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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노 화백이 머물렀던 수덕여관 앞에 들어선 수덕사 禪미술관. |
경허, 만공 선사의 선풍이 서린 덕숭총림 수덕사가 오는 3월 사찰 내 미술관으로는 처음으로 禪미술관을 개관한다.
예산 수덕사(주지 옹산)는 수덕사 선미술관으로 사용했던 고암 이응노 화백의 고택 인 수덕여관 옆에 513㎡(155평) 규모의 새로운 선미술관을 건립 중이다. 2009년 9월 공사에 착수, 2개의 전시실을 갖추고 3월 중 개관할 예정인 선미술관은 동양과 서양 건축 양식을 가미했으며 수덕사 대웅전과 닮은 ‘맞배집’ 형식으로 현재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수덕사는 개관에 맞춰 한서대 허유 교수와 동국대 김대열 교수의 전시회를 연다. 한서대 허유 교수는 ‘춤추는 해바라기展’을, 동국대 김대열 교수는 경인년 호랑이 해를 맞아 ‘백호’를 주제로 작품을 전시한다. 허유 교수는 “춤추는 해바라기와 나비는 정과 동이 가미된 작품”이라며 “고요하지만 일대사를 깨치려는 활발발한 수덕사 스님들의 용맹정진 열기와 어울리는 전시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덕사는 선미술관을 개관하면 국내외 현대미술의 주요 작가들의 워크숍 공간으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작가 등 미술애호가 회원들로 구성된 포럼과 아카데미를 창립, 예술인과 일반인들의 소통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할 방침이다.
수덕사 주지 옹산 스님은 “불교 최초의 전문미술관인 수덕사 선미술관은 불자뿐만 아니라 비불교인도 선과 접목된 작품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곳”이라며 “이응노 화백이 머물렀던 수덕여관은 사람들에게 고향의 느낌을 전해주는 고택으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롭게 단장을 하고 문을 열지만 수덕사 선미술관은 문화예술이나 관광가치보다 높은 정신적 가치를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 근대 불교사에 선풍을 드날렸던 경허 선사와 만공 선사 핵심 선맥의 가풍을 잇고자 했고 동아시아 불교사상의 근간인 선사상의 구현이며, 설립 취지 및 운영 방침이 선서화 중심의 전시회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한국 불교 일부 사찰에 성보박물관 등이 건립돼 있지만 전용 미술관으로는 수덕사 선미술관이 유일하다.
그동안 수덕사는 이응노 화백의 고택이었던 수덕여관을 매입, 중수해 선미술관으로 사용하며 여러 전시회를 가졌다. 수덕여관을 수덕사 고암미술관이란 이름으로 문을 연 후 이응노 화백의 후손들과 제자, 지인들이 기증한 작품 30여 점과 습작 20여 점을 상설 전시했다. 또 제자 금동원 씨의 작품 10여 점을 ‘無字 원두막 展’이란 주제로 선보이기도 했다. 이응노 화백 20주기를 맞아 ‘천불전(千佛展)’을 열었고, 탈속의 경지에 오른 일필휘지로 선풍을 드날렸던 수덕사 제3대 방장 원담 대종사의 선필을 모아 ‘1주기 추모 유작전’을 개최했다.
선미술관이던 수덕여관은 이응노 화백뿐만 아니라 여러 예술인이 교류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근대를 대표하는 신여성이자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인 나혜석 선생이 만공 선사의 선맥을 이은 수행자로 추앙받은 비구니 일엽 스님, 당대를 대표했던 문화 예술인들과 함께 민족 문화와 정신, 예술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던 곳이기도 하다.
041)337-6565
수덕사=최호승 기자 sshoutoo@beopbo.com
1035호 [2010년 02월 08일 1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