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일 같지 않은 `늦은이혼`
우리 부부, 정말 대책 없는 걸까?
지난달 26일 사단법인 가정문화원 주최로 1박2일간 ‘부부행복학교’가 열렸다. 결혼 13년차 허지현(38) 패밀리 리포터가 남편 김재우(41)씨와 함께 현장을 다녀왔다. 32쌍의 부부와 함께 일곱 가지 강의를 들으며 부부관계를 점검했다. 30대 초반의 신혼부부부터 이혼을 심각하게 고려 중인 60대 노부부까지 사연이 다양했다. “지금 함께 사는 배우자와 성격이 잘 맞습니까.”(강사) “대강 맞는 것 같습니다.”(남편들) “정말 안 맞는 것 같은데요.”(아내들) 김영숙 가정문화원장은 남편들에게 대화의 기술을 귀띔했다. “아내가 ‘머리 아파’라고 호소하는데, 남편은 ‘약 먹어’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지요. 아내는 ‘뭐 저런 인정머리 없는 사람이 있나’ 하고 야속해 합니다. 여성이 원하는 건 문제 해결이 아니라 감정 공유입니다. ‘왜 아프지. 힘들겠네’라고 공감해 주세요.” 아내들에게는 “남편들은 자신이 가장으로서 존경 받고 있다는 느낌을 늘 원한다”고 충고했다. 부부코칭 전문가 홍광수 박사가 진행한 성격유형검사에서도 부부들의 눈은 반짝였다. “사람의 성격은 크게 D형·I형·S형·C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D형은 성공지향적이고 욱하는 성격, I형은 사교적이며 느긋한 성격이지요. S형은 순종적이면서 안정지향적이고, C형은 신중하고 계산적이며 차분합니다. 치약을 짤 때도 C형은 맨 끝부터 꼼꼼하게 짜는데, I형은 중간부터 짜니까 갈등이 생깁니다.” 참가자 중 남편들은 대체로 D형이, 아내들은 I형이 많았다. 홍 박사는 “사람의 성격은 100조 개가 넘는 세포가 만나 결정된다. 달라서 싫다가 아니라, 다르기 때문에 보완된다는, 그런 긍정적 태도가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이튿날에는 ‘남편의 역할, 아내의 역할’ ‘친밀한 성’ ‘대화의 기술과 스킨십’ ‘가정 행복 업그레이드’ 등의 강의가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오기 전과 오고 나서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내가 몰랐던 배우자의 면모를 발견했다”고 입을 모았다. 최한별(31)씨는 “결혼 4년 동안 대화가 세 마디만 넘어가면 싸움이 벌어져 ‘우린 정말 안 맞는 부부인가’ 하는 고민이 컸다. 그러나 남녀의 생리적 차이에 따라 일정 부분 오해와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동갑내기 아내 박연경씨도 “여자만 상처받는 줄 알았는데, 잘못된 생각이었다. 자존심 때문에 티를 안 내려는 남편을 이해 못 해 대화가 안 풀렸던 것 같다”고 밝혔다. 행사 참가 전 “부부 간 문제를 남에게 공개하기 싫다”며 꺼리던 사람들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고 반응했다. 현재 별거 중인 하창호(35·가명)·홍희선(33·가명)씨 부부가 대표적 경우. 이들은 이혼 결정을 내리기 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부부학교를 찾았다. 강의 중에도 의견 충돌이 잦았지만 결국 “서로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몸에 병이 나면 의사를 찾듯 부부 문제도 전문가 상담을 받고 해결책을 구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1박2일로 미움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아이를 위해 다시 생각해보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김영숙 원장은 “배우자가 원하는 것을 다 해줄 수는 없다. 그러나 상대가 싫어하는 일을 안 할 수는 있다. 갈등의 원인부터 찾고 그것을 없애기 위해 노력한다면 행복은 꼭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갈등의 원인을 찾는 과정이 또 다른 싸움의 원인이 된다면? 김 원장은 “유언장을 써보라”고 처방했다.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최선을 다해서 서로 사랑하지 못할 이유가 없겠지요.” 정리=기선민 기자 사진=양영석 인턴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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