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漢詩
출처;음악정원
글쓴이;사맛디
- 우연히 읊음(偶吟) - 송한필(宋翰弼),偶吟 花開昨夜雨 花落今朝風 화개작야우 화락금조풍 可憐一春事 往來風雨中 가련일춘사 왕래풍우중 꽃이 어제 저녁 비에 피더니 꽃이 아침 바람에 떨어지네 아 - 한 해의 봄이 바람과 비 가운데 오고가네 꽃이 어제 저녁 비에 활짝 피더니 하루도 못 가고 그 핀 꽃이 오늘 아침 바람에 떨어져 버리고 말았다. 꽃 피자 비바람 인생엔 이별 花發多風雨 人生足別離 화발다풍우 인생족별리 <于武陵> 태초 이래의 이 숙명적 악연(惡緣)을 어이 끊으리.. 이 한 때의 꽃 피움(花開)을 위하여 맑은 정기를 모우고 아름다운 정혼(精魂)을 길러 그 가장 정미롭고 찬란한 진수(眞髓)로 빚어 꽃으로 피워 내려던 한 생애의 알뜰한 영위(營爲)가 하루아침 피어나자마자 꽃샘바람 앞에 허무하게도 끝나버리고 만 것이다.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김영랑(金永郞)의 그 심정도 바로 이 심정이었으리라. `삶이란 애달픈 소모(消耗) 영위(營爲)의 시점(始點)을 찾아 오직 바람에 맡겨 허공에 날려진 실끝 겨우 그 이룬 거미줄들의 무심히도 걷힘이여! ` < 營爲 2 > 무심히 걷혀 버리는 이호우(李鎬雨)의 `거미줄`과도 같은 이 어이없는 현상을 바라보고 있는 작자의 망연한 얼굴빛에 스쳐 가는 인생 무상의 쓸쓸한 그림자를 어찌 간과할 수 있으랴. 꽃이 지면 한 해의 봄도 가는 것인데 아름다움이란 그 수명이 짧다더니 이 꽃을 두고 한 말 같다. 일년의 봄이 비바람 속에서 이렇게 왔다가 순식간에 가버리니 참으로 허무하기만 하다. 우리의 삶도 이와같다. 꽃다운 10대는 철도 모른 채 지나가고 인생의 황금기인 20대는 뜨거운 태양아래.. 우뚝 서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폭발하는 젊음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여름날이 한없이 긴 줄로만 생각했는데 어느듯 30대가 금방 코 앞에 다가와 있었다. 앞만 바라보며 허겁지겁 살아야 하는 40대는 언제 지나갔는지.. 어느날 문득, 아픈 허리펴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니 아.. 벌써, 50대를 훌쩍 넘어서고 있다. 오는 계절 가는 세월 속에 눈 한 번 감았다 뜨니.. 우리 인생도 한 해의 봄이다. * 송한필(宋翰弼): 선조 때의 학자. 익필(翼弼,1534~1599)의 아우. 자 계응(季鷹). 호 운곡(雲谷). 본관 여산(礪山). 형과 함께 문학으로 이름이 높았다. 저서에 <운곡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