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구문(自己口吻)
[요약] (自: 스스로 자. 己: 자기 기. 口: 입 구. 吻: 입술 문)
자신의 입과 입술은 속여도 되지만 남을 속여서는 안 된다는 뜻.
[출전] 《정약용(丁若鏞) 여유당전서(定本 與猶堂全書)》
) -->
[내용] 정약용(丁若鏞)의 여유당전서(定本 與猶堂全書)卷十八 가계(家誡)에 또 두 아들에게 보여주는 가계(又示二子家誡)의 내용에 이성어가 나온다. 그내용의 일부는 다음과 같다.
) -->
육자정(陸子靜= 송(宋)의 학자 육구연(陸九淵))은,
“우주(宇宙) 사이의 일이란 바로 자기 분수(分數) 안의 일이요, 자기 분수 안의 일은 바로 우주 사이의 일이다.”라고 하였다.
대장부라면 하루라도 이러한 생각이 없어서는 안 된다. 우리 인간의 본분(本分)이란 역시 그냥 허둥지둥 넘길 수는 없는 것이다.
陸子靜曰:“宇宙間事,是己分內事,己分內事,是宇宙間事。” 大丈夫不可一日無此商量,吾人本分,也自不草草。[생략]
나는 전원(田園)을 너희에게 남겨줄 수 있을 만한 벼슬은 하지 않았다만 오직 두 글자의 신부(神符)가 있어서 삶을 넉넉히 하고 가난을 구제할 수 있기에 이제 너희들에게 주노니 너희는 소홀히 여기지 말아라. 한 글자는 ‘근(勤)’이요 또 한 글자는 ‘검(儉)’이다. 이 두 글자는 좋은 전답이나 비옥한 토지보다도 나은 것이니 일생 동안 수용(需用)해도 다 쓰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 근(勤)이란 무얼 말하는가?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며, 아침에 할 수 있는 일을 저녁때까지 미루지 말며, 갠 날에 해야 할 일을 비 오는 날까지 끌지 말며 비 오는 날에 해야 할 일을 날이 갤 때까지 지연시켜서는 안 된다. 余無宦業可以田園遺汝等,唯有二字神符,足以厚生救貧,今以遺汝等,汝等勿以爲薄。一字曰勤,又一字曰儉,此二字勝如良田美土,一生需用不盡。何謂勤?今日可爲,勿遲明日,朝辰可爲,勿遲晚間,晴日之事,無使荏苒値雨,雨日之事,無使遷延到晴。[생략]
검(儉)이란 무엇인가? 의복은 몸을 가리기 위한 것을 취할 뿐이니, 가는 베로 만든 옷은 해어지기만 하면 세상없이 볼품없어지고 만다. 그러나 거친 베로 만든 옷은 비록 해어진다 해도 볼품없진 않다. 한 벌의 옷을 만들 때마다 모름지기 이후에도 계속하여 입을 수 있느냐의 여부를 생각해야 하는데 만약 그렇게 하지 못하면 가는 베로 만들어 해어지고 말 뿐이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면 고운 베를 버리고 거친 베로 만들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음식이란 생명만 연장하면 된다. 모든 맛있는 횟감이나 생선도 입 안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더러운 물건이 되어버리므로 목구멍으로 넘기기도 전에 사람들은 더럽다고 침을 뱉는 것이다.何謂儉?衣取掩體,細而敝者,帶得萬古凄涼氣,褐寬博,雖敝無傷也。每裁一領衣袗,須思此後可繼與否,如其不能,將細而敝矣。商量及此,未有不捨精而取疏者。食取延生,凡珍脄ㆍ美鯖,入脣卽成穢物,不待下咽而後,人唾之也。
사람이 천지간에 살면서 귀히 여기는 것은 성실한 것이니 조금도 속임이 없어야 한다. 하늘을 속이는 것이 가장 나쁘고, 임금을 속이고 어버이를 속이는 데서부터 농부가 농부를 속이고 상인이 상인을 속이는 데 이르기까지 모두 죄악에 빠지는 것이다. 오직 하나 속일 게 있으니 바로 자기의 입이다. 아무리 보잘것없는 식물(食物)로 속이더라도 잠깐 그때를 지나면 되니 이는 괜찮은 방법이다.人生兩間,所貴在誠,都無可欺,欺天最惡,欺君欺親,以至農而欺耦,而欺伴,皆陷罪戾。唯有一物可欺,卽自己口吻,須用薄物欺罔,瞥過蹔時,斯良策也。
금년 여름에 내가 다산(茶山)에 있을 때 상추로 쌈을 싸서 먹으니 손이 묻기를,“쌈을 싸서 먹는 게 절여서 먹는 것과 차이가 있습니까?”
