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차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찻상이나 다관, 찻사발 등 다구가 꼭 필요하다. 상(床)이나 반(盤)은 우리의 식생활 문화와 함께 널리 이용되었고 또 발전해왔다. 음식을 먹거나 어떠한 의식을 행할 때에는 대부분 상을 이용했고 부엌 살림에도 그릇과 함께 없어서는 안될 만큼 중요하게 생각했다.
상(床)이나 반(盤)은 기물을 받치고 이동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만 그 사용 연대는 참으로 오래 전부터이다. 중국에서는 초(楚), 한(漢)대 고분에서 정교한 구름 문양이 장식된 붉은칠반(漆盤)이 출토되었고, 우리나라에는 5~6세기 고구려 고분 무용총 주실 벽화에 음식을 담은 사각 반과 다리가 달린 상(床)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들로 미루어 보아 상이나 반은 이때 이미 사용되었음이 짐작되지만, 전해오는 어떠한 유물이나 문헌이 없어 이렇다 말할 수는 없다.
신라 말엽에는 미미하나마 목수에 관한 기록이 있었고, 고려시대에는 인종(서기 1123년)때 송나라의 사신 서긍이 쓴 "고려도경"에 목공품에 대한 기록이 있다. 또 나라에서 관리하는 공예품 제작소인 중상서(中尙署)에도 기록이 있어서 그때부터는 체계적으로 수공업이 발전했으리라 본다.
반(盤), 상(床)의 쓰임새와 명칭
우리나라에서는 상(床)과, 반(盤)을 뚜렷이 구분하기 보다는 총칭하여 소반(小盤)이라 하는 경우가 많으며, 곁상이나 다과상도 소반의 일종이다. 다리나 발이 없거나 있다해도 아주 짧고 한 손으로 들 수 있는 것은 쟁반이라 한다. 소반은 규격이 얼마나 되어야 한다는 크기는 원래 없고 형태나 기능에 따라 원반, 사각반, 다각반(각이많은반), 전골반 등으로 나누어진다.
상(床)은 다리의 길이나 형태, 쓰임새에 따라 분리되어 졌다. 다리의 길이가 좌식생활에 알맞은 높이면 밥상으로 쓰여졌고, 다리가 길면 제상이나 탁으로 썼고, 기능에 따라서 연상, 경상, 책상 등으로 구분했다.
소반(小盤)은 부엌에서 음식물이나 식기를 받쳐들고 방까지 옮기는 반(盤)의 기능과 방에 들어오면 식사를 할 수 있는 상(床)의 기능을 한다. 또 손님이 오면 다과상으로도 쓰는 합리적이고 편리한 생활용구이다. 침실과 거실, 식당이 분리되지 않는 좁은 공간에서 상과 반을 따로 두지 않고 여러 기능으로 쓸 수 있게 고안된 것은 선조들의 지혜이다.
우리의 소반 중에는 찻상(茶床)이라고 특별히 이름을 붙여 제작하지는 않았지만 밥상 옆에 놓을 수 있는 작은 상이 있었다. 식사 후에는 숭늉이나 과일 같은 간편한 음식을 먹거나 작은 그릇을 나를 때 사용했는데 이것을 곁상 또는 다과상이라 했다. 다과상은 일반적인 소반과는 달리 번잡함과 화려함을 배제하고 단순하고 간결하게 만들었다. 다인들이 차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런 멋이 상(床)에 배어들었고 그들이 기호품으로 사용하면서 찻상으로 자리매김 하게 되었다.
소반은 사용자의 신분과 용도에 따라 규격과 형태, 품질에 차이가 있었다. 옛 문헌에는 여러 종류(牀.床.盤.槃.俎.案.卓.机)가 있었지만 19세기 이후로는 대체로 반(盤), 소반(小盤), 반상(盤床), 수반(手盤) 등으로 제한되어 부르게 되었고, 제작지명(나주반, 해주반)이나 형태(원반, 호족반, 다각반(多角盤)), 기능(전골반,주안상,백일상)에 따라 세분된 명칭이 생겨났다.
