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본 '건국 60년, 60대 사건'](33) 육영수 여사 피살 • 광복절, 육여사가 쓰러지고 2분 후 박정희 "하던 얘기 계속하겠습니다" |
발행일 : 2008.07.21 / 종합 A8 면 기고자 : 유석재 |
서울에 지하철 1호선이 처음으로 개통된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경축 기념식이 국립극장에서 열렸다. 대통령 박정희(朴正熙)는 중요한 연설문을 읽고 있었다. 평화통일의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공산권에 대한 문호 개방과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을 제의한 1973년의 6.23 선언에 이어, 이번에는 북한에 불가침조약을 제의하는 내용이었다. "나는 오늘 이 뜻 깊은 자리를 빌어서 조국통일은 반드시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그때 장내 어딘가에서 "퍽" 소리가 났다. 맨 뒷줄에 앉아있던 20대 남자 한 명이 들고 있던 권총을 자기 허벅지에 오발한 것이었다.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우리가 그 동안 시종…." 대통령의 연설이 계속되는 동안 이 사내는 자리를 박차고 통로로 나와 연단을 향해 뛰어갔다. 갑작스런 사태에 놀란 청중이 "와~"하는 함성을 지르는 순간, 연단 뒤쪽에 앉아 있던 경호실장 박종규(朴鐘圭)가 총을 들고 뛰어나왔고, "탕"하는 두 번째 발사음이 들렸다. 총탄은 대통령 앞의 연대를 맞췄다. 대통령은 연대 뒤로 몸을 숙였고, 세 번째 총성 직후 연단 오른쪽에 앉아 있던 대통령 부인 육영수(陸英修)의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총탄에 맞은 것이다. 범인은 한 청중이 내민 발에 걸려 넘어져 제압당했고, 식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경호원들이 대통령을 에워쌌다. 모든 것이 순간적이었다. 2분 뒤, 대통령은 다시 연대 위로 모습을 드러냈고 침착한 어조로 말을 시작했다. "하던 얘기를 계속하겠습니다." 육 여사는 그날 저녁 7시쯤 운명했다. 범인으로 붙잡힌 재일교포 문세광(文世光)은 조총련을 통해 북한과 접촉, 박정희 암살의 지령을 받았으며 일본인의 여권을 위조해 입국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넉 달 뒤 사형에 처해졌다. 대통령은 암살을 모면했지만, 평소 국민의 신망을 얻고 있던 대통령 부인이 서거했기에 사람들의 충격과 슬픔은 컸다. 8월 19일 청와대 앞뜰에서 열린 발인식이 끝나자, 대통령은 청와대 정문을 붙잡은 채 운구행렬이 경복궁을 돌 때까지 묵묵히 지켜 봤다. 다음해 5월 21일 신민당 총재 김영삼(金泳三)과의 회담에서 창 밖에 새 한 마리가 홀로 날아오자, 대통령은 "내 신세 같다"며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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