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사키 시키부 지음|김난주 옮김|한길사|전10권|각권 1만2000원
- ▲‘겐지이야기’에 등장 하는 일본 여인들을 연상케하는 삽화.
- ‘그 산벚꽃처럼/ 아름다운 그대의 모습이/ 내 몸을 떠나지 않아/ 온 마음을 그곳에 남겨두고 왔건만’
일본 고전 문학의 최고봉으로 일컬어지는 ‘겐지이야기’(源氏物語)에 나오는 시 한수다. 주인공 겐지가 여인에게 보내는 편지다. 상대방은 이런 답신을 보낸다. ‘세찬 바람이 불어/ 마침내 지고 말/ 산봉우리에 핀 벚꽃을/ 피어 있는 동안만/ 마음에 두시니/ 정녕 변덕이 아니올는지’
‘겐지이야기’는 11세기 초 일본 황실의 궁녀 무라사키 시키부가 지은 장편 소설이다. ‘겐지이야기’를 통해 벚꽃은 일본인의 미의식을 대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이전까지 일본인들은 중국 문화의 영향을 받아 매화를 최고의 꽃으로 쳤지만, ‘겐지이야기’가 널리 읽히면서 벚꽃의 황홀과 허무를 담은 독자적인 미의식을 형성했다는 것이다.
일본인들이 세계 최고(最古)의 장편 소설이라고 자랑하는 ‘겐지이야기’가 우리말로 완역됐다. 고대 소설인 ‘겐지이야기’를 현대의 소설가 세토우치 자쿠초가 일본 현대어로 옮긴 것을 우리말로 옮겼다. 일본에서 200만부 이상 팔린 판본이라고 한다. 일본 소설 전문 번역가 김난주씨가 5년 동안 번역했다. “이렇게 힘든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손대지 않았을 것”이라고 김씨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일본 고전 문학 전문가 김유천 교수(상명대)가 감수했다. “화려한 귀족 사회를 무대로 주인공 히카루 겐지(光源氏)의 파란만장한 사랑과 영화, 그리고 고뇌의 인생을 그려낸 것으로, 70여 년의 세월과 4백 여명이 넘는 인물이 등장하는 대서사시로 꾸며져있다”고 김교수는 설명했다. “천년의 베스트셀러 ‘겐지이야기’에는 우아하고 섬세한 일본적 정서와 미의식이 함축되어 있다. 그런 까닭으로 문예의 세계에서뿐만 아니라 노(能)나 가부키 등의 전통예능에서부터 미술, 공예, 음악, 의식주를 비롯한 각종 생활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형태로 향수되고 또 재생산되어 오늘날까지 일본문화의 상징으로서 살아 숨쉬고 있다.”
‘겐지이야기’는 장편 연애소설이면서, 빼어난 시가(詩歌) 문학이기도 하다. 남녀가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시를 통해 내밀한 감정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언제가 다시 만날 날까지 그대의 분신이라 여기고/ 바라보며 지내는 사이/ 흘린 내 눈물에 이 소맷자락/ 썩어버리고 말았구려’라고 한쪽이 시를 보내면 상대방은 이렇게 답가를 보낸다. ‘겨울 옷으로 바꿔 입은 지금/ 매미 날개 같은 여름옷을/ 돌려받으니/ 옛 추억이 되살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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