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조계종

“미래세대 전해줄 것은 운하 아닌 자연”

淸潭 2008. 3. 7. 22:06
“미래세대 전해줄 것은 운하 아닌 자연”
 
문경 봉암사, 7일 대운하 반대 정진법회
사부대중 2000명 동참…도보순례단 지지
기사등록일 [2008년 03월 07일 금요일]
 

“참회합니다. 중생을 다 건지겠다고 서원을 하면서도 생명의 신음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참회합니다. 동체대비를 말하면서도 나와 만물이 진심으로 한 몸임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오늘 이 기도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온전히 생명의 근원으로 귀명하는 수행과 성찰의 첫걸음이 되게 해 주옵소서….”

운문사 승가대 강사 운산 스님의 지극한 참회에 일순간 경내는 길고긴 적막에 빠져들었다.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막아내 뭇 생명을 살려야 한다며 기세 등등 봉암사를 찾은 대중들은 어느새 스님의 참회에 분노와 증오를 내려놓고 있었다.

일체 모든 죄업이 동업의 소치라는 스님의 외침이 2000여 동참 대중의 가슴 속에 울려 퍼진 것이다. 당장이라도 이명박 정부를 향해 거친 구호를 토해낼 것만 같았던 이날 정진법회는 그렇게 조용한 가운데 참회를 통해 생명평화를 기원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부처님 마음과 생명의 눈으로 우리의 삶을 성찰하는 참회·정진법회’가 3월 7일 문경 봉암사에서 봉행됐다. 정진법회는 봉암사 수좌 스님들이 100일간 한반도 물길을 따라 도보순례 중인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에 대한 지지와 생명의 근원인 강을 지키겠다는 발원의 뜻을 담아 마련됐다.

이날 법회는 도보순례단의 문경 지역 도착에 맞춰 봉행된 것으로 이 자리에는 봉암사 수좌 스님들과 도보순례단을 비롯해 이들을 지지하는 불자와 시민 2000여명이 동참했다.

이날 기도법회는 2000여 참여 대중이 도보순례단의 무탈과 서원성취를 기원하고, 이들을 환송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한편 조계종 환경위원회(위원장 세영)는 3월 5일 대운하 건설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공식 선언하고, 종단 차원의 대운하 저지를 위한 활동 전개를 천명했다. 이에 향후 한반도 대운하 반대 움직임이 교계 전체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경 봉암사=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940호 [2008-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