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법연화경 제 일권
妙法蓮華經 第 一卷
묘법연화경 제 일 서품
妙法蓮華經 第 一 序品
[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王舍城) 기사굴산(嗜??山)중에 머무시어 큰 비구 대중 일만 이천 사람들과 함께 계시었다. 이들은 모두 아라한이라, 모든 새어 흐름(漏)이 이미 다하여 다시 번뇌가 없고 자기의 이로움을 체득(逮得)하여 모든 있다는 결박으로부터 벗어나 마음의 자재로움을 얻은 이들이었다.
그들의 이름은 아야교진여, 마하가섭, 우루빈나가섭, 가야가섭, 나제가섭, 사리불, 대목건련, 마하가전연, 아누루다, 겁빈나, 교범바제, 이바다, 필능가바차, 박구라, 마하구치라, 난타, 손타라난타, 부루나-미다라니자, 수보리, 아난, 라후라 등이라. 이와 같이 여러 사람들이 잘 아는 큰 아라한들이었다.
또 배움에 있는 이와 배울 것이 없는 이천 사람이 있었으며, 마하파사파제 비구니는 그 권속 육천인과 함께 있었으며, 라후라의 어머니 야수다라 비구니도 또한 그 권속들과 함께 있었다.
[2] 보살마하살 팔만인이 있었으니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아니하고, 모두 다라니(陀羅尼)와 말 잘하는 변재(辯才)를 얻어서 물러나지 않는 법륜(法輪)을 굴리며, 한량없는 백천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고 모든 부처님의 처소에서 온갖 덕의 근본을 심어 항상 모든 부처님께서 칭탄하시는 바가 되었으며, 자비로써 몸을 닦아 부처님 지혜에 잘 들어가고, 큰 지혜를 통달하여 저 언덕(彼岸)에 이르러 이름이 한량없는 세계에 널리 들리어 능히 수없는 백천 중생을 제도하시었다.
그분들의 이름은 문수사리보살 관세음보살 득대세보살 상정진보살 불휴식보살 보장보살 약왕보살 용시보살 보월보살 월광보살 만월보살 대력보살 무량력보살 월삼계보살 발타바라보살 미륵보살 보적보살 도사보살 등으로 이와 같은 보살마하살 팔만인이 함께 하시었다.
[3] 그 때 석제환인은 그의 권속 이만 천자와 함께 있었으며, 또 이름이 월천자 보향천자 보광천자 사대천왕도 그의 권속 일만 천자와 함께 있었으며, 자재천자와 대자재천자는 그의 권속 삼만 천자와 함께 있었으며, 사바세계 주인인 범천왕 시기대범 광명대범 등은 그의 권속 일만 이천 천자와 함께 있었으며, 여덟 용왕이 있었는데 난타용왕 발난타용왕 사가라용왕 화수길용왕 덕차가용왕 아나바달다용왕 마나사용왕 우발라용왕 등이 각각 수백천 권속과 함께 있었으며, 네 긴나라왕이 있었으니 법긴나라왕 묘법긴나라왕 대법긴나라왕 지법긴나라왕도 각각 수백천 권속과 함께 있었으며, 네 건달바왕이 있었으니 악건달바왕 악음건달바왕 미건달바왕 미음건달바왕이 각각 수백천 권속과 함께 있었으며, 네 아수라왕이 있었으니 바치아수라왕 거라건타아수라왕 비마질다라아수라왕 라후아수라왕이 각각 수백천 권속과 함께 있었으며, 네 가루라왕이 있었으니 대위덕가루라왕 대신가루라왕 대만가루라왕 여의가루라왕이 각각 수백천 권속과 함께 있었으며, 위제희의 아들 아사세왕도 수백천 권속과 함께 있었는데, 이들은 각각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았다.
[4] 그 때 세존께서는 사부대중에게 둘러싸여 공양과 공경과 존중 찬탄을 받으시면서 모든 보살을 위하여 대승경을 설하시니, 이름이 무량의(無量義)요, 보살을 가르치는 법이며, 부처님께서 깊이 간직하시는 바였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설하시고는 가부좌를 맺으시고 무량의처삼매(無量義處三昧)에 드시어 몸과 마음이 움직이지 아니하시거늘, 이 때 하늘에서 만다라꽃 마하만다라꽃 만수사꽃 마하만수사꽃이 비오듯이 내려, 부처님 위와 또 모든 대중에게 흩어지며 넓은 부처님의 세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다.
그 때 모임 가운데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 하늘 용 야차 건달바 아수라 가루라 긴나라 마후라가 인비인과 또 모든 작은 왕과 전륜성왕(轉輪聖王) 등 이 모든 대중은 일찍이 없었던 것을 얻어 환희하며 합장하고 일심으로 부처님을 우러러 보았다.
이 때 부처님께서 미간(眉間)의 백호상(白毫相)에서 광명을 놓으시어 동방으로 일만 팔천 세계를 비추시니, 널리 두루하지 않은 데가 없어서 아래로는 아비지옥에 이르고 위로는 아가니타천(阿迦尼?天)에 이르러서, 이 세계에서 저 국토의 여섯 갈래 중생들을 다 보며, 또 저 국토에 현재 계시는 모든 부처님을 뵈오며, 또 모든 부처님께서 설하시는 경전의 법을 들을 수 있고, 아울러 저 모든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가 모든 수행을 하여 도를 얻는 것을 보며, 다시 모든 보살마하살이 가지가지 인연과 가지가지 신해(信解)와 가지가지 모습으로 보살도를 행하는 것을 보며, 또 모든 부처님께서 열반(涅槃)에 드심을 보며, 또 모든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뒤에 부처님 사리의 칠보탑(七寶塔)을 세우는 것을 볼 수 있었다.
[5] 그 때 미륵보살은 이렇게 생각하되, 「지금 세존께서 신통 변화의 형상을 나타내시니, 무슨 인연으로 이러한 상서가 있는 것일까. 지금 부처님 세존께서는 삼매에 드셨으니, 이 불가사의하고 희유한 일이 나타남을 마땅히 누구에게 물을 것이며 누가 능히 대답할 것인가.」 하고 다시 이렇게 생각하기를, 「이 문수사리법왕자는 이미 지난 세상에서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을 가까이 모시며 공양하였으므로 반드시 이렇게 희유한 형상을 보았으리라. 내가 지금 마땅히 물어 보리라.」
그 때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와 모든 하늘 용 귀신들도 모두 이런 생각을 하되, 「이 부처님의 광명과 신통한 모습을 이제 마땅히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그 때 미륵보살은 자기의 의심을 해결하고 또한 사부대중인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와 모든 하늘 용 귀신 등의 대중의 마음을 살펴보고 문수사리에게 물어 말씀하되, 『무슨 인연으로 이러한 상서와 신통의 형상이 있으며, 큰 광명을 놓으시어 동방으로 일만 팔천 국토를 비추시어 저 부처님 세계의 장엄을 다 보게 하시나이까.』
[6]이에 미륵보살이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되,
문수사리보살이여, 도사(導師)께서 무슨 연고로
미간의 백호에서 큰 광명을 두루 비추시며,
만다라꽃 만수사꽃 비오듯 내려오고,
전단향 바람불어 중생의 마음을 기쁘게 하시나이까.
이와 같은 인연으로 땅은 모두 깨끗하게 장엄하고
이러한 세계마다 육종으로 진동하니,
이 때 사부대중이 모두 다 환희하여
몸과 마음이 쾌락하니 전에 없던 일을 얻었나이다.
미간으로 놓으신 광명이 동방으로 멀리 비쳐
일만 팔천 국토마다 모두 금빛으로 찬란하고,
아래로는 아비지옥 위로는 유정(有頂)까지
그 모든 세계 중에 여섯 갈래 중생들이
나고 죽어 가는 곳과 선악의 업연(業緣)과
받는 과보(果報) 좋고 나쁨을 여기에서 다 보나이다.
또 모든 부처님을 우러러 뵈오니
거룩한 성주시며 사자이시라,
경전을 설하심이 미묘하고도 제일이시니,
그 음성이 청정하여 부드러운 음성을 내시어
수도 없는 억만의 모든 보살을 가르치시니,
범음(梵音)이 깊고 묘하여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뻐하게 하고
각각 다른 세계마다 바른 법을 강설하시매,
가지가지 인연과 한량없는 비유로써
부처님 법 밝게 밝히시어 중생들 깨달음 열게 하시며,
어떤 사람 늙고 병나 죽는 고통 싫어하면
열반을 설하시어 모든 괴로움 건져 주시며,
혹은 어떤 사람 복이 있어 부처님께 공양하고
뛰어난 법을 구하면 연각(緣覺)을 설하시고,
만약 어떤 불자가 가지가지 행을 닦아
무상지혜를 구하면 청정한 도를 설하시네.
