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법연화경 제 이권
妙法蓮華經 第 二卷
묘법연화경 제 삼 비유품
妙法蓮華經 第 三 譬喩品
[1] 그 때 사리불이 뛰고 뛸 듯이 환희하며 곧 일어나 합장하고 부처님의 존안(尊顔)을 우러러 보면서 부처님께 아뢰어 말씀하되,『지금 세존으로부터 이러한 법음을 듣자옵고 마음에 뛰고 뛸 듯한 즐거움을 품으며 미증유함을 얻었나이다. 까닭은 무엇인가 하오면, 제가 옛적에 부처님으로부터 이와 같은 법을 들었사옵고, 모든 보살은 성불하리라고 수기하심을 보았으나, 그러나 저희들은 이 일에 참여하지 못하여 여래의 한량없는 지견을 잃었음을 스스로 마음 상하였나이다.
세존이시여, 저는 항상 홀로 산림이나 나무 아래서 혹은 앉거나 혹은 거닐면서 매양 이런 생각을 하되, 「저희들도 법의 성품에 같이 들었거늘, 어찌하여 여래께서는 소승법으로 제도하심을 보이시는가.」 하였지만, 이것은 저희들의 허물이고 세존의 탓이 아니옵니다. 까닭은 무엇인가 하오면, 만약 저희들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는 인연을 설하심을 기다렸으면, 반드시 대승으로써 제도되어 해탈을 얻었을 것이거늘, 그러나 저희들은 마땅함을 따라 설하시는 방편을 이해하지 못하고 처음에 부처님의 법을 듣고는 문득 믿고 받아서 증득하였다고 깊이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옛적부터 오면서 날이 저물고 밤이 새도록 매양 스스로 엄하게 꾸짖었는데, 그러나 지금 부처님으로부터 듣지 못하던 미증유의 법을 듣자옵고, 모든 의심과 후회함을 끊고, 몸과 마음이 태연하여 쾌히 편안함을 얻었사옵니다. 오늘에야 진실된 부처님의 아들이며, 부처님의 입으로부터 났으며, 법으로부터 화생(化生)하여 불법의 일부분을 얻게 된 것을 알았나이다.』
[2] 그 때 사리불이 이 뜻을 거듭 펴려고 게송으로 말씀하되,
제가 이런 법음을 듣자옵고 미증유함을 얻어
마음에 큰 환희함을 품고 의심 그물 이미 모두 없어졌나이다.
옛적부터 부처님의 가르침을 입사와 대승을 잃지 않았나이다.
부처님의 음성 매우 희유하시어
능히 중생의 번뇌를 제하시니,
저는 이미 번뇌가 다함을 얻어
듣자옵고는 또한 근심 걱정 끊었나이다.
제가 산골짜기에 있거나 혹은 숲이나 나무 밑에 있으면서
혹은 앉거나 혹은 거닐면서 항상 이 일을 깊이 생각하고
탄식하며 깊이 스스로 책망하되, 어찌하여 스스로 속았느뇨.
우리들도 또한 부처님의 아들로 무루법에 같이 들었건마는,
능히 미래에 위없는 도를 연설하지 못하며,
서른두 가지 금빛 모습과 열 가지 힘(十力)과 모든 해탈이
같은 한 가지 법 가운데 있거늘, 이런 일을 얻지 못하고,
여든 가지 묘하고 좋은 상호 열여덟 가지 같지 않는 법,
이와 같은 것들의 공덕을 나는 이미 모두 잃었는가.
제가 홀로 거닐 때에 부처님께서 대중 속에 계심을 보고,
명성이 시방에 가득히 들려 널리 중생을 요익하게 하시거늘,
스스로 생각컨대, 이 이익을 잃음은
제가 스스로를 거짓으로 속임이 됨이라.
제가 항상 밤낮으로 매양 이 일을 생각하고
세존께 여쭈고자 하는 것은, 잃음이 됩니까 잃지 않음이 됩니까.
저는 항상 세존께서 모든 보살을 칭찬하심을 보고,
밤낮으로 이와 같은 일을 셈하여 헤아렸나이다.
[3]지금 부처님 음성 듣자오니, 마땅함을 따라 설하시는 법
무루(無漏)의 경지 부사의하여 중생을 도량에 이르게 하옵니다.
저는 본래 삿된 견해에 착하여 모든 범지의 스승이 되었으나,
세존께서 저의 마음을 아시고
삿된 소견을 뽑아 열반을 설하시니,
제가 삿된 견해를 다 제하고 공한 법을 증득하였나이다.
이 때 마음에 스스로 생각하기를 열반에 이르렀다고 하였더니,
이것은 참된 열반 아님을 지금에야 스스로 깨달았나이다.
만약 부처님 됨을 얻을 때는
서른두 가지 거룩한 형상을 갖추며
천상과 사람과 야차들과 용과 신들이 공경해야,
이 때에야 가히 다 없어진 무여열반(無餘涅槃)이라 할 것이옵니다.
부처님께서 대중 가운데서 제가 마땅히 성불하리라 하시니,
이와 같은 법음을 듣자옵고
의심과 후회함이 다 없어졌나이다.
[4]처음 부처님께서 설하신 말씀 듣고
마음 속으로 크게 놀라고 의심하되,
마(魔)가 부처님 되어서 저의 마음 시끄럽게 함인가 했더니,
부처님께서 가지가지 인연과
비유와 훌륭한 말씀으로 설하시니,
그 마음 바다같이 편안하여 저의 의심 그물 끊어졌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지난 세상에
한량없이 멸도하신 부처님께서도
방편에 편안히 머물러 계시면서 또한 모두 이 법을 설하셨고,
현재와 미래의 부처님께서도 그 수는 한량없으나
역시 모든 방편으로 이와 같은 법을 연설하시리라 하시며,
지금의 세존께서도 탄생하시고 출가하시어
도를 얻고 법륜을 굴리시되 또한 방편으로 설하시나니,
세존께서 실상의 도를 설하시나 파순(波旬)은 이런 일 없나이다.
이로써 저는 정녕코 마가 부처된 것 아닌 줄 알았나이다.
제가 의심 그물에 떨어진 까닭에
이것은 마의 소행이라 하였나이다.
부처님의 부드러운 음성은 심히 깊고 멀며 미묘하시어
청정한 법을 설명하심을 듣고 저의 마음 크게 환희하여
의심과 후회함이 영원히 다하여
참된 지혜 가운데 편히 머물렀나이다.
저도 결정코 마땅히 성불하여 하늘과 사람의 공경받고
위없는 법륜을 굴리어 모든 보살을 교화하오리다.
[5] 그 때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이르시되, 『내가 지금 하늘과 사람과 사문과 바라문 등의 대중 가운데서 설하노니, 내가 옛적에 이만억 부처님 처소에서 무상도를 위하는고로 항상 너를 교화하였으니, 너는 또한 긴 세월에 나를 따라 배움을 받았느니라. 내가 방편으로 너를 인도한 까닭으로 나의 법 가운데에 태어났느니라.
사리불아, 내가 옛적에 너를 가르쳐서 불도를 이루기를 지원(志願)하게 하였으나, 너는 지금 다 잊어버리고 스스로 이미 멸도를 얻었다고 생각하였느니라. 내가 지금 너로 하여금 돌이켜 본래 원하고 행하던 도를 기억하고 생각하게 하고자 하는고로 모든 성문을 위하여 이 대승경을 설하노니, 이름은 묘법연화라, 보살을 가르치는 법이며 부처님께서 호념(護念)하시는 바이니라.
사리불아, 너는 미래 세상에 한량없고 가이 없는 불가사의 겁을 지나서, 몇 천만억 부처님께 공양하고 바른 법을 받들어 지니며 보살이 행할 바 도를 구족하여 마땅히 성불하리니, 명호는 화광(華光)여래 응공 정변지 명행족 선서 세간해 무상사 조어장부 천인사 불 세존이니라. 나라 이름은 이구(離垢)이며, 그 국토는 평정하고 청정하게 장엄되어 편안하게 의지하여 즐거움이 가득하고, 하늘과 사람이 번성하며 유리로 땅이 되고 여덟 갈래의 길이 있으되, 황금줄로 그 가를 경계로 하고 그 옆에는 각각 칠보로 된 나무가 줄지어 섰고 항상 꽃과 과실이 있으리라. 화광여래도 역시 삼승으로 중생을 교화하시리라.
사리불아, 저 부처님 출현하실 때는 비록 악한 세상은 아니지만 본래 서원한 까닭으로 삼승법을 설하시리라. 그 겁의 이름은 대보장엄(大寶莊嚴)이니, 왜 이름을 대보장엄이라 하는고 하면, 그 나라 가운데 보살로써 큰 보배를 삼는 까닭이니라.
[6] 그 모든 보살은 한량없고 가이 없으며 불가사의라, 산수나 비유로는 능히 미치지 못할 것이며, 부처님의 지혜의 힘이 아니면 능히 아는 자가 없느니라. 만약 다니고자 할 때는 보배꽃이 발을 받드느니라. 이 모든 보살은 처음 발심한 것이 아니고, 모두 오랫동안 덕의 근본을 심어서 한량없는 백천만억 부처님 처소에서 깨끗한 범행을 닦아 항상 모든 부처님께서 칭탄하시는 바이며, 항상 부처님의 지혜를 닦아 큰 신통을 갖추고 일체 모든 법의 문을 잘 알며 바탕이 곧아서 거짓이 없고 뜻과 생각이 견고하니, 이런 보살이 그 나라에 가득하리라.
사리불아, 화광 부처님의 수명은 십이 소겁이니 왕자로서 성불하기 전 세월은 제외하느니라. 그 나라 백성의 수명은 팔 소겁이니라.
화광여래께서 십이 소겁을 지내고 견만(堅滿)보살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를 주시고, 모든 비구에게 이르시되, 「이 견만보살이 다음에 성불하여 이름은 화족안행 다타아가도 아라하 삼먁삼불타라 하리니, 그 부처님의 국토도 또한 이와 같으니라.」 하시느니라.
사리불아, 이 화광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에 정법이 세상에 머무름은 삼십이 소겁이며 상법이 세상에 머무름도 또한 삼십이 소겁이니라.』
[7] 그 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시되,
사리불은 오는 세상에 성불하여 지혜는 넓고 높으며,
명호는 화광여래라. 마땅히 한량없는 중생을 제도하며
수없는 부처님께 공양하고 보살행과
열 가지 힘 등을 구족하여 무상도를 증득하리라.
