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봄비일지도 모르는 비가 촉촉히 내리는 주말,
모처럼 부부가 마주앉았네요.
공사가 다 망하신? 관계로 평일엔 잠 잘 때만 얼굴을 보다가
날씨 때문에 주말 스케쥴이 취소돼
모처럼 느긋하게 서로의 얼굴을 바라봅니다.
아니, 얼굴은 안 보고 그저 앉아 있습니다.
장안의 술은 다 쓸어먹는 듯한,
주중의 음주로 쌓인 피로를 잠으로 해소하던 남편이
산책길에 막걸리 한 병을 사들고 들어오면서
부침개를 부치라 합니다.
혀를 차며 아내는 냉장고 구석에 굴러다니는 야채쪼가리를 긁어모아
퓨전부침개를 부쳐 '주안상'을 차립니다.
"아직도 부족한가요" 한 마디 하니
배중월杯中月 어쩌고... 하며 술꾼다운 한 마디를 합니다.
그러더니 막걸리발이 받는지 내친김에 혀 꼬부라진 말을 하네요.
'Woods are lovely, Dark and cleep...'
I have promises to keep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프로스트 싯귀의 한 귀절이라는데
뭔 소린지 귀에서 뱅뱅 돌며 와닿지는 않는 그 소리에
아내는 왈칵 눈물이 솟습니다.
영문학을 전공했던 남편의 찌그러진 지금의 모습이 안쓰러워서인가요.
그도 한 때 영롱한 눈빛을 빛내며 시를 읊조리는 꿈 많은 청년이었을 텐데
무엇이 그를 울분 많은 술꾼으로 만들었는지...
눈물을 훔치며 아내가 한 마디 합니다.
"와, 멋있다..으이그, 남편이 아니라 애인이면 얼마나 좋을까"
불룩 나온 남편의 배를 툭 치며 아내는 말합니다.
"역시 내가 시집은 잘 왔나봐..."
malo / 희망가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아말리아 원글보기
메모 :
'사회생활 > 세상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춘아, 미안하다 (0) | 2007.05.14 |
---|---|
밥보다 비싼 커피, 그래도 줄까지 서며 사는 사람들 (0) | 2007.05.13 |
[스크랩] 350,1000,400,150......1,842,000 (0) | 2007.05.12 |
가정에서 남편 (husband)은 누군가 (0) | 2007.05.12 |
가정에서 아내는 누군가 (0) | 2007.05.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