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저주’
고건·정운찬… 잘 나가던 범여권 주자들
盧대통령 ‘날 선 공격’ 뒤에 불출마 등
낙마 우연? 필연?… 최근엔 문국현 겨냥해 관심
노무현 대통령은 작년 말부터 고건 전 총리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 등 장외(場外)에서 범여권의 유력 주자가 부상할 때면 어김없이 날 선 비판을 쏟아냈고, 대상이 된 후보들은 예외 없이 대선 무대에서 사라졌다. 정치권에선 이를 ‘노무현의 저주’라 부른다. ◆“걸리면 죽는다”
작년 중반까지 대선후보 지지율 선두를 달리던 고건 전 총리는 노 대통령과 정치적 갈등을 빚으면서 하강곡선을 그렸다. 노 대통령은 작년 12월 “초대 총리로 기용한 것은 실패한 인사였다”고 했고, 고 전 총리는 “자가당착이자 자기부정”이라고 맞받았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공세를 이어가자, 20여 일 후 돌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1월 범여권의 유력후보로 떠오르던 정운찬 전 총장에 대해서도 “경제 공부 좀 했다고 경제 잘하는 게 아니다”며,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인 정 전 총장을 공격했다. 4월엔 “거저먹으려 해선 안 된다”고도 했다. 정 전 총장은 결국 4월 30일 “자격과 능력이 부족하다”며 대선 꿈을 접었다.
노 대통령의 세 번째 타깃은 김근태 전 의장이었다. 김 전 의장과 당 운영·인사·정책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던 노 대통령은 지난 5월 김 전 의장에게 “구태정치 고질병이 도졌다. 가망 없다 싶으면 당을 나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전 의장은 “이적행위 하지 말라”며 반발했지만, 한 달 만인 6월 12일 불출마 선언을 했다.
손학규 전 지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손 전 지사의 한나라당 탈당을 “보따리 장수”라고 맹비난했던 노 대통령은 이후에도 “손 전 지사가 왜 범여권이냐. 이름을 빼 달라”고 했다.
이로 인해 손 전 지사의 범여권 안착에 제동이 걸렸고, 결국 경선에서 정동영 후보에게 졌다.
여태까지 ‘노 대통령의 저주’를 받은 범여 대선후보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경기고·서울대’(KS) 출신이다. 고 전 총리는 경기고 52회·서울대 정치학과, 손 전 지사는 61회·정치학과, 김 전 의장은 61회·경제학과, 정 전 총장은 62회·경제학과를 나왔다. 여권 핵심인사는 “노 대통령이 유독 ‘KS 출신’에 대해선 체질적인 거부감을 보이는 성향이 있다”고 했다.
◆문국현에게도 통할까
노 대통령은 25일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에 대해 “잘 모르고, 검증을 거치지 않았다”고 했다. “노 대통령과 친노 진영이 문 후보를 밀고 있다”는 세간의 소문을 정면 부인한 것은 물론, ‘검증 안 된 후보’로 평가절하했다는 인상마저 줬다. 문 후보 측은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범여권에선 “노 대통령 발언으로 문 후보의 상승세가 꺾이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문 후보의 적극적인 지지층은 노 대통령 지지자들과 상당 정도 겹친다는 지적인데 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가 없음을 밝힌 만큼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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