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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상이와 명월각시(궁상이굿)

淸潭 2016. 10. 27. 10:36

궁상이와 명월각시(궁상이굿)


궁상이는 본래 선간() 사람이었다. 만 가지 재주를 지니고 있었다.

궁상이가 이 세상에서 살림을 사는데 천하 장자 거부였다. 그 아내 명월각시는 천하 절색이었다.

궁상이는 배선이를 만나 친구로 삼았다. 궁상이는 어질기 짝이 없는데 배선이는 마음이 험하고 험했다. 하지만 그런 맘을 슬쩍 감추어 두고 궁상이한테 친절하고 다정하게 대했다. 둘이 앉아 놀음을 노는데 고패 말을 떼어놓고 바둑 말을 떼어놓고 한 치 두 치 하면서 밤낮을 놀았다. 그렇게 놀다 보니까 궁상이 재산이 자꾸 술렁술렁 줄어들었다.


하루는 명월각시가 앉아서 졸다 꿈을 꾸는데 궁상이 식기 대접이 녹이 슬고 숟가락이 부러져 보였다.

“여보세요 서방님, 여자 말이지만 한번 여쭙니다. 내가 이상한 꿈을 꾸었습니다.”

“꿈같은 얘길랑은 하지도 마오.”

들을 생각도 안 하고 또 다시 배선이를 찾아가 내기 바둑을 시작했다. 재산을 걸어야 하는데 그 많던 재산이 어느 새 전부 배선이 것이 되어 있어 내걸 재산이 없었다.

“그렇거든 네 아내를 걸어라.”

궁상이가 그 말대로 아내를 걸고 노름을 하는데 한 치 두 치 앉아서 떼고 보니 또 지고 말았다. 궁상이가 맥이 풀어져 집에 들어와 삼년 묵은 방안에 들어가 불도 때지 않고 낙심하고 있으니 아내가 들어와서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좋은 일이나 궂은 일이나 얘기를 해야지 그렇게만 앉아 있으면 어찌합니까?”

“다른 게 아니라 배선이랑 바둑놀이 고패놀이 하다가 내 재산이 다 들어갔습니다. 오늘은 배선이 말이 부인을 걸고 내기를 하자기에 그리 했는데 또 지고 말았습니다. 해놓은 약속이라 안 지킬 도리가 없으니 어찌합니까?“

명월각시가 긴 한숨을 쉬고서 말했다.

“저지른 일이니 어찌합니까. 내가 어떻게든 해보겠습니다. 배선이가 어느 날에 오겠다 했습니까?”

“이레 만에 오겠다 했습니다.”

마침 궁상이 집에 하녀 하나가 있는데 인물이 무척 예뻤다. 명월각시는 하녀한테 제 옷을 입히고 단장을 시켜서 꽃방석에 앉혀놓고 자기는 하녀가 입던 헌 옷을 입고서 세수도 하지 않은 채 얼굴에 거미줄을 쓰고서 배선이를 기다렸다. 배선이가 슬렁슬렁 들어서서 두 여자를 보니 아무리 허튼 맵시라지만 헌 옷을 입은 명월각시의 인물이 귀해 보였다.

“여보게 궁상이. 아무리 내기를 했지만 내가 어찌 남의 부인을 데려가겠는가? 저 하녀나 데려가겠네.”

궁상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아내를 넘겨주게 생겼다. 그때 명월각시가 나서서 배선이한테 말했다.

“보세요. 내가 가겠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백년 기약으로 살아온 정리가 있는데 어찌 지금 바로 가겠습니까? 석달 열흘 후에 오시면 그때는 내가 그대를 따라서 가겠습니다.”

“그건 그리 하오.”


배선이가 돌아가자 명월각시가 남편한테 말했다.

“억대같이 커다란 소 한 마리만 사다 주오.”

