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천한 인물이 꿈을 통해 ‘금으로 된 자〔金尺〕’를 얻음으로써 영예로운 지위에 이르게 된다는 설화. 문헌과 구전 모두 자료가 풍부한데, 문헌설화는 이성계(李成桂)의 등극을 예시한 신화적 유형이고, 구전설화는 하층 농민의 영달을 그린 민담적 유형으로 전승된다.
문헌설화는 ‘금척원의 유래’ 또는 ‘몽금척(夢金尺)’으로도 불리고, 구전설화는 ‘꿈 잘 꾸어 임금의 사위가 된 머슴’·‘양국 부마가 된 머슴’·‘금대야 은대야’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문헌설화는 ≪동경잡기 東京雜記≫에 경주 금척원의 유래담으로 처음 나타나는데, 신라왕의 사적과 연관지어 전개된다. 조선 시대에는 이성계의 등극과 관련하여 ≪태조실록≫·≪양촌집 陽村集≫·≪삼봉집 三峯集≫·≪용비어천가≫·≪대동운부군옥 大東韻府群玉≫·≪목재집 木齋集≫ 등에 거듭 나타나며, 여기에서의 금척은 신성한 왕권 상징물로 인식된다. 구전설화는 완전한 민담적 구성을 이루며 전국적으로 전승되고 있다.
문헌 자료의 내용은, 이성계가 등극하기 전에 꿈에 신인(神人)이 내려와 “그대의 자질은 문무를 겸비했으며 덕망과 식견이 있어 백성이 촉망한 지 오래되었으니 이 자를 가지고 다스리라.”하며 금척을 주었다는 이야기이다.
이 내용은 조선조의 여러 문집에 걸쳐 나타나는 동안 단순 설화로서만이 아니라 다양한 예술 장르의 주요 모티프로도 작용하고 있다.
악장(樂章)이자 당악정재(唐樂呈才)의 하나인 〈몽금척〉·〈용비어천가〉와 장편 서사시 〈몽수금척송병서 夢授金尺頌幷序〉, ≪죽지사≫의 〈몽금척〉, 고종 때의 〈금척대훈장〉에 이르기까지 국가적 위기에 지배층의 동질성을 확인하게 해 주는 신화적 체계를 이루고 있다.
이에 대하여, 구전설화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조실부모하고 고생하며 자란 어떤 머슴이 어느 날 큰 꿈을 꾸었다. 꿈 자랑만 하고 내용 이야기도, 일도 하지 않자 화가 난 주인이 관가에 고발했다. 결국 상급 관리들을 거친 뒤 임금 앞에 가서도 꿈의 내용을 말하지 않으므로 화가 난 왕이 투옥시켜 머슴은 죽을 날만 기다리게 되었다.
그러던 중 그 머슴은 우연히 감옥 안에 들락거리는 쥐를 죽이게 되었는데, 다른 쥐가 자 같은 것을 물고 와서 죽은 쥐의 가로 세로를 재니까 죽었던 쥐가 되살아나는 것을 보고 그것을 빼앗았다. 마침 임금의 딸이 죽을병에 걸려 백약이 무효라는 소문을 듣고 자청하여 그 자로 공주를 살렸으므로 부마가 되었다.
중국의 천자가 그 소식을 듣고는 자기의 딸도 살려 주기를 청했으므로 역시 살려 준 뒤, 그 머슴은 두 나라의 부마가 되었다. 머슴은 두 부인의 시중을 받으면서 비로소 자기가 꾸었던 꿈의 내용을 이야기하였다.
이 설화는 ≪동경잡기≫에 있는 신라왕의 금척 획득과 관련된 금척원유래담에서 출발하여, 조선시대에 이르러 이성계의 조선 창업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빈번하게 인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설화는 문헌을 통해서는 지배층 중심의 왕권 신화로서 전승되고, 구전설화에서는 그 기본적 화소를 유지한 채 백성의 영달을 그린 민담적 유형으로 변모되어 전승됨으로써, 표현 매체 및 향유층에 따른 상반된 세계관의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신화적 유형은 신화시대가 끝난 뒤인 역사시대에서의 국가 신화의 형성 과정이나 그 구실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며, 민담적 유형은 신화가 민담으로 변모해가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민담을 이루는 향유층의 기본적 세계관을 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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