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것이 무엇이냐고
어떻게 사는 것이 인생이냐고
묻는이 있으면 여기로오라 .
여기는 아픈 사람과 안 아픈 사람
두 부류의 사람만이 존재하는 응급실이다 .
여기는 샤넬 핸드백이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는 백만원짜리 금박은박에 수놓은 원앙침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면 홋이불 속에서라도 단 한시간이라도
아니 십분만이라도 잠을 잘 수 있다면
극락이고 천당이다.
공부 못한다고 야단하지마라.
지금 한 아이가 아프다고 소리 소리 지른다 .
가슴이 조여온다 .
저 아이의 어머니는 가슴이 까맣게 재가 되었을 것이다 .
아이가 이제 진정되어 건너편 침대로 왔다 .
열서너살되어 보이는 남자아이는
스님머리한 것을 보니 무슨 큰 병이 있나보다.
"아. . . 아퍼 . 아퍼퍼. ."
다시 한 아이의 울음소리가 응급실의 천정에서 맴돈다 .
세상에 아이들은 모두 해맑은 나팔꽃인 줄 알았다 .
어쩌다 방송에서 힘들게 치료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많지 않은 비율이겠지하면서 미안하게도
나는 그저 측은한 마음이 들었지만
이렇게 옆에서 아이들의 울음을 듣다보니
아들 딸에게 그 무엇을 욕심내고
무엇을 소원한단말인가?
내려놓아라.
욕심을 내려놓고 감사하라.
그것이 말처럼 쉽게 가슴으로 다가오는가?
그 쉽고도 어려운 그 말이 이곳에서는
두꺼비 퍼리 잡아 먹는 것 보다 더 쉽다.
이곳은 생과 사의 끄나풀이
무당 작두에서 춤추듯이 춤추는
종합병원 응급실이다 .
저 멀리에서 걸죽허게 나이든 어르신의
어고 어고 하는 신음이 들려온다 .
그 남자에게 체면이 지금 무슨소용있으랴.
내 아픔을 낫게 해 준다면 벌거벗고
광화문 광장에서 람바다인들 추지 못하랴. .
밤 12시가 넘어간다 .
바퀴벌레 숨은 뒷다리도 찾아낼듯한
촉수높은 형광등은 꺼지지 않는다.
그저 시계가 시각을 가르키고
카렌다가 요일을 알려줄 뿐
이곳은 태양의 존재가치를 논할 필요조차 없다.
옆에 침대가 또 들어온다 .
젊은 아가씨가 가슴에 심전도자국이
슬쩍 비친다 .
보호자는 언니인 듯 한데
짧은 미니스커트에 높은 하이힐
그리고 길게 뽑아올린 마스카라가
응급상태였기에 그냥 달려온 듯하다 .
간호사들의 발걸음이 무겁다 .
교대근무라지만 웃음이 없는 지옥을 넘나드는
이 응급실에서 몸의 피곤위에
아무리 만성이 되었다하여도
마음의 피곤이 어찌 없으랴.
언니의 기도 소리가
땅거미가 대지에 내려앉듯이
나직하게 침대에 내린다.
"예수님. . .내일 잘 되게 해 주세요 ."
발음조차 어눌한 목소리가 나를
슬프게 한다 .
처녀적 온양온천 성경대회에서 1등을
했던 그 총명함은 흔적조차없고
초라한 할머니가 기도를 하고 있다 .
그때 생생하게 기억한다 .
갈티에서 1등 났다고 버스를 대절해서
온양에서부터 금의환향하였던 것이다 .
내 나이 다섯살이란다 .
난 초등학교 일학년이라도 된듯한데
큰언니가 나이를 계산하여보고 다섯살이라
하였다 .
그 기억이 내 최고 오래된 것이다 .
지금은 새벽 2시 .
언니가 아프다고 진통제를 맞았다 .
20여분 잤을까 할까하고 저리도 아파하니
어쩐다 말인가?
가족은 똥구멍이다 .
똥구멍은 겉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오똑한 코처럼 교만하지 아니하고
맑은 호수같은 눈동자로 뭇사람을
유혹하지도 아니한다 .
더불어 하늘 높이 끌어올린 마스카라처럼
요염한 자태도 아닌 것이 똥구멍이다.
교양적으로 항문이라 말하지마라 .
가족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언어 똥처럼
그렇게 내 몸이 아니면서 내 몸인것이
가족이다.
똥은 금은보화보다 더 귀하고 거룩한 것이다 .
이것 저것 온갖 먹거리 거두어 받아
요것 조것 온갖 영양소 흡수하여
여기 저기 골고루 천사처럼 나누어주고
그 마지막 조차도 땅의 여신에게 제물되어
온갖 생물을 키우는 거름되게 하는 것이
거룩한 똥의 한살이이다 .
누가 똥을 더럽다하는가?
누가 가족을 귀찮은 존재라 하는가?.
소리없는 벽시계는 새벽 3시를 향하여
엉금 엉금 완행 열차처럼 기어간다.
아침이 와야 어떤 처치를 하고
아픔에서 벗어날텐데
정말 아프고 외로운 사람에게는
밤은 지독히도 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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