[7]문수사리보살이여, 내가 여기 있으면서
보고 들음 이와 같이 천억 가지 이르지만
이와 같이 여러가지 많은 일을 이제 간략히 말씀하오리다.
내가 보니 저 국토의 항하(恒河)모래같은 보살들이
가지가지 인연으로 불도를 구하는데
혹은 어떤 이는 보시하되, 금과 은과 산호와
진주와 마니(摩尼)구슬과 자거(??)와 마노(瑪瑙)와
금강석과 여러가지 보배와 남녀종과 타는 수레와
보배로 꾸민 연(輦輿)을 환희하며 보시하여
불도에 회향하고, 삼계에서 제일가는
이 길을 얻고자 하니 모든 부처님 찬탄하옵니다.
혹은 어떤 보살은 네 필의 말이 끄는 보배수레를
난간마다 비단일산으로 화려하게 꾸며 보시하고,
또 보니 어떤 보살은 몸과 살과 수족이며
처자까지 보시하여 위없는 도를 구하고,
또 어떤 보살은 머리와 눈과 신체를
기뻐하며 보시하여 부처님의 지혜를 구하옵니다.
문수사리보살이여, 내가 보니 모든 왕들이
부처님께 나아가서 위없는 도를 묻고는
좋은 국토와 궁전과 신하와 첩을 버리고
수염과 머리 깎고 법복을 입으며,
혹은 어떤 보살은 비구의 몸이 되어
홀로 고요한 곳에서 경전을 즐거이 읽으며,
또 보니 어떤 보살은 용맹하게 정진하여
깊은 산에 들어가서 불도를 깊이 생각하며,
또 어떤 이는 욕심 떠나 항상 고요한 데 머물면서
깊은 선정을 닦아 다섯 가지 신통을 얻으며,
또 보니 어떤 보살은 선정에 편히 들어 합장하고
천만 가지 게송으로 모든 법왕을 찬탄하며,
또 보니 어떤 보살은 지혜 깊고 뜻이 굳어
모든 부처님께 법을 물어 듣는 대로 다 지니고,
또 보니 어떤 불자는 선정 지혜 구족하여
한량없는 비유로써 대중을 위해 설법하며
기쁘고 즐겁게 법을 설해 모든 보살을 교화하고
마의 군사 무리 격파하여 법북(法鼓)을 둥둥 치며,
또 보니 어떤 보살은 고요히 선정에 들어
하늘과 용이 공경해도 기뻐하지 아니하고,
또 보니 어떤 보살이 숲속에서 광명놓아
지옥 고통 제도하여 불도에 들게 하며,
또 보니 불자들이 잠도 자지 아니하고
숲속을 거닐면서 부지런히 불도를 구하오며,
또 보니 계행을 갖추어 위엄있는 거동에 흠이 없어
깨끗함이 보배구슬과 같이 하여 불도를 구하오며,
또 보니 어떤 불자는 욕됨을 참는 힘에 머물러
증상만의 사람들이 나쁘게 욕을 하고 때려도
모두 다 능히 참고는 불도를 구하옵니다.
또 보니 어떤 보살은 희롱하고 웃는 일과
어리석은 권속 떠나 지혜로운 자를 친근하고
일심으로 산란함을 버리고 숲속에서 생각을 거두어
억천만 년 지내면서 불도를 구하옵니다.
혹은 어떤 보살은 좋은 반찬 좋은 음식
백 가지 탕약으로 부처님과 승려에게 보시하며,
천만냥 값 나가는 훌륭한 의복이나
혹은 값도 모를 좋은 옷을 부처님과 승려에게 보시하고,
천만억 가지가지 전단으로 지은 보배집과
여러가지 묘한 침구를 부처님과 승려에게 보시하고,
깨끗한 숲과 동산 꽃과 과일 무성한데
솟는 샘과 목욕하는 연못을 부처님과 승려에게 보시하고,
이와 같이 보시함이 가지가지 미묘한데
환희하며 싫음없이 위없는 도를 구하옵니다.
혹은 어떤 보살은 적멸(寂滅)한 법을 설하여
수없는 중생을 가지가지로 교화하며,
혹은 어떤 보살은 법의 성품 허공같아
두 모양 없는 줄을 진실하게 관찰하며,
또 보니 어떤 불자는 집착하는 마음이 없어
이런 미묘한 지혜로써 위없는 도를 구하옵니다.
[8]문수사리보살이여, 또 보니 어떤 보살은
부처님 멸도하신 후에 사리에 공양하며,
또 보니 어떤 불자는 항하의 모래같은
수없는 탑묘를 세워서 국토를 장엄하게 꾸미니,
높고 묘한 보배탑은 높이가 오천 유순이며,
가로 세로가 똑같아 이천 유순이며,
하나하나 탑묘마다 각각 당번(幢幡)이 일천이요,
진주로 된 교로만(交露?)에 보배방울 울려오니,
모든 하늘 용 귀신과 사람과 사람 아닌 것이
향과 꽃과 기악(伎樂)으로 항상 공양을 하옵니다.
문수사리보살이여, 모든 불자들이
사리에 공양하고자 탑묘를 장엄하게 꾸미니
온 나라는 자연히 특별하게 아름답고 묘하여
천수왕이 그 꽃을 피운 듯 하옵니다.
부처님께서 한 광명을 놓으시니, 나와 또 대중들은
이 세계의 가지가지로 특수하고 묘함을 보나이다.
모든 부처님의 신통력과 밝은 지혜 희유하여
한 줄기 광명을 놓으시어 한량없는 세계를 비추시나니,
저희들은 이를 보고는 미증유를 얻었나이다.
불자이신 문수사리여,
원컨대, 대중의 의심을 풀어 주시옵소서.
사부대중이 인자와 나를 우러러 보고 있나이다.
세존께서 무슨 연고로 이러한 광명을 놓으시나이까.
불자이시여, 지금 대답하시어 의심을 풀어 기쁘게 하시옵소서.
무엇을 이익되게 하시려고 이러한 광명을 놓으시나이까.
부처님께서 도량에 앉아 깨쳐 얻으신 미묘한 법을
설하시고자 하나이까. 수기(授記)주시려 하나이까.
모든 부처님 나라를 보고 여러가지 보배로 장엄함과
모든 부처님을 뵙게 된 것은 이는 작은 인연 아니옵니다.
문수사리여, 마땅히 아시옵소서. 사부대중과 용과 신은
인자를 우러러 보고 있나니, 무엇을 설하시고자 하나이까.
[9] 그 때 문수사리보살은 미륵보살마하살과 그리고 모든 대사(大士)에게 말씀하시되, 『선남자들이여, 나의 생각으로 헤아리건대, 지금 부처님 세존께서 큰 법을 설하시며, 큰 법비를 내리시며, 큰 법소라를 부시며, 큰 법북을 치시며, 큰 법의 뜻을 연설하시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모든 선남자여, 내가 지난 예전에 모든 부처님 계신 곳에서 일찍이 이러한 상서를 보았나니, 이런 광명을 놓으시고는 곧 큰 법을 설하셨나이다. 이런고로 마땅히 아소서. 지금 부처님께서 광명을 나타내심도 또한 이와 같아서, 중생으로 하여금 일체 세간에서 믿기 어려운 법을 다 만족하게 듣고 알게 하시고자 이러한 상서를 나타내신 줄로 압니다.
모든 선남자여, 지난 예전의 한량없고 가이 없는 불가사의 아승지 겁에 그 때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명호는 일월등명여래(日月燈明如來) 응공(應供) 정변지(正遍知) 명행족(明行足) 선서(善逝) 세간해(世間解) 무상사(無上士) 조어장부(調御丈夫) 천인사(天人師) 불 세존(佛世尊)이셨습니다. 정법을 연설하시되, 처음도 잘 하셨고 중간도 잘 하셨고 뒤에도 잘 하셨으니, 그 뜻은 깊고 멀며 그 말씀은 훌륭하시고 묘하시어 한가지로 순수하시며 잡됨이 없어 맑고 깨끗한 범행(梵行)의 형상을 구족하셨습니다.
