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바다만 보며 살았는데… 이젠 어떡해야 합니까"
이게 바로 천재지변 이다. 따로있는 것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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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2구에 사는 이덕예(72) 할머니는 기름범벅이 된 바다를 보며 한숨만을 내쉬었다.
이 할머니는 8일 오후 의항리 해수욕장 너머를 가리키며 "저기 보이는 배에서 기름이 나온 것이냐"며 물은 뒤 "아직도 기름이 흘러나온다"는 말에 주름이 더 깊게 패여들어갔다.
이 할머니는 "어제부터 기름 냄새가 이렇게 코를 찌르고 있는데 독한 긴 독한 모양"이라며 "이런 것이 묻은 굴을 누가 사먹겠냐"고 말을 잇지 못했다.
바닷가로 밀려든 기름 찌꺼기와 바위에 붙은 기름을 떼보기도 하지만 어디서부터 손 댈지 막막한 표정만 지었다.
의항리 2구 100여 가구 주민들은 올해 3억 원 어치의 종패를 뿌렸는데 이번 기름 유출로 고스란히 피해를 안게 될 처지에 놓였다.
이웃 마을에 사는 조한식(67)씨는 그나마 건질 수 있는 굴을 뜯어낸다며 새벽부터 나가봤지만 이날 오후 내내 일손이 잡히지 않는 모양이다.
의항리에서 3ha 정도 굴 양식장을 해왔는데 이번 기름 유출로 30년간 해 온 굴 양식을 아예 놓지 않게 되나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조 씨는 "4월 말까지 뜯어낼 굴이 아직도 저기에 많은데 저것을 어떡하냐"며 "바다가 기름범벅이 된데다 하늘에서는 저렇게 유화제를 뿌려대니 굴이나 전복 등을 이제 팔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청정 해수욕장으로 소문난 '만리포 해수욕장'도 기름범벅으로 뒤덮여 있었고 곳곳에 얹혀진 기름 덩어리들은 강한 바람을 타고 메케한 냄새를 뿌리고 있었다.
해수욕장에서 3년째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문충호(55)씨는 "파도가 밀고 들어오는 것이 온통 기름 덩어리"라며 "어디서부터 손을 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20일쯤이면 겨울 장사가 시작되는데, 이제는 언제쯤이나 장사를 할 수 있을 지 그게 더 걱정"이라고 걱정을 떨치지 못했다.
문 씨와 가게 근처에서 횟집을 하는 아주머니는 "모래보고 물보고 사는 사람들인데, 당장 뭘 먹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만리포 해수욕장에는 이날 주민 50여 명과 자원봉사대, 군인들이 나와 흡착포 등으로 몰려든 기름찌꺼기를 치우고 있지만 인력과 장비가 턱없이 부족해 해수욕장 백사장에도 기름이 스며들어가고 있었다.
근처 의항리 해수욕장은 장비 등이 부족해 오후 들어 방제작업도 진전이 없을 정도였다.
만리포 해수욕장 근처 모항항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직접 배를 끌고 나와 밀려드는 기름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기도 했다.
더딘 방제작업에 일부 어민들은 이날 대책본부가 마련된 태안 해양경찰서를 찾아와 "초기대응을 못했다면 사무실에 앉아있지말고 현장에 나와서 부족한 일손이라도 덜라"며 울부짖었다.
갑작스레 덮친 '기름 재앙'으로 바다를 터전삼아 살아오던 충남 태안군 일대 주민들의 시름이 갈수록 깊어져만 가고 있다.
대전CBS 정세영 기자 lotrash@cbs.co.kr
2007년 12월 8일 (토) 16:04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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