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선(禪)에 대해 알고싶어요 |
우리의 생활 자체가 행선(行禪)이자 과학이요 진리라고 하는 것은 바로 찰나찰나에 고정됨이 없이 시공을 넘어서 돌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것을 했을 때 내가 했다고 하겠느냐는 반문이 나옵니다. 찰나찰나 돌아가니까 꼭 집어서 ‘나’라고 할 게 없다, 그냥 공했다고 할 수밖에 없질 않겠습니까? 그러니 생활선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생활이 그대로 선이요 진리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걸 알고 이걸 믿으면 잠자고 밥먹고 움직이는 게 다 ‘선’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게 옳으니 저게 옳으니, 이것은 참선이고 저것은 행선이라고 할 것 없이 주인공에 일임하면 그대로 여여하면서 참선도 되고 행선도 된다고 하는 것입니다. 더 알아듣기 쉽게 말씀드리자면 일상 속에서 일하고 밥 먹고 똥 누면서 행선도 하고 참선도 하는 것이지요. ‘나’라고 고정할 게 없으며 찰나찰나에, 전체가 공하여 돌아간다는 것을 믿는다면 말씀입니다.그러니까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고 괴로운 일 외로운 일, 고달프든 즐겁든 그 모두가 찰나찰나에 돌고 돌면서 내 속에서 나온 것이니까 나온 곳에 되놓고는 걸림 없이 여여히 걸어가시란 말입니다. 그게 더할 나위 없는 생활 선인 것입니다. 그랬더니 그렇게 놓아버리고 어떻게 사느냐고 하는데 그러면 연방 돌아가는 맷돌에 연방 되넣지 않고서 무엇이 갈아져 나오겠습니까? 괴롭다고 붙잡고 매달리고 좋다고 놓지 않으려 한다면 연방 돌아가는 맷돌이 빈 맷돌이 될 게 아닙니까? 나는 공이다. 그러니 내가 했다고 할 게 없다. 모든게 내가 있음으로써 비롯되는 것이지만 찰나에도 고정된 것은 없다. 전체가 같이 돌아간다. 그러므로 슬프든 괴롭든 그것까지도 돌고 돌아가는 거기에 놓고 맡기자. 이렇게 하신다면 맷돌에 콩이 갈려 나오듯이 업장도 녹는다 이겁니다. 그게 생활 선이고 와선이고 입선이고 좌선입니다. 누구나 ‘나’라는 이 거죽을 믿지 말고 진리를 믿으면 부처님의 속내도 알게 됩니다. 생활 선은 바로 그런 것입니다. 언젠가 큰 회사의 공장장을 한다는 분이 찾아와서 곧 파업이 일어날 것 같은데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이 많노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랬습니다. ‘주인공 있잖아!’하고 말입니다.
그래서 누구라도 주인공! 할 때는 바로 우주 전체의 중심이 됩니다. 전체와 바로 한마음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아무리 많다 해도 같이 돌아갈 수 있습니다.나중에 그 분이 와서 하는 말이 문제가 다 해결되고 실적도 오히려 늘어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우리 모두는 공심으로 공생 공용하고 공식하는 공체로서 지금 이렇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흔히들 너는 너고 나는 나다 하는 식으로 따로따로 돌아가는 줄로 알 뿐 아니라 물질 세계와 정신 세계를 갈라 놓습니다. 기독교다 불교다 가톨릭이다 하고 편가르기하듯이 말입니다. 하지만 폭을 더 넓혀서 너와 내가 같이 돌아가고 좀더 넓혀서는 모든 인간, 나아가서는 우주 전체가 같이 돌아간다고 해 보십시오. 우주 전체가 인간 마음의 근본과 직결되어 있으니까. 이것을 잘 알아야 합니다만 근본이 결부되어 한마음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으니까 이것을 믿고 마음 공부를 해 나가시는 분은, 봄 소식을 듣겠다고 산 넘어 먼 데로 찾아다닐 것도 없고 이 방법 저 방법 찾으려 할 것도 없이, 그대로 나 앉은 자리가 법당이고 내 생활이 참선인 줄 아실 겁니다. 그렇게만 되신다면 문자 그대로 자유인이고 그런 생활이라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고 느끼게 될 것입니다.
"자성이 본래 청정할 줄 어찌 알았으리까, 자성이 본래 만법을 들이고 냄을 어찌 알았으리까 " 하셨다는데, ‘아, 부처님 생명이 내 생명이고 부처님 마음이 내 마음이고 그 몸이 내 몸이니 어찌 거룩하다고 말로 하리까! 하는 감사한 마음으로 충만케 될 것입니다. 출처 - 생활 속의 불법수행 <현대불교미디어센터 ⓒ 20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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