한량없는 겁을 지나서 겁의 이름은 대보장엄이요,
세계의 이름은 이구이니라. 청정하여 더러운 것이 없으며
유리로 땅이 되고 황금줄로 그 길을 경계로 하며,
칠보로 된 온갖 색의 나무에는 항상 꽃과 과실이 있느니라.
그 나라의 모든 보살은 뜻과 생각이 항상 견고하며
신통과 바라밀이 모두 이미 다 구족하여,
수없는 부처님 처소에서 보살도를 잘 배운,
이와 같은 큰 보살들이니 화광 부처님께서 교화하심이니라.
부처님께서 왕자이던 때 나라와 세상 영화도 버리고
가장 마지막 몸으로 출가하여 불도를 이룰 것이니라.
화광불이 세상에 계시는 수명은 십이 소겁이며,
그 나라 백성들의 수명은 팔 소겁이니라.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 정법이 세상에 머무름은
삼십이 소겁이니, 널리 모든 중생을 제도하고
정법이 다 멸한 뒤 상법도 삼십이 소겁이니라.
사리를 널리 유포하여 하늘과 사람이 널리 공양하리니,
화광 부처님 하시는 바의 그 일은 모두 이와 같으니라.
그 양족존은 거룩하시고 높으신 분
가장 뛰어나 짝할 무리 없나니,
그가 곧 그대의 몸이니, 응당 스스로 기뻐하고 경하할지니라.
[8] 그 때 사부대중인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 하늘 용 야차 건달바 아수라 가루라 긴나라 마후라가 등의 대중은 사리불이 부처님 앞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 받는 것을 보고 마음이 크게 기쁘고 즐거워서 한량없이 뛰놀면서 각각 몸에 입었던 웃옷을 벗어 부처님께 공양하며, 석제환인과 범천왕들도 수없는 천자와 더불어 또한 하늘의 묘한 옷과 하늘의 만다라꽃과 마하만다라꽃들로 부처님께 공양하니, 흩은 하늘옷이 허공 중에 머물러 빙글빙글 스스로 돌아가고, 모든 백천만억 가지 하늘의 슬기로운 음악이 허공 중에서 일시에 울리며, 여러가지 하늘꽃을 비오듯이 하며 이런 말을 하되, 『부처님께서 옛적에 바라나에서 처음 법륜을 굴리시고, 지금에야 다시 위없는 가장 큰 법륜을 굴리시도다.』
[9] 그 때 모든 천자가 이 뜻을 거듭 펴려고 게송으로 말씀하되,
옛적에 바라나에서 사제(四諦)의 법륜을 굴리시어
다섯 가지 화합하여 생멸하는 모든 법을 분별하여 설하시고,
지금 다시 가장 묘하고 위없는 큰 법륜을 굴리시니,
이 법은 심히 깊고 오묘하여 능히 믿는 자가 적나이다.
저희들이 옛적부터 오면서 세존의 말씀을 자주 들었사오나,
이와 같이 깊고 묘하고 높은 법은 일찍이 듣지 못하였나이다.
세존께서 이 법을 설하시니, 저희들은 모두 따라 기뻐하나이다.
큰 지혜의 사리불이 지금 세존의 수기를 받으오니,
저희들도 또한 이와 같이 반드시 마땅히 성불하여
일체 세간에서 높고 높은 세존 되오리다.
불도는 생각으로 논의하기 어려워 방편따라 알맞게 설하시니,
지금 세상과 혹은 지난 세상에서 저희가 지은 복의 업과
부처님 뵈온 공덕을 모두 불도에 회향(廻向)하나이다.
[10] 그 때 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어 말씀하되,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다시 의심과 후회가 없사오며 친히 부처님 앞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를 받았나이다. 이 모든 천이백의 마음이 자재한 자는 옛날에 배우는 위치에 있을 적에 부처님께서 항상 교화하여 말씀하시되, 「나의 법은 능히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을 떠나서 필경에 열반에 드느니라.」 하시매, 이 배우는 이와 배울 것이 없는 사람도 또한 각각 스스로 나라는 소견과, 있다 없다는 소견을 떠나 열반을 얻었다고 생각하였는데, 그러나 지금 세존 앞에서 듣지 못한 말씀을 듣자옵고 모두 의혹에 떨어졌나이다.
거룩하신 세존이시여, 원하옵건대, 사부대중을 위하여 그 인연을 말씀하시어 의심과 후회를 여의게 하여 주시옵소서.』
그 때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이르시되, 『내가 모든 부처님 세존께서 가지가지 인연과 비유와 말씀과 방편으로 설하시는 법은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위함이라고 먼저 말하지 않았느냐. 이 모든 설하는 바는 모두 보살을 교화하기 위한 까닭이니라. 그러나 사리불아, 이제 마땅히 다시 비유로써 이 뜻을 밝히리니, 모든 지혜있는 자는 비유로써 이해할 수 있느니라.
사리불아, 어떤 나라의 성읍의 부락에 큰 장자가 있었으니, 그의 나이는 늙었으나 재물은 한량없는 부자여서 밭과 집과 여러 시중꾼이 많았으며, 그 집은 넓고 크나 문은 오직 하나만 있고, 많은 사람들 무리가 일백 이백 내지 오백 사람이 그 가운데 살고 있었느니라.
[11] 집과 누각은 낡고 썩었으며, 담과 벽은 무너져 떨어졌고 기둥 뿌리는 썩고 대들보는 기울어져 위태한데, 두루 한꺼번에 홀연히 불이 일어나 집이 불에 타고 있었는데, 장자의 모든 자식들이 혹은 열이나 스물이나 혹은 서른에 이르도록 이 집 안에 있었느니라. 장자는 이 큰 불이 사면으로부터 일어남을 보고, 곧 크게 놀라고 두려워하며, 이런 생각을 하되, 「나는 비록 능히 이 불타는 집에서 무사히 나왔으나, 그러나 모든 자식들은 불난 집 안에서 장난치고 노는 데에만 집착하여, 깨닫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며 놀라지도 두려워하지도 아니하고, 불길이 몸에 와 닿아 고통이 닥칠 것인데도 마음에 싫어하거나 근심하지 않고 나오려는 생각도 않는구나.」 하였느니라.
사리불아, 이 장자는 이렇게 생각을 하되, 「나의 몸과 손에는 힘이 있는지라, 마땅히 옷 담는 함이나 혹은 책상에 앉혀서 들고 집으로부터 나오리라.」 하다가 다시 생각을 하되, 「이 집은 오직 문이 하나만 있고 또 좁고 작은데, 모든 자식들은 나이가 어려서 아직 아는 것이 없고 노는 데만 정신이 팔렸으니, 혹시 땅에 떨어져서 불에 타지나 않을까. 나는 마땅히 두렵고 겁나는 일을 말하되, 이 집이 이미 불에 타고 있으니, 응당 지금 빨리 나와서 불에 타지 않게 하리라.」 이런 생각을 하고는 깊이 생각한 바와 같이 모든 자식들에게 이르기를, 「너희들은 빨리 나오너라.」 하였느니라.
아버지는 비록 가련하고 불쌍히 여겨서 좋은 말로 달래어 깨우쳐 주나, 그러나 모든 자식들은 희희낙락 노는 데만 정신이 팔려 믿지도 아니하고 놀라지도 두려워하지도 아니하며 나올 생각이 없었느니라. 또한 어떤 것이 불인지 어떤 것이 집인지 어떤 것을 잃게 되는지 알지 못하고, 다만 동서로 왔다 갔다 놀며 아버지만 바라볼 뿐이었느니라.
[12] 그 때 장자는 곧 이런 생각을 하되, 「이 집이 이미 큰 불에 타고 있으니, 나와 또 모든 자식들이 만약 이 때에 나오지 아니하면 반드시 불에 타게 되리니, 내가 지금 마땅히 방편을 베풀어 자식들로 하여금 이런 해를 면하게 하리라.」 하고 아버지는 모든 자식들이 먼저 마음에 각각 좋아하는 가지가지 진귀한 노리개와 기이한 물건에 뜻을 두고 있음을 상기하고 반드시 좋아할 것을 알고, 자식들에게 일러 말하되, 「너희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은 희유하여 얻기가 어려운 것이라, 너희가 만약 받지 아니하면 다음에 반드시 후회하리라.
이와 같은 가지가지 양이 끄는 수레 사슴이 끄는 수레 소가 끄는 수레가 지금 대문 밖에 있으니, 가히 장난하며 즐겁게 놀 수 있느니라. 너희들은 이 불타는 집에서 빨리 나오너라. 너희가 하고자 함에 따라 마땅히 모두 너희에게 주리라.」
그 때 모든 자식들은 아버지가 말씀하시는 진기한 장난감이 바로 원하던 것이므로 마음이 각각 용맹하고 날쌔어져서 서로 밀치면서 앞다투어 재빨리 불난 집에서 뛰쳐 나왔느니라. 이 때 장자는, 모든 자식들이 아무 탈 없이 불타는 집에서 나와 모두 네거리 길 가운데 모여 앉으니, 다시 장애됨이 없음을 보고, 그 마음 태연하여 기쁘고 즐거워서 뛰고 뛸 듯이 하였느니라.
이 때 모든 자식들이 각각 아버지께 말하기를, 「아버지께서 먼저 허락하신 좋은 장난감인 양이 끄는 수레 사슴이 끄는 수레 소가 끄는 수레를 원하옵건대, 지금 내려 주시옵소서.」
[13] 사리불아, 그 때 장자는 모든 자식들에게 각각 똑같이 하나의 큰 수레를 주니, 그 수레는 높고 넓은데 여러가지 보배로 단정하게 꾸미었고 난간의 둘레를 빙 둘러서 사면에는 방울을 달고 또 그 위에는 일산과 휘장을 치고 또한 진기한 여러가지 보배로써 장엄하게 꾸몄으며, 보배줄로 얽어매어 여러가지 꽃과 구슬을 드리우고 예쁜 자리를 겹겹이 깔아 놓고 붉은 베개를 안정하게 놓았으며, 흰 소로 멍에를 메게 하니, 털의 빛깔이 깨끗하며 몸집은 충실하고 아름다워 큰 힘이 있는지라, 걸음이 평탄하고 바르며 바람같이 빠르고 또 많은 시중꾼이 따라 모시며 호위하였느니라. 왜냐하면, 이 큰 장자는 재물이 한량없어 가지가지 모든 창고마다 모두 다 차서 넘치니, 이에 이런 생각을 하되, 「나의 재물은 한정이 없으니, 변변치 못한 작은 수레를 모든 자식들에게 줄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어린 아이들이 모두 나의 자식이니 사랑함이 치우쳐 편듦이 없이 하리라.
