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빈 보지오-발리시 등 지음|유재명 옮김|부키|265쪽|1만7500원
- 여성의 삶에 대전환을 가져온 페미니즘 100년의 투쟁기다. ‘페미니즘은 죽었다!’ ‘아니다!’ 논쟁이 치열한 요즘 지난 세기 이야기를 다시 읽을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그래서 더욱 페미니즘이 걸어온 역사를 찬찬히 살펴볼 필요가 있는지 모른다. ‘신(新)마초이즘’ ‘반(反)페미니스트’가 득세하는 시대이기도 하므로.
독자 입장에선 책 한 권에서 세계 여성사에 획을 그은 굵직한 사건들과 중요 인물들을 동시에 만날 수 있다는 것이 기쁘다. 가사노동, 참정권에 대한 논쟁을 시작으로 전쟁에서의 여성 역할, 여성의 성적(性的) 자유와 억압, 피임과 낙태 투쟁 등 주요 논쟁점들이 어떻게 촉발되고 전개됐는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마리아 몬테소리부터 버지니아 울프, 시몬 드 보부아르, 브리지트 바르도 등 인물을 통해 본 여성사는 여성주의가 일상은 물론 정치, 사회, 지적 체계에 얼마나 방대한 영향을 끼쳤는지 실감나게 한다.
책은 페미니즘이 언제나 정의였고, 성공했던 것은 아니라고도 강조한다. 웃지 못할 시행착오와 그로 인한 역풍도 컸다. 저자들은 묻는다. 여성의 시대라는 21세기에도 그 시행착오가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부국과 빈국의 여성 격차가 날로 심화되는 상황에서 페미니즘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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