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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談] 불효자

淸潭 2015. 11. 24. 10:23

아들을 효자로 만드는 일은 부모의 몫

 

옛날에 두 젊은이가 앞뒷집에 살았습니다. 앞집 아들은 효자라 소문이 나서 칭찬이 자자한데, 뒷집 아들은 불효자로 소문이 나서 마을사람들한테 손가락질 받기 일쑤였습니다. 뒷집아들은 불효자로 손가락질을 받을 때마다 안타까웠습니다. 특별히 부모님을 잘 섬긴다고 자부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하여 부모님께 불손한 짓을 하거나 홀대하는 일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앞집에 사는 아무개는 부모님을 어떻게 잘 모시 길래 효자 소리를 듣는가? 어디 한번 물어보고서 나도 그렇게 아버님을 모셔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하루는 앞집 친구를 찾아갔습니다.

 

“자네는 부모님께 어떻게 하길래 항상 효자 노릇한다는 소릴 듣는가?”

“이 사람아! 자네도 늘 보듯이 나라고 하여 뭘 별스럽게 아버님을 모시는 일이 있는가. 아침에 소죽 끓이러 나갈 때 아버지 바지를 입어서 따뜻하게 해드리고, 아버지 담뱃대에 담배를 담어서 불도 붙여 드리고, 밤에 잘 때 사랑방에 들어가서 이불 밑에 손을 넣어보고 ‘아버지 방이 따뜻합니까?’ 하고 물어보는 게 가질세(전부일세, 모두일세).”뒷집 아들은 아주 기뻤습니다. 그 정도라면 자기도 아버지께 충분히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음날부터 당장 실천에 옮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서 아버지가 벗어놓은 바지를 입고 소죽을 끓이러 밖으로 나갔습니다. 아버지께서 자리에 일어나 싸느랗게 식어 있는 옷을 입으려면 춥고 어설프리라 생각하여, 옷을 미리 입고 있다가 따뜻하게 데워드리고자 하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아버지는 베고 자던 목침을 들고 아들을 냅다 때리면서,

“요놈! 자식 놈이 감히 저희 애비(아버지) 옷을 입고 나가는 법이 어디 있나?”

하고는 고함을 버럭 질렀습니다. 아들은 얼른 바지를 벗어드리고 잘못했다고 빌었습니다.

 

그리고는 아버님께 담뱃불이나 붙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버지 담뱃대에다 담배를 차곡차곡 담아가지고서 아궁이의 불씨에다 대고 담뱃불을 붙이기 시작하였습니다. 당시에는 성냥이나 라이타가 없었기 때문에 화롯불이나 아궁이의 불씨를 이용하여 불을 붙여야 할 뿐 아니라, 담뱃대에 불을 붙이려면 담배를 피우듯이 계속해서 연기를 빨아 당겨야 합니다. 겨울 아침에는 부엌까지 나와서 이렇게 담뱃불을 붙이려면 상당히 귀찮고 번거롭습니다. 따라서 아들이 담뱃불을 붙여드리는 일은 아버지를 상당히 편하게 해 드리는 일입니다. 그래서 아들은 아궁이의 불씨에다 담뱃대를 대고 몇 모금 빨아서 불이 붙은 다음 아버지께 담뱃대를 건네 드렸습니다.

“아버님! 담배 태우시죠.”

“요놈, 이 천하에 버르장머리(버릇)없는 놈! 감히 애비 담뱃대로 담배를 피우는 놈이 어디 있노?”

하고, 야단을 치면서 담뱃대로 이마가 뚫어지도록 아들을 때렸습니다. 아들은 머리를 싸잡아 쥐고 아픈걸 참았습니다. 효자 노릇을 하려면 이 정도 고통은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럭저럭 저녁이 되었습니다. 아들은 아버지가 주무시는 방에 넉넉하게 군불을 넣었습니다. 그러나 방이 따뜻한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앞집 효자가 하는 대로 사랑방에 들어가서 아버지가 누워계시는 이부자리 밑에 손을 넣으면서,

“아버지 방이 춥지 않습니까?”하고 여쭈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아버지는 화를 벌컥 내면서,

“요놈아! 방 식는다. 얼른 손을 못 빼느냐!”