나에게 이와 같은 칠보로 된 큰 수레가 있으되 그 수가 한량 없으니, 응당 평등한 마음으로 각각 이를 주되 차별하지 아니하리라. 왜냐하면, 내가 이 물건으로 두루 한 나라에 줄지라도 오히려 모자라지 아니하거늘 하물며 모든 자식들이겠느냐.」
이 때 모든 자식들은 각각 큰 수레를 타고 전에 없던 즐거움을 얻으니, 본래 바라던 것이 아니었느니라.
사리불아, 너의 뜻에는 어떠하느냐. 이 장자가 모든 자식들에게 진귀한 보배로 된 큰 수레를 똑같이 준 것이 허망함이 있다 하겠느냐. 아니하겠느냐.』
사리불이 말씀하되,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이 장자가 다만 모든 자식들로 하여금 불의 난리를 면하게 하여 그 몸과 목숨만 보전하게 할지라도 허망함이 되지 않나이다. 어떤 연고이냐 하오면, 만약 몸과 목숨만 보전하여도 이미 훌륭한 장난감을 얻은 것 이상이 되옵거늘, 하물며 다시 방편으로 저 불난 집에서 빼내어 구제함이오리까.
세존이시여, 만약 이 장자가 가장 작은 수레 하나도 주지 않았다 할지라도 오히려 허망한 것이 아니옵니다. 왜냐하오면, 이 장자가 먼저 이러한 생각을 하되, 「내가 방편으로써 자식들을 나오게 하리라.」 하였으니, 이러한 인연으로 허망함이 없사온데, 하물며 장자가 재물이 한량없음을 스스로 알고 모든 자식들에게 이익되게 하고자 하여 똑같이 큰 수레를 줌이오리까.』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이르시되, 『착하고 착하도다. 네가 말한 바와 같으니라.
[14] 사리불아, 여래도 또한 이와 같아서 곧 일체 세간의 아버지가 되어, 모든 공포와 두려움과 쇠약함과 번뇌와 근심과 질병과 무명(無明)과 어두움이 가리운 것이 영원히 다하여 남음이 없고, 그리고 한량없는 지견과 힘과 두려움 없는 것을 다 성취하여 큰 신통력과 지혜의 힘이 있으며, 방편 바라밀과 지혜 바라밀과 대자대비를 구족하여 언제나 게으름과 권태가 없으며, 항상 착한 일을 구하여 일체를 이익되게 하느니라. 이에 삼계의 썩고 낡은 불난 집에 나서, 중생의 나(生)고 늙(老)고 병(病)들고 죽음(死)과, 근심(憂)과 슬픔(悲)과 고통(苦)과 번뇌(惱)와 어리석음과 어두움에 덮인 삼독의 불에서 건지기 위하여 교화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게 하려는 것이니라.
모든 중생을 보니,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과, 근심 슬픔 고통과 번뇌의 불에 타고 있으며, 또한 다섯 가지 욕심과 재물의 이익을 위하는고로 가지가지 고통을 받으며, 또 탐착하여 구하려 하므로 현 세상에서 여러가지 고통을 받다가, 뒤에는 지옥 축생 아귀의 괴로움을 받으며, 혹은 천상이나 인간에 나더라도 가난하고 빈궁한 고통을 받고,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괴로움과 원수와 미워하는 사람을 만나는 괴로움 등, 이와 같은 가지가지 온갖 고통을 받으면서도 중생은 그 가운데 빠져 즐겁게 놀면서, 깨닫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며 놀라지도 두려워하지도 아니하며, 또한 싫어함도 내지 않고 해탈도 구하지 않으며, 이 삼계의 불난 집에서 동서로 뛰고 달리며 비록 큰 괴로움을 만날지라도 이를 근심하지 않느니라.
사리불아, 부처님은 이런 것을 이미 보고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하되, 「나는 중생의 아버지가 되는지라, 응당 그 고통과 어려움에서 빼내어 한량없고 가이 없는 부처님의 지혜의 낙을 주어서 그들로 하여금 즐겁게 놀게 하리라.」
사리불아, 여래는 다시 이런 생각을 하되, 「내가 만약 다만 신통력과 또 지혜의 힘으로 방편을 버리고 모든 중생을 위하여 여래의 지견과 힘과 두려울 바 없는 것을 찬탄하면, 중생이 이것으로써는 제도되지 못하리라. 왜냐하면, 이 모든 중생이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과 근심과 슬픔과 고통과 번뇌를 면하지 못하고, 삼계라는 불난 집에서 불타는 바가 될 것이니, 무엇으로써 부처님의 지혜를 능히 이해할 수 있으랴.」
[15] 사리불아, 저 장자가 비록 몸과 손에 힘이 있으나, 쓰지 않고 다만 은근히 방편으로써 모든 자식들을 불난 집에서 힘써 건지고, 그러한 뒤에 각각 진귀한 보배 큰 수레를 주는 것과 같이, 여래도 또한 이와 같아서 비록 힘과 두려울 바가 없음이 있지마는, 그러나 쓰지 않고 다만 지혜와 방편으로써 삼계의 불난 집에서 중생을 빼내어 제도하기 위하여 삼승인 성문과 벽지불과 불승을 설하여 이에 이러한 말씀을 하시되, 「너희들은 삼계의 불난 집에 있기를 좋아하지 말며, 거칠고 나쁜 빛과 소리와 향기와 맛과 닿음을 탐하지 말지니라. 만약 탐착하여 사랑함이 생기면 곧 불타게 되느니라. 너희가 빨리 삼계를 나오면, 마땅히 삼승인 성문과 벽지불과 불승을 얻으리라. 내가 지금 너희를 위하여 이 일을 보증하노니 마침내 허망하지 않으리라. 너희들은 다만 부지런히 닦고 정진하라.」
여래가 이런 방편으로 중생을 달래어 정진하게 하고 다시 이런 말씀을 하시되, 「너희들은 마땅히 알지니라. 이 삼승법은 성인께서 모두 칭탄하시는 바로써 자재하여 얽매임이 없고 의지하여 구할 바도 없으니, 이 삼승을 타면 누설없는 뿌리와 힘과 깨달음과 도와 선정과 해탈과 삼매 등으로 스스로 즐기면서 한량없는 편안함과 쾌락함을 얻으리라.」
[16] 사리불아, 만약 어떤 중생이 안으로 지혜로운 성품이 있어 부처님 세존을 따라 법을 듣고 믿어 받아서 부지런히 정진하여 빨리 삼계를 나오고자 하여 스스로 열반을 구하면, 이 이름은 성문승이니, 저 모든 자식들이 양의 수레를 구하기 위하여 불난 집을 나옴과 같으니라. 만약 어떤 중생이 부처님 세존을 따라 법을 듣고 믿어 받아서 부지런히 정진하여 자연지혜를 구하며, 혼자 있기를 좋아하여 고요한 곳을 즐기고 모든 법의 인연을 깊이 알면, 이 이름은 벽지불승이니, 저 모든 자식들이 사슴의 수레를 구하기 위하여 불난 집을 나옴과 같으니라. 만약 어떤 중생이 부처님 세존을 따라 법을 듣고 믿어 받아서 부지런히 닦고 정진하여 일체지(一切智)와 불지(佛智)와 자연지(自然智)와 무사지(無師智)와 여래의 지견과 힘과 두려울 바 없음을 구하고, 한량없는 중생을 불쌍히 생각하여 안락하게 하고 하늘과 사람을 이익되게 하여 일체 중생을 제도하여 해탈하게 하면, 이 이름은 대승보살이니, 이러한 대승을 구하는 까닭으로 마하살이라 이름하느니라. 저 모든 자식들이 소의 수레를 구하기 위하여 불난 집을 나옴과 같으니라.
[17] 사리불아, 저 장자가 모든 자식들이 무사히 불난 집에서 나와 두려움 없는 곳에 이르럼을 보고, 자기의 재물이 한량없음을 생각하여 큰 수레를 모든 자식들에게 똑같이 나누어 주는 것과 같이, 여래도 또한 다시 이와 같아 일체 중생의 아버지가 되느니라. 만약 한량없는 억천 중생이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문으로 삼계의 겁나고 두렵고 험한 길을 나와서 열반락(涅槃樂)을 얻는 것을 보고는, 여래가 그 때 문득 이런 생각을 하되, 「나는 한량없고 가이 없는 지혜와 힘과 두려움 없는 등의 모든 부처님의 법장(法藏)이 있으며, 이 모든 중생은 모두 나의 아들이니, 똑같이 대승을 줄 것이요, 어떤 사람이든지 홀로 열반을 얻게 하지 아니하고, 모두 여래의 열반으로써 이에 열반하게 하리라. 삼계에서 벗어난 이 모든 중생들에게 모든 부처님의 선정과 해탈의 오락기구를 다 주나니, 이는 모두 한 모양 한 종류이고, 성인께서 칭탄하시는 바이며, 능히 깨끗하고 묘한 제일의 낙이 생기느니라.」
사리불아, 저 장자가 처음에 세 가지 수레로 모든 자식들을 달래어 끌어낸 뒤에, 다만 보배로 장엄한 편안하고 제일가는 큰 수레를 주었느니라. 그러나 저 장자는 허망한 허물이 없는 것과 같이 여래도 또한 이와 같아서 허망함이 없느니라. 처음에 삼승을 설하여 중생을 인도하고 그러한 뒤에 다만 대승으로써 제도하여 해탈하게 하느니라. 왜냐하면, 여래는 한량없는 지혜와 힘과 두려울 바 없음과 모든 법장이 있어서 능히 일체 중생에게 대승의 법을 주건마는, 다만 능히 다 받지 못하느니라.