궁상이가 소 한 마리를 사다 주자 명월각시는 제 손으로 고기를 점점이 저며서 밤낮으로 포육을 떴다. 포육을 떠서 내다 말리기를 거듭하니 소 한 마리가 솜처럼 되었다. 명월각시는 포육을 솜으로 삼아 궁상이의 옷을 지었다. 열두 개 주머니에는 낚시를 집어넣고 낚싯대를 접어 넣었다.


그러구러 석달 열흘이 차서 배선이가 명월각시를 데리러 왔다. 아니 갈 도리가 없어 따라나서는데, 시집오던 날 입었던 나삼 족두리 다 걷어서 함에다 넣고, 궁상이 입던 구슬 옷 챙겨서 함에다 넣고, 물명주 한 필을 함에다 넣고 길을 나서면서 배선이한테 말했다.

“불쌍한 궁상이를 어찌 저리 두고 가겠습니까. 데려다가 마당 뜰이라도 쓸게 합시다.”

배선이가 생각해 본즉 일리가 있는지라 궁상이를 이끌고서 길을 나섰다. 배를 타고 물을 건너는데 궁상이를 데려가 봐야 좋은 일이 없으리라며 바다에 집어넣겠다고 한다.

“어찌 그럴 수 있습니까. 데리고 가서 마당 뜰도 쓸게 하고 종처럼 부립시다.”

하지만 배선이는 그 말을 듣지 않고 궁상이를 물 속에 집어넣겠다고 고집했다.

“정 그렇거든 뱃조각 하나 떼어서 실어서나 보냅시다. 갯가에 걸리든지 갈밭에 걸리든지 고기밥밖에 더 되겠습니까.”

“그렇거든 그리 합시다.”

배선이가 뱃조각에 궁상이를 실으려 하는데 명월각시가 함 속에서 물명주 한 필을 꺼내 한끝을 척 들어서 공중에 던지면서 말했다.

“하느님, 오늘날 궁상이는 배에서 떨어져 이 물 깊은 바닥에 들어가서 고기밥이 됩니다!”

물명주로 궁상이 허리를 뱃조각에 동동 감아서 물에다 집어넣으니 궁상이가 뱃조각에 실려 둥실둥실 떠내려가는 것이었다.


궁상이를 실은 뱃조각은 출렁출렁 흘러가며 물속으로 들어가고 물밖으로 나오기를 거듭했다. 뱃조각이 다시 물 속으로 쑥 들어가려고 할 때 거북이 한 마리가 나타나서 뱃조각과 궁상이를 등에 태우고 너울너울 헤엄쳐 물가 갈대밭에 내려놓았다. 궁상이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한쪽은 온통 갈대밭이고 한쪽은 출렁이는 물인데, 배는 고프고 쓸쓸은 하고 갈대는 우거져서 시름시름 우는 소리 나고 마음은 슬펐다. 갈수록 배는 고파오는데 사방을 돌아봐도 먹을 게 없다. 속절없이 배를 곯다가 우연히 옷섶을 입에 물고 질근질근 씹으니까 고기 맛이 돋아났다. 옷섶을 뜯어내고 살펴보니 그 안에 든 것이 온통 쇠고기 포육이다. 포육을 먹다 보니 허기가 가시고 흐려지던 정신이 맑아져 왔다.

궁상이가 갈대로 퉁소를 만들어서 불다가 다시 옷자락을 이리저리 뒤져보니 주머니 속에 낚시와 낚싯대가 들어 있다. 궁상이는 낚싯대에 낚시를 매어 물에다 집어넣고 고기를 낚기 시작했다. 궁상이가 고기를 여러 마리 잡아놓고 있는 참인데 학 한 마리가 날아와서 궁상이를 향해 목을 길게 뺐다가 짧게 뺐다가 했다.

“너는 무슨 일로 나한테 와서 목을 길게 뺐다 짧게 뺐다 하느냐?”

그러자 학이 궁상이를 이끌고 한 곳을 가는데 암컷 하나와 새끼 다섯이 먹지를 못해 쓰러져 있었다. 궁상이가 불쌍히 여겨 잡은 물고기를 주니 학들이 고기를 나누어먹고서 기력을 차렸다. 학이 머리를 조아리며 궁상이를 바라보는데 소원을 말하라고 하는 것 같다.

