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서울대 노선배가 스톡홀름효과에 대한 반박글
<황우석을 인질범으로 매도한 서울대 심리학과의 장덕진 교수에게>
나는, 정운찬 총장보고도 <자네>라고 부르는 학번이니,
장 교수한테는 한참 선배 되는 동문일 것이네.
그러므로 비록 일면식 없는 사이지만,
앞으로 <자네>라 부르며 이 글을 쓰겠네.
오늘 조선일보에는 자네 이름을 명시하면서 자네가 <황 교수> 지지자들의
심리상태를 <스톡홀름 효과>, 즉 <인질범 효과>라고 분석하였다더군.
말하자면, 황우석 교수를 지지하고 있는 국민들 대부분은 마치 한 인질범의
인질이 되어 있는 동안 그에게 동정이나 애정을 갖게 된 그러한 심리상태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더군.
물론 이젠 대부분의 국민들은 신문에 났다고 그대로 다 진실로 믿지는 않게
되었다네.
기자란 사람들은 자네의 말을 거두절미해서 자기들 입맛대로 이리저리 갖다
붙임으로써 자네의 본래 의도나 본래 한 말을 얼마든지 왜곡시켰을 수도 있음을
전제하고 듣는다네.
그렇다고 해도, 자네의 이름 석자까지 명시해 가면서 자네의 말이라고
신문에 났으니, 자네가 그 말에 대한 책임을 일정 부분 질 수밖에 없을 것이네.
사실 나는 지난 11월 황우석 교수의 난자윤리 문제가 PD 수첩에 의해 폭로되기
전까지만 해도 황우석 교수의 처신을 별로 좋게 보지 않았던 사람일세.
그 뛰어난 학문적 성취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자주 언론에 나오고,
또 너무 많은 모임에 참석하여 얼굴을 보이고, 강연을 하고.....
그 처신하는 모습이 과학자로서의 본연의 자세를 잃어버린 듯하여
나는 마음속으로 안타까워했고, 그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네.
그래서 자네 학교 총장하고 개인적으로 얘기할 때에도 그 점을 지적하고
그러지 말도록 옆에서 충고해 주라고 권하기까지 하였다네.
황교수가 대통령을 만날 때 자네 총장도 그를 수행해야 하는(?) 배역에
크게 불만을 가지고 있었고, 몹시 자존심 상해 있었다네.
자네 총장이야말로 얼마나 프라이드가 강하고 자존심도 센 사람인가.
그런 그가 황우석의 옆에 서서 배역으로 사진을 찍어야 하는 처지가 되었으니....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2월부터 우리나라의 모든 언론들이,
그리고 서울대 교수들까지도 사이언스지에 실린 논문의 문제점을 들어
그를 <사기꾼>이나 <학문적 범죄자>로 몰아가는 것을 보고,
나는 속으로 <저렇게 해서는 안 되는데... >라고 생각하기 시작하였다네.
그 후부터 <황 교수에 관한 진실>을 알아보기 위하여 일부러 시간을 내서
익숙하지도 않은 인터넷을 <서핑>하게 되었고,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들을 들어볼 기회를 가졌다네. 그리고 기성의 언론에서는 들을 수 없는
수많은 <진실>들을 알게 되었다네.
흔히 일부 사람들은 인터넷에 올라오는 글을 가리켜
<익명성에 기대어>, <편협하고>, <맹목적인> 감정이나 의견들을
무책임하게 <배설한> 그런 것으로 매도하고 있는데,
이러한 주장은, 나의 생각에는, <기득 언론 권력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근거 없는 모함>으로밖에 들리지 않게 되었다네.
이전에 나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에 대하여 나의 의견을 정리하여
신문사에 보낸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신문사에서는 <200자 원고 12매
이내로 줄여서 요점만 적어서> 보내 달라고 하더군.
<원고지 12매>라면 하고 싶은 말의 결론 부분만 요약해 달라는 것인데,
그래서는 설득력도 없어지고 오해의 소지만 남게 된다는 생각에서,
요약문 제출을 거절하고 그 후부터는 신문에 글쓰기를 포기하고 말았다네.
이 말은 무엇을 뜻하는가 하면, 기성의 언론과는 달리 <인터넷>이란
매체에서는 수백, 수천 명의 사람들이 각자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바,
알고 있는 바를 충분히 진술할 수 있고, 온갖 정보들이 제공되고 있다네.
기존의 신문에 보도되는 것의 수십, 수백 배의 의견이나 사실들이
<어떤 의도에 따라 조작되거나 왜곡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진술되기 때문에,
그 중에서 <진실>과 <정직>과 <옳음>을 고를 수 있는 안목과 지능을 가진
사람에게는 더할 수 없이 좋은 <정보의 원천>이 되고 <시시비비>를
판단할 수 있는 훌륭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는 말일세.
말이 본론에서 벗어나 지엽으로 흘러간 것 같네만,
내가 이런 <인터넷의 특성>을 장황하게 말한 것은,
지금 황우석을 지지하면서 <논문 조작 과정의 진실을 밝히자>거나,
그에게 <재연의 기회를 주자>거나, 그의 <원천기술을 보호하자>거나,
그의 <처벌을 반대>하는 많은 국민들의 의견은,
결코 그들이 <황우석이란 인질범에 잡혀 있는 동안 그에게 동정심을 갖게 된>,
자네가 말한바 심리학 용어로 <스톡홀름 효과>에 빠져 있는 그런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일세.
