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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비원7수 〔明妃怨 七首〕

淸潭 2025. 2. 13. 10:34

명비원7수 〔明妃怨 七首〕    

동명집 제2 / 칠언절구(七言絶句)

 

옥문 나가 서쪽 보니 온통 사막 벌판인데 / 玉門西望盡沙塵

봄 왔건만 관산에는 봄이 아니 온 것 같네 / 春到關山不似春

홀연 우전 지나갈 제 한 땅임에 놀라거니 / 忽過于驚漢地

오고 갈새 가끔씩은 꽃을 따는 사람 있네 / 往來時有採花人

 

감천궁의 옥수들은 하늘 끝에 격했거니 / 甘泉玉樹隔天涯

눈에 뵈는 모든 사물 마음 느껍게 하누나 / 觸目時時感物華

공후 당겨 품에 안자 되레 마음 서글프니 / 却抱箜篌轉惆悵

연산 땅에 내린 흰 눈 배꽃이 핀 것만 같네 / 燕山白雪似梨花

 

몇 번이나 주렴 걷고 옥계단을 보았으랴 / 幾捲珠簾望玉墀

화사에게 황금 뇌물 아니 준 걸 한탄 마소 / 黃金休恨洛陽師

변방 성에 뜬 달 비록 아니 봤다 하더라도 / 縱然不向邊城月

깊은 궁서 맑은 밤에 슬픔 안고 있었으리 / 猶抱深宮淸夜悲

 

명비 한 번 궁궐에서 하직하고 떠나가자 / 一自明妃金殿辭

한황께선 고운 여인 있었단 걸 깨달았네 / 漢皇方覺有蛾眉

미앙궁의 잘 보이는 복사꽃도 이러한데 / 未央露桃還如此

상수 가의 그윽한 난 어찌 알 수 있었으랴 / 湘水幽蘭那得知

 

달에 절한 선우 이에 밤 깊어서 돌아오매 / 單于拜月夜深還

옥젓가락 같은 눈물 옥안에서 떨어지네 / 雙雙落玉顔

강적에다 비파 따위 다가와서 권면할새 / 羌笛琵琶來勸勉

낙타에다 오랑캐 말 음산에 꽉 차 있구나 / 橐駝胡馬滿陰山

 

변방 성의 가을밤에 공후 뜯어 타거니와 / 邊城秋夜奏箜篌

명월의 빛 창창하고 삼협의 물 흐르누나 / 明月蒼蒼三峽流

현 속에서 초인 슬피 나는 거를 괴이 마소 / 莫怪弦中悲楚引

명비 고향 본디 기주 그 고을에 있었다오 / 故鄕元是在夔州

 

황하에 해 떨어지자 바다 구름 가을인데 / 黃河日落海雲秋

말 위에서 타는 비파 한이 없는 시름이네 / 馬上琵琶無限愁

천년 전의 애원 소리 악부 실려 전하거니 / 哀怨千年傳樂府

계륜 녹주 누각에서 놀며 이를 노래했네 / 季倫歌管綠珠樓

 

[-D001] 명비원(明妃怨) :

악부(樂府) 금곡가사(琴曲歌辭)의 곡 이름으로, 명비는 한 원제(漢元帝)의 후궁인 왕소군(王昭君)을 가리킨다. 원제는 후궁이 매우 많았으므로 화공(畫工)을 시켜 궁인(宮人)의 초상을 그리게 하여 그림을 보고 마음에 든 궁인을 골라서 자곤 하였으므로, 많은 궁인들이 모두 화공에게 뇌물을 바쳐 자기 초상을 잘 그려 주도록 하였다. 그런데 왕소군은 뇌물을 바치지 않아 화공 모연수(毛延壽)가 그의 초상을 좋지 않게 그림으로써 끝내 원제의 사랑을 받아 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흉노(匈奴)의 선우(單于)가 입조(入朝)하여 미인(美人)을 요구하자, 원제의 명에 의하여 흉노의 선우에게 보내지게 되었는데, 융복(戎服)을 입고 말에 올라 비파(琵琶)를 타면서 변새(邊塞)를 나갔다. 흉노로 떠날 적에 원제가 그를 불러서 보니, 이전에 본 초상과는 매우 다른, 후궁 가운데 제일의 미인이었음을 알게 되어, 결국 뇌물을 받은 모연수 등 여러 화공은 기시형(棄市刑)에 처해졌다.