성문(聲聞)을 구하는 자를 위하여 사제법(四諦法)을 설하시어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을 건너 마침내 열반에 이르게 하시고, 벽지불(?支佛)을 구하는 자를 위하여 십이인연법(十二因緣法)을 설하시고, 모든 보살을 위하여는 육바라밀(六波羅蜜)을 설하시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게 하여 일체종지(一切種智)를 이루게 하셨나이다.
[10] 다음에 또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또한 이름이 일월등명이시며, 다음에 또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또한 이름이 일월등명이셨습니다. 이와 같이 이만 부처님께서 모두 동일하게 명호는 일월등명이시며, 또한 같은 성씨이니 성(姓)은 파라타이셨나이다.
미륵보살이여, 마땅히 아소서. 처음 부처님과 뒤의 부처님께서 모두 동일한 글자로 이름은 일월등명이시며, 십호(十號)를 구족하시고, 설하신 법도 처음과 중간과 뒤가 훌륭하셨나이다. 그 가장 뒤의 부처님께서 출가하지 아니하셨을 때, 여덟 왕자가 있었으니, 첫째는 유의(有意)요 둘째는 선의(善意)며 셋째는 무량의(無量意)요 넷째는 보의(寶意)요 다섯째는 증의(增意)며 여섯째는 제의의(除疑意)요 일곱째는 향의(響意)며 여덟째는 법의(法意)라 이름했습니다. 이 여덟 왕자는 위엄과 덕이 자재하여 각각 사천하를 다스렸습니다. 이 모든 왕자가 아버지께서 출가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셨다는 말을 듣고는, 모두 왕위를 버리고 또한 따라 출가하여 대승의 뜻을 일으켜 항상 깨끗한 범행을 닦아 모두 법사가 되어 이미 천만 부처님 처소에서 착한 근본을 심었나이다.
[11] 이 때 일월등명 부처님께서 대승경을 설하시니, 이름이 무량의(無量義)라, 보살을 가르치는 법이며 부처님께서 깊이 간직하시는 바이었습니다. 이 경을 설하시고는 곧 대중 가운데서 가부좌를 맺으시고 무량의처삼매에 드시어 몸과 마음이 움직이지 아니하셨습니다.
이 때 하늘에서는 만다라꽃 마하만다라꽃 만수사꽃 마하만수사꽃을 비오듯이 내려 부처님 위와 모든 대중에게 흩으니, 넓은 부처님 세계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습니다.
그 때 모임 가운데서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 하늘 용 야차 건달바 아수라 가루라 긴나라 마후라가 인비인과 모든 작은 왕과 전륜성왕 등의 이 모든 대중은 일찍이 없던 일을 만나 환희하여 합장하고 일심으로 부처님을 우러러 보았습니다.
그 때 여래께서는 미간(眉間)의 백호상(白毫相)으로부터 광명을 놓으시어 동방으로 일만 팔천 부처님 국토를 비추시니, 두루 미치지 않은 데가 없어서 지금 보는 바의 이 모든 부처님 국토와 같았습니다.
미륵보살이여, 마땅히 아소서. 이 때 모임 가운데에 이십억 보살이 있어 즐거이 법을 듣고자 하였는데, 이 모든 보살은 이 광명이 부처님 국토에 널리 비침을 보고 일찍이 없던 일을 만나 이 광명이 비치는 인연을 알고자 하였습니다.
이 때 보살이 있었으니 이름은 묘광(妙光)이며 팔백 제자가 있었습니다. 이 때 일월등명 부처님께서는 삼매에서 일어나시어 묘광보살로 인하여 대승경을 설하시니, 이름은 묘법연화인데 보살을 가르치는 법이며, 부처님께서 깊이 간직하시는 바이었습니다.
[12] 육십 소겁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아니하시거늘, 이 때 모여 듣는 자도 또한 한 곳에 앉아서 육십 소겁 동안 몸과 마음을 움직이지 아니하고 부처님의 설하심을 듣기를 밥 먹는 사이와 같이 생각했습니다. 이 때 대중 가운데서 혹은 몸이나 혹은 마음에 게으름과 권태를 내는 이는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일월등명 부처님께서 육십 소겁 동안 이 경을 설하시기를 마치시고 곧 범천(梵天) 마(魔) 사문(沙門) 바라문(婆羅門) 천인(天人) 아수라의 무리 가운데서 이러한 말씀을 펴시되, 「여래는 오늘 밤중에 마땅히 무여열반(無餘涅槃)에 들리라.」고 하셨습니다.
이 때 보살이 있었으니, 이름은 덕장(德藏)이라 하며, 일월등명 부처님께서 곧 그에게 수기를 주시고 모든 비구에게 이르시되, 「이 덕장보살이 다음에 마땅히 부처님을 이루리니, 명호는 정신(淨身) 다타아가도 아라하 삼먁삼불타라 하리라.」 부처님께서 수기 주시고 문득 밤중에 무여열반에 드셨습니다.
[13]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뒤 묘광보살은 묘법연화경을 지니고 팔십 소겁이 차도록 사람들을 위하여 연설하였습니다. 일월등명 부처님의 여덟 왕자도 모두 묘광보살을 스승으로 섬기고, 묘광보살은 교화하여 그들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튼튼히 하게 하였습니다. 이 모든 왕자는 한량없는 백천만억 부처님께 공양하고 모두 불도를 이루었으니, 그 가장 뒤에 성불하신 분은 이름이 연등(燃燈)이셨습니다.
팔백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이 있었으니, 이름은 구명(求名)이라 하였는데, 이익을 키우는데 탐착하여 비록 많은 경을 읽고 외워도 이에 통리하지 못하고 잊어버리는 바가 많았으니, 그러므로 이름을 구명이라 하였습니다. 이 사람도 모든 선근을 심은 인연의 연고로 한량없는 백천만억의 부처님 만남을 얻어 공양하고 공경하며 존중 찬탄하였습니다.
[14] 미륵보살이여, 마땅히 아소서. 그 때 묘광보살이 어찌 다른 사람이리오. 내 몸이 곧 그 사람이요, 구명보살은 그대의 몸이었습니다. 이제 이 상서를 보니 옛날과 다름이 없습니다. 이러한 까닭으로 깊이 헤아리건대, 오늘 여래께서 마땅히 대승경을 설하시리니, 이름은 묘법연화라, 보살을 가르치는 법이며 부처님께서 깊이 간직하시는 바입니다.』
[15] 그 때 문수사리보살이 대중 가운데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되,
내가 생각하니 지난 세상 한량없는 오랜 겁에
존귀한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명호는 일월등명이시라.
세존께서 법을 연설하시어 한량없는 중생을 제도하시고
수없는 억만의 보살들을 부처님 지혜에 들게 하시었소.
부처님께서 출가하시기 전에 낳으신 여덟 왕자는
거룩하신 성인의 출가하심을 보고 또한 따라 범행을 닦았소.
그 때 부처님께서 대승경을 설하시니, 경의 이름은 무량의라,
모든 대중 가운데서 널리 분별하시었소.
부처님께서 이 경을 설하시고는 곧 법좌에 오르시어
가부좌를 맺으시고 삼매에 드시니, 이름이 무량의처삼매라,
하늘에서 만다라꽃 비오듯 하고 하늘북은 저절로 울리고,
모든 하늘과 용 귀신들은 세존님께 공양하며
일체 모든 부처님의 국토는 즉시 크게 진동이 일어나고
부처님께서 미간 광명을 놓으시어 희유한 일 나타내시었소.
[16]이 광명이 동방으로 일만 팔천 불국토에 비추시니
일체 중생의 나고 죽는 업보처가 보였으며,
모든 부처님의 국토가 여러가지 보배로 장엄되고
유리와 파려색으로 보였으니, 부처님의 광명 때문이었소.
또 보니 모든 하늘과 사람과 용 신 야차의 무리와
건달바 긴나라 등이 각각 부처님께 공양하고,
또 보니 모든 여래께서 자연히 불도를 이루시니,
몸빛이 금산과 같으시며 단정 엄숙하여 심히 미묘함이
마치 깨끗한 유리 속에 진금상을 나타낸 듯 하였소.
세존께서 대중 속에 계시면서 깊은 법의 뜻을 베풀어 설하시고
한 분 한 분 부처님 국토마다 성문대중이 수 없는데
부처님의 광명으로 인하여 저 대중을 다 볼 수 있었소.
혹은 여러 비구들이 산림 속에 있으면서
정진하며 청정한 계를 지녀 마치 밝은 구슬을 지킴과 같았소.
또 보니 여러 보살들이 보시와 인욕 등을 행하니
그 수는 항하 모래같아 이는 부처님의 광명 때문이었소.
