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세상사는 이야기

600년 만에 찾아온 `황금돼지해`…아기갖기 붐

淸潭 2006. 12. 13. 19:27

 

음력 정해년(丁亥年)인 2007년이 역술상 600년 만에 찾아온 ‘황금돼지해’로 알려지면서 최근 젊은 부부들 사이에 ‘아기 갖기 바람’이 불고 있다. 이 해에 태어난 아기는 ‘재물운’을 타고난다는 속설 때문이다. 벌써부터 산부인과 병원에는 ‘계획임신’ 방법을 묻는 전화가 급증하고 있고, 일부 산후조리원에도 예약자가 쇄도하는 등 저출산 시대에 모처럼 ‘임신·출산 붐’이 일고 있다.

12일 산부인과 병원과 산후조리원, 출산용품 업계 등에 따르면 내년에 아기를 낳으려는 부부들의 문의나 발걸음이 최근 부쩍 늘고 있다.

서울 J 산부인과 병원 관계자는 “월 평균 1200건에 그쳤던 아기 반응검사가 최근엔 1500건 정도로 늘었고, 계획임신 관련 문의전화도 크게 증가했다"면서 “저출산으로 불황에 시달렸는데 모처럼 출산이 느는 것 같아 반가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경기 성남 분당의 종합병원 산후조리센터 관계자도 “병원 환자에 한정해 산후조리실 예약을 받는데도 벌써 황금돼지해가 시작되는 내년 2월 예약이 다 찼다"면서 “이 같은 추세라면 연말까지 내년 상반기 예약이 모두 찰 것 같다"고 밝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병실이나 산후조리실을 잡지 못한 임신부들도 생겨나고 있다.

지난 9월 임신한 임희은(29·서울 양천구 신월6동)씨는 “원래 첫 아이 하나만 생각했는데, 시어머니가 내년에 애를 낳아야 한다고 권해서 계획임신을 하게 됐다"면서 “주변에 비슷한 시기에 출산할 사람들이 많아 분만실 대기 시간이 길어지거나 병실에서 일찍 나가게 될까 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내년 2월 말 출산 예정인 임모(29·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씨는 “남들보다 먼저 산후조리원을 알아봤는데도 시설이 괜찮다고 알려진 조리원은 이미 예약이 꽉 찬 상태"라며 안타까워했다.

황금돼지해에 맞추려고 출산예정일을 늦추는 사례도 있다. 내년 2월10일 출산예정인 김모(33)씨는 “가능하다면 황금돼지해에 낳고 싶어 산부인과에 근무하는 친구에게 어떻게 하면 내년 설날(2월18일) 이후로 출산을 늦출 수 있는지 문의했다"고 털어놨다.

한국역술인협회 백운산 회장은 “황금돼지해에 대한 속설은 다소 과장된 면이 있기는 하지만 밝은 불(丁)과 맑은 호수(亥)가 만나는 정해년에 태어난 사람들이 재물·장원급제 등 온갖 복을 누리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내년에 임신, 출산 날짜를 잡아 달라는 손님이 하루 2∼3명꼴로 찾아온다"고 말했다.

하지만 온산부인과 심상덕 원장은 이 같은 황금돼지해 출산 붐에 대해 “임신과 출산은 의학적으로나 아기·산모의 건강을 위해서나 몸의 자연적 리듬에 따르는 게 가장 좋다"면서 “지나치게 속설에만 의존해 출산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황금돼지해=일반적으로 돼지 해(亥)는 십이간지상 12년에 한 번씩 돌아오지만, 붉은 돼지해인 정해년(丁亥年)은 60년 만에 돌아온다. 정해년을 ‘붉은’ 돼지해라고 부르는 것은 오행에서 정(丁)이 불을 뜻하기 때문. 황금돼지해는 이 붉은 돼지해 가운데서도 음양오행을 더 따져 600년만에 한 번꼴로 돌아오는 해인데, 이 해에 태어난 아이는 특히 재물운이 많아 다복하게 산다고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