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독립 출범한 한국원자력의학원 김종순 원장
암 수술을 성공시켜 자신의 어머니를 살렸던 병원의 수장이 된 김종순 원장. 김 원장은 이제 암 분야에 머무르지 않고 뇌와 심장 등 다양한 질병의 진단과 치료를 위한 방사선의학 연구를 선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사진 제공 한국원자력의학원 |
《“벌써 7, 8년 전이네요. 우리 어머니가 원자력병원에서 자궁암 수술을 받으신 게 말이죠. 유명 대학병원과 대형 민간병원에서 다 포기하자 가족들은 편안히 모시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마지막 희망으로 원자력병원을 찾았어요. 수술 성공 가능성이 20%도 안 됐죠. 정말 기적처럼 성공했습니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그때의 고마움은 잊혀지지가 않아요.” 그때 그 아들이 어머니를 살린 병원을 이끄는 수장(首長)이 됐다. 한국원자력연구소 부설기관으로 있던 원자력의학원은 지난달 27일 한국원자력의학원으로 독립 출범했다. 김종순(54) 초대 원장을 같은 달 30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한국원자력의학원(이하 의학원) 산하 원자력병원만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암을 조기에 발견하면 수술로 완치가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방사선 치료와 항암제 요법을 써야 합니다. 우리는 44년의 방사선의학 연구 전통을 갖고 있어 국내 어느 병원보다도 노하우를 많이 쌓았어요. 다른 병원에서 치료가 어렵다고 진단받은 환자가 많이 찾아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4차 진료기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죠. 특히 방사선 치료의 후유증을 다루는 테크닉은 유명 병원도 우리보다 경험이 부족하다는 걸 종종 느낍니다.”
―암 중 다른 병원보다 특별히 자신 있는 분야가 있다면….
“갑상샘암은 국내 1위라고 자부합니다. 갑상샘암은 항암제가 잘 듣지 않기 때문에 방사선을 내는 동위원소로 암세포를 제거해야 해요. 다른 병원에는 동위원소 치료병실이 1, 2개에 불과하지만 우리는 7개입니다. 동위원소를 직접 생산도 하고 폐기물 처리시설도 잘 갖춰져 있죠. 갑상샘암 수술은 외과가 아니라 이비인후과에서 직접 맡고 있어요. 말기 갑상샘암을 끝까지 추적해 치료하는 기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겁니다.”
―최근 들어 원자력병원이 다른 병원에 밀리고 있는 추세는 아닌지요.
“3, 4년 전까지 전국 암 환자의 10% 정도가 우리 병원을 찾았어요. 그러나 지금은 이보다 훨씬 줄었죠. 국립암센터나 대형 민간병원들의 암 센터가 속속 생기면서 우리 내부에서도 위기를 인식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위기를 헤쳐 나갈 생각입니까.
“방사선의학은 이제 암에만 국한되지 않아요. 심장이나 근골격계 질환에도 방사선이 필요합니다. 심근경색증 환자의 혈관에 방사선 동위원소를 조사하면 조직이 단단해져 더는 줄어들지 않죠. 살짝 금이 간 골절 환자는 X선 촬영을 해도 별 변화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이때 방사선 동위원소를 이용한 골스캔을 하면 어느 부위에 얼마나 문제가 있는지 알 수 있어요. X선 촬영은 해부학적 구조를 보여 주는 데 비해 골스캔은 조직 내의 미세한 화학반응까지도 잡아내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의학원에는 신경과가 신설됐다. 방사선을 이용해 신경질환의 메커니즘을 밝히고 새로운 진단법과 치료법을 연구하기 위해서다. 김 원장은 전체 방사선의학 연구의 40∼50%를 뇌신경, 심장, 근골격계 등 암이 아닌 다른 질병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의학원 산하 방사선의학연구센터는 상당한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진단과 치료에 쓰이는 동위원소를 생산 보급해 방사선 의약품의 국산화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동위원소 생산 장비인 사이클로트론도 개발했죠. 국내에 보급을 확대하고 수출도 할 예정이에요. 면역증강제도 개발하고 있어요.”
―질병 치료 이외에도 방사선의학이 필요한 분야가 있다면….
“의대 시절 선배를 따라 동위원소 취급면허를 땄어요. 덕분에 국립의료원 핵의학과에서 일하면서 방사선의학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거죠. 당시 원전을 3호기까지 갖춘 대만도 원자력발전의 산업적 영향을 연구하는 기관이 있었는데, 7호기까지 갖춘 한국엔 없었어요. 울분마저 느껴졌습니다. 원자력 전문가도 적었고 의사들은 더욱 관심조차 없었죠. 이제 의학원이 나설 때입니다. 특히 미량의 방사선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정확한 연구가 필요해요. 일본 방사선영향연구재단과 영국 웨스트레이크연구소가 좋은 모델입니다.”
―의학원의 연구원과 의사들 사이에 오랫동안 갈등이 있었는데요.
“근본 원인은 다른 병원에 밀린다는 위기의식 때문에 서로 자신의 주장을 내세운 데 있다고 봐요. 연구원은 기초연구, 의사는 임상연구와 진료 등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서로 지원하는 형태로 가야 해요. 구조조정은 없고, 연구센터와 병원의 회계도 분리할 겁니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김종순 원장▼
△1953년 경남 함양 출생 △1977년 서울대 의대 졸업 △1987년 서울대 의학박사 취득 △1985∼1989년 국립의료원 내과, 핵의학과 과장 △1988∼1989년 미국 MD 앤더슨 암센터 교환연구원 △1994년 일본 교토대, 독일 울리히 연구소 교환연구원 △1998년∼현재 서울대 핵의학과 초빙교수 △2005년∼현재 가톨릭대 의대 방사선과학교실 외래교수 △2001∼2007년 한국수력원자력 방사선보건연구원장 △2007년∼현재 한국원자력의학원 초대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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