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신밟기는 음력 정초에 지신(地神)을 달래어 잡귀를 물리치고 마을과 가정의 안녕을 빌던 행사로, 지방에 따라 마당밟기`매귀(埋鬼)라고도 한다. 아직도 영남지방을 중심으로 많이 남아있으며 마을 주민의 협동심을 이끌어내는 우리 민족 고유의 미풍양속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지신밟기와 비슷한 행태의 ‘땅밟기’라는 것이 회자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이달 4일에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성도(成道) 성지이자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인도 부다가야 마하보디 사원 내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고 말았다. 한국의 일부 개신교인들이 찬송가를 부르며 선교 기도를 하는, 이른바 ‘땅밟기’ 행위를 한 것이다.
‘부처님의 성지에서 어찌 이런 파렴치한 행동을 할 수 있느냐’라며 퇴장을 요구하는 사원 측에 ‘구원 받지 못한 인도 사람들이 불쌍해서 하나님을 전하는 것’이라고 항변했다고 한다. 급기야 이들의 공격적 선교 행위인 ‘땅밟기 기도’가 종교적 분쟁과 외교적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현실이다. 2010년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는 봉은사와 동화사 땅밟기 추태가 이제는 국제적인 사건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땅밟기’란 일부 개신교인들이 타 종교의 영역에 침범하여 기독교식의 찬양 행위를 하는 것으로, 나쁜 영적 존재가 있는 특정 지역을 땅밟기를 통하여 정복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이런 측면에서 땅밟기가 우리 세시풍속인 지신밟기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면 일부 소수 개신교인들이 무속신앙으로 폄하하는 지신밟기와 땅밟기가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오히려 지신밟기는 화합을 도모하고, 땅밟기는 분쟁을 조장한다는 역설적 아이러니만 존재할 뿐이다.
또한 해외에 나가서 그 나라 종교 성지 주변에 성경 글귀가 적힌 말뚝을 박아 넣거나 십자가를 땅에 묻는 샤머니즘적인 행위도 한다는 언론 보도가 있다. 이는 무속인들이 주술단지를 땅에 묻는 것과 흡사하다. 개신교에서는 무속신앙을 사탄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자신들의 그러한 행위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일부 개신교인들에게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결론적으로 땅밟기는 정통 신학적 관점에서 봤을 때 지극히 비성경적인 무속 주술적 행위에 불과하다.
예수님의 십자가 메시지는 정복이 아닌 사랑이었다. 땅밟기의 연원이라고 하는 ‘디모데전서’에서도 모든 사람을 위해 기도할 것을 말하고 있다. 그 모든 사람을 위한 기도는 공존을 거부하는 배타가 아닌 남을 존중하는 배려이다. 배려가 없는 종교 문화는 폭력에 다를 바 없다. 일탈된 일부 개신교도들의 그릇된 행동으로 선량한 전체 기독교가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오늘날 한국은 다종교`다문화`다인종 사회다. 다시 말해서 어느 종교 할 것 없이 나의 사상만 옳다고 주장하며 강요하는 근본주의적 행태는 탈피해야 한다. 상생의 보편주의적 종교관을 재정립하는 것이 시급하고 중요하다는 얘기다. 상대방이 나의 밥이 되어주기를 원하기 이전에, 내가 먼저 남의 밥이 되어주는 것이 예수와 석가의 가르침이 아닐까. 지거 스님/ 청도 용천사 주지(매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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