또 보니 여러 보살들이 모두 깊은 선정에 들어
몸과 마음 고요히 부동하여 위없는 도를 구하고
또 보니 여러 보살들이 법의 적멸상(寂滅相)을 알아
각각 그 국토에서 법을 설하여 불도를 구하였소.
[17]그 때 사부대중은 일월등명 부처님께서
큰 신통력을 나투심을 보고 그 마음 다 환희하여
각각 서로에게 묻기를 이런 일은 무슨 인연인가 하더니,
천인의 공경받는 세존께서 때마침 삼매에서 일어나시어
묘광보살을 찬탄하시되, 너는 세간의 눈이 되어서
일체가 믿고 귀의(歸依)하리니,
능히 법장(法藏)을 받들어 지니되,
나의 설한 법과 같이 하여 오직 너만이 능히 증지(證知)하리라.
세존께서 찬탄하시어 묘광보살로 하여금 환희케 하시고
이 법화경을 설하시되, 육십 소겁이 차도록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으시고 설하신 바 가장 미묘한 법을
이 묘광법사는 모두 다 받아지니었소.
부처님께서 이 법화경을 설하시어
대중으로 하여금 환희케 하시고,
곧 이날 부처님께서 천인 대중에게 이르시되,
모든 법의 실상의 뜻을 이미 너희들을 위해 설했으니,
나는 오늘 밤중에 마땅히 열반에 들겠노라.
너희는 일심으로 정진하여 마땅히 방일(放逸)하지 말지니라.
모든 부처님은 심히 만나 뵙기가 어려워서
억겁에야 한 번 만나느니라.
세존의 모든 제자들은 부처님 열반에 드신다는 말씀 듣고
각각 슬픔을 품고 부처님 멸도하심 왜 이리 빠르실까 하였소.
[18]성주이신 법왕께서 무량 중생을 편안히 위로하사,
내가 만약 멸도할 시에도 너희들은 근심하지 말지니라.
이 덕장보살이 무루(無漏)의 실상에서
마음이 이미 통달하여 다음에 마땅히 성불하리니,
이름은 정신(淨身)이며 또한 무량 중생을 제도하리라.
부처님께서 이날 밤에 멸도하시니,
섶(薪)이 다해 불 꺼진 듯 하였소.
모든 사리를 나누어 한량없는 탑을 일으키고,
항하 모래 수와 같은 비구와 비구니들이
배나 더 정진을 하여 위없는 도를 구하였소.
이 묘광법사는 부처님의 법장을 받들어 지니어서
팔십 소겁 동안에 널리 법화경을 펴니,
이 여덟 왕자 모두는 묘광법사의 교화받고
무상도를 튼튼히 하여 마땅히 수없는 부처님을 뵙고는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며 큰 도를 순히 따라 행하고
서로 이어서 성불함을 얻어 차례차례로 수기하니,
최후의 천중천(天中天)은 명호가 연등(燃燈)부처님이시라,
모든 신선 도사(導師)로서 한량없는 중생을 건지셨소.
이 묘광법사에게 한 제자가 있었으니,
마음에 항상 게으름을 품고 명리(名利)에 탐착하여
명리 구하기를 싫어하지 않아, 명문집에 드나들며 많이 놀고
외우고 익힌 것 그만두니 잊어버려 통리하지 못하고
이런 인연의 까닭으로 이름이 구명(求名)이라 하였소.
그래도 여러가지 선업을 행하여 수없는 부처님을 만나 뵙고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며 큰 도를 순히 따라 행하고
육바라밀을 구족하여 지금 석가세존을 만나 뵙고
그 뒤에 마땅히 성불하리니, 이름을 미륵이라 하고
모든 중생을 널리 제도하여 그 수가 한량없을 것입니다.
[19]저 부처님 멸도하신 후에 게으른 자는 그대요,
묘광법사란 자는 지금 곧 나의 몸입니다.
내가 본 등명 부처님의 광명 상서가 이와 같으니
지금의 부처님께서도 법화경을 설하시고자 하심을 알겠습니다.
지금과 옛날의 상서의 모양이 같으심은
이는 모든 부처님의 방편이며,
지금 부처님께서 광명 놓으심은 실상의 뜻을 도와 밝히시렴이요.
모든 사람은 이제 마땅히 알지니, 합장하고 일심으로 기다리시오.
부처님께서 마땅히 법비를 내리시어
구도자를 흡족하게 하시리니,
삼승을 구하는 모든 사람이여, 만약 의심이 있다면
부처님께서 마땅히 모두 끊어 남음이 없게 하시리라.
서품 끝
묘법연화경 제 이 방편품
妙法蓮華經 第 二 方便品
[1] 그 때 세존께서 조용히 삼매에서 일어나시어 사리불에게 이르시되, 『모든 부처님의 지혜는 심히 깊어 한량없으며, 그 지혜의 문은 이해하기 어렵고 들어가기도 어려워서 일체 성문과 벽지불은 능히 알지 못할 것이니라. 왜냐하면, 부처님은 일찍이 백천만억 수없는 모든 부처님을 친근하여 모든 부처님의 한량없는 도법을 다 행하시고 용맹 정진하시어 이름이 널리 알려졌으며, 매우 깊고 미증유한 법을 성취하여 마땅함을 따라 설하시므로 뜻을 알기가 어려움이니라.
사리불(舍利弗)아, 내가 성불하여 지금에 이르도록 가지가지 인연과 가지가지 비유로써 널리 가르침을 연설하고, 수없는 방편으로 중생을 인도하여 모든 집착을 떠나게 하였느니라. 왜냐하면, 여래는 방편지견의 바라밀을 이미 다 구족함이니라.
[2] 사리불아, 여래의 지견은 넓고 크며 깊고 멀어서 무량(無量) 무애(無?) 힘(力) 무소외(無所畏) 선정(禪定) 해탈(解脫) 삼매(三昧)에 한없이 깊이 들어가 온갖 미증유한 법을 성취하였느니라.
사리불아, 여래는 능히 가지가지로 분별하여 모든 법을 공교롭게 설하시되, 말씨는 부드럽고 연하시어 여러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하시느니라.
사리불아, 요긴한 것을 말하자면, 한량없고 가이 없는 미증유한 법을 부처님은 모두 성취하였느니라.
그만두어라. 사리불아, 다시 말하지 말지니라. 왜냐하면, 부처님이 성취하신 바는 가장 희유하고 알기가 어려운 법으로 오직 부처님과 더불어 부처님만이 이 모든 법의 실상(實相)을 능히 깨달아 아시기 때문이니라. 이른바 모든 법은
이와 같은 상(如是相)
이와 같은 성(如是性)
이와 같은 체(如是體)
이와 같은 역(如是力)
이와 같은 작(如是作)
이와 같은 인(如是因)
이와 같은 연(如是緣)
이와 같은 과(如是果)
이와 같은 보(如是報)
이와 같은 본말구경등(如是本末究竟等)이니라.』
[3] 그 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시되,
세간의 영웅 가히 헤아리지 못하나니,
모든 하늘과 또 세상 사람과
일체 중생의 무리들은 부처님을 헤아릴 자 아무도 없느니라.
부처님의 힘과 무소외(無所畏)와 해탈과 모든 삼매와
부처님의 모든 다른 법을 측량할 자 아무도 없느니라.
본래 수없는 부처님을 따라 모든 도를 갖추어 닦았으매,
심히 깊고 미묘한 법은 보기도 어렵고 깨닫기도 어려우니라.
한량없는 억겁 동안 이 모든 도를 닦아 행하여서
도량에서 과를 이루어 얻음이니 나는 이미 다 알고 보았노라.
이와 같은 큰 과보와 가지가지 성품과 모양과 뜻을
나와 시방 부처님만이 능히 이 일을 아시느니라.
이 법은 가히 보일 수도 없고 말과 형상이 적멸(寂滅)이니,
모든 다른 중생들은 능히 이해할 수 없으나,
믿는 마음이 견고한 모든 보살대중은 제외되느니라.
모든 부처님의 제자들이 일찍이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고
일체의 흐름이 이미 다하여 이 마지막 몸에 머무른
이와 같은 모든 사람들도 그들의 힘으로 감당하지 못하리.
가령 사리불과 같은 이가 세간에 가득차서
다 함께 생각할지라도 부처님의 지혜 측량하지 못하며,
모두 사리불과 같은 이가 시방세계 가득하고
또 그 밖에 모든 제자들이 또한 시방세계 가득차서
다 함께 생각을 다하여 측량하여도 또한 역시 알 수 없느니라.