사리불아, 이런 인연으로 마땅히 알지니라. 모든 부처님께서는 방편의 힘으로써 일불승을 분별하여 삼승을 설하시느니라.』
[18] 부처님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시되,
비유하면, 어떤 장자에게 큰 집이 있었는데,
그 집은 오래되어 낡고 퇴락하였으며
집은 높고 위태로우며 기둥 뿌리는 썩어들고
대들보는 기울어져 축대마저 무너지고,
담장과 벽은 헐어져서 발랐던 진흙은 떨어지고,
지붕은 썩어 흩어졌고 서까래와 처마는 어긋나 떨어졌고,
울타리는 꾸불어지고 더러운 것이 가득찼는데,
오백여 명 식구들이 그 가운데 살고 있었느니라.
솔개와 올빼미와 부엉이와 독수리와
까마귀와 까치들과 비둘기와
독사와 뱀과 살무사와 전갈과 지네와 노래기와
그리마와 백족충과 족제비와 살쾡이와 두더지와 쥐들과
온갖 악한 벌레들이 왔다 갔다 달음치고,
똥오줌 구린 곳에 더러운 것이 가득한데
말똥구리와 온갖 벌레들이 그 위에 우글우글 모여 들고,
여우와 이리와 야간들은 씹어 물고 밟고 뛰고
죽은 시체를 물어 뜯어 뼈와 살이 낭자함이라.
[19]이로 말미암아 뭇 개들이 다투어 와서는 밀고 당기고
굶주리어 파리하고 두렵고 조급하며 여기저기 먹이를 찾느라고
다투고 움켜잡고 당기면서 물어뜯고 크게 짖어 대니,
그 집의 두렵고 겁남의 변괴가 이와 같으니라.
갖가지 도깨비들 곳곳마다 다 있는데
야차와 나쁜 귀신들이 사람 살을 씹어 먹고,
지독한 벌레들과 온갖 악한 짐승들이
알을 까고 새끼쳐서 젖 먹이고 제각기 감추어 보호하나,
야차가 몰려와서 다투어 잡아먹고
먹고나서 배 부르면 악한 마음 치성하여
다투고 싸우는 소리가 심히 겁나고 두려우며,
구반다 귀신들은 흙더미에 걸터 앉아,
혹 때로는 땅에서 한 자 두 자 솟아 뛰고
왔다 갔다 뒹굴면서 제멋대로 장난하고
개의 양 발을 잡고서는 팽개쳐 소리도 못 지르게
다리로 목을 눌러 개가 겁내는 것 좋아하네.
다시 여러 귀신들이 있어 그 몸은 장대한데
헐벗은 몸은 검고 야윈 것이 항상 그 가운데 머물면서
큰 소리로 악을 쓰고 먹이를 구하려 울부짖고
다시 여러 귀신이 있어 그 목구멍은 바늘과 같고
다시 여러 귀신이 있어 머리는 쇠머리와 같고
혹은 사람 살도 먹으며 혹은 개도 씹어 먹고,
머리털은 헝클어져 흉악 잔인하게 해치며
기갈이 막심하여 울부짖고 내달리니,
야차와 아귀들과 온갖 나쁜 새와 짐승들이
배고파 사방으로 다니면서 창틈으로 엿보나니,
이와 같은 모든 난리 두렵고 무서움이 한량없네.
[20]이 썩고 낡은 집을 한 사람이 가졌는데
그 사람이 집 나온 지 오래되지 아니하여
그 뒤에 그 집에서 홀연히 불이 나서
사면에서 한꺼번에 불길이 활활 붙어
대들보와 용마루와 서까래 기둥에서
튀는 소리 진동하며 갈라지고
꺾어지고 부러져 떨어지며 담과 벽도 무너지고
온갖 종류 귀신들이 큰 소리로 울부짖고,
부엉이 독수리와 모든 새와 구반다 귀신들이
두루두루 무섭고 황급하여 능히 스스로 나오지 못하며,
악한 짐승 독한 벌레 쥐구멍에 숨어 있고,
비사사 귀신들도 또한 그 가운데 살았나니,
복과 덕이 없는고로 불길에 쫓기면서
서로서로 잔인하게 해쳐서는 피 마시고 살을 씹고,
야간의 무리들은 이미 먼저 죽었으니,
온갖 크고 악한 짐승들이 앞다투며 달려와서 씹어 먹고,
냄새나는 연기가 자욱하여 사면을 가득히 메웠느니라.
[21]지네와 노래기와 독사의 무리들이
불에 타서 뜨거워서 다투어 구멍에서 나오면은
구반다 귀신들이 따라와서 잡아 먹고
또 모든 아귀들은 머리 위에 불이 붙어
배고프고 목마르며 뜨거워 황급하게 달아나니,
그 집이 이와 같이 심히 겁나고 두려우니라.
독하고 해로운 불의 재앙 여러가지 난리가 하나만이 아니네.
이 때 집 주인이 대문 밖에 서 있는데,
어떤 사람 말 들으니, 당신의 모든 자식들이
장난하기 좋아하여 이 집 안에 들어가서
어리고 아는 소견없어 노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소.
장자가 이 말을 듣고는 놀라서 불난 집에 뛰어들어
마땅히 구제하여 불타는 해가 없게 하리라 하고,
모든 자식에게 타일러 많은 환난 설명하되,
악한 귀신 독한 벌레와 화재까지 번져가니
여러가지 고통이 차례로 끊임없이 이어지네.
독사와 도롱뇽과 살무사와 여러가지 야차들과
구반다 귀신들과 야간과 여우와 개와
부엉이와 독수리와 솔개와 올빼미와 노래기와 쥐며느리들이
기갈의 괴로움이 다급하여 심히 무섭고 두렵거늘,
이런 고통과 난리 속에 하물며 다시 큰 불까지 났음이랴.
모든 자식들은 무지하여 비록 아버지의 가르침을 들었으나
오히려 노는 데만 정신 팔려 장난질에 끝이 없네.
[22]이 때 장자는 이런 생각을 하되,
모든 자식들이 이와 같으니 나의 근심을 돋우는구나.
지금 이 집에는 즐거울 것 하나도 없건마는,
그러나 모든 자식들은 노는 데만 깊이 빠져
나의 가르침을 받지 아니하니, 장차 불에 타고 말 것이라,
곧 이렇게 깊이 생각하되, 모든 방편을 베푸리라.
모든 자식들에게 이르되, 나에게 가지가지
진기한 노리개와 묘한 보배로 된 수레인,
양의 수레 사슴의 수레 큰 소의 수레들이
지금 대문 밖에 있으니 너희들은 나오너라.
내가 너희들을 위하여 이 수레를 만들었으니
뜻에 따라 즐겁게 가히 타고 끌고 노닐어라.
모든 자식들은 이와 같은 모든 수레가 있다는 말을 듣고,
곧 그 때 다투어 재빨리 밀치면서 뛰쳐나와
빈 땅에 이르러니, 모든 고난을 여의었네.
장자는 자식들이 불난 집에서 빠져나와
네 거리에 있는 것을 보고 사자자리에 앉아서
스스로 다행하여 말을 하되, 나는 지금 즐겁도다.
이 모든 자식들을 낳아 기르기가 심히 어렵거늘,
어리석고 아는 것이 없어 이 험한 집에 들었으니,
온갖 독한 벌레들이 많고 도깨비는 가히 두려우며,
큰 불꽃이 맹렬히 사면에서 일어났는데,
이 모든 자식들이 즐겁게 노는 데 빠진 것을
내가 이미 구해내어 난리에서 벗어나게 하였으니,
이런고로 모든 사람들아, 나는 지금 즐겁도다.
이 때 모든 자식들은 아버지가 편안히 앉았음을 알고
모두 아버지의 처소로 나아가 그리고 아버지께 말하기를,
원하옵건대, 저희들에게 앞서 주신다 허락하신
세 가지 보배수레를 주시옵소서. 저희들이 나오면은
마땅히 세 가지 수레를 하고자 함에 따라 준다고 하셨으니,
지금이 바로 그 때이오니 오직 나누어 주시옵소서.
[23]장자는 큰 부자라, 창고도 많고 많아
금과 은과 유리와 자거와 마노와
여러가지 보물로써 모든 큰 수레를 만들어
장식도 아름답게 꾸몄으되, 난간을 빙 둘렀으며
사면에다 방울을 달고 금줄로 얽었으며,
진주로 된 그물을 그 위에 펴서 덮고는
금빛 꽃과 여러가지 영락을 곳곳마다 드리웠고,
여러가지 비단 장식으로 둘레를 빙 둘렀으며
부드러운 비단보료 자리삼아 깔아 놓고
더없는 묘하고 가는 천은 가치가 천억인데,
곱고 희고 맑고 깨끗한 것으로 그 위를 덮었으며,
크고도 흰 소가 있으니 살이 쪄서 기운세고
몸집이 잘 생긴 소 보배수레 멍에를 메게 하니
많은 시중꾼이 따르고 이를 모셔 호위함이라.
이러한 묘한 수레를 모든 자식들에게 똑같이 주니,
모든 자식들은 이 때에야 환희하며 뛰고 솟고 하면서
이 보배수레를 타고 사방으로 노닐면서
희희낙락 즐거워하며 자재하여 걸림이 없었노라.
사리불에게 이르노니, 나도 또한 이와 같아
모든 성인 중에 높은 이라, 세간의 아버지니라.
일체 중생은 모두 바로 나의 아들이나,
세상낙에 깊이 빠져 지혜로운 마음이 전혀 없고,
삼계가 편안함이 없는 것이 마치 불난 집과 같아
많은 고통 가득차서 심히 겁나고 두려우니라.
항상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근심과 걱정이 있으며,
이와 같은 것들의 불이 치성하여 쉬지를 않으나,
여래는 이미 삼계의 불난 집을 떠나서
고요하고 한가하게 살며 숲과 들에 편안하게 계심이라.
지금 이 삼계는 모두 나의 것이며,
그 가운데 중생은 모두 나의 아들이라,
그러나 지금 이 삼계에는 모든 환난이 많으니
오직 나 한 사람만이 능히 구호할 수 있느니라.
비록 다시 타일러 가르치나, 그러나 믿어 받지 아니함은
온갖 욕망에 물이 들어 탐착이 심한 까닭이니,
그러므로 방편으로 삼승을 설하여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삼계의 고통을 알게 하고,
세간에서 나오는 길을 열어 보여 연설하노니,
이 모든 자식들이 만약 마음이 결정되면,
삼명(三明)과 육신통(六神通)을 구족하여
연각(緣覺)과 불퇴전(不退轉)의 보살을 얻을 수 있느니라.
