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본 '건국 60년, 60대 사건'][46] 서울올림픽 ? 분단의 땅에 펼쳐진 '인류의 제전' |
발행일 : 2008.08.05 / 종합 A6 면 기고자 : 유석재 |
1988년 9월 17일 12시21분 잠실주경기장에서 올림픽기가 게양되자 성화 주자가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으며 남문으로부터 뛰어들어 왔다. 백발이 성성한 그는 달리던 도중 춤을 추듯 두 손을 들고 껑충껑충 뛰기도 했다. 52년 전 민족의 한(恨)을 품고 우승대에 섰던 베를린 올림픽의 마라톤 영웅 손기정이었다. 곧 이어 정선만(교사), 김원탁(마라톤 선수), 손미정(여고생) 세 사람이 22m 높이의 성화대에 올라 불을 붙였다. 그것은 기적과도 같은 순간이었다. 분단과 전쟁, 가난과 독재가 전부인 것처럼 알려졌던 이 나라에서 세계 160개국 1만3000여명 선수단이 참여하는 제전(祭典)이 열릴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건국 40년, 이제 부족하나마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뤄낸 작은 나라 대한민국이 두 번의 반쪽 대회를 극복하고 동·서 화합의 큰 무대인 스물네 번째 올림픽을 마련했던 것이다. 5공 때 올림픽조직위원장이었던 노태우는 서울 개최를 반대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에 IOC 위원들이 쑥덕거리자 이런 말을 전했다고 한다. "만약 개최지를 변경하면 잠실주경기장 한가운데에 사마란치 위원장과 위원 81명의 무덤을 만들고 비석에 '세계 평화를 망친 자들이 여기 묻혀 있노라'고 새기겠다." 서울올림픽은 33개의 세계 신기록과 227개의 올림픽 신기록을 냈으며 슐레이마놀루(역도), 비온디(수영), 조이너(육상), 부브카(장대높이뛰기) 등 숱한 스타들을 낳았다. 한국은 금메달 12개로 세계 4위의 성적을 거뒀다. "독일인 같은 정확성과 미국인 같은 기업가정신, 일본인 같은 친절로써 치른 행사"라며 세계는 한국을 극찬했다. 서울과 인천의 소매치기들이 모여 "외국인을 털지 말자"며 '휴업'을 결의했을 정도로 온 국민은 똘똘 뭉쳤다. "한국의 가을 하늘을 사 가고 싶다"는 말이 나올 만큼 날씨도 쾌청했다. 몬트리올 같은 큰 적자를 우려했던 사람들은 "서울올림픽이 252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는 조직위원장 박세직의 발표에 기뻐했다(순이익은 179억원). 한국의 이미지 제고가 가져온 효과는 훨씬 더 막대했다. "세계는 서울로, 서울은 세계로"란 구호처럼 다음해부터 한국인의 해외 여행이 자유로워졌으며 "손에 손 잡고 벽을 넘어서"란 노래 가사처럼 세계의 냉전체제는 와해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동영상 chosun.com |
기고자 : 유석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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