지혜로운 벽지불이나 무루의 최후신에 머문 이들이
또한 그 수가 대나무 숲과 같이 시방세계 가득하여
함께 한마음으로 한량없는 억겁 동안을
부처님의 실상지혜를 생각하여도
능히 작은 부분도 알지 못하리.
새로 발심한 보살이 수없는 부처님께 공양하고
모든 뜻을 통달하여 알며 또 능히 설법 잘하는 이가
벼 삼 대 갈대와 같이 시방세계 가득차서
일심으로 묘한 지혜로써 항하사 겁을 두고
다 함께 생각할지라도 부처님의 지혜 알지 못하리.
불퇴전의 모든 보살들이 항하 모래같은 수가
일심으로 함께 생각하여 구할지라도
또한 역시 알지 못하느니라.
또 사리불에게 이르노니, 무루(無漏)의 불가사의한
심히 깊은 미묘한 법을 나는 지금 이미 갖추어 얻었으며
오직 나만이 이 모양을 알았으며
시방 부처님께서도 또한 그러하시느니라.
[4]사리불아, 마땅히 알지니라.
모든 부처님의 말씀은 다름이 없어
부처님께서 설하신 법에 마땅히 크게 믿는 힘을 낼지니라.
세존의 법은 오랜 뒤에야 요긴하고 진실하게 설하느니라.
모든 성문대중과 연각승을 구하는 이들에게 이르노니,
내가 괴로움의 속박을 풀어 열반을 얻는데 집착된 자에게
부처님의 방편력으로 삼승(三乘)을 가르쳐 보임은
중생이 곳곳에 집착하므로 이끌어서 나오게 함이니라.
[5] 그 때 대중 가운데 모든 성문으로서 흐름이 다한 아라한인 아야교진여 등 천이백 인과 성문과 벽지불의 마음을 일으킨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가 있어, 각각 이런 생각을 하되, 「지금 세존께서는 무슨 연고로 은근히 방편을 칭탄하시며 이런 말씀을 하시는가. 부처님께서 얻으신 법은 심히 깊어서 이해하기 어려우며, 말씀하신 뜻도 알기 어려워 일체 성문 벽지불은 능히 미치지 못하는 바라고 하시는가. 부처님께서 한가지 해탈의 뜻을 설하셨으므로 우리들도 또한 이 법을 얻어서 열반에 이르렀는데, 지금 이 말씀의 뜻은 알지 못하겠구나.」
그 때 사리불이 사부대중이 마음에 의심하는 것을 알고 자기도 아직 알지 못하므로 부처님께 아뢰어 말씀하되,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으로 모든 부처님의 제일의 방편과 심히 깊고 미묘하여 이해하기 어려운 법을 은근히 칭탄하시옵니까. 저는 예로부터 오면서 일찍이 부처님으로부터 이와 같은 말씀을 듣지 못하였나이다. 지금 사부대중이 모두 다 의심하고 있사오니,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이 일을 자세히 설명하시옵소서. 세존께서는 어떠한 까닭으로 심히 깊고 미묘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법을 은근히 칭탄하시옵니까.』
[6]그 때 사리불이 이 뜻을 거듭 펴려고 게송으로 말씀하되,
해와 같은 밝은 지혜 거룩하신 세존님,
오랫만에 이런 법을 설하시되,
이와 같은 힘과 무외(無畏)와 삼매와 선정(禪定)과 해탈 등의
불가사의한 법을 얻었다고 스스로 말씀하셨나이다.
도량에서 얻으신 법은 능히 묻는 자도 없고,
나의 뜻은 가히 측량하기 어려워
또한 능히 묻는 자도 없으리라 하시니,
묻는 이 없어도 스스로 설하시되, 행하신 도를 칭탄하시고
지혜는 심히 미묘하여 모든 부처님께서 얻으신 바라 하시니,
흐름(漏)이 없는 모든 아라한과 열반을 구하는 자들은
지금 모두 의심 그물에 떨어졌나이다.
부처님, 어찌하여 이런 말씀을 하시나이까.
연각을 구하는 이와 비구와 비구니들
모든 하늘 용 귀신과 또한 건달바들이
서로 보며 의심하는 마음을 품고
양족존을 우러러 보고 있사옵니다.
이 일은 어찌된 것이옵니까.
원컨대, 부처님, 해설하여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 모든 성문대중에서 저를 제일이라 말씀하시나
지금 저의 지혜로써는 의혹하여 능히 깨닫지 못하겠나이다.
이것이 궁극의 법이 되나이까. 이것이 행할 도가 되나이까.
부처님 입으로 생긴 제자들이 합장하고 우러러 기다리오니,
원컨대, 미묘하신 음성을 내시어
지금 실상과 같이 설하시옵소서.
모든 하늘 용 귀신들, 그 수가 항하 모래 같으며,
불도를 구하는 여러 보살들이 팔만의 큰 수가 있사오며,
또 모든 만억 나라의 전륜성왕이 이르러
합장하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구족하신 도를 듣고자 하나이다.
그 때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시되, 『그만 두어라. 다시 말하지 말지니라. 만약 이 일을 말한다면 일체 세간의 모든 하늘과 사람이 모두 마땅히 놀라고 의심하리라.』
사리불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어 말씀하되, 『세존이시여, 오직 원하옵건대, 설하여 주시옵소서. 오직 원하옵건대, 설하여 주시옵소서. 왜냐하오면, 이 모임의 수없는 백천만억의 아승지 중생들은 일찍이 여러 부처님을 친근하여 모든 근기가 빠르고 영리하며 지혜가 밝사오니, 부처님께서 설하심을 들으면 곧 능히 공경하고 믿으오리다.』
[7] 그 때 사리불이 이 뜻을 거듭 펴려고 게송으로 말씀하되,
위없이 높은 법왕이시여, 오직 설하시되 염려 마시옵소서.
이 모임의 한량없는 대중들은
능히 공경하고 믿을 이만 있나이다.
다시 제지하시며, 『사리불아, 만약 이 일을 설하면 일체 세간의 하늘과 사람과 아수라는 모두 응당 놀라고 의심할 것이며, 깨닫지 못하고서도 깨달은 체하는 거만한 비구는 장차 큰 구렁에 떨어지리라.』
그 때 세존께서 거듭 게송으로 말씀하시되,
그만 그만 두어라 다시 말하지 말지니라.
나의 법은 묘하여 생각하기 어려워
모든 증상만(增上慢)의 사람들이
듣고는 반드시 공경하여 믿지 않으리라.
그 때 사리불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어 말씀하되, 『세존이시여, 오직 원하옵건대, 설하여 주시옵소서. 오직 원하옵건대, 설하여 주시옵소서. 지금 이 모임 가운데서 저희들과 같은 무리 백천만억은 세세에 이미 일찍이 부처님의 교화를 받았사오니, 이와 같은 사람들은 반드시 능히 공경하며 믿사옵고 긴 밤에 편안하여 요익(饒益)함이 많으오리다.』
그 때 사리불이 이 뜻을 거듭 펴려고 게송으로 말씀하되,
위없는 양족존(兩足尊)이시여,
원컨대, 제일의 법을 설하시옵소서.
저는 부처님의 맏아들이오니,
오직 분별하여 설해 주시옵소서.
이 모임의 한량없는 대중들은
능히 이 법을 공경하여 믿으오리다.
부처님께서 이미 지난 세상마다
이와 같은 이들을 교화하셨으니,
모두 일심으로 합장하고 부처님 말씀 듣고자 하옵니다.
저희들 천이백 인과 그 밖의 불도를 구하는 이들,
원하옵건대, 이 대중을 위하시어
오직 분별하여 설해 주시옵소서.
이들이 이 법을 듣고는 곧 크게 환희심을 내오리이다.
[8] 그 때 세존께서 사리불에게 이르시되, 『네가 이미 은근히 세 번이나 청하였으니 어찌 말하지 않겠느냐. 너는 이제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고 생각할지니라. 나는 마땅히 너를 위하여 분별하여 해설하리라.』 이 말씀을 하실 때 모임 가운데 있던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 오천 사람이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물러갔다. 왜냐하면, 이 무리는 죄의 뿌리가 깊고 무거우며 증상만(增上慢)이라, 얻지 못하고도 얻었다 하고 증(證)하지 못한 것을 증했다 하는 이런 허물이 있으니, 그러므로 머물지 못하거늘, 세존께서는 잠자코 제지하지 아니하시었다.