우리의 선인들은 무수한 외세의 침략으로 많은 수난을 겪으면서 오래된 기물의 중요성을 알지 못했고 귀하게 여기는 습성도 부족했다. 상이나 반은 일상에서 많이 쓰이는 생활용품이지만 나무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사용상의 문제로 아름다운 우리 소반들을 오래 보전하기 어려웠다. 현존하는 소반들은 대부분 18~20세기의 조선 후기에 속하는 것들이다.
찻상(茶狀)의 분류
다판(茶板)은 장식이나 부착물이 없는 어느 정도 두께(약20cm미만)의 판(板)으로 비교적 이동거리
가 짧거나 일정한 곳에 두고 사용하며, 높이가 낮아서 차를 우리고 마시는 행위를 하는데 불편함이 없는 것을 말한다. 요즘 다인들이 일반적으로 떡판이나 고재(古材)판을 다판으로 많이 쓰는데, 우리의 옛 목물을 아끼며 활용하는 측면에서도 좋고, 다실 분위기에도 잘 어울린다. 이것들을 찻상이라고 하는 다인들도 있는데 이것은 아마도 이치에 맞지 않는 것 같다.
찻상(茶床)은 소반의 기능과 같은 의미로 차를 나르는 반의 기능과, 차를 놓고 마시는 상의 기능을 통합하여 찻상이라 한다. 찻상은 행다를 할 수도 있고 이동할 수도 있어야 한다. 찻상은 다기들이 도자기이기 때문에 가벼워야 하고, 그릇이 흘러내리지 않게 낮은 운두가 있어야 하며, 손으로 잡기 쉽게 제작되어야 한다. 좌식 차생활에 맞게 높이가 높지 않아서(약 12~15cm) 사용하기 편해야 하고, 두팔로 들 수 있는 넓이로 이동하기에도 편리해야 좋은 찻상이라 하겠다. 찻상으로 많이 쓴 형태는 사각반(四角盤), 연엽반(蓮葉盤), 원반(圓盤) 등이다.
차반(茶盤)은 음식이나 기물을 단순하게 이동하는데 쓰는 것으로 쟁반과 같은 기능이다. 한 손이나 두 손으로 들 수 있는 작은 크기로, 높이도 낮고(약 5cm정도) 가벼워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전해오는 반(槃)은 대부분 작은 발이 부착되어 있고 기물이 떨어지지 않게 전을 위로 세웠다.
찻상에 쓰이는 나무
찻상의 재료로 많이 쓰이는 나무는 은행나무, 참피나무, 배나무, 가래나무, 소나무, 오동나무, 괴목 등이 이용됐다. 찻상으로 쓰는 나무 판재는 폭이 넓어야 상을 크게 만들 수 있고 뒤틀림이 없어야 반듯한 상이 만들어진다. 나뭇결이 고와야 칠을 할 때 적은 량의 생칠로 많은 량의 상을 칠 할 수 있고, 가볍고 견고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은 들고 다니는데 편리하기 때문이다. 괴목은 단단해서 그 무게는 무겁지만 목리의 선은 나무 중 가장 아름답다. 전해오는 우리 나무 공예품의 외장은 대부분 괴목으로 만들었다.
현대에는 나무 무늬만 좋으면 어떠한 나무이든 찻상을 만드는데, 대체로 나무 결이 부드러운 오동나무와 소나무를 많이 쓴다. 그것은 도자기 굽이 닫는 충격을 최대한 흡수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신축성이 좋은 나무를 사용한다. 찻상의 디자인도 다인들의 기호에 맞게 세련되게 많은 종류를 만들어 시중에 팔고 있다.
소나무와 오동나무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지만 나무결이 거칠어서 생칠은 가능하면 피하고 주토를 한 뒤 건성유 칠을 주로 한다. 유칠은 서민들이 주로 사용하던 칠이었고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평범하고 소박한 맛을 내는 칠이다.
추운 겨울밤 찻상 위에 놓여진 따뜻한 차 한 잔을 손으로 잡고 우리 소반의 순박한 아름다움과 단정함을 마음으로 느껴보자. 찻상이 우리에게 주는 즐거움을 느껴보자.
찻상은 다인들의 작은 예술공간이고 그들의 정신세계를 펼쳐내는 무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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