너 사리불아, 나는 중생을 위하여
이러한 비유로써 일불승을 설하노니,
너희들이 만약 능히 이 말을 믿어 받아지니면,
일체가 모두 마땅히 부처님의 도를 이루리라.
[24]이 일불승은 미묘하여 청정함이 제일이라,
모든 세간에서 위가 없이 높으니,
부처님께서 가히 기뻐하시는 바이며, 일체 중생도
응당 칭찬하고 공양 예배할 것이니라.
한량없는 억천의 모든 힘과 해탈과
선정과 지혜와 또 부처님의 나머지 법이니라.
이와 같은 일불승을 얻어 모든 자식들로 하여금
낮과 밤의 겁수에 항상 유희(遊?)함을 얻게 하며,
모든 보살과 더불어 성문의 무리들이
이 보배수레를 타고 바로 도량에 이르느니라.
이러한 인연으로 시방세계를 살펴 구할지라도,
다시 다른 승은 없나니, 부처님의 방편은 제외하느니라.
사리불에게 이르노니, 너희 모든 사람들은
모두 나의 아들이요, 나는 곧 너의 아버지니라.
너희들이 오랜 겁에 많은 고통에 불타는 바이거늘,
내가 모두 건지고 빼내어 삼계에서 나오게 하였노라.
내가 비록 너희들에게 멸도했다고 먼저 설하였으나,
다만 생사를 다했을 뿐, 그러나 진실한 멸도가 아니니,
지금 응당 지을 것은 오직 부처님의 지혜이니라.
만약 보살이 이 대중 가운데 있으면,
능히 한결같은 마음으로 모든 부처님의 실상의 법을 들을지니라.
모든 부처님 세존께서는 비록 방편을 쓰시나,
교화하시는 바 중생은 모두 다 보살이니라.
[25]혹은 사람이 지혜가 적어 애욕에 깊이 탐착하면
이들을 위하는 까닭으로 괴로움의 이치(苦諦)를 설하노라.
중생이 기쁜 마음으로 미증유를 얻나니,
부처님이 설하시는 고제(苦諦)는 진실하여 다름이 없느니라.
만약 어떤 중생이 괴로움의 근본을 알지 못하고
괴로움의 원인에 깊이 집착하여 잠시도 능히 버리지 못하면,
이들을 위하는 까닭으로 방편으로 도를 설하느니라.
모든 괴로움의 원인은 탐욕이 근본이 되거늘,
만약 탐욕을 멸하면 의지할 바가 없으니
모든 괴로움이 다 멸함을 세 번째 진리(三諦)라 이름하느니라.
멸함의 진리(滅諦)를 위하는고로 도제(道諦)를 닦아 수행하여
모든 괴로움의 속박 벗어나면 해탈을 얻었다 이름하나니,
이 사람이 어찌하여 해탈을 얻었다고 하는가,
다만 허망함을 여읜 것을 해탈이라 이름할 뿐이라,
그 참된 일체 해탈은 아직 얻지 못하였으니,
부처님은 이 사람을 참된 멸도가 아니라고 설하노라.
이 사람은 위없는 도를 아직 얻지 못한고로
내가 멸도에 이르게 했다고 생각하지 아니하였노라.
내가 법왕이 되어 모든 법에 자재하여
중생을 안온하게 하고자 세상에 출현한 것이니라.
너 사리불아, 나의 이 법인(法印)은
세간을 이익되게 하고자 설하는 것이니,
이곳 저곳에 있어서 함부로 선전하지 말지니라.
만약 듣는 자가 있어 따라 기뻐하고 머리로 받으면,
마땅히 알지니라. 이 사람은 불퇴전의 보살이니라.
[26]만약 이 경법(經法)을 믿고 받아지니는 자가 있으면,
이 사람은 이미 과거에 부처님을 만나 뵙고
공경하고 공양하였으며 또한 이 법을 들었느니라.
만약 어떤 사람이 능히 너의 설한 바를 믿는다면,
곧 나를 본 것이며 또한 너와 비구승과
아울러 모든 보살을 본 것이 되느니라.
이 법화경은 깊은 지혜를 위하여 설한 것이니,
아는 것이 얕은 이가 들으면 미혹하여 이해하지 못하나니,
일체 성문과 그리고 또 벽지불은
이 경 가운데에 힘이 미치지 못하느니라.
너 사리불도 오히려 이 경에
믿음으로써 들게 되었거늘, 하물며 다른 성문이랴.
그 다른 성문들도 부처님 말씀을 믿는고로
이 경을 순히 따름이요, 자기 지혜의 분수가 아니니라.
또 사리불아, 교만하고 게으르고
나라는 소견을 가진 자에게 이 경을 설하지 말지니라.
범부의 얕은 소견과 오욕에 깊이 탐착하여
들어도 능히 이해하지 못하나니,
또한 그에게 설하지 말지니라.
만약 사람이 믿지 아니하고 이 경을 헐어 비방하면
곧 일체 세간의 부처님 종자를 끊는 것이니라.
혹은 다시 얼굴을 찡그리며 그리고 의혹함을 품으면,
이 사람의 죄보를 설할테니 너는 마땅히 들어보라.
혹은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시거나 혹은 열반하신 뒤에라도,
그가 이와 같은 경전을 비방함이 있거나,
경을 읽고 외우며 쓰고 지니는 자를 보고
가벼이 여겨 천대하거나 미워하고
질투하며 이에 원한을 품으면,
이 사람의 죄보를 너는 지금 다시 들어보라.
[27]그 사람은 명을 마치면 아비지옥에 들어가서
일 겁 동안을 흡족히 채우고 겁이 다하여 다시 태어나며,
이와 같이 돌고 돌아 수없는 겁에 이르러고
지옥으로부터 나와서는 마땅히 축생길에 떨어져서
혹은 개나 야간이 되어 그 모양이 수척하고 파리하며
검고 누렇고 문둥병이나 옴에 걸려 사람에게 차이고 찔리고,
또 다시 사람에게 미움과 천대받게 될 것이고,
항상 곤궁하여 굶주리고 뼈와 살이 야위고 마르며,
살아서는 회초리로 매를 맞고 죽어서는 기와나 돌에 묻히나니,
부처님 종자 끊은 까닭으로 이런 죄보를 받느니라.
혹은 낙타가 되거나 혹은 당나귀로 태어나서
몸에 항상 무거운 짐을 싣고 몽둥이 채찍을 당하면서
다만 여물만 생각할 뿐 다른 것은 모르나니,
이 경을 비방한 까닭으로 이와 같은 죄를 받느니라.
혹은 야간이가 되어 동네에 들어오면
몸에는 옴과 문둥이고 또 한쪽 눈이 애꾸되어
여러 사내 아이들의 발길에 채이고 매를 맞아
온갖 고통을 다 받아서, 혹 때로는 죽음을 당해
여기에서 죽어서는 다시 구렁이 몸을 받아
그 형상이 길고 커서 오백 유순이나 되며
귀먹고 미련하고 발도 없이 꿈틀꿈틀 기어가면
온갖 작은 벌레들에게 씹어 먹히고 빨리며
밤낮으로 고통받아 휴식이 잠깐도 없나니,
이 경을 비방한 까닭으로 이와 같은 죄를 받느니라.
[28]만약 사람으로 태어나도 모든 감관(感官)이 암둔하며,
난쟁이 곰배팔이 절름발이 장님과 귀머거리 곱사등이 되며,
무슨 말을 하더라도 사람이 믿어 받지 않으며,
입에서는 항상 나쁜 냄새가 나고 귀신과 도깨비가 따라붙고,
빈궁하고 하천하여 사람들의 심부름꾼 되며,
병이 많아 소갈증에 바싹 말라 믿고 의지할 바가 없으며,
비록 사람을 친하려 해도 그 사람은 뜻이 없고,
혹은 얻는 바가 있어도 곧 다시 잃어버리게 되며,
혹은 의술을 닦아서 처방따라 병을 치료해도
다시 다른 질병만 더하고 혹은 죽음까지 이르며,
혹은 자기가 병이 나면 구하여 치료해 줄 사람없고
설령 좋은 약을 먹더라도 그러나 병은 더욱 심해지며,
혹은 다른 사람의 반역죄나 강도죄나 절도죄에
이와 같은 죄목으로 뜻밖의 재앙에 걸리느니라.
이와 같은 죄인은 영원히 부처님을 못 뵈옵고
여러 성인의 왕이신 부처님이 법을 설하여 교화할지라도
이와 같은 죄인은 항상 어려운 곳에 태어나며,
미치고 귀먹고 마음 어지러워 영원히 법을 듣지 못하며,
항하의 모래같은 수없는 겁 동안
날 적마다 귀먹고 벙어리라, 모든 근이 불구되어
항상 지옥에 사는 것을 공원에서 놀듯 하고,
악도에 들고 나기를 자기 사는 집과 같이 하며,
낙타와 나귀와 돼지와 개, 이는 그가 윤회하는 곳이니,
이 경을 비방한 까닭으로 이와 같은 죄를 받느니라.
혹은 사람으로 태어나도 귀먹고 장님과 벙어리 되고,
빈궁하고 모든 쇠약한 것으로 스스로 치장하며 꾸미고
옴과 습진과 목마름과 학질과 문둥병과 악한 종기
이와 같은 병으로써 의복 삼아 입으며,
몸은 항상 냄새나는 곳에 있어 때 끼고 더러워 부정하고,
나라는 소견에 깊이 집착하여 성내는 일 더욱 많고
음탕한 마음이 치성하여 날짐승 길짐승 가리지 않나니,
이 경을 비방한 까닭으로 이와 같은 죄를 받느니라.
사리불에게 이르노니, 이 경을 비방한 자의
만약 그 죄를 말한다면 무량한 겁에도 다하지 못하리라.
이러한 인연으로 내가 너에게 말하노니,
지혜없는 사람 가운데서는 이 경을 설하지 말지니라.