그 때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이르시되, 『나의 지금 이 대중은 다시 가지와 잎은 없고 순수한 열매만이 있으니, 사리불아, 이와 같은 거만한 사람들은 물러감이 좋으니라. 너희는 이제 잘 들을지니라. 마땅히 너희를 위하여 말하리라.』
사리불이 말씀하되, 『그러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원하옵건대, 즐거이 듣고자 하옵니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이르시되, 『이와 같은 묘한 법은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 때가 되어야 설하시는 것이니, 마치 우담발화(優曇鉢華)가 때가 되어야 한 번 피는 것과 같으니라. 사리불아, 너희들은 마땅히 부처님의 설하신 바를 믿을지니, 허망한 말씀은 아니하시느니라.
[9] 사리불아, 모든 부처님께서 마땅함을 따라 법을 설하시는 것이니 뜻이 향하는 바를 알기가 어려우니라. 왜냐하면, 내가 수없는 방편과 가지가지 인연과 비유와 말로써 모든 법을 연설하나니, 이 법은 생각으로 헤아리거나 분별하는 바로는 능히 풀이하지 못하나니, 오직 모든 부처님만이 능히 알 수 있는 것이니라. 까닭이 무엇인가 하면, 모든 부처님 세존께서는 오직 일대사인연(一大事因緣) 때문에 세상에 출현하시기 때문이니라.
사리불아, 어찌하여 모든 부처님 세존께서는 오직 일대사인연으로 세상에 출현하신다고 이름하느냐 하면, 모든 부처님 세존께서는 중생으로 하여금 부처님의 지견(知見)을 열어서(開) 청정함을 얻게 하시고자 세상에 출현하시며, 중생으로 하여금 부처님의 지견을 보게(示) 하시고자 세상에 출현하시며, 중생으로 하여금 부처님의 지견을 깨닫게(悟) 하시고자 세상에 출현하시며, 중생으로 하여금 부처님의 지견의 도에 들게(入) 하시고자 세상에 출현하시느니라.
사리불아, 이것을 모든 부처님께서 일대사인연 때문에 세상에 출현하신다고 함이니라.』
[10]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이르시되,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는 다만 보살을 교화하시느니라. 모든 지으신 바가 있음은 항상 하나의 일을 위함이니, 오직 부처님의 지견을 중생에게 보이어 깨닫게 하심이니라.
사리불아, 여래는 다만 일불승(一佛乘)으로 중생을 위하여 법을 설하시나니, 다른 승인 혹은 이승이나 혹은 삼승은 있을 수 없느니라. 사리불아, 일체 시방세계 모든 부처님의 법도 또한 이와 같으니라.
사리불아, 과거 모든 부처님께서 한량없고 수없는 방편과 가지가지 인연과 비유와 말씀으로 중생을 위하여 모든 법을 연설하신 것이니, 이 법은 모두 일불승을 위한 까닭이니라. 이 모든 중생이 모든 부처님으로부터 법을 듣고 마침내 모두 일체종지(一切種智)를 얻느니라.
사리불아, 미래의 모든 부처님께서도 마땅히 세상에 출현하시어 또한 한량없고 수없는 방편과 가지가지 인연과 비유와 말씀으로 중생을 위하여 모든 법을 연설하실 것이니, 이 법은 모두 일불승을 위한 까닭으로 이 모든 중생이 부처님으로부터 법을 듣고 마침내 모두 일체종지를 얻을 것이니라.
사리불아, 현재 시방의 한량없는 백천만억 부처님 국토 가운데 모든 부처님 세존께서 중생을 안락하게 하시고 넉넉히 이익되는 바를 많게 하시니, 이 모든 부처님께서도 역시 한량없고 수없는 방편과 가지가지 인연과 비유와 말씀으로 중생을 위하여 모든 법을 연설하시나니, 이 법은 모두 일불승을 위한 까닭이니라. 이 모든 중생이 부처님으로부터 법을 들으면 마침내 모두 일체종지를 얻을 것이니라.
사리불아, 이 모든 부처님께서는 다만 보살을 교화하시나니, 부처님의 지견을 중생에게 보이고자 하시는 까닭이며, 부처님의 지견을 중생이 깨닫게 하고자 하시는 까닭이며, 중생으로 하여금 부처님의 지견에 들게 하고자 하시는 까닭이니라.
[11] 사리불아, 나도 지금 또한 이와 같아서 모든 중생이 가지가지 욕망에 마음이 깊이 집착함이 있음을 알고, 그 근본 성품을 따라 가지가지 인연과 비유와 말씀과 방편의 힘으로 이에 법을 설하는 것이니라. 사리불아, 이와 같은 것은 일불승의 일체종지를 얻게 하기 위한 연고이니라.
사리불아, 시방세계 가운데 이승도 없거늘 어찌 하물며 삼승이 있겠느냐.
사리불아, 모든 부처님께서는 다섯 가지 흐리고 악한 세상에 출현하시니, 이른바 겁(劫)이 흐리고, 번뇌(煩惱)가 흐리고, 중생(衆生)이 흐리고, 견해(見解)가 흐리고, 명(命)이 흐린 것이니라. 이와 같아서 사리불아, 겁이 흐리고 어지러운 때에는 중생이 번뇌가 많고 인색하고 탐내고 질투하여 모든 착하지 못한 근본을 성취하는 까닭으로, 모든 부처님께서 방편의 힘으로 일불승을 분별하여 삼승을 설하시느니라.
[12] 사리불아, 만약 나의 제자가 스스로 아라한이나 벽지불이라 여기면서,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 다만 보살을 교화하시는 일을 듣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한다면, 이는 부처님의 제자가 아니며 아라한이 아니며 벽지불이 아니니라.
또 사리불아, 이 모든 비구 비구니가 스스로 이미 아라한을 얻어서 이것이 마지막 몸이며 구경열반이라 하고, 다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려는 뜻이 없으면, 마땅히 알지니라. 이러한 무리는 모두 깨닫지 못하고서도 깨달은 체하는 거만한 사람들이니라. 왜냐하면, 만약 어떤 비구가 진실로 아라한을 얻고도 혹은 이 법을 믿지 않는다는 경우는 있을 수 없느니라.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 부처님이 현전에 계시지 않을 때는 제외되느니라. 왜냐하면,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에 이와 같은 경을 받아지니고 읽고 외우며 뜻을 해설하는 사람을 얻기가 어렵기 때문이니라. 만약 다른 부처님을 만나면 이 법 가운데서 문득 분명하게 알게 됨을 얻으리라.
사리불아, 너희들은 마땅히 일심으로 믿고 이해하여 부처님의 말씀을 받아지니어라. 모든 부처님 여래의 말씀은 허망함이 없나니, 다른 승은 있을 수 없고 오직 일불승만이 있느니라.』
[13] 그 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시되,
거만함을 품고 있는 비구와 비구니들
아만(我慢)에 찬 우바새와 믿지 않는 우바이들
이와 같은 사부대중들이 오천인이 있었는데
자기 허물을 못보고 계가 깨어져 흐름이 있어도
그 허물을 감추려 하는 이 잔꾀 가진 이들이 나갔으니,
무리 중에 지게미(糟糠)들 부처님 위덕에 눌려 갔느니라.
이런 사람 복덕이 적어서 이 법을 감수(堪受)하지 못하느니라.
이 대중에는 가지와 잎은 없고 오직 모든 열매만이 있으니,
사리불아, 잘 들을지니라. 모든 부처님께서는 얻으신 법을
한량없는 방편력으로 중생을 위하여 설하시느니라.
중생들의 마음에 생각하는 바와 가지가지 행하는 도와
약간의 모든 욕망과 성품과 전 세상의 선악의 업을
부처님께서 이미 다 아시고 모든 인연과 비유와
말씀과 방편력으로써 일체로 하여금 환희케 하시느니라.
혹은 수다라(修多羅)를 설하시거나 가타(伽陀)와 본사(本事)와
본생(本生)과 미증유(未曾有)와 또한 인연(因緣)을 설하시며
비유(譬喩)와 아울러 기야(祇夜)와
우바제사경(優波提舍經)을 설하시느니라.
[14]둔한 근기는 작은 법을 좋아하고 생사에 탐착하여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의 깊고 묘한 도를 행하지 않고
온갖 괴로움에 시달리므로 이를 위하여 열반을 설하느니라.
내가 이런 방편을 설하여 부처님 지혜에 들어감을 얻게 하고,
너희들에게 마땅히 성불하리라고 아직 설하지 않았노라.
일찍이 설하지 아니한 것은 설할 때가 오지 않음이니라.
