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세상사는 이야기

‘왕따들의 상담사’된 왕따 소녀

淸潭 2007. 1. 21. 15:44

왕따들의 상담사’된 왕따 소녀

 

 

“왕따의 설움은 겪어본 사람만 알아요. 저도 중학교 때 교실에서 혼자 밥을 먹어야 했고, 나중엔 우울증을 못 이겨 칼로 손등에 자해까지 했어요.”

왕따로 고통을 받았던 소녀가 왕따 피해 학생의 고민을 덜어주는 ‘왕따 상담사’가 됐다. 학교 폭력으로 피해를 받은 학생들에게 상담을 해주는 인터넷 카페 ‘학교 가기 싫어(cafe.daum.net/smillingschool)’를 운영하는 김혜민(여·21)씨.

중학교 2학년 때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심하게 받았던 왕따를 극복하고 대학생(인제대 사회복지학과 2년)이 된 그가 15일 서울 명동에서 카페 회원 6명을 대상으로 공개 상담회를 가졌다.

김씨는 상담을 받는 회원들과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으며 얘길 나눴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해야 해. 우린 약한 사람들이니까…. 함께 기댈 곳을 찾다보면 길이 분명 보일 거야.”

김씨는 “(왕따를 당하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건, 단 한 사람이라도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대상”이라고 했다.





김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7년간 학교에서 왕따를 경험했다. “키가 172㎝나 되고, 성격이 유달리 활발해서 오히려 미움을 받았어요. 선배나 친구들이 ‘설친다’며 싫어했으니까요.” 옷을 예쁘게 입고 온 날이면 “잘난 척한다”는 말을 들었고, 협박편지까지 받았다.

중학교 2학년이 된 어느 날, 김씨는 결국 수첩에 유서를 썼다. “엄마가 그 유서를 우연히 보셨어요. 그때부터 친구들을 불러 파티를 열고, 학교 준비물도 꼭 두 개씩 챙겨서 준비 못한 아이들에게 나눠주라고 하셨죠.”

어머니의 정성 덕에 김씨는 다시 친구를 얻었고, 2002년엔 고등학생 신분으로 ‘학교 가기 싫어’의 상담원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메일이나 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상담을 해준 이들만 지금까지 800여 명. 이런 활동 덕에 2004년엔 푸르덴셜생명보험이 주최하는 ‘전국중고생자원봉사대회’에서 최고상인 친선대사상을 받았고, 2005년엔 한국 대표로 미국 중고생자원봉사대회에 참석해 자신의 극복사례를 발표하고 기립 박수를 받기도 했다.

같은 해 3월에는 청소년폭력예방재단에서 전문 상담가 자격을 얻어 국내 최연소 상담가가 됐다.

[송혜진기자 enavel@chosun.com]

[김경은기자 larrisa0204@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