하고 소리를 냅다 지르면서, 등을 긁으려고 만들어놓은 등긁개로 아들의 얼굴을 후려치는 것이었습니다. 아들은 얼른 내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효자 노릇 잘못하다가는 아버지한테 맞아죽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러다간 영영 불효를 못 면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다른 길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웃마을 효자를 찾아갔습니다.

“자네는 뭘 어떻게 어른을 섬겼길래 그렇게 효자라고 이웃동네까지 소문이 났는가?”

“내가 배운 것도 없고 가진 것도 없는 사람이 무슨 효자라고 소문이 나겠는가? 아버지가 들에서 돌아올 때 무거운 짐을 들고 있으면 얼른 나가서 받아드리기도 하고, 또 양식이 모자라서 아버지께 밥을 넉넉하게 드리지 못하기 때문에 내가 밥을 먹다가 조금씩 남겨가지고, ‘이거 더 잡수소’ 하고 덜어드리네. 그리고 밤에는 이불이 부족해서 아버지가 누우면내가 입었던 저고리를 벗어가지고 이불 위에 더 덮어드린다네. 그랬더니 우리 아버지께서 항상 나를 효자라고 이웃사람만 보면 자랑을 한다네.”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럴듯하였습니다.

 

아들은 그날부터 당장 효자 행실을 본받으리라 마음먹었습니다. 저녁때가 되자 들에 갔던 아버지가 돌아왔습니다. 마침 아버지는 고구마를 잔뜩 담은 자루를 손에 들고 있었습니다. 아들은 얼른 달려 나가서 고구마 자루를 받아들었습니다. 어른들이 무거운 짐을 들거나 이고 있으면 받아드리는 것이 도립입니다.

“아버지, 무거우실텐데 손에 든 자루를 이리 주세요.”

“이놈 봐라! 종일 놀고 먹던 녀석이 고구마 좋은 줄은 알아가지고 애비가 캐 온 고구마를 자루 채 낚아채 가다니? 천하에 고얀 놈 같으니 라구!”

아들은 고구마 자루를 받아드리려다가 아버지한테 꾸중만 잔뜩 들었습니다. 드디어 아버지와 함께 저녁밥을 먹게 되었습니다. 집안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에 끼니때마다 밥을 배불리 먹을 수 없는 처지였습니다. 그러나 아들은 밥을 반쯤 먹다가 숟가락을 놓고 남긴 밥을 아버님께 드리면서,

“아버지, 제 밥 좀 더 잡수세요.”하며 밥그릇을 건네 드렸습니다.

그러자, 아버지는 밥그릇을 내팽개치면서,

“예이 빌어먹을 놈의 자식아! 세상에 어떤 놈이 자기가 처먹던 밥을 애비한테 남겨 주노?”하고 큰 소리로 호통을 치는 것이었습니다.

아들은 어쩔 수 없이 역정만 듣고 다시 쫓겨났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물러설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버지가 잠들 무렵에 다시 사랑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입고 있던 저고리를 벗 어가지고 살며시 아버지가 덮은 이불 위에 덮어드렸습니다. 그랬더니, 눈을 감고 있던 아버지가 벌떡 일어나 앉으면서,

“예끼 이놈! 이 따위 저고리를 누가 덮는다구 그래? 순 땀내 나서 못 덮겠다. 당장 치우지 않으련!”

그러면서 사랑문을 열고는 아들의 저고리를 마당으로 휙 내던져버렸습니다. 아들은 마당에 내팽개쳐진 저고리를 주워 들고 먼지를 털면서 이제 효자 노릇을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차라리 불효 소리를 듣는 것이 낫지 잘못 효자 노릇하려다가는 아버지 성질만 더 사납게 만들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들은 부자간에 사이가 더 나빠지기 전에 효자 노릇을 다시는 하지 않기로 작정하고 말았습니다.

 

출처: http://limjh.andon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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