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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이 세 손가락을 굽혔는데 어째서 다섯 손가락을 굽혔소

淸潭 2016. 9. 29. 10:16

중국사신과 조선농부

昔者中朝詔使 入我國 以爲禮義之邦 必有異人 行至平壤 見路傍有丈夫 身長八九尺 鬚髥至帶

옛날에 중국 사신이 우리나라에 들어 왔는데 예의지국에 반드시 기인한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여겼는데 가다가 평양에 이르러 길 가에 어떤 사내를 보았는데 신장이 팔구척이고 수염이 허리 대에까지 이르렀다.

 

頗異之遂擧手 環其指而示之 丈夫亦擧手 方其指而應之 詔使又屈三指以示之 丈夫卽屈五指以答之 詔使又擧衣以示之 丈夫則指其口以對之

자못 그를 기이하게 여기고 곧 손을 들어 그 손가락을 둥글게 하여 그에게 보이니 사내가 또한 손을 들어 그 손가락을 네모나게 만들어 그에게 응()했다. 사신이 또한 세 손가락을 굽혀 그에게 보이니 사내는 곧 다섯 손가락을 굽혀서 그에게 답했다. 사신이 또한 옷을 들어 그에게 보이니 사내는 곧 그 입을 가리키며 그에게 대답했다

 

詔使至漢京語館伴曰 吾在中原 聞貴國禮義之邦 信不虛矣 館伴答曰 何以謂之

사신이 한양에 이르러 관반(사신을 영접 접대하는 관직이름)에게 일러 말하기를

내가 중국에 있을 때 귀국이 예의의 나라라는 것을 들었는데 참으로 헛된 말이 아니군요.”

관반이 답하여 말하기를 무엇 때문에 그렇게 말씀을 하십니까?”

 

詔使曰 我到平壤見路傍有丈夫狀貌甚偉 知其中必有異 我於是環吾指以示之者 謂天圓也 丈夫方其指以應之者 謂地方也 吾屈三指者 謂三綱也 丈夫屈五指者 謂五常也 吾擧衣而示之者謂古者惡衣裳而天下治也 丈夫指其口者 謂末世以口舌治天下也 路傍賤夫猶若是 況有識士大夫乎

사신이 말하기를

내가 평양에 이르러 길가에 어떤 대장부의 모습이 심히 큰 것을 보았는데 그 마음에 반드시 기이함이 있음을 알고 나는 이에 나의 손가락을 둥글게 하여 그에게 보인 것은 하늘이 둥글다는 것을 말함이요, 사내가 그 손가락을 네모지게 하여 응답한 것은 땅은 네모나다는 것을 말한 것입니다. 내가 세 손가락을 굽힌 것은 삼강을 이른 것이요, 장부가 5 손가락을 굽힌 것은 5상을 말한 것입니다. 내가 옷을 들어 그에게 보인 것은 옛날에는 나쁜 옷을 입고서 천하를 다스린 것을 말한 것이고(순임금의 경우 임금이 되어서도 거친 옷을 입을 것을 말함) 장부가 그 입을 가리킨 것은 말세에는 입과 혀로써 천하를 다스림을 말한 것입니다. 길 가의 천부조차 오히려 이와 같은데 하물며 지식이 있는 사대부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環吾指 方其指에서 ,은 모두 동사로 쓰임

 

館伴奇之 移文平壤 召丈夫 飛馹上京 厚賄之 仍問曰 天使圜其指 而何以方其指

관반이 그것을 기이하게 여겨 평양에 공문서를 보내 사내를 부르니 빠른 역말을 타고 서울에 올라오니 후하게 그에게 재물을 주고 이에 물어 말하기를

중국의 사신이 그 손가락을 둥글게 하였는데 어찌하여 당신의 손가락은 네모로 하였소?”

 

答曰 渠欲食切餠圓 故圓其指 我欲食引絶餠 引絶餠方 故吾方吾指

답하여 말하기를

그가 절병(절편)의 둥근 것을 먹고자 하여 고로 그 손가락을 둥글게 하였는데 나는 인절병(인절미)을 먹고자 했는데 인절병은 네모나니 고로 나는 나의 손가락을 네모로 하였습니다.”

 

問之曰 天使屈三指 而何以屈五指

그에게 물어 말하기를

사신이 세 손가락을 굽혔는데 어째서 다섯 손가락을 굽혔소?”

 

對曰 渠欲食一日三食 故屈三指 我欲食一日五時 故屈五指

대답하여 말하기를

그는 하루에 세끼를 먹고자 하여 고로 세 손가락을 굽혔는데 저는 하루에 다섯 때를 먹고자 하여 고로 다섯 손가락을 굽혔습니다.”

 

問之 天使擧衣示之 而何以指其口

그에게 묻기를

중국 사신이 옷을 들어 보였는데 왜 당신의 입을 가리켰소?”

 

對曰 渠所憂在着 故擧衣 吾所憂在喫 故指吾口

답하여 말하기를

그는 근심이 옷을 입는 데 있는 고로 옷을 들었고 나는 근심하는 바가 먹는데 있어 고로 나의 입을 가리켰습니다.”

 

廷中聞之 皆大笑

조정안에서 그의 말을 듣고 모두 크게 웃었다.

류몽인 어우야담柳夢寅(1559-1623) 於于野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