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책 속의 향기

남자들은 원래 오만한 동물

淸潭 2007. 1. 20. 11:30
남자들은 원래 오만한 동물
 
원숭이, 인간에게 손가락질하다

장 프랑수아 부베 등 지음|심재중 옮김|이끌리오|174쪽|1만원
나무늘보는 게으르지 않다. 느림은 상대적인 개념일 뿐만 아니라 나무늘보의 느린 움직임이 어떤 거부를 뜻하진 않기 때문이다. 대합이나 플라타너스는 제자리에서 쉬지 않고 일하며, 달팽이는 열 시간 이상 짝짓기를 한다. 게으름이라는 개념은 자연의 속성이기보다는 문화적인 것이다.

원숭이는 고삐 풀린 ‘섹스의 화신’쯤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인간을 제외한 영장류는 사회성을 유지·강화하기 위해 성(性)을 사용한다. 쓰리 피스 정장이든 손수건만한 비키니든 옷을 입는 인간에겐 섹스가 사적인 일이지만, 알몸인 원숭이들은 어릴 때부터 섹스를 연습하고 구경할 수 있다. 따라서 음란은 인간이 누리는 호사이고 문화의 산물이다.

오만함은 동물 세계에 흔하다. 특히 수컷들에게서 많이 보이는 증상이다. 암컷은 수컷의 외양에 유혹당하는 게 아니라, 이를테면 수컷의 과시적인 구르기 동작을 보고 선택 여부를 판단한다. 인간, 특히 남자는 천성적으로 오만하고, 문화적으로도 아주 어릴 때부터 자부심을 교육받는다. 인간은 집단적인 자부심, 나아가 종에 대한 자부심까지 보여준다. 게으름, 탐식, 음욕, 분노, 시기, 인색, 오만. 이 책이 다루는 일곱 가지 본능이다. 생물학자인 저자는 여기에 위선과 거짓을 보태 죄악의 뿌리를 살핀다.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박돈규기자 , coeur@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