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眞聖女王과 居陀知

淸潭 2016. 10. 1. 10:59

진성여대왕과 거타지[眞聖女大王 居陀知]

 

51대 진성여왕(眞聖女王)이 왕위에 오른 지 몇 해가 되자, 유모 부호부인(鳧好夫人)의 남편 위홍(魏弘) 잡간(匝干) 등 서너 명의 총애 받는 신하들이 권력을 제멋대로 부려서 정치가 흔들렸다. 그러자 도적들이 벌떼처럼 일어났다. 나라 사람들이 이를 근심하여 다라니(陀羅尼)의 은어를 만들어서 글로 써 길 위에 던져놓았다. 왕과 권신들이 이를 보고 말하였다.

이것은 왕거인(王居仁)의 짓이다. 그가 아니라면 누가 이런 글을 지을 수 있단 말이냐?”

그리고는 곧 거인을 옥에 가두었다. 거인이 시를 지어서 하늘에 호소하자, 하늘이 옥에 벼락을 내리쳐서 풀려날 수 있었다.

 

그 시는 이러하다.

 

 

연나라 태자 단()이 피눈물을 흘리자 무지개가 해를 꿰뚫었고

추연(鄒衍)이 원한을 품자 여름에도 서리가 내렸다네.

지금 나는 길을 잃어 옛 사람과 같은 처지가 되었는데

하늘은 어찌하여 상서로움을 내리지 않으시는가.

 

다라니는 이러하다.

남무망국(南無亡國) 찰니나제(刹尼那帝) 판니판니소판니(判尼判尼蘇判尼) 우우삼아간(于于三阿干) 부이사파가(鳧伊娑婆訶)”

 

해설하는 사람은 이렇게 풀이하였다.

“‘찰니나제는 여왕을 말한다. ‘판니판니소판니는 두 소판을 말한다. 소판은 벼슬 이름이다. ‘우우삼아간은 세 명의 총애 받는 신하를 말한다. ‘부이부호부인을 말한다.”

 

이 왕의 시대에 아찬 양원(良員, 양패(良貝)라는 설도 있다.)은 왕의 막내아들이었다. 그가 당나라에 사신으로 가는데, 후백제의 해적들이 진도(津島)에서 길을 막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활 쏘는 군사 50명을 뽑아서 데리고 갔다. 배가 곡도(鵠島)[우리말로 골대도(骨大島)라고 한다.]에 닿자, 풍랑이 크게 일어나 열흘이 넘도록 묶여 있었다. 공이 이를 걱정하여 점을 치게 하였더니 이렇게 말하였다.

이 섬에 신령스러운 연못이 있는데 제사를 지내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제물을 갖추어서 연못가에서 제사를 지냈다. 그러자 연못의 물이 한 길 이상 용솟음쳤다. 그날 밤 꿈에 어떤 노인이 나타나 공에게 말하였다.

활 쏘는 사람 하나를 이 섬에 남겨 놓으면 순풍을 얻을 것이오.”

공이 잠에서 깨어나 이 일을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나서 물었다.

누구를 남겨 놓는 것이 좋겠는가?”

그러자 사람들이 말하였다.

당연히 나무 조각 50개에 우리들 이름을 써서, 물에 가라앉는 것으로 제비를 뽑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래서 공이 이 말에 따라 제비를 뽑았는데, 군사 중에 거타지(居陀知)라는 자의 이름이 물 속에 가라앉아 그를 남겨두기로 하였다. 그러자 곧 순풍이 일어나서 배가 막힘없이 나아갈 수 있었다.

 

거타지는 걱정스럽게 섬에 서 있는데, 갑자기 어떤 노인이 연못 속에서 나와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바로 서해의 신 약()이라오. 매번 한 사미승이 해가 뜰 때마다 하늘로부터 내려와서는 다라니를 외우면서 이 연못을 세 번 도는데, 그러면 우리 부부와 자손들이 모두 물 위로 떠오른다오. 사미승은 내 자손의 간과 창자를 빼내어 먹어치우는데, 이제 우리 부부와 딸 하나만 남았소. 내일 아침이면 또 올 것인데, 부탁이니 그대가 활로 쏴주시오.”

 

이 말을 듣고 거타지가 말하였다.

활 쏘는 일은 저의 장기입니다. 명하신 대로 하겠습니다.”

노인이 고맙다고 말하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거타지는 숨어서 엎드려 기다렸다.

 

다음 날 동쪽에서 해가 떠오르자 사미승이 과연 내려와서는 예전처럼 주문을 외우고 늙은 용의 간을 빼내려고 하였다. 그때 거타지가 활을 쏘아 사미승을 맞히자 곧 늙은 여우로 변하여서 땅에 떨어져 죽었다. 그러자 노인이 연못에서 나와서 고마워하면서 말하였다.

공의 은혜를 입어서 내 생명을 보전하게 되었소. 바라건대 내 딸을 아내로 삼아주시오.”

거타지가 말하였다.

따님을 주시어 저를 버리지 않으신다면, 그것은 진실로 제가 바라던 바입니다.”

 

그래서 노인은 자기 딸을 꽃 한 송이로 변하게 하고 거타지의 품속에 넣어주었다. 그리고 두 용에게 명하여서 거타지를 받들어 사신의 배를 따라잡도록 하고, 그 배를 호위하여 당나라 국경까지 가도록 하였다.

 

당나라 사람들은 신라의 배가 용 두 마리에게 업혀서 오는 것을 보고, 이 사실을 황제에게 아뢰었다. 황제가 말하였다.

신라의 사신은 반드시 보통 인물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연회를 베풀어서 여러 신하들의 윗자리에 앉도록 하고, 금과 비단을 후하게 내려주었다. 신라로 돌아온 거타지는 꽃가지를 꺼내어 여자로 변하게 하고 함께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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