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요즘소식

민주노총 전 간부 北지령문 어떻게 확보했나…

淸潭 2023. 8. 28. 20:19

민주노총 전 간부 北지령문 어떻게 확보했나…재판서 해독 시연

류수현입력 2023. 8. 28. 18:49
 

국정원 직원 증인 출석…'구술이 서말' 암호 파악해 지령문 확인

(수원=연합뉴스) 류수현 기자 = 북한으로부터 지령문을 받고 노조 활동을 빙자해 간첩 활동을 벌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 민주노총 간부들 재판에서 국가정보원 수사관이 암호를 해독해 실제 북한 지령문을 확보한 과정을 시연했다.

수원법원종합청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28일 수원지법 형사14부(고권홍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전 민주노총 조직쟁의국장 석모 씨 등 4명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3차 공판에는 국정원 포렌식 수사관 A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A씨의 이날 증언에 따르면 국정원은 석씨의 압수물을 포렌식 하는 과정에서 SD카드에 은닉된 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국정원 직원들은 석씨 사무실에서 확보한 다른 외장하드 파일에서 영문자 '1rntmfdltjakfdlfkehRnpdjdiqhqoek7'을 발견했는데, 이는 해당 프로그램을 구동하기 위한 암호로 밝혀졌다.

 

국정원이 찾은 해당 문자열을 한글 타자로 옮겨 적으면 '1구슬이서말이라도꿰어야보배다7'라는 우리나라 속담이다.

A씨는 이 문자열을 클립보드 형태로 복사한 뒤 수사기관이 사용하는 특정 프로그램을 통해 은닉 프로그램을 구동시켰다.

이후 석씨로부터 확보한 USB 암호 문서 등을 기입해 특정 프로그램을 재차 실행시킨 결과 석씨가 가지고 있던 문서 파일에 2020년 5월 7일 자 북한 지령문이 담겨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석씨가 소유한 파일 중엔 해독되지 않은 암호문도 일부 있었다고 밝혔다.

석씨 등의 변호인은 차후 기일에서 A씨에 대한 반대 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석씨는 2018년 10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총 102회에 걸쳐 북한 지령문을 받고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2017년 9월과 2018년 9월엔 중국과 캄보디아 등 해외에서 직접 북한 공작원을 접선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민주노총 내부 통신망 아이디와 비밀번호 등이 기재된 대북 보고문을 북한 측에 전달했으며, 북한 지시에 따라 민노총 위원장 선거 후보별 계파 및 성향, 평택 미군기지·오산 공군기지 시설·군사 장비 등 사진을 수집한 것으로 파악됐다.

석씨와 함께 기소된 김씨 등 3명도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을 만나거나 지령에 따라 간첩 활동을 한 혐의 등을 받는다.

석씨 등 피고인들은 지난 첫 공판에서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you@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