[29]만약 영리한 근기가 있고 지혜를 밝게 깨달아
많이 듣고 분명히 알아 부처님 도를 구하거든
이와 같은 사람에게 가히 설하여 줄만하고,
만약 사람이 일찍이 억백천의 부처님을 뵈옵고
온갖 착한 근본을 심어서 마음이 깊고 견고하거든
이와 같은 사람에게 가히 설하여 줄만하며,
만약 사람이 정진하고 항상 자비심을 닦아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아니하면 가히 설하여 줄만하며,
혹은 사람이 공경하여 다른 마음이 전혀 없고
범부의 어리석음을 모두 떠나 홀로 산수간에 살거든
이와 같은 사람에게 가히 설하여 줄만하리.
또 사리불아, 혹은 어떤 사람이
악지식을 버리고 착한 벗을 친근함을 보거든
이와 같은 사람에게 가히 설하여 줄만하리.
만약 불자가 청정한 계(戒)를 가지기를
깨끗함이 밝은 구슬과 같이 하여 대승경전을 구하거든
이와 같은 사람에게 가히 설하여 줄만하고,
만약 사람이 성 안내고 바탕이 곧고 부드러우며
항상 일체를 가엾게 여기고 모든 부처님을 공경하거든
이와 같은 사람에게 가히 설하여 줄만하고,
다시 어떤 불자가 대중 가운데에서
청정한 마음으로 가지가지 인연과
비유와 말로써 법을 설하되 걸림이 없거든
이와 같은 사람에게 가히 설하여 줄만하고,
혹은 어떤 비구가 일체종지를 얻기 위하여
사방으로 법을 구하되 합장하고 정수리로 받들며,
다만 대승경전만을 받아지니기를 좋아하고
다른 경전 한 게송도 받지 아니하거든
이와 같은 사람에게 가히 설하여 줄만하며,
어떤 사람이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의 사리를 구하듯이
이와 같은 경전을 구하여 얻고 나서 정수리로 받들고
그 사람이 다시 다른 경전에 뜻도 두지 아니하고
또한 외도의 경서를 생각지도 아니하면
이와 같은 사람에게 가히 설하여 줄만하리.
사리불에게 이르노니, 내가 이런 모양으로
불도를 구하는 자를 설하려면 무량 겁에도 다 못하리라.
이와 같은 사람들은 곧 능히 믿고 이해하리니,
너는 마땅히 그들을 위하여 묘법연화경을 설할지니라.
비유품 끝
묘법연화경 제 사 신해품
妙法蓮華經 第 四 信解品
[1] 그 때 혜명수보리와 마하가전연과 마하가섭과 마하목건련이 부처님으로부터 미증유한 법과 세존께서 사리불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 주심을 듣고, 희유한 마음을 일으켜 즐거워 뛰고 뛸 듯이 기뻐하며, 곧 자리에서 일어나 의복을 가지런히 하고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꿇어 땅에 대고 일심으로 합장하고, 허리를 굽혀 공경하고 존안(尊顔)을 우러러 뵈오며 부처님께 아뢰어 말씀하되, 『저희들이 대중의 우두머리로서 나이는 늙었사오며 스스로 생각하기를, 이미 열반을 얻었으니 더 맡아 할 일이 없다 하여 다시 나아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지 아니하였나이다.
세존께서 지난 옛적부터 법을 설하신 지는 이미 오래시거늘, 그 때 저희가 자리에 있었으되, 몸이 피곤하고 게을러져 다만 공(空) 무상(無相) 무작(無作)만을 생각하고, 보살법인 신통으로 즐겁게 노니는 것과 부처님의 국토를 깨끗이 하는 것과 중생을 성취시키는 일에는 마음에 기뻐하고 즐거워하지 않았나이다. 왜냐하오면, 세존께서 저희들로 하여금 삼계에서 나와 열반을 증득하게 하시고, 또 지금 저희들도 나이는 이미 늙었으므로 부처님께서 보살을 교화하시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는 한 생각도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마음을 내지 아니하였나이다.
저희들이 지금 부처님 앞에서 성문에게도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 주심을 듣자옵고, 마음이 매우 환희하여 전에 없던 기쁨을 얻었나이다. 생각지도 못한 지금 뜻밖에 희유한 법을 듣자옵고, 스스로 매우 경사스럽고 다행스러우며 큰 이익을 얻었으며, 한량없는 진귀한 보배를 구하지 아니하여도 저절로 얻었나이다.
[2]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지금 즐거이 비유를 들어 이 뜻을 밝히오리다.
비유하건대, 만약 어떤 사람이 나이가 어려서 아버지를 버리고 도망하여 다른 나라에 오래 살기를, 혹 십 년 이십 년 오십 년을 지냈는데 나이는 이미 많아서 늙었어도 더욱 곤궁하여 사방으로 헤매면서 옷과 밥을 구하려고 점차로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본국으로 향하였나이다.
그 아버지는 먼저부터 오면서 아들을 찾다 찾지 못하고, 중도에 어느 한 성(城)에 머물러 살았는데, 그 집은 큰 부자라, 재물과 보배가 한량없어 금 은 유리 산호 호박 파려구슬 등이 그 모든 창고마다 모두 다 차서 넘치며, 시중과 신하와 청지기와 관리와 백성이 많이 있으며, 코끼리 말 수레와 소와 양이 수없으며, 이자가 들고 나고 하는 것이 다른 나라에까지 두루 미치고 장사꾼들과 거간꾼들이 또한 매우 많았나이다.
이 때 빈궁한 아들은 여러 동네로 돌아다니면서 나라와 고을을 지나 마침내 그 아버지가 살고 있는 성에 이르렀나이다. 아버지는 매양 아들을 생각하되, 「아들과 이별한 지가 오십여 년이 되었으나,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 이와 같은 일을 말하지 아니하고, 다만 스스로 깊이 생각만 하고 마음에 후회함과 한탄함을 품고 스스로 생각하되, 나이는 늙어 쇠약한데 재물은 많이 있어 금 은 진귀한 보배가 창고에 차서 넘치나 있을 자식이 없으니, 마침내 죽으면 재물은 흩어져 잃을 것이니, 부탁하여 맡길 곳이 없도다.」 하였나이다.
그러므로 은근히 아들을 매양 생각하며, 다시 이런 생각을 하되, 「내가 만약 아들을 찾아서 재물을 부탁하여 전해주게 되면, 한없이 쾌락하여 다시는 근심과 염려가 없으리라.」 하였나이다.
[3] 세존이시여, 그 때 빈궁한 아들은 머슴살이나 품팔이로 굴러다니다가, 우연히 아버지가 사는 집에 다다라 대문 옆에 머물러 서서 멀리 그 아버지를 바라보니, 사자상에 걸터 앉아 보배로 된 궤에 발을 올려 놓고, 여러 바라문과 찰제리와 거사가 모두 공경하여 둘러쌌으며, 가치가 천만이나 되는 진주영락으로 그 몸을 장엄하였고, 관리와 백성과 시중꾼이 손에 하얀 불자(拂子)를 잡고 좌우에 모시고 섰으며 보배휘장을 덮고 모든 꽃번을 드리웠으며, 향수를 땅에 뿌리고 여러가지 이름난 꽃을 흩었으며 보물을 벌려놓고 내고 들이고 주고 받는, 이와 같은 등의 가지가지로 장엄하게 꾸며서 위엄과 덕이 특별히 높았나이다.
빈궁한 아들은 아버지가 큰 세력이 있는 것을 보고, 곧 두려움을 품고 여기에 온 것을 후회하며 가만히 이런 생각을 하되, 「저이는 혹시 왕이거나 혹은 왕과 같은가 보다, 내가 머슴살이 하여 삯을 받을 곳이 아니니 가난한 동네에 가서 일할 땅이 있으면 부지런히 하여 의식을 얻는 것만 못하도다. 만약 여기 오래 있으면 혹은 보고 붙들어다가 나에게 강제로 일을 시킬 것이리라.」 이런 생각을 하고는 빨리 달아났나이다.
[4] 이 때 부자인 장자는 사자좌에서 아들을 문득 알아 보고, 마음이 크게 환희하여 곧 이런 생각을 하되, 「나의 창고의 재물을 이제 맡길 곳이 있도다. 내가 항상 이 아들을 생각하고 생각하였으나 만날 수가 없더니, 홀연히 스스로 왔으니 나의 소원과 맞음이로다. 내가 비록 나이는 늙었으나 오히려 일부러 탐하고 아꼈노라.」 하고는 곧 사람을 보내어 급히 쫓아가서 데려오게 하였나이다.
그 때 심부름꾼이 빨리 달려가서 붙잡으니, 빈궁한 아들은 깜짝 놀라서 원통하다고 크게 부르짖으며, 「나는 붙들려 갈 만한 짓을 범하지 아니하였거늘, 어찌하여 잡으려고 하느뇨.」 하니, 심부름꾼은 더욱 급하게 억지로 끌고 가려 하거늘, 그 때 빈궁한 아들은 스스로 생각하되, 「죄없이 붙들려 가게 되었으니, 이는 반드시 죽음이 정해진 것이다.」 하고는 더욱 두렵고 놀라서 기절하여 땅에 넘어졌나이다. 아버지가 멀리서 이 광경을 보고 심부름꾼에게 말하기를, 「그 사람은 필요없으니 억지로 데려오지 말고 냉수를 얼굴에 뿌려서 깨어나게 하고 다시는 말하지 말지니라.」 하였나이다. 왜냐하오면, 아버지는 그 아들의 뜻과 생각이 하열함을 알고, 자기의 호화롭고 귀함이 자식이 어렵게 여기는 바가 됨을 짐작하고, 자기의 아들임이 확실하지만 그러나 방편으로 다른 사람에게 이는 나의 아들이라고 말하지 않았나이다.
심부름꾼이 말하기를, 「너를 지금 놓아 줄 터이니 마음대로 가거라.」 하니, 빈궁한 아들은 좋아라 하며 전에 없던 기쁨을 얻어 땅으로부터 일어나 가난한 마을에 가서 옷과 밥을 구하려 하였나이다.
