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세상사는 이야기

[스크랩] * 어느 노숙자의 기도

淸潭 2015. 2. 8. 10:28


    ♡어느 노숙자의 기도♡ (충정로 사랑방에서 한동안 기거했던 어느 노숙인이 씀) 둥지를 잃은 집시에게는 찾아 오는 밤이 두렵다. 타인이 보는 석양의 아름다움도 집시에게는 두려움의 그림자일뿐.. 한때는 천방지축 으로 일에 미쳐 하루 해가 아쉽고 짧았는데 모든것 잃어 버리고 사랑이란 이름으로 따로 매였던 피붙이들은 이산의 파편이 되어 가슴 저미는 회한을 안긴다. 굶어 죽어도 얻어 먹는 한술밥은 결코 사양하겠노라 이를 깨물든 그 오기도 일곱 끼니의 굶주림앞에 무너지고 무료급식소 대열에 서서... 행여 아는 이 조우할까 조바심하며 날짜지난 신문지로 얼굴 숨기며 아려 오는 가슴을 안고 숟가락 들고 목이 메는 아픔으로 한끼니를 만난다. 그 많든 술친구도 그렇게도 갈곳이 많았던 만남들도 인생을 강등당한 나에게 이제는 아무도 없다. 밤이 두려운것은 어린아이만이 아니다. 50 평생의 끝자리에서 잠자리를 걱정하며 석촌공원의 긴 의자에 맥없이 앉으니 만감의 상념이 눈앞에서 춤을 춘다. 뒤엉킨 실타래처럼... 난마의 세월들... 깡소주를 벗삼아 물 마시듯 벌컥대고 수치심 잃어 버린 육신을 아무데나 눕힌다. 빨렛줄 서너발 사서 청계산 소나무에 걸고 비겁한 생을 마감하자니 눈물을 찍어내는 지어미와 두 아이가 "안 돼! 아빠 안돼! 아빠 " 한다. 그래, 이제 다시 시작해야지 교만도 없고, 자랑도 없고 그저 주어진 생을 가야지 내달리다 넘어 지지말고 편하다고 주저 앉지 말고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그날의 아름다움을 위해 걸어 가야지...걸어 가야지... 걷다가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서...
출처 : 음악과 영상의 사랑
글쓴이 : 德山/허 기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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