그들의 생각은 심리학적으로 볼 때 정상에서 벗어난 것이기는 커녕
기성의 언론들이 의도적으로 감추어온 <수많은 진실>들을 인터넷을 통하여
알게 된 사람들의 더욱 인간적이고, 더욱 합리적인 의견들이란 것을 말하고자
한 것이네. 자네는 이 점을 명심해야 하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의 생각이나 인식을 <객관적 합리성>에서
벗어나도록 이끄는 가장 강력한 동기가 <이해관계>란 점은
심리학자인 자네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네.
중국에는 이런 속담이 있다네.
<천 가지 만 가지 원칙들 중에서, 그 제1조는 항상 개인의 이해관계다.>
모든 사람들의 행동이 <개인적 이해관계>라는 제1조의 원칙에 종속된다면,
그런 이해관계에 얽혀 있는 사람의 의견보다는 그런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사람들의 <객관적 의견>이 더욱 옳을 수 있고 또한 존중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의 현실은 그와 반대라는 점에서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황우석을 지켜내기 위해 더욱 노심초사하고 있다는 점을
자네는 왜 인식하지 못하는가.
지금 자네가 몸담고 있는 서울대학교의 소위 <조사위원회>의 구성 자체가
객관성을 가졌다고 보는가?
그 최종 조사보고자인 <정명희>가 <합리적으로 생각할 줄 아는 국민들>을
충분히 설득시킬 수 있었다고 보는가?
황우석의 논문에 결함이 생기게 된 원인과 과정에 대한 국민들의 의혹을 말끔히
불식시켰다고 보는가?
황우석의 논문의 결함 때문에 그의 지금까지의 모든 성과가 완전히 쓸모없는
허접 쓰레기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설령 황우석의 논문에 <엄밀한 학문적 잣대>로 평가할 때 치명적인 결함이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현재 자네 학교에서 추진하고 있는 그에 대한 처벌
수준이 상벌에 대한 공평한 기준에서 벗어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가?
논문에서의 일부 <성과 부풀리기>와 <남의 글을 훔쳐 와서 자기 글인 양 발표한>
<논문 표절>이나 <저서 표절>을 비교하면,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어느 것이 더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인가?
세계적으로 최첨단 분야에서의 논문의 일부 <성과 부풀리기>와 수십억 원의
<연구비를 횡령>하여 개인적 치부를 한 행위를 비교하면, 어느 것이 더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할 행위인가?
그런데, 자네 학교에서 이전에 <논문 표절>과 <연구비 횡령> 사건이 터졌을 때,
자네 학교의 동료 교수들은 모두들 분개하면서, 그들을 <도둑놈>으로 매도하고
<학자로서의 사형선고>를 내려야 한다고 떠든 적이 있었던가?
우선, 황우석 교수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제쳐 두고라도,
설령 자네들 주장대로 그의 <논문 부풀리기 또는 조작>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를 <사기꾼>으로 매도하고, <학문적 범죄자>로 단정하고, 그에 대해
<학자로서의 사형선고>를 내리려는 <엄중한 처벌> 자체가 공평성을 잃은
처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옛날부터, 아무리 큰 죄인을 처벌할 때에도 먼저 그의 처지를 헤아려보고,
그의 지난날의 공과를 헤아려 봐야 한다고 하였다네.
그런데, 정 총장을 비롯하여 지금 자네 대학의 교수들은 동료 교수의 <사소한
잘못>을 빌미로 그를 어떻게든 죽여 없애려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자네들의 마음속에는, <일개 촌놈 출신의 수의과 대학 교수 나부랭이>가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데 대한 뒤틀린 질투심과 시기심이 도사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당연히 자네들은 아니라고 부정할 테지만, 그리고 따뜻한 가슴이 박재된
전문 지식 기술자답게 온갖 어려운 전문 학술용어를 써가면서 아니라고
변명을 늘어놓을 테지만,
그런 말로써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순진한 어린아이의 마음과 같은,
수많은 국민들을 속일 생각은 하지 말게나.
순진한 어린아이의 마음일수록 진실을 직감적으로 포착하는 능력이 있다네.
그리고, 서울대 총장이나 교수들은 황우석 교수 처벌 문제를 두고 왜 그리도
허둥대는 것인가?
천천히 하면 황우석 교수가 도망이라도 치게 될까봐 그러는가?
지식인답게, 이성을 가진 사람들답게,
<어디 시간을 충분히 줄 테니, 자네의 논문 내용이 진실인지 가짜인지
우리에게 증명해 보여주게.> 하면서 기다려줄 수는 없었던가?
그리하여, 가능한 한 동료 서울대 교수가 받고 있는 혐의를,
만약 그것이 실수나 모함에 근거한 것이라면,
벗겨 주도록 노력했어야 맞는 것 아닌가? 그리고 그것이 인지상정 아닌가?
지금 많은 국민들이 황우석을 옹호하면서 추운 길거리에서 촛불을 켜들고
<공정 수사>와 <재연의 기회>를 요구하는 이유는 결단코 그들이 <스톡홀름
효과> 따위의 <정신 이상> 때문이 아닐세.
도리어 <시기심과 질투심으로 인해 마음이 병든 서울대 교수들의 잘못 때문에
유능한 과학자 하나가 억울하게 희생될까봐 안타까워서> 저렇게 하는 줄을,
심리학을 배워서 서울대 교수까지 된 자네가 정녕 모른단 말인가?
가만히 보고 있기에는 너무나 안타까워서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었다네.
참고해주면 고맙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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