[-D002] 옥문(玉門) :

중국과 서역(西域)의 경계 지역에 있는 옥문관(玉門關)으로, 흔히 변경으로 가는 관문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D003] 우전() :

한나라 때 총령(蔥嶺)의 북쪽에 있던 나라로, 구살단나(瞿薩旦那), 굴단(屈丹), 환나(渙那)로 표기하기도 한다.

[-D004] 감천궁(甘泉宮) …… 격했거니 :

한나라가 아득하니 먼 곳에 있다는 뜻이다. 감천궁은 섬서성(陝西省) 감천산(甘泉山)에 있는 한나라 때의 궁전으로, 한 무제(漢武帝)가 제후 왕들의 조회를 받고 외국의 사신들에게 잔치를 열어 주던 곳이다. 옥수(玉樹)는 한 무제가 감천궁의 밖에 신명전(神明殿)을 짓고 신들을 위하여 보옥으로 나무를 만들어 세운 것을 말한다.

[-D005] 연산(燕山) :

몽고 지방에 있는 연연산(燕然山)으로, 항애산(杭愛山)이라고도 불린다. 흉노족들의 관할 하에 있는 산인데, 중국의 변새(邊塞)에서 3천 리나 떨어져 있다고 한다. 전하여 중국의 북쪽 변경에 있는 산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D006] 화사(畫師) :

한나라 때의 화가인 모연수(毛延壽)를 가리킨다. 왕소군은 모연수에게 뇌물을 바치지 않은 탓에 모연수가 그림을 추하게 그렸으므로 원제의 사랑을 받아 보지 못하고 흉노의 선우에게 시집갔다.

[-D007] 변방 …… 있었으리 :

명비가 흉노에게 시집가지 않고 한나라 궁궐에서 살았다고 하더라도 끝내는 원제로부터 버림을 받고 쓸쓸하게 지냈을 것이라는 뜻이다.

[-D008] 미앙궁(未央宮) :

()나라의 유명한 궁전으로, 한 고조(漢高祖) 때 소하(蕭何)가 지었다. 그 터는 섬서성(陝西省) 장안현(長安縣) 서북쪽에 있다.

[-D009] 상수(湘水) …… () :

()나라의 충신인 굴원(屈原)을 가리킨다. 굴원이 조정에서 방축(放逐)되어 상강(湘江) 가에 머물 적에 난초로 띠를 매고 다녔다. 상수는 초나라에 있는 강의 이름이다.

[-D010] 명비(明妃) …… 있었으랴 :

여운필은 이 시에 대해이 시는 후궁인 왕소군을 흉노에게 시집보내는 한 원제(漢元帝)를 비판하는 가운데, ‘궁인에게도 그러하였으니 초야의 이름 없는 백성에게야 어떠하였으랴.’ 하는 개성적 의견을 덧붙였다. 결국 원제가 후궁뿐만 아니라 백성까지 바르게 대하지 않았으리라고 비판하고자 한 것이 주지이다.” 하였다. 《여운필, 東溟 鄭斗卿의 詩世界, 279쪽》 여운필의 이 시에 대한 이 해설은 잘못된 듯하다. 마지막 구절의유란(幽蘭)’은 초나라의 충신인 굴원(屈原)을 가리키는 것으로, 시 전체의 뜻은, 가까이 있는 미인조차 못 알아보았으니, 멀리 있는 충신은 더더욱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라는 뜻이다.

[-D011] 달에 …… 돌아오매 :

명비의 남편인 선우가 밤이 깊어서야 돌아온다는 뜻이다. 선우는 흉노족 군장(君長)의 칭호이다. 흉노족의 풍속에 선우는 아침에 군영에서 나와 해가 뜨는 것을 바라보면서 절을 하고, 저녁에는 달을 향해 절한다고 한다. 《史記 卷110 匈奴列傳》

[-D012] …… 떨어지네 :

명비가 눈물을 줄줄 흘렸다는 뜻이다. ‘옥젓가락 같은 눈물은 미녀가 줄줄 흘리는 눈물을 말한다.

