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본 '건국 60년, 60대 사건'] (31) 청년문화와 장발 단속 • 미니스커트·장발은 '저항의 상징' |
발행일 : 2008.07.18 / 종합 A8 면 기고자 : 유석재 |
"괜찮을 줄 알았는데…." 서울의 최저 기온이 영하 5도였던 1973년 3월 10일, 서울 명동 입구에서 무릎 위 30㎝까지 올라오는 초미니스커트를 입고 가던 장모(23)양이 파출소로 연행됐다.(다음날 조선일보 사회면 기사) 이날 발효된 '개정 경범죄 처벌법'에 따라 경찰은 가위와 자를 들고 '장발'과 '무릎 위 17㎝ 이상 미니'에 대한 집중 단속에 들어갔다. 그 해에만 1만2870명이 장발 단속에 걸려 대부분 강제로 머리를 깎였다. 급속한 경제 성장과 함께 한국 사회의 문화적 지형도도 바뀌어 가고 있었다. 1969년 10월 영국 가수 클리프 리처드의 내한 공연 때 젊은 여성 관객이 무대 위로 속옷을 던진 사건은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1970년대 초, 유신체제의 억압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대학가를 중심으로 '통·블·생(통기타·블루진·생맥주)'으로 상징되는 '청년(靑年) 문화'가 대두했다. 1974년에는 조선일보에 '별들의 고향'을 연재(1972~1973)한 소설가 최인호(29), 가수 양희은(22)·이장희(27), 저항가요가 된 '아침이슬'의 작곡가 김민기(23), 바둑기사 서봉수(21), 전 고려대 응원단장 이상용(30) 등이 청년들의 '우상'으로 지목됐다. 도대체 이 새로운 '청년문화'의 정체는 무엇인가? 1974년 4월부터 논쟁이 불붙었다. 서울대 교수 한완상은 "서양 저항문화의 표피만 들어왔을 뿐 창조적 정신이 없다"고 비판했고, 이화여대 교수 이어령은 "권위주의와 물질만능주의에 대한 반항"으로 평가했다. 어쨌든 그 문화의 핵심이 '저항'이라는 데는 동의하고 있는 셈이었다. 당시 청년층의 시대정신을 대표하는 희귀한 영화인 하길종의 '바보들의 행진'(1975)에서 대학생 주인공은 송창식의 '왜 불러'가 배경음악으로 깔린 가운데 장발단속을 피해 달아나고, 자전거를 탄 채 '자유'의 상징인 동해바다로 뛰어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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