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인언(井有仁焉)
[요약] (井 : 우물 정. 有: 있을 유. 仁: 어질 인. 焉: 어찌 언)
우물에 仁이 있다고 하면 어찌할 것이냐는 말로, 어떻게 행동해야 옳은가를 묻는 뜻이다. 仁을 人으로 해석하는 곳이 많음.
[출전] 《논어(論語) 옹야(雍也)第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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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재아 물었다.
“어진사람(仁者)이 있는데 (누군가가) 알려 주며 말하기를 ‘우물에 仁이 있다’고 하면 그것을 따를까요?”
공자가 말씀하기를
“어찌 그렇게 하겠는가? 군자를 가서 보게 할 수는 있지만 그를 속여 빠지게는 할 수 없으며, 속일지언정 우롱 하지는 못하니라.”라 했다.
宰我問曰:「仁者雖告之曰:『井有仁焉。』其從之也?」子曰:「何為其然也?君子可逝也,不可陷也。可欺也,不可罔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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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집주]
유빙군이 가로대 有仁의 ‘仁’은 마땅히 ‘人’으로 지어야 한다고 하니 이제 따르노라. 從은 우물에 따라가서 구원해줌이라. 재아가 道를 믿음이 돈독하지 못하여 仁을 행하다 해로룸에 빠질까봐 근심하였으므로 이런 물음이 있음이라. 서(逝)는 가게 하여 구함을 이르고, 함(陷)은 우물에 빠짐을 이르고, 기(欺)는 이치가 있는 바로써 속이는 것을 이르고, 망(罔)은 이치가 없는 바로써 우매하게 만드는 것을 이름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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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몸이 우물 위에 있어야 이에 우물 속의 사람을 구할 수 있으니, 만약에 우물로 따라 들어가면 다시는 능히 구하지 못하니라. 이러한 이치가 심히 밝아서 사람이 쉽게 깨닫는 바이니 仁者는 비록 사람을 구하는 데에 간절하더라도 그 몸을 사사로이 아니하니라. 그러나 이와같은 어리석음에는 응하지 아니하니라.
劉聘君曰,「有仁之仁當作人」,今從之。從,謂隨之於井而救之也。宰我信道不篤,而憂為仁之陷害,故有此問。逝,謂使之往救。陷,謂陷之於井。欺,謂誑之以理之所有。罔,謂昧之以理之所無。蓋身在井上,乃可以救井中之人;若從之於井,則不復能救之矣。此理甚明,人所易曉,仁者雖切於救人而不私其身,然不應如此之愚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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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서울경제신문 [고전 통해 세상읽기] 정유인언에서
[생략]
공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를 들 수 있는 인(仁)을 최고의 덕목으로 간주했는데 제자 재아(宰我)가 공자에게 인자(仁者)에 대해 꽤 흥미로운 질문을 던졌다.
“어떤 사람이 인자에게 ‘우물에 사람이 빠졌다(井有仁焉)’라고 말하면 어떻게 할까요?” 재아의 질문 요지는 이렇다.
“인자가 사랑을 앞세우는 사람이므로 누가 어려움에 빠졌다고 하면 앞뒤를 돌아보지 않고 돕겠습니까?”
공자는
“인자가 우물로 달려갈 수는 있지만 앞뒤 따지지 않고 우물에 뛰어들지는 않으며 순간 그럴듯한 말에 속을 수는 있지만 멍청하게 당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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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이야기는 후배들에게
“사람의 말을 믿으려면 어떤 기준이 있어야 하는가?”라는 숙제를 남겨줬다.
순자(荀子)는 공자가 제기한 숙제를 풀고자 했다. 그는 믿을 수 있는 말의 기준으로 “주장은 근거를 가지고 있고 말은 논리를 갖춰야 한다”는 ‘지지유고(持之有故) 언지성리(言之成理)’를 제시했다. 아무런 근거를 제시하고 않고 아무리 화려한 주장을 펼치고 논리를 갖추지 않고 수많은 말을 해봤자 신뢰를 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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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순자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상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의심을 하게 된다. 하지만 말이 근거와 논리를 갖추고 있으면 아무리 의심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 허점을 쉽게 찾을 수 없다. 즉 속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순자의 한계는 ‘우물에 사람이 빠졌다’라고 하면 처음부터 의심하고 가지 않을 수 없고 적어도 우물까지 달려갈 수밖에 없다는 공자의 대답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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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근거를 가진 주장과 논리를 갖춘 말이 그럴듯하면 늘 속을 수밖에 없을까. 그렇지 않다. 말과 행동의 일치를 관찰하면 된다. 재아의 상황처럼 우물에 가보면 사람이 빠졌는지 여부를 판정할 수 있다. ‘반값등록금의 실현’도 사실에 대한 체감이 중요하지 정책의 홍보가 중요하지 않다. 체감을 고려하지 않고 홍보를 앞세우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불신만을 키우게 된다. 불신을 그대로 두고 홍보를 강조하면 ‘양치기 소년’의 우화처럼 명백한 사실조차 믿지 않는 관계의 파국을 가져올 수 있다. 문제는 홍보의 부족이 아니라 홍보의 과잉이며 불신의 심화가 아니라 소통의 부재에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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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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