[-D013] 음산(陰山) :

오늘날의 하투(河套) 이북과 대막(大漠) 이남에 있는 여러 산의 통칭으로, 흔히 중국 북방의 산들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D014] 명월(明月) …… 흐르누나 :

삼협(三峽)은 양자강(揚子江) 상류의 험난하기로 유명한 세 협곡으로, 구당협(瞿塘峽), 무협(巫峽), 서릉협(西陵峽)의 합칭이다. 악부의 금곡가사(琴曲歌辭) 가운데 〈명월인(明月引)〉과 〈명월가(明月歌)〉가 있으며, 또 〈삼협류천가(三峽流泉歌)〉가 있다.

[-D015] 초인(楚引) :

옛날 금곡(琴曲)의 이름이다. 초나라 사람인 용구고(龍丘高)가 여러 해 동안 객지를 떠돌다가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초 지방이 있는 쪽을 바라보면서 읊었다고 한다.

[-D016] 기주(夔州) :

중국의 사천성(四川省) 동북방에 있는 지명으로, 지금의 봉절현(奉節縣) 지역이다.

[-D017] …… 시름이네 :

명비(明妃)가 흉노의 땅으로 갈 적에 비파를 들고 변방 땅을 지나면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면서 비파를 뜯었다. 이에 한나라 사람들이 불쌍하게 여겨 〈마상성(馬上聲)〉이라는 노래를 지었다.

[-D018] 계륜(季倫) :

()나라 때 부호(富豪)로 이름난 석숭(石崇)의 자이다. 석숭의 애첩인 녹주(綠珠)가 매우 아름다웠으므로, 당시의 권력자인 손수(孫秀)가 녹주를 빼앗으려고 하다가 실패하자, 석숭을 모함해 죽이려고 하였다. 이에 녹주는 석숭과 함께 놀던 누대에서 떨어져 자살하였다. 그 전에, 한나라 때 사람들이, 명비가 흉노에게 시집가는 것을 불쌍하게 여겨 〈명군(明君)〉이라는 노래를 지어 불렀는데, 석숭의 애첩인 녹주가 춤을 잘 추었으므로, 석숭이 이 곡을 가르쳤으며, 또 스스로 〈명군〉이라는 노래를 지어 녹주로 하여금 부르게 하였다. 그 노래에 이르기를나는 본디 한나라의 여인이건만, 선우에게 시집가는 신세 되었네. 옛날에는 갑 속에 든 옥이었건만, 이제부턴 거름 속의 꽃 신세라네.〔我本漢家子 將適單于庭 昔爲匣中玉 今爲糞土英〕하였다. 《舊唐書 卷29 音樂志2

[-D019] 황하(黃河) …… 노래했네 :

이 시에 대해 여운필은이 시의 전구(轉句)까지의 내용은, 흥미와 비극성 등으로 인하여 악부시의 가장 인기 있는 제재가 되었던 왕소군 소사를 다룬 시에 흔히 나타나는 시적 정서이다. 그러나 결구(結句)에서 원제와 왕소군의 관계를 계륜과 녹주의 관계로 환치시킨 발상은 그렇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원제가 왕소군을 매정하게 보낸 일을 계륜이 녹주와 방탕하게 즐긴 뒤에 곤경에 처하자 원망하였던 일에 연결시킨 의견은 전대에서 찾기 어려운 독창적 착상이다.” 하였다. 《여운필, 東溟 鄭斗卿의 詩世界, 280쪽》 이 가운데 뒷부분의 해설은 녹주가 왕소군의 일을 노래로 지어 부른 고사를 모르고서 잘못 해설한 것인 듯하다. 녹주가 왕소군의 고사를 가지고 자신이 직접 노래를 지어 부른 고사가 《구당서(舊唐書)》 권29 〈음악지(音樂志) 2〉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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