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을 뜻하는 가람은 '여러 승려들이 즐겨 모이는 곳'이라는 인도말 'samgharama(僧伽藍摩)'에서 왔다.
가람은 속세와 인연을 끊고 불문에 귀의한 스님들에게
몸과 마음을 닦는 모든 살림살이가 담긴 큰 그릇이었다.
절이 물질과 관념, 쓰임새와 수행을 아우른 복합공간이 된 까닭이다.
그래서 건축사가 김봉렬씨는 가람을 "입체적으로 표현된 건축적 경전이자,
신앙의 거대한 만다라"라고 부른다.
사찰 문에 피어난 꽃살문(紋)은
그 경전 가운데서 가장 작고 나지막하게 속삭이는 법(法)이라 할 수 있다.
법당 안과 밖을 이어주는 문을 소복하게 덮은 그 꽃들은
무심하게 드나드는 모든 중생들을 염화미소로 맞고 보낸다.
부처의 극락으로 들어서는 길에는 늘 미륵불빛처럼 일렁이는 꽃이 있다.
'묘법연화경'은 부처에 대한 최고의 경배 가운데 하나로 '꽃으로 장식하기'를 꼽았다.
꽃살문은 종교적 장엄을 찬양하는 아름다운 경전이다.
스님 사진가 관조(觀照)는 그 경전을 사진기로 한 잎 한 잎 읽어간다.
한 조각 꽃을 뿌려 보낸 "멀리 도솔천의 부처님을 맞이하라"는
'삼국유사'의 게송이 그 꽃살문 사진들과 함께 노래한다.
내소사 대웅보전의 빛모란연꽃살문, 선암사 원통전의 모란꽃살문, 범어사 팔상전의 격자매화꽃살문, 용문사 대장전 윤장대의 솟을꽃살문…
진리로 향하고, 극락으로 이르고, 깨달음으로 열리는 문 위에 화엄에서 캐온 꽃피었다.
평생을 절살림을 해온 스님의 눈이 아니면 잡아낼 수 없는 화개(花開)다.
이내옥 국립청주박물관장은 책 뒤에 붙인 해설에서 조선 사찰의 꽃살문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독특한 한국성을 지닌 우리의 문화유산"이라고 자랑한다.
"긴장이나 격의가 없는 포근함과 다정함이 배어" 있고,
"사용된 선 역시 우리 야산의 과장 없는 능선이나 시골의 돌담길, 논두렁 밭두렁의 선을 닮고 있다"고 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