지금이 바로 이 때이니, 결정하여 대승을 설하노라.
나의 이 구부경을 설함은 중생의 성질에 수순함이며
대승에 드는 것을 근본 삼음이니,
이런 까닭으로 이 경을 설하노라.
[15]어떤 불자가 마음이 깨끗하고 부드럽고 또한 영리하며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 처소에서 깊고 묘한 도를 행하면,
이러한 모든 불자를 위해 이 대승경을 설하여서
내가 수기하노니 이와 같은 사람은
오는 세상에 불도를 이루리라.
깊은 마음으로 부처님을 생각하고
깨끗한 계를 닦아 지닌 까닭으로
이들이 부처님 얻을 것을 듣고 큰 기쁨이 몸에 가득하리니,
부처님께서 그 마음을 아시고 이런 까닭으로 대승을 설하노라.
성문이나 혹은 보살들이 내가 설하는 법을
한 게송이라도 들을지라도 모두 성불함이 의심이 없느니라.
시방 부처님 나라 가운데 오직 일승법만 있고
이승도 없고 또한 삼승도 없나니,
부처님 방편으로 설하심은 제외하느니라.
다만 거짓 이름으로 중생을 인도하심은
부처님의 지혜를 설하시려는 까닭으로
모든 부처님 세간에 출현하시니,
오직 이 한 가지 일만 진실이고 다른 둘은 진실이 아니니,
마침내 소승으로는 중생을 제도하지 아니하느니라.
[16]부처님은 스스로 대승에 머무시어 그 얻은 법과 같이
선정과 지혜의 힘으로 장엄하여
이것으로 중생을 제도하시느니라.
스스로 무상도인 대승 평등법을 증득하고도
만약 소승으로 교화함이 한 사람에 이를지라도
나는 곧 간탐에 떨어지리니 이런 일은 옳지 못하느니라.
만약 부처님을 믿고 귀의하는 사람을
여래는 거짓으로 속이거나
또한 탐내고 질투함이 없느니라.
모든 법 가운데서 악을 끊어서
그러므로 부처님은 시방에서 홀로 두려울 바가 없느니라.
나는 삼십이 상으로 몸을 장엄하여 세간에 광명을 비추나니,
한량없는 중생에게 존경받으며 실상의 법인을 설하노라.
사리불아, 마땅히 알지니라. 내가 본래 서원을 세우기를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나와 다름이 없게 함이니라.
내가 옛적에 소원하던 바가 지금 이미 만족하노니,
일체 중생을 교화하여 모두 불도에 들게 함이니라.
[17]만약 내가 중생을 만나면 불도를 가르쳐 다하지만
지혜없고 어지러운 자는 미혹하여 가르침을 받지 않느니라.
나는 아노니 이런 중생은 착한 근본을 닦지 아니하고
다섯 가지 욕심에 굳게 집착하여
어리석게 사랑하므로 번뇌가 생겨
모든 욕심의 인연으로 삼악도에 떨어져서
여섯갈래(六趣)로 윤회하며
모든 독한 고통을 갖추어 받느니라.
태(胎)로 받는 미세한 형상은 세세에 항상 자라나고
박덕하고 복이 적은 이라, 여러가지 고통에 시달리느니라.
삿된 소견의 숲이 들어서서 혹은 있다 혹은 없다는 것 등의
이 모든 견해에 의지하여 육십이 견해를 구족하고,
허망한 법에 깊이 착하여 굳게 받아서 버리지 못하나니,
아만과 자존심이 높고 아첨하고 마음이 진실치 못하여
천만억 겁 동안에 부처님의 이름자를 듣지 못하고
또한 정법을 듣지 못하나니,
이와 같은 사람은 제도하기 어렵노라.
이런 까닭으로 사리불아, 내가 방편을 베풀고
모든 괴로움이 다하는 도를 설하여 열반으로써 보이느니라.
내가 비록 열반을 설하나 이는 또한 진실한 멸이 아니니라.
모든 법은 본래부터 오면서 항상 스스로 적멸의 형상이니
불자가 이런 도를 수행하면 오는 세상에 성불하리라.
나에게 방편의 힘이 있어 삼승법을 열어 보이나,
일체 모든 세존께서는 모두 일승도를 설하시느니라.
이제 이 모든 대중은 모두 응당 의혹함을 제거하라.
모든 부처님 말씀은 다름이 없나니,
오직 일승이요, 이승은 없노라.
[18]지난 옛적 수없는 겁에 한량없이 멸도하신 부처님들
백천만억 종류이시나 그 수를 헤아리지 못하거늘,
이와 같은 모든 세존께서는 가지가지 인연과 비유와
수없는 방편력으로 모든 법의 형상을 설하셨느니라.
이 모든 세존께서는 모두 일승법을 설하시어
한량없는 중생을 교화하여 불도에 들게 하셨노라.
또 거룩하신 모든 성인께서는 일체 세간의 하늘과 사람과
뭇 중생들의 마음에 깊이 하고자 함을 아시고,
다시 다른 방편으로 참된 진리의 뜻을 도와 나타내셨노라.
만약 어떤 중생들이 지난 예전 모든 부처님을 만나서
혹은 법을 듣고 보시와 혹은 지계와 인욕과
정진과 선정과 지혜 등으로 가지가지 복과 지혜를 닦은
이와 같은 모든 사람들은 모두 이미 성불하였노라.
모든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
만약 사람이 마음 착하고 부드러운
이와 같은 모든 중생들은 모두 이미 성불하였노라.
모든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 사리에 공양하는 자가
만억 가지 탑을 세워서 금과 은과 파려(??)와
자거(??)와 마노(瑪瑙)와 매괴(??)와 유리구슬 등으로
청정하고 넓고 장엄하게 꾸미고 여러가지 탑을 장식하였거나,
혹은 돌로 묘(廟)를 세웠거나 전단 나무와 침수향 나무와
목밀과 아울러 다른 재목과 벽돌과 기와나 진흙 등으로
혹은 넓은 들판 가운데 부처님 묘를 흙을 쌓아 이루거나
혹은 아이들이 장난으로 모래로 부처님 탑을 쌓았어도
이와 같은 모든 사람들은 모두 이미 성불하였노라.
[19]혹은 어떤 사람이 부처님을 위하여
여러가지 형상(形像)을 세우거나,
조각으로 여러가지 상을 이룬 이들은 모두 이미 성불하였노라.
혹은 칠보로써 이루거나 유석(鍮?)과 적백동(赤白銅)과
흰 백철과 아연과 주석과 쇠와 나무와 진흙으로써
혹은 베에 아교나 옻칠을 하여
불상을 훌륭하게 꾸며 만들면,
이와 같은 모든 사람들은 모두 이미 성불하였노라.
채색으로 불상을 그리거나 백복으로 장엄한 거룩한 상을
자기나 혹은 남을 시켜 만든 이도 모두 이미 성불하였노라.
아이들이 장난으로 혹은 풀이나 나무나 붓이나
혹은 손가락과 손톱으로 부처님 상을 그린 이들,
이와 같은 모든 사람들도 점점 공덕을 쌓아서
대비심을 구족하여 모두 이미 성불하였노라.
다만 모든 보살을 교화하여 한량없는 중생을 건졌노라.
[20]만약 어떤 사람이 탑묘와 보배 불상이나 화상(?像)에
꽃과 향과 번개(幡蓋)로써 공경하는 마음으로 공양하거나,
혹은 사람을 시켜 음악을 짓되, 북치고 소라고둥 불며
피리와 거문고와 공후와 비파와 징과 동발(銅?)로
이와 같이 여러가지 미묘한 소리로 모두 지녀서 공양하고,
혹은 환희하는 마음으로 부처님의 공덕을 노래하되,
작은 한마디에 이를지라도 모두 이미 성불하였노라.
만약 사람이 산란한 마음으로 꽃 한 송이에 이를지라도
불상에 공양함이 있어도 점점 수없는 부처님 만나 뵙고,
혹은 어떤 사람이 예배하거나 혹은 다시 다만 합장하거나
또는 손 한 번 든다거나 혹은 머리 약간 숙여
불상에 이런 공양하여도 한량없는 부처님 차차 만나 뵙고,
스스로 위없는 도를 이루어 수없는 중생을 널리 제도하고
무여열반(無餘涅槃)에 들되, 섶이 다하여 불 꺼진 듯 하리라.
어떤 사람이 산란한 마음으로 탑묘에 들어가서
나무불 한 번 외워도 모두 이미 성불하였노라.
