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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유치 위원장 / 유종하

淸潭 2010. 2. 17. 17:37

[초대석]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유치 유종하 유치위원장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 주역인 유종하 대구 유치위원장은 “시민들이 힘을 합치면 이루지 못할 게 없음을 보여 줬다”며 “대회 유치를 계기로 육상 스타도 키우고 국민의 관심도 불러일으켜 우리도 육상 강국이 돼 보자”고 강조했다. 몸바사=이승건 기자

《“2011년… 대구.” 27일 케냐 몸바사 화이트샌즈호텔 마쿠타노룸에서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라민 디아크 회장이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최지를 발표하는 순간 유종하(71) 대구 유치위원장은 환호성을 지르며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그로부터 한참 동안 유 위원장은 한쪽 팔을 내릴 수 없었다. 연방 걸려 오는 축하 전화 때문이었다. 대구 유치가 결정된 지 3시간쯤 지난 뒤 이 호텔에 있는 유 위원장의 숙소를 찾았다. 그는 여전히 통화 중이었고 목소리엔 힘이 넘쳤다.》



―‘다윗’ 대구가 ‘골리앗’ 모스크바를 이긴 셈 아닌가.

“1958년 외무부에 처음 들어갔을 때만 해도 당시 소련은 한국과 비교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큰 나라였다. 50년 가까이 지나면서 우리도 크게 발전했지만 육상만 놓고 보면 아직도 엄청난 차이가 난다. 대구가 경기장 등 시설 면에서 우위라는 보도가 많이 나왔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대구는 경기장이 6만6000명 규모고 모스크바는 8만 명이 넘는다. 모스크바는 날씨도 좋고, 유럽과 가까워 관중이 가기도 편하다. 그런 모스크바를 서울도 아닌 지방도시 대구가 깼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시민들이 힘을 합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어렵게 유치한 대회인데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육상 열기가 없는 나라는 큰 스타디움의 관중석을 모두 채우기 힘들다. 그러면 그림이 안 된다. 상업적 가치도 낮아진다. 무엇보다 경기장을 채우는 일이 중요하다. IAAF 실사단도 처음에는 그런 면에서 대구를 낮게 평가했지만 ‘육상은 잘 몰라도 우리는 할 수 있다’며 시민 2만여 명이 거리로 뛰쳐나온 것을 보고 ‘뭔가 되겠다’고 판단한 것 같다.

―유치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2005년 6월 유치위가 발족한 이후 신필렬 대한육상경기연맹 회장과 함께 세계를 발로 누비며 유치 활동을 했다. 신 회장은 삼성 사람이다. 삼성은 10년 넘게 육상경기연맹을 맡아 온 기업 아닌가. 당연히 ‘삼성이 지원할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런데 지난해 4월 서울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이 전원 참석한 ‘스포츠 어코드’가 열렸을 때 한국을 찾은 디아크 회장이 삼성의 후원 여부를 타진해 왔다. 삼성에 얘기했더니 ‘된다, 된다’ 하다 마지막에 거절하더라. 이건희 회장이 2014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땐 정말 유치위를 해산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면 2011년 대회 스폰서는 누가 맡게 되나.

“삼성이 육상연맹을 맡고 있는데 삼성이 하는 게 맞지 않겠나. 전 세계에서 연인원 70억 명 가까운 인원이 대회를 지켜볼 텐데 그들의 눈에 노키아, 도시바 같은 외국 기업만 보이면 되겠는가. 2005년 헬싱키 대회 때 65억 명이 시청했다. 그런 육상 대회가 상업적 가치가 없다고 누가 얘기하겠는가.”

인터뷰 도중 김범일 대구시장이 유 위원장을 찾아왔다. 김 시장은 “유 위원장이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붙어 이긴 셈이다”라고 덕담을 건네며 “조직위원회가 구성되면 그 일도 맡아 주셔야죠”라고 했다. 유 위원장은 “내가 일흔이 넘었다. 이제 골프도 치고 자료도 정리하고…. 슬로다운 해야 된다”며 웃었다.

―대구가 탈락해도 한국의 육상 발전은 꼭 이뤄져야 된다고 했는데….

“집행이사들에게 그랬다. ‘한국이 육상은 못해도 다른 스포츠는 좀 한다. 우리가 육상을 일으킬 테니 기회를 달라. 그러면 스타도 키우고 국민 관심도 불러일으켜 이 대회를 통해 육상 강국이 됐다는 전례를 만들겠다’고. 하지만 육상 중흥은 대구 혼자서는 못 한다. 각 분야에서 노력해야 한다. 육상은 다른 스포츠로 옮겨 갈 수 있는 기초 종목이다. 달리고, 뛰고, 던지고 하다 보면 스포츠 저변은 자연스레 넓어진다. 게다가 육상은 보는 운동이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이다. 국민이 건강해지면 엄청난 의료비도 줄어 나라의 힘을 키울 수 있다. 룰도 지키게 되고 페어플레이 정신도 기를 수 있다. 이런 육상을 왜 발전시키지 않는가.”

유 위원장이 외교 수장을 지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디아크 회장은 개최지 발표 후 유 위원장이 다가오자 “(외교관이 아니라) 스포츠 스페셜리스트가 온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외교의 달인’이었던 유 위원장은 이제 ‘육상 전도사’가 됐다.

몸바사=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유종하 위원장▼

▽생년월일=1936년 7월 28일 ▽출신교=경북고, 서울대 정치학과

▽주요 경력=1958년 제10회 고등고시 행정과 합격, 외무부 법무관, 주미국 대사관 참사관, 미주국장, 주영국 공사, 주수단 대사, 외무부 경제차관보, 주EC 대사 겸 주벨기에 대사, 외무부 차관, 주유엔 대사,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1994∼1996년), 외무부 장관(1996∼1998년), 현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사이버MBA 회장

▽종교=기독교 ▽취미=독서, 수영







■ 대구의 남은 과제들

“이제 공은 우리에게 넘어왔습니다. 한국 육상을 향후 4년간 얼마나 발전시키느냐가 관건입니다.”

신필렬 대한육상경기연맹 회장은 27일 대구가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유치했지만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위원회도 이제 첫발을 내디뎠을 뿐 앞으로 4년간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음을 인정했다.

우선 시급한 문제는 열악한 국내 육상 선수의 육성. 한국은 마라톤의 이봉주 외에 육상에서 세계적인 스타가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외국 언론은 육상 후진국인 한국 대구가 전통적인 육상 강국인 러시아 모스크바를 제치고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거머쥔 것이 의외라는 반응을 보인다. 국제 육상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육상 실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

또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열었을 때 관중 동원을 어떻게 하느냐도 관건이다.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메인스타디움인 대구 월드컵경기장은 6만6000석 규모. 2005년과 2006년에 대구국제육상선수권대회가 열렸지만 전체 객석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그나마 체험학습을 위해 단체 관람을 나온 청소년이 대부분이었다.

대구 유치위는 대구 경북 도민 80만 명에게서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참관하겠다”는 서명을 받아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에 제출했다.

하지만 지역주민과 육상을 좋아하는 팬은 다르다는 게 국제육상계의 지적이다.

육상 관계자들은 올해 9월 대구에서 열리는 3회 국제육상대회에서부터 육상 팬과 외국인 관광객을 적극 유치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몸바사=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