[5] 그 때 장자는 장차 그 아들을 유인하여 데려오려고 방편을 베풀어서 형색이 초췌하고 위덕이 없는 두 사람을 비밀히 보내되, 「너희는 저기에 가서 빈궁한 사람에게 천천히 말을 하라. 저기 일할 곳이 있는데 삯을 배나 준다고 하여라. 빈궁한 그가 만약 허락하거든, 데리고 와서 일을 시키고, 만약 어떠한 일을 시키려고 하느냐 묻거든 편의상 가히 말하기를, 거름치는 일인데 우리 두 사람도 함께 일을 한다고 할지니라.」
이 때 두 사람은 곧 빈궁한 아들을 찾아가서 위의 일을 다 말하였나이다. 이 때 빈궁한 아들은 품삯을 먼저 받고 거름을 치우는데, 그 아버지는 아들을 보고 불쌍하고 기이하게 여겼나이다. 또 어느날 창틈으로 멀리서 아들의 몸을 보니, 병들어 파리하고 초췌하며 거름과 흙과 먼지에다 땀이 나서 더럽기가 짝이 없는지라, 곧 영락과 부드러운 좋은 의복과 아름다운 장식품을 벗어놓고 더럽고 허름한 때 낀 옷을 갈아입고, 티끌과 흙과 먼지를 몸에 묻히고 오른손에는 거름치는 기구를 들고 조심스럽게 일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 가서 말하되, 「너희들은 부지런히 일하고 게으르지 말라.」 하고 방편으로써 그 아들을 가까이 한 뒤에 다시 말을 하되, 「애닯다. 이 사람아, 너는 항상 여기서 일을 하고 다시는 다른 데 가지 말라. 마땅히 너에게 품삯도 더 줄 것이며, 모든 필요한 그릇과 쌀 밀가루 소금 식초 및 생활에 속한 것을 스스로 걱정하여 어렵게 여기지 말지니라. 또한 늙은 심부름꾼이 있어 필요하면 도와 주리니 스스로 좋아하고 뜻을 편안히 하여라. 나는 너의 아버지와 같으니 다시는 근심 걱정을 하지 말지니라. 왜 그런가 하면, 내 나이는 늙었으나 그러나 너는 젊고 힘이 있으며, 너는 항상 일할 적에 속이거나 게으르고 성내고 한탄하거나 원망하는 말이 없어서, 도무지 너에게는 이 모든 나쁜 것이 있음이 다른 사람과 같지 아니하니 지금부터는 내가 낳은 자식과 같이 하리라.」 하고는 곧 장자는 이름을 다시 지어 주고 이름을 아들이라고 불렀나이다.
그 때 빈궁한 아들은 비록 이런 대우를 받는 것이 기뻤으나, 오히려 예전대로 스스로 머슴살이 하는 천한 사람이라 생각하였나이다.
이런 연유로 이십 년 동안 항상 거름을 치우다가 이렇게 지낸 뒤에야 마음을 서로 믿고 어려움 없이 드나들면서도, 그러나 그 머무는 곳은 아직 본래 있던 곳이었나이다.
[6] 세존이시여, 그 때 장자는 병이 들어 스스로 장차 오래지 않아 죽을 것을 알고 빈궁한 아들에게 말하기를, 「나에게 지금 많은 금 은 진귀한 보배가 창고마다 가득 넘치니, 그 가운데 많고 적은 것과 응당 받고 줄 것을 네가 다 알아서 할지니라. 나의 마음이 이와 같으니 마땅히 이 뜻을 받들어라. 왜냐하면, 지금 내가 너와 더불어 다를 것이 없으니, 마음씀을 조심하여 소홀하여 흐름이 있거나 잃어버림이 없게 할지니라.」 하였나이다.
그 때 빈궁한 아들은 곧 가르침을 받고, 여러가지 물건과 금 은 진귀한 보배와 모든 창고를 맡아 알아서 처리하되, 한움큼도 가질 생각이 없었나이다. 그러나 거처하는 곳은 본래 있던 곳에 있었으며, 낮고 용렬한 마음도 역시 능히 버리지 못하였나이다.
다시 얼마를 지나서 아버지는 아들의 뜻이 점점 커져서 큰 뜻을 성취하여 스스로 먼저 마음이 못났음을 뉘우치는 것을 알고, 임종할 때에 다다라 아들에게 명령하여 일가 친척을 모음과 아울러, 국왕과 대신과 찰제리와 거사를 모두 다 모이게 하고는 곧 스스로 선언하되, 「여러분 마땅히 아십시오. 이는 바로 나의 아들이요, 내가 낳았으나 어느 성중에서 나를 버리고 도망하여 달아나 헤매면서 모진 고생하기를 오십여 년이었소. 그 본명은 아무개요, 나의 이름은 아무개인데, 옛날 고향에 있을 적에 근심하여 찾았더니, 뜻밖에 여기에서 우연히 만났소. 이는 진실로 나의 아들이요, 나는 진실로 그의 아비요, 지금 내가 가진 바 일체 재물은 모두 바로 이 아들의 소유이며, 먼저 출납하던 것도 이 아들이 알아서 할 것이오.」 하였나이다.
[7] 세존이시여, 이 때 빈궁한 아들은 아버지의 이 말을 듣고 곧 크게 환희하여 미증유함을 얻고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되, 「나는 본래 마음에 바라고 구함이 없었는데, 지금 이 보배 창고가 저절로 이르렀도다.」 하였나이다.
세존이시여, 큰 부자인 장자는 곧 여래이시고, 저희들은 모두 부처님의 아들과 같사온데, 여래께서 항상 말씀하시기를 저희들을 아들이라 하셨나이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세 가지 괴로움으로 인하여 나고 죽는 가운데에서 모든 뜨거운 번뇌를 받고 미혹하고 아는 것이 없어서 소승법만 즐거이 집착하였나이다. 오늘날 세존께서 저희들로 하여금 깊이 생각하게 하시어 모든 법의 희론(?論)의 찌꺼기를 버리게 하시니, 저희들이 이 가운데서 부지런히 정진을 더하여 하루 품삯의 열반에 이르럼을 얻었나이다. 이미 이를 얻고는 마음이 크게 환희하여 스스로 만족하게 여기며, 문득 스스로 말을 하되, 「부처님 법 가운데서 부지런히 정진한 까닭으로 얻은 소득이 크고 많았다.」고 하였나이다. 그러나 세존께서는 저희들의 마음이 좋지 못한 욕망에 착을 하여 소승법을 즐기는 줄 먼저 아시나, 짐짓 보시고도 내버려 두시고 너희들에게도 마땅히 여래의 지견인 보배광의 몫이 있느니라고 분별해 주시지 아니하셨나이다.
세존께서 방편의 힘으로써 여래의 지혜를 설하셨으나, 저희들은 부처님으로부터 하루 품삯의 열반만 얻고는 크게 얻었다고 하여, 이 대승을 구할 뜻이 없었나이다. 저희들은 또 여래의 지혜로 인하여 모든 보살을 위하여 연설하며 열어 보였사오나, 그러나 스스로 여기에 원하는 뜻이 없었나이다. 왜냐하오면, 부처님께서는 저희들 마음에 소승법을 좋아하는 것을 아시고, 방편의 힘으로써 저희들의 근기 따라 설하셨건마는, 저희들은 참으로 부처님의 아들인 줄 알지 못하였나이다.
[8] 지금에야 저희들은 세존께서 부처님의 지혜를 아끼시는 바가 없는 것을 알았나이다. 까닭은 무엇인가 하오면, 저희들은 예전부터 오면서 참으로 부처님의 아들이거늘, 그러나 다만 소승법만을 좋아하였나이다. 만약 저희들이 대승을 좋아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부처님께서는 곧 저희들에게 대승법을 설하셨을 것이옵니다.
이 경 가운데서는 오직 일승만을 설하시며, 옛적에 보살 앞에서 성문의 소승법을 좋아하는 자를 꾸짖고 나무라셨나이다. 그러나 부처님께서 실상은 대승으로써 교화하셨나이다. 이런고로 저희들은 말하기를 「본래 바라고 구하는 마음이 없었으나, 이제 법왕의 큰 보배가 저절로 이르렀으니, 부처님의 아들로서 응당 얻을 것을 모두 이미 얻은 것과 같도다.」 하였나이다.』
[9] 그 때 마하가섭이 이 뜻을 거듭 펴려고 게송으로 말씀하되,
저희들은 오늘날에 부처님의 가르치심을 듣고,
환희하여 뛰고 뛸 듯이 하며 미증유를 얻었나이다.
부처님께서 성문들도 마땅히 성불한다 말씀하시니,
위없는 보배 무더기를 구하지 않아도 저절로 얻었나이다.
비유하면, 어린 아들 나이 어리고 소견없어
아버지를 버리고 도망하여 타관 땅에 멀리 가서
여러 나라 두루두루 떠돌기가 오십여 년 되었는데,
그 아버지 근심하여 사방으로 찾았으나
찾다찾다 지친 끝에 한 성중에 머물러서
살 집을 지어 놓고 오욕락을 스스로 즐기는데,
그 집은 큰 부자라, 모든 금과 은과
자거와 마노와 진주와 유리구슬
코끼리와 말과 소와 양과 가마와 타는 수레가 많았으며,
밭일하는 시중꾼과 인민의 무리가 많아
들고 나는 이식(利息)들이 타국까지 두루 퍼져
장사꾼과 거간꾼들 안 있는 곳 없으며,
천만억 대중들이 공경하여 둘러싸고,
항상 나라의 왕이 사랑하며 생각하고,
여러 신하와 명문 호족이 모두 같이 우러러 공경하며,
이 모든 인연으로 오고 가는 사람이 많았나이다.
호화롭고 부유함이 이와 같고 큰 힘과 권세가 있으나,
그러나 나이는 늙어 쇠약하니 아들 생각이 더욱 간절해
자나 깨나 생각하고 생각하되, 죽을 때가 되었는데
어리석은 아들이 나를 버린 지 오십여 년 되었으니,
창고마다 모든 재물을 어떻게 한다 말인가 하였나이다.
그 때 궁한 아들은 옷과 밥을 버느라고
이 마을 저 마을로 이 나라 저 나라로 헤매는데,
혹은 얻는 때도 있지마는 혹은 어떤 때는 소득없어
굶주려서 야위었고 몸에는 옴과 버즘이 생겼나이다.
점차로 돌아다니다가 아버지 사는 성에 이르러
품팔이로 전전하다 마침 아버지의 집에 이르렀나이다.
