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바람을 보았는가
누가 바람을 보았는가?
나도 너도 보지 못했지.
그러나 나뭇잎이 매달려 떨고 있을 때
바람은 질러가고 있다.
누가 바람을 보았는가?
나도 너도 보지 못했지.
그러나 나무들이 머리 숙여 인사할 때
바람은 스쳐가고 있다.
로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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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 그렇다. 바람은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공기의 흐름 자체가 바람이므로 바람에게는 육체가 없다. 다만 다른 물체를 움직
여 그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킨다. 이것은 뻔한 사실이지만 살면서 우리가 모르고 지냈던 일이다.
그 사실을 시인이 우리에게 깨닫게 해준다. 매우 명랑한 목소리로 시인은 묻고 혼자 답하는 소리를 들어보라. ‘그러나 나뭇잎이 매
달려 떨고 있을 때/ 바람은 질러가고 있다.’ 시는 이렇게 아름다운 독백이기도 하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 나태주 엮음 『시가 사랑을 데리고 온다』 中
/ 고창 부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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