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요즘소식

이명박 후보는 다시 시작해야 한다

淸潭 2007. 8. 21. 09:51
[사설] 이명박 후보는 다시 시작해야 한다 [중앙일보]
한나라당이 어제 전당대회를 열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대통령 후보로 선출했다. 본선 이상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바람에 경선 이후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다. 우리 정치사에는 경선을 하고도 그 결과에 불만을 품고 승복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표는 깨끗하게 승복했다. 이제 경선 과정에서 생긴 당내 균열을 메우고 단합을 이루는 것은 이 후보의 몫이다. “덧셈의 정치를 하겠다”는 이 후보의 다짐이 입에 발린 말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사실 이제 선거는 시작이다. 이 후보는 출발선에 선 각오로 새로 시작해야 한다. 무엇보다 선거 진용을 완전히 새로 짜야 한다. 이제까지는 당내를 겨냥한 선거전이었다. 국민을 상대로 표를 얻어야 하는 본선은 달라야 한다. 한나라당의 역량조차 절반밖에 못 쓰는 파당적인 인적 구성으로는 안 된다. 경쟁 후보뿐 아니라 경쟁 후보를 위해 노력했던 사람도 과감히 기용해야 한다. 한나라당이라는 벽을 뛰어넘어 국가적으로 인재를 구해야 한다. 과거의 때가 묻은 사람은 뒤로 물러나게 하는 게 좋다. 당내에는 통해도 국민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경선 공적을 내세우려는 파당적 폐쇄주의도 경계해야 한다. 보잘것없는 공적을 끌어안고 다른 사람이 앞지를까 걱정하는 사람은 오히려 암적 존재다. 그런 과감한 인재 등용은 당선이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서 국민에 대한 의무이기도 하다.

 공약도 다시 점검해 주기 바란다. 일부 공약은 경선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다른 후보들의 지적에 귀담아 들을 대목이 많다. 특히 경부 운하는 이미 많은 비판을 받아 왔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잘못을 알면서도 머뭇거리면 기회를 놓치게 된다. 명분에 얽매여 국민을 곤경에 몰아넣는 것은 지도자로서 성실한 자세가 아니다. 단지 표에만 관심 있다면 수도 이전을 득표 전략으로 내세웠던 현 정부의 행태와 다를 바 없게 된다. 차제에 모든 공약을 전부 원점에서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과거가 아니라 21세기에 대한민국이 어떻게 해야 번영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 후보가 당선 수락연설에서 약속한 대로 다른 후보가 내놓은 공약에서도 좋은 것은 끌어안아야 한다.

 가장 큰 과제는 경선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을 해소하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이 납득하는 것이다. 본선에서는 당내 경선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집중적인 공격이 가해질 게 뻔하다. 본인이 말로 부인한다고 끝날 일이 아니다. 이제까지 해명만으로는 일반인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다. 재판에서야 그 정도로 넘어갈 수 있을지 몰라도 국민의 의심을 풀어줄 수는 없다. 과거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는 사실이 아닌 음해에 휘말려 선거가 끝날 때까지 얼마나 시달렸던가. 사실 여부를 떠나 이명박 후보도 이런 의혹에 발목이 잡힐 가능성이 크다. 선거에서는 그 의혹을 푸는 책임을 스스로 떠안을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사소한 거짓말이라도 한다면 그것이 결정적 패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지난 두 번의 대통령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한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당시 이회창 후보 측은 대세론에 휩싸여 오만했다.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고 표를 얻으러 다니기보다 선거 후 차지할 자리다툼에 정신이 없었다. 지금도 여론 지지도를 보면 그때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유력 후보 진영이 그런 행태를 보이는 것은 국민을 위해서도 불행이다. 이 후보 스스로 겸손해야 하지만 주변에도 완장을 차고 거들먹거리고 다니는 사람이 없는지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 벌써부터 위세를 부리고 자리다툼이나 벌인다면 또다시 고배를 마실 수밖에 없다.

2007.08.21 00:03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