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막정 집 귀신(어우야담)
한양 남부(南部) 소공주동(小公主洞)에 신막정(申幕定)의 집이 있었는데, 그 집은 늘 주인이 살지 않고 비워 둔 채 남에게 빌려주어 세들어 살게 하였다.
그 까닭을 캐물었더니 다음과 같았다.
처음에 주인이 새로 집을 사서 살았는데, 그 집에 귀신이 있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항상 좌우에서 떠나지 않았다. 귀신은 말하는 것이 보통 사람과 같았고, 단지 그 형체를 볼 수 없을 뿐이었다.
집주인을 주인님이라 칭하고 노복이 주인을 섬기듯 하면서, 청하는 것이 있으면 가져다 바치지 않음이 없었다. 그런데 아무 때나 먹을 것을 달라고 했고, 주지 않으면 즉시 성을 내고 괴이한 짓을 했다.
일찌기 밤에 주인 부부가 함께 침상에 누워 잠을 자는데, 귀신이 침상 아래에 엎드려 웃고 있었다.
주인이 이를 괴롭게 여겨 다른 곳으로 피하려고 하자 귀신 역시 따라가기를 청했다. 주인이 말하길,
'네가 우리 집에 있은지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도 그 모습을 보지 못하였구나. 네 모습을 벽에 그려 보아라."
라고 하자, 귀신이 대답했다.
"보면 필시 놀라실 것이니, 주인님이 놀라며 무서워하는 것은 원치 않습니다."
주인이 시험삼아 한번 그려 보이라고 하자, 이윽고 벽 위에 모습이 그려졌다.
머리가 두 개에 눈이 네 개였으며, 높은 뿔이 우뚝 솟아 있고, 입술은 늘어지고 코는 오그라들었으며, 눈은 붉어 그 형상을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었다. 주인이 얼굴을 가리고 속히 지워 버리라고 하자, 벽 위에는 한 점의 그림도 남아 있지 않았다
주인은 은밀히 도사에게 귀신을 죽일 방법을 묻자, 도사가 말했다.
"귀신이 굶주려 먹을 것을 달라고 하면 들쥐 고기를 구워 주시오. 그러면 반드시 죽을 것이오."
주인이 그 말대로 들쥐 고기를 구워서 시렁 판자 위에 올려놓고 기다렸다. 귀신이 밖에서 돌아와 말했다.
"오늘은 멀리 놀러 나갔다 왔더니 매우 배가 고픕니다. 원컨데 주인님은 소인에게 먹을 것을 주십시오."
주인은 말하길,
"우연히 맛 좋은 고기를 얻어 네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라고 하면서 그것을 주었더니, 귀신은 한 입에 그릇을 다 비웠다. 잠시 뒤 귀신이 큰 소리로 통곡하며 말했다.
"주인님이 나를 속였구나. 이는 들쥐 고기라, 내가 이제 죽는구나."
드디어 통곡하며 집을 나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로부터 그 집에는 귀신이 없어졌다. 주인은 이에 노량강(露梁江)가에 거처하면서 다시는 이 집에 오지 않았으며, 다른 사람에게 집을 빌려 주고 다만 세를 받았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나의 백형(伯兄)이 일찌기 그 집에 잠시 살면서 주인집 여종한테서 들은 것이니, 허탄한 말은 아닐 것이다.
[출처] 159회. 신막정 집 귀신(어우야담)|작성자 lkstnt
'글,문학 > 野談,傳說,說話,등'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야담]골패 (0) | 2016.10.07 |
---|---|
대별왕과 소별왕 (0) | 2016.10.05 |
眞聖女王과 居陀知 (0) | 2016.10.01 |
사신이 세 손가락을 굽혔는데 어째서 다섯 손가락을 굽혔소 (0) | 2016.09.29 |
[야담] 재주 많은 중 '동윤 (0) | 2016.09.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