람의 일을 가지고 관찰한다면, 사람이 운運을 타고 세력을 얻어서 함부로 위복威福을
지어 남을 턱으로 지시하고 기氣를 부려도 남이 감히 원수로 삼거나 원망하지 못하지만,
그 운이 옮겨 가고 세력이 없어지면 묵은 감정과 옛빚이 때를 타서 한꺼번에 모여든다.

그렇게 되면 세상 사람들은 다만 그 시세時勢의 엎치고 뒤치는 것과 인정의
염량세태炎凉世態를 알 뿐이고, 그 유래가 멀다는 것은 생각지 않는다.

진실로 생각이 이에 이르게 된다면 무엇을 원망하고 무엇을 한탄하겠는가.


諺雲存禦於心者 發於醉中 存於情者 見於夢中 夢雖虛幻 亦必有因而成
況人生榮? 豈無因 古語云欲知前世因 今生受者是 欲知來世綠
今生作者是 以人事觀之 乘運得勢 妄作威福 ?指氣使 莫敢仇怨 及其運移勢去
夙憾舊債 乘時湊集 世人但知 其時勢飜覆 人情炎凉 不思其所由來遠矣
苟態思到 何怨何尤


인생의 모든 영고성쇠와 길흉화복은 인연에서 생기는 것이다.
즉 인과因果관계에서 생긴다는 것이다.

불가의 설說에 의하면, 인因은 친인親因이니 결과를 가져오는 주된 인因이고,
연緣은 결과를 가져오게 하는 데 보조 작용을 하는 것이다.

가령 참외를 심었을 때 참외의 씨는 인因이 되고,
노력努力. 수분. 토양土壤. 비료 따위는 연緣이 된다.

인생의 모든 일뿐 아니라 삼세육도三世六道를 통한 모든 것은 이 인연에서 생긴다고 한다.

<열반경涅槃經>에 보면,
"참외를 심으면 참외를 얻고 자두를 심으면 자두를 얻는다(種苽得苽 種李得李)."라고 하였다.

이와 비슷한 말은 유교儒敎에도 있다.

<역경易經>의 곤괘문언坤卦文言에,
"선善을 쌓은 집안에는 반드시 남긴 경사가 있고,
불선不善을 쌓은 집안에는 반드시 남긴 재앙이 있다
(積善之家 必有餘慶 種不善之家 必有餘殃)." 라고 하였다.

이렇게 모든 과果는 인因에서 온다는 생각은 유뷸儒佛이 일치하는 견해인 것 같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인因 이외에 연緣이란 것을 더 첨가하여,
일체一切 현상現象의 상대적 의존관계依存關係를 더욱 미묘하게 설명하고 있다.

인因. 연緣. 과果의 설은 불교를 성립하게 하는 근본 사상이다.
다시 말하면, 불교란 인연을 말하는 종교인 것이다.

월창 거사도, 인간 만사萬事가 다 인. 연. 과因緣果의 작용이란 것을 안다면
다시 누구를 원망할 것도, 무엇을 근심할 것도 없다고 하였다.

모든 것은 다 전생前生. 차생此生에서의 언젠가의 인연으로 생긴 것이니,
그먼 인연을 찾아 올라가면 다 자신이 만들어 놓은 것이라는 것이다.

그 인因이 있을 때에 이미 과果는 정해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전세에 내가 어떤 인을 만들었던가를 알려면 이생에서 자신이
받고 있는 것을 보면 알고, 내생來生에 어떤 결과를 받을까를 알고자 하면
이생에서 자신이 지은 것으로 미루어 알 수 있다고 하였다.

선인연善因緣에는 선과善果가, 악인연惡因緣에는 악과惡果가 온다는 것이다.

옛 시에 이런 것이 있다.


내 단청丹靑과 더불어 두 번이나 몸 바꾸어
세간에 유전流轉하다가 마침내 티끌이 되었네.
다만 이 물건이 다른 물건 아님을 알 뿐이니
지금 사람이 곧 옛사람이냐고 묻지는 마오.

我與丹靑 兩幻身 世間流轉會成塵
但知此物非他物 莫問今人昔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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