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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죽다, 혹은 사랑에 살다

淸潭 2007. 2. 3. 14:37
<신간소개>
 
사랑에 죽다, 혹은 사랑에 살다
 
김광일 기자의 책 읽어주는 남자

결혼에 대한 생각은 사람들 지문만큼이나 제 각각일 것입니다. 소크라테스는 결혼을 하든 안 하든 후회할 것이라고 말했고, 셰익스피어는 결혼과 교수형은 숙명에 따른다고 썼습니다. 모두 듣기에 찝찝합니다.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다, 미친 짓이다, 연민이다…, 하는 말도 있는데, 일본 작가 다나베 세이코(田?聖子)는 “결혼은 연극이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연기자가 공연을 마치고 사생활로 되돌아올 때 그것이 바로 이혼이 된다고 합니다. 이번 주는 다나베 세이코의 장편 ‘아주 사적인 시간’(북스토리)을 권해드립니다.

이 소설은 노리코라는 여성이 주인공입니다. 재벌집 아들과 결혼한 노리코는 처음엔 본인 말처럼 “즉물적으로” 알콩달콩 잘 살아 갑니다. 의상 디자이너 출신인 노리코는 서른네 살이고, 오사카 시내에 있는 맨션에 개인 작업실을 가지고 있으며, 히가시고베의 고지대에 있는 초호화 맨션에서 남편과 함께 지냅니다. 노리코와 남편은 가끔 손바닥을 마주치며 마치 어린아이들처럼 세세세도 합니다. 두 살 어린 남편은 노리코의 짧은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리며 가슴에 안습니다. 그리고 아내의 온몸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놉니다. ‘아아, 너무 행복해. 매일 아침 노리코 얼굴을 볼 수 있다니 꿈만 같다.’(13쪽)

혹시 성지혜 감독의 영화 ‘여름이 가기 전에’를 보셨습니까. 유학생 김보경이 이혼한 외교관 이현우에게 하는 것을 보면, 남을 기쁘게 해주고 싶어 안달이 난 인간은 항상 존재하게 마련이라는 말에 수긍하게 됩니다. 노리코도 처음엔 남편을 무조건 기쁘게 해주기 위해 노력하지만, 차츰 행복과 사치의 차이를 느끼게 됩니다. 한 달에 500만 엔씩 백화점 쇼핑을 즐기는 상류층 삶에다 젊고 활기찬 남편과의 정신적 육체적 관계도 만족스럽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다는 아닙니다. 노리코는 결국 ‘나의 사적 생활은 모두 남편에게 흡수되고 말았다. 나 자신의 존재조차 없어지고, 남편의 사적 생활의 일부분으로서 나는 겨우 살아남았을 뿐이다’(309쪽)는 회한에 휩싸이게 됩니다.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묘미는 사랑과 인생과 결혼에 대한 통찰력 깊은 잠언들, 그리고 코믹터치의 에피소드들입니다. 나이든 여자와 사귀는 연하의 남자들은 헤어질 때 거짓말을 한답니다. 이 책은 ‘이발하고 올게.’라며 집을 나간 후 돌아오지 않는 남자들의 케이스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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