하기에, 내가,
“이건 나의 입을 속이는 법일세.”
라고 한 일이 있다. 어떤 음식을 먹을 때마다 모름지기 이런 생각을 가져라. 정력과 지혜를 다하여 변소간을 위해서 애쓸 필요가 없으리라. 이러한 생각은 눈앞의 궁한 처지를 대처하는 방편일 뿐만 아니라 비록 귀하고 부유함이 극도에 다다른 사군자(士君子)일지라도 집안을 다스리고 몸을 바르게 하는 방법으로 이 근(勤)과 검(儉) 두 글자를 버리고는 손을 댈 곳이 없을 것이니 너희들은 반드시 가슴 깊이 새겨두도록 하라. 경오년 9월에 다산의 동암에서 쓰다.
今年夏,余在茶山,用萵苣葉,包飯作搏而吞之,客有問者曰:“包之有異乎菹之乎?” 余曰:“此先生欺口法也。” 每喫一膳,須存此想,不要竭精殫智,爲溷圊中效忠也。這個思念,非爲目下處窮之方便,雖貴富熏天,士君子御家律身之法,捨此二字,無可著手處也。汝等切須銘刻。【庚午菊秋,書于茶山東菴】
[고전번역원에서]
) -->
이하 경기신문[근당의고전] 自己口吻 (자기구문)의 글.
) -->
입과 입술을 통해 남을 속여서는 안 된다
) -->
잠시 진실을 감추고 남을 속이는 것이 자기에게 얼마만큼의 이익이 생길지 알 수 없으나 차츰 주변으로부터 신뢰가 무너져 나중에는 자멸의 길을 가게 된다.
) -->
茶山(다산)은 세상에 속일게 하나 있는데(唯有一物可欺), 그것은 입이라고 하였다(卽自己口吻). 입이란 인간의 욕망을 집어넣은 문이다. 입에 맞는 것만 먹고 싶어 하고 입이 당기는 것만 먹으면 결국 육체는 병들게 된다는 것을 모르고 계속 빠져들게 된다는 것이다.
) -->
거칠고 맛없는 음식을 먹더라도 입에는 진수성찬이 들어가는 것처럼 속이고 물을 마시면서도 달디 단 꿀물이라고 속일 수 있다면 입을 통한 인간의 욕망을 자제할 수가 있으리라는 다산의 가르침이다.
) -->
채근담에는 입맛에 맞는 음식은 전부 창자를 녹이고 뼈를 썩히는 독약이니(爽口之味皆爛腸腐骨之藥), 반쯤 먹어야 재앙이 없고(五分便無殃), 마음에 유쾌한 일은 전부 몸을 망치고 덕을 해치는 매개물이니(快心之事悉敗身喪德之媒), 반쯤 해야 후회가 없을 것이다(五分便無悔)라고 하였다.
) -->
우리 모두가 건강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전환점이 됐으면 한다.
) -->
'글,문학 > 故事成語'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달기노심(達其怒心) (0) | 2016.12.29 |
---|---|
상당연이(想當然耳) (0) | 2016.12.29 |
순우안분(順遇安分) (0) | 2016.12.27 |
불명일전(不名一錢) (0) | 2016.12.25 |
채수시조(債帥市曹) (0) | 2016.1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