모든 과거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시거나 혹은 열반하신 뒤
만약 이 법을 듣는 자가 있으면 모두 이미 성불하였노라.
[21]미래의 모든 세존의 그 수가 한량없는데,
이 모든 여래께서도 또한 방편으로 법을 설하시리.
일체 모든 여래께서는 한량없는 방편으로
모든 중생을 제도하사 해탈케 하여
부처님의 무루지에 들게 하시리.
만약 법을 듣는 자가 있으면 성불 못함이 하나도 없으리라.
모든 부처님께서 본래 서원하시되, 내가 행한 바 불도를
널리 중생으로 하여금 또한 같이 이 도를 얻게 함이니라.
미래세상 모든 부처님께서 비록 백천만억의
수없는 법문을 설하셔도 그 실상은 일승을 위함이니라.
모든 부처님 양족존께서는 법에 항상 성품 없음을 아시고
불종자 인연 따라 일어나니,
이런 까닭으로 일승을 설하시노라.
이 법은 법의 위치에 머물며
세간의 형상에도 항상 머무느니라.
도량에서 이미 아시고 도사(導師)께서 방편으로 설하시노라.
하늘과 사람의 공양받는 현재 시방 부처님도
그 수가 항하 모래같아 세간에 출현하시어
중생이 안온할 수 있게 또한 이와 같은 법을 설하시노라.
제일의 적멸법을 아시건마는 방편의 힘으로
비록 가지가지 도를 보이시나 그 실상은 일불승을 위함이니라.
중생의 모든 행과 마음 깊이 생각하는 바와
지난 예전에 익힌 업과 욕망과 성품과 정진의 힘과
모든 근기 영리하고 둔함을 아시고, 가지가지 인연과
비유와 말씀으로 응당 방편을 따라 설하시노라.
[22]지금 나도 또한 이와 같아서 중생이 안온할 수 있게
가지가지 법문으로 불도를 펴 보이느니라.
나는 지혜의 힘으로써 중생의 성품과 욕망을 알고,
모든 법을 방편으로 설하여 모두 기쁨을 얻게 하느니라.
사리불아, 마땅히 알지니라. 내가 불안(佛眼)으로 관하여
여섯갈래 길의 중생을 보니, 빈궁하고 복과 지혜가 없어서
나고 죽는 험한 길에 들어 계속되는 괴로움을 끊지 못하고
오욕에 깊이 집착함이 모우(牛)가 꼬리를 사랑하듯
탐욕과 애욕으로 스스로 가려 눈이 멀어 보는 바가 없고,
큰 세력의 부처님과 괴로움을 끊는 법을 구하지 않고
모든 사견에 깊이 빠져 고통으로 고통을 버리고자 하니,
이런 중생을 위하는고로 대비심을 일으키느니라.
내가 처음 도량에 앉아 나무를 관하고 또한 경행하면서
삼칠일 동안 이와 같은 일을 생각하되,
내가 얻은 지혜는 가장 미묘하고 제일이건마는,
중생은 모든 근기가 둔하여
즐거움에 착하여 어리석은 장님이라,
이와 같은 무리들을 어떻게 가히 제도할 수 있을까.
[23]이 때 모든 범왕(梵王)과 모든 하늘의 제석천왕과
세간을 수호하는 사천왕과 또 대자재천과
아울러 다른 모든 하늘 무리와 권속 백천만이
공경하고 합장하여 예배하며
나에게 전법륜(轉法輪)을 청하거늘,
나는 곧 스스로 생각하되, 만약 다만 불승만 찬탄하면
괴로움에 빠진 중생들이 이 법을 능히 믿지 아니함일세.
법을 믿지 않고 파하므로 삼악도에 떨어지리니,
내가 차라리 법을 설하지 않고 빨리 열반에 들리라 하다가,
과거 부처님께서 행하신 방편의 힘을 찾아 생각하고,
나도 지금 얻은 바의 도를 또한 응당 삼승으로 설하리라.
깊이 이런 생각을 하였을 때 시방 부처님께서 모두 출현하시어
범음(梵音)으로 나를 위로하사 착하도다, 석가모니
제일가는 도사시여, 이 위없는 법을 얻으시고도
모든 일체 부처님을 따라 방편의 힘을 쓰시는구려.
가장 미묘한 제일의 법을 우리들도 또한 얻었건마는,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삼승을 분별하여 설하였습니다.
적은 지혜는 작은 법을 즐기며 스스로 부처됨을 믿지 않나니,
이런 연고로 방편으로 모든 과를 분별하여 설함이며,
비록 다시 삼승을 설하였사오나
다만 보살을 교화하기 위함이라 하셨느니라.
사리불아, 마땅히 알지니라. 나는 성스러운 사자의
깊고 맑고 미묘한 음성을 듣고,
나무 모든 부처님 하고 외우면서
다시 이런 생각을 하되, 나는 흐리고 악한 세상에 나왔으니,
모든 부처님께서 설하신 바와 같이
나도 또한 순히 따라 행하리라.
이 일을 깊이 생각하고는 곧 바라나(波羅奈)에 나아가
모든 법의 적멸한 상을 가히 말로써 펴지 못하여
방편의 힘의 까닭으로써 다섯 비구를 위하여 설했노라.
이것을 이름하여 법륜 굴림이라 하느니라.
오로지 열반이란 소리와
아라한과 법과 승려라는 차별의 이름이 있게 되었노라.
[24]오랜 먼 겁으로부터 오면서 열반의 법을 찬탄하여 보이고,
생사의 고통을 영원히 다한다고 나는 항상 이렇게 설했노라.
사리불아, 마땅히 알지니라. 내가 불자들을 보니,
불도를 구하는 자로서 한량없는 천만억이
다 공경하는 마음으로 모두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
일찍이 모든 부처님으로부터 방편으로 설법하심을 들었노라.
나는 곧 이런 생각을 하되, 여래께서 출현하심은
부처님 지혜 설하기 위한 연고이니, 지금이 바로 그 때로다.
사리불아, 마땅히 알지니라. 둔한 근기와 지혜가 적은 사람과
상에 집착한 교만한 자는 이 법을 능히 믿지 않나니,
나는 지금 기뻐하고 두려움 없이 모든 보살 가운데서
정직히 방편을 버리고 다만 무상도를 설하노라.
보살이 이 법을 듣고는 의심 그물 이미 다 제하여
천이백 아라한도 모두 마땅히 성불하리라.
삼세의 모든 부처님께서 법을 설하시는 의식대로
나도 지금 또한 이와 같이 분별없는 법을 설하노라.
[25]모든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심은 멀고 멀어 만나기 어렵나니,
세상에 출현하신다 하여도 이 법을 설하시기는 또 어렵고,
한량없고 수없는 겁에 이 법을 듣기 또한 어렵나니,
능히 이 법을 알아듣는 자, 이런 사람은 또한 다시 어렵노라.
비유하면, 우담발화를 일체 모두가 즐거이 사랑하지만
하늘과 사람에게 희유한 바로
때때로 겨우 한 번 피는 것과 같으니라.
법을 듣고 환희하여 찬탄으로 한마디 말에 이를지라도,
곧 일체 삼세 부처님께 이미 공양함이 되느니라.
이런 사람은 매우 희유하여 우담발화보다 더 지나느니라.
너희들은 의심하지 말지니라. 나는 모든 법의 왕이 되어
널리 모든 대중에게 이르노니, 다만 일승도로써
모든 보살을 교화하되, 성문 제자는 없느니라.
[26]너희들 사리불과 성문과 보살들은
마땅히 알지니, 이 묘법은 모든 부처님의 비요(秘要)이니라.
오탁 악세에는 다만 모든 욕망에 즐겁게 탐착하니,
이와 같은 중생들은 끝내 불도를 구하지 않으리라.
오는 세상 악한 사람들은 부처님의 일불승 설함을 듣고
미혹하여 믿어 받지 않고 법을 파하고 악도에 떨어지리라.
뉘우치고 청정하여 불도를 구하는 자가 있거든
마땅히 이와 같은 이를 위하여 널리 일승도를 찬탄할지니라.
사리불아, 마땅히 알지니라. 모든 부처님의 법은 이와 같이
만억의 방편으로써 마땅함을 따라 법을 설하시니,
배워 익히지 않는 자는 능히 이를 알 수 없느니라.
모든 부처님은 세상의 스승이시라,
마땅함을 따라 방편으로 설하심을
너희들은 이미 알았으니, 다시 모든 의혹을 없애고
크게 환희하는 마음을 내어
스스로 마땅히 부처됨을 알지니라.
방편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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