[10]그 때 장자는 그의 문 안에서
큰 보배휘장을 치고 사자좌에 앉았는데,
권속들이 둘러싸고 여러 사람이 호위하며,
혹은 어떤 이는 금과 은과 보물을 계산하고
들고 나는 재산을 장부에 기록하였나이다.
궁한 아들은 아버지의 호화롭고 귀하고 존엄함을 바라보고,
이는 국왕이거나 혹은 나라의 왕과 같다 하여
여기에는 왜 왔을까, 놀라고 두려워서 스스로 의심하며
다시 스스로 생각하여 말을 하되, 내가 만약 오래 있다가는
혹시 보고는 핍박(逼迫)하여 억지로 일을 시키리라.
이렇게 깊이 생각하고는 빨리 도망을 가서
가난한 동네를 물어 품팔이를 하려 하였나이다.
장자는 이 때 사자좌에 앉아서
멀리 그 아들을 바라보고 묵묵하였으나, 그러나 알아보고
곧 심부름꾼을 시켜서 붙들어 오게 하니,
궁한 아들은 놀라며 부르짖고 기절하여 땅에 쓰러지며,
이 사람이 날 붙드니 반드시 죽음을 당할 것이라,
어찌 의식을 벌려고 내 여기는 왜 왔을고 하였나이다.
장자는 아들이 어리석고 용렬하여
자신의 말을 믿지 않으며 이 아버지를 믿지 않는 줄 알고는,
곧 방편을 써서 다시 다른 사람을 보내되,
애꾸눈과 난장이와 위덕없는 자를 시키는데,
네가 가히 말하기를 마땅히 서로 머슴살이 하면서
거름이나 치워주면 너에게 품삯을 곱을 준다고 하여라.
궁한 아들이 이 말을 듣고 기뻐하며 따라와서
거름치는 일도 하고 모든 방과 집을 청소하였나이다.
[11]장자는 창틈으로 항상 그 아들을 바라보고
아들이 어리석고 용렬하여 비천한 일만 좋아하는지라,
이 때 장자는 허름하고 때 묻은 옷을 입고
거름치는 도구 들고 아들이 있는 곳에 이르러
방편으로 가까이 가서 말하기를 부지런히 일 잘하면,
이미 너에게 품삯을 더 주고, 아울러 발에 바르는 기름과
음식도 넉넉히 해주고 두터웁고 따뜻한 자리도 주리라,
이와 같이 충고하여 말을 하되,
너는 마땅히 부지런히 일을 하라,
또 부드러운 말씨로 너는 나의 아들과 같다고 하였나이다.
장자는 지혜가 있어 점점 들고 나게 하여
이십 년이 지나도록 집안 일을 맡아 보게 하고
금 은 진주 파려 등 귀한 재물을 보여 주고
들고 나는 모든 물건을 다 알아서 맡아 보게 하였으나,
오히려 문 밖에 있는 초막에서 잠을 자며
스스로 가난한 일을 생각하여
나는 이러한 물건이 없다고 하였나이다.
아버지는 아들의 마음이 점점 자라남을 알고는,
재물을 물려 주고자 곧 친족과 국왕과
대신과 찰제리와 거사를 모으고
이 대중에게 말하기를, 이는 나의 아들인데
나를 버리고 타향살이 오십 년을 지내더니,
아들이 스스로 찾아와서 이미 이십 년이 되었소.
옛적에 한 성에서 이 아들을 잃고는
두루 다니면서 찾느라고 마침내 여기까지 온 것이요,
이제 나의 소유인 사는 집과 인민을
다 맡기고는 마음대로 쓰게 하리라 하였나이다.
아들이 옛날 가난함을 생각하여 뜻과 생각이 용렬하더니
지금 아버지 처소에서 진귀한 보배와
아울러 사는 집과 일체 재물을 크게 얻으니,
매우 즐겁고 기뻐하며 전에 없던 일을 얻었다 하였나이다.
[12]부처님께서도 또한 이와 같으시니
저희가 소승을 좋아함을 아시고,
일찍이 너희들이 성불하리라고 말씀하지 아니하시고,
저희들에게 설하시기를 모든 무루법을 얻어
소승을 성취한 성문 제자라고 하셨나이다.
부처님께서 저희에게 명하시어 가장 높은 도를 설하게 하시되,
이 법을 닦아 익히는 자는 마땅히 성불한다 하시거늘,
저희는 부처님 가르침대로 큰 보살을 위하여
여러가지 인연과 가지가지 비유와
약간의 말씨로 위없는 도를 설하니,
모든 불자들이 저희에게 법을 듣고는,
밤낮으로 생각하여 부지런히 닦고 익혔나이다.
이 때 모든 부처님께서 곧 그들에게 수기주시되,
너는 오는 세상에서 마땅히 성불하리라 하셨으니,
일체 모든 부처님의 비밀히 간직한 법은
다만 보살만을 위하여 그 실상의 일을 연설하시고,
그리고 저희들을 위하여서는
이 참된 진리를 설하지 않으셨나이다.
저 가난한 아들이 그 아버지를 가까이하여
비록 모든 재물을 알았으나 가질 마음이 없는 것과 같이
저희들이 부처님의 보배 법장을 비록 말하기는 하나
스스로 원하는 뜻이 없음은 또한 다시 이와 같았나이다.
저희들이 안으로 번뇌를 끊고 스스로 만족하게 생각하고,
오직 이 일만을 알고 다시 다른 일은 없다 하였나이다.
불국토를 청정히 하고 중생을 교화하는 것을
저희들이 만약 들었어도 도무지 즐거워함이 없었으니,
까닭은 무엇인가 하오면, 일체의 모든 법은
모두 다 비고 고요하여 남(生)도 없고 멸(滅)도 없으며,
큰 것도 없고 작은 것도 없으며,
무루(無漏) 무위(無爲)라 하였나이다.
이와 같이 생각하고 즐겁고 기쁜 마음 내지 않았나이다.
저희들이 긴긴 밤에 부처님의 지혜를
탐냄도 없고 집착함도 없었으며 다시 원하는 뜻도 없어서,
그리하여 스스로 이 법을 구경(究竟)이라 생각하였나이다.
저희들이 긴긴 밤에 공한 법을 닦아 익혀
삼계의 고뇌와 환난을 벗어나 해탈을 얻어서
최후의 몸인 유여열반(有餘涅槃)에 머물렀으므로
부처님의 교화하신 바에 헛되지 않은 도를 얻었으니,
이미 곧 부처님의 깊은 은혜 보답했다 하였나이다.
[13]저희들이 비록 모든 불자들을 위하여
보살의 법을 설하여 불도를 구하라 하였으나,
그러나 이 법에 있어서 영원히 원하는 즐거움이 없었으니,
도사께서 보시고 버려두시되, 저희의 마음을 아신 까닭으로
처음에는 참된 이익 있다고 설하시어
권하여 나아가게 하시지 아니하셨나이다.
부자인 장자가 아들의 뜻이 용렬한 것을 알고는
방편의 힘으로써 그 마음을 부드럽게 조복하고,
그런 뒤에 일체 재물을 부탁하는 것과 같이,
부처님께서도 또한 이와 같으사 희유한 일 나타내셨나이다.
소승을 좋아함을 아시고 방편의 힘으로써
그 마음 조복시키시고 이내 큰 지혜를 가르치시니,
저희들은 오늘에야 미증유를 얻었나이다.
먼저 바라지도 않던 것을 그러나 지금 저절로 얻었음은
저 궁한 아들이 한량없는 보배를 얻음과 같나이다.
세존이시여, 저희는 지금 도를 얻고 과를 얻어,
무루법(無漏法)에서 청정한 눈을 얻었나이다.
저희들이 긴긴 밤에 부처님의 청정 계율을 지녔으니,
비로소 오늘에야 그 과보를 얻었나이다.
법왕의 법 가운데서 오랫동안 범행을 닦아
지금 샘이 없고 위없는 큰 과(果)를 얻었으니,
저희들이 지금에야 참된 성문이 되온지라,
불도의 음성으로써 일체 중생이 듣게 하오리다.
저희들이 지금에야 참된 아라한이오니,
모든 세간의 하늘과 사람과 마와 범천이나
널리 그 가운데서 응당 공양을 받게 되었나이다.
[14]세존의 크고 크신 은혜는 희유한 일로써
가엾고 불쌍히 여겨 교화하시어 저희들을 이익되게 하시니,
한량없는 억겁엔들 누가 능히 갚으리이까.
수족으로 받드옵고 머리 조아려 예경하며
일체의 공양을 할지라도 능히 다 갚지 못하오리다.
혹은 머리에 이고 양 어깨에 메고 지고
항하사 겁이 다하도록 마음으로 공경하며,
또 맛나는 음식과 한량없는 보배옷과
여러가지 이부자리 가지가지 탕약과
우두전단 좋은 향과 또 모든 진귀한 보배로
탑묘(塔廟)를 일으키고 보배옷을 땅에 깔고
이와 같은 여러가지 일로 항하사 겁을 두고
공양을 드릴지라도 또한 능히 갚지 못하오리다.
[15]모든 부처님께서는 희유하시어 한량없고 가이 없는
불가사의의 거룩하신 신통력과
샘이 없고 변함없는 모든 법의 왕으로서
능히 용렬한 저희 위하시어 이 일을 너그럽게 참으시고,
상(相)을 취하려는 범부에게 마땅함을 따라 설하셨나이다.
모든 부처님께서는 법에 있어 가장 자재함을 얻으시어,
모든 중생들의 가지가지 욕락과
뜻과 힘을 아시고 맡아 감당할 바를 따라
한량없는 비유로써 이에 법을 설하시며,
모든 중생의 지난 세상의 선근(善根)을 따르시며,
또 성숙한 자와 성숙하지 못한 자를 아시고
가지가지로 셈을 하시어 분별하여 아시옵고는,
일불승을 마땅함을 따라 삼승으로 설하셨나이다.
신해품 끝
'불교이야기 > 불교경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말 妙法蓮華經 第 四卷 (8~13 품) (0) | 2008.01.20 |
---|---|
우리말 妙法蓮華經 第 三卷 (5~7 품) (0) | 2008.01.20 |
우리말 妙法蓮華經 第 一卷 (1~2 품) (0) | 2008.01.20 |
금강경 사구게(四句偈) (0) | 2008.01.09 |
고왕경-관세음보살구생경 (高王經-觀世音菩薩求生經) (0) | 2008.0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