“내 아내가 이 물 건너에 있는데 나를 이 너머로 건네줄 수 있겠니?”

그러자 암컷 수컷 두 마리 학이 등을 내밀어 궁상이를 올라타게 하고는 가는 두 다리로 궁상이 다리를 하나씩 떠메고 날아올라 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두 다리를 딱 맞추어서 궁상이 다리를 떠메니 이로부터 학의 다리에 장기뼈가 생기게 되었다.


이때 배선이는 명월각시를 재촉해서 하루 바삐 자리 갖춤을 하자고 하는데 명월각시는 배가 아프다고 핑계를 대어 시일을 미루었다. 배선이 재촉이 갈수록 심해지자 명월각시가 말했다.

“이미 이리 된 일 어찌하리까. 하지만 우리가 자식을 낳고 백년해로를 하려면 남 모르게는 안 되는 법입니다. 사람들을 불러모아 잔치를 하고 널리 알려야 우리가 함께 살 수 있으니 석달 열흘 거지 잔치를 베풀어주오.”

배선이가 할 수 없이 거지 잔치를 베푸는데 자기 재산은 감추어 두고 남의 소를 잡아다가 잔치를 했다.


그렇게 석달 열흘 잔치를 벌여 세상 거지들이 다 모여드는데 명월각시가 아무리 기다려도 궁상이가 오지를 않았다.

“아무래도 죽긴 죽었는가 보다.”

그러고 있는 참인데 석 달이 지나가고 단 사흘이 남았을 때 궁상이가 비척비척 들어왔다. 명월각시가 사람을 시켜 부러 궁상이가 상을 받지 못하도록 음식을 나누게 하니 궁상이는 그 날은 물론이고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음식상을 받지 못했다. 궁상이가 설운 마음에 목놓아 울음을 울자 아내가 말을 했다.

“우리가 석달 열흘 큰 잔치를 베푸는데 못 먹고 우는 거지가 있으니 이게 웬일인가. 그 거지를 안으로 들어오게 해서 내 상의 음식을 먹게 해라.”

궁상이가 들어와 상을 받으니 차린 음식이 많고도 많았다. 배불리 먹고서 남은 것을 싸 한 짐을 지고 나아가자 다른 거지들이 보고 시샘을 해서 다툼을 시작했다. 다툼이 벌어져 사람들이 전부 다 모여들자 명월각시가 썩 나서서 말을 했다.

“우리가 석달 열흘 거지잔치를 베푼 건 이렇게 싸움을 하라고 한 일이 아닙니다. 나의 배필을 정하자고 한 일입니다.”

사람들이 싸움을 멈추고 바라보자 그가 다시 말을 했다.

“다들 내 말씀을 들어보세요. 내가 구슬옷을 하나 가지고 있는데 누구든지 이 옷을 맞게 입는 사람이 내 배필이 됩니다.”

배선이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 달려들어 구슬옷을 입는데 어디가 팔이고 어디가 목인지 도통 입을 수가 없었다. 거지들이 달려들어 저마다 입어 보겠다고 야단을 했으나 맞게 입을 턱이 없다. 그때 궁상이가 나아가서 구슬옷을 집어드니 옛적 자기 입던 옷이었다. 매일같이 입던 옷인데 오죽이나 잘 입을까. 턱 잡아서 척척 입고 보니 몸에도 꼭 맞았다.

“이 사람이 바로 내 남편입니다.”

명월각시는 그렇게 남편을 되찾고는 남편을 시켜 외방 장사를 하게 해서 잃었던 재산을 다시 불리고 잘 사는 것이었다. 궁상이는 그렇게 인간세상에 나와 하늘에 죄 진 것을 벗고서 다시 선간으로 올라가는 것이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궁상이와 명월각시(궁상이굿) (문화콘텐츠닷컴 (문화원형백과 새롭게 펼쳐지는 신화의 나라), 2004., 한국콘텐츠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