行路難
李白
行路難 (1)
金樽淸酒斗十千 금동이 맑은 술은 한 말에 만 냥이요
玉盤珍羞直萬錢1) 옥쟁반의 진수성찬 값지기도 하건마는,
停杯投筯不能食2) 잔 놓고 저 던진 채 먹지를 못하고
拔劍四顧心茫然 칼 빼들고 둘러보니 마음만 막막하네.
欲渡黃河冰塞川 황하를 건너려니 얼음장이 강을 막고
將登太行雪滿山3) 태항산(太行山)에 오르려니 온 산엔 눈이 가득.
閒來垂釣碧溪上 한가하게 벽계(碧溪)에 와 낚시를 드리우다
忽復乘舟夢日邊4) 문득 다시 배에 올라 해 근처를 그려보네.
行路難 가는 길 어려워라.
行路難 가는 길 어려워.
多岐路5) 갈림길도 많은데
今安在 지금 어드메인가.
長風破浪會有時 긴 바람이 파도 부술 그 날 정녕 있을 터
直挂雲帆濟滄海 구름 돛 펴 올리고 푸른 바다 건너리라.
해제
行路難(행로난)은 본래 한대(漢代)의 민요였는데,
후에 많은 문인들이 그 내용을 모방하여 인생행로의 어려움을 노래하였다.
잡곡가사(雜曲歌辭) 중의 하나이다.
해설
옛날 양자(楊子)가 갈림길에서 울고 말았다는 고사가 잘 말해 주고 있듯이,
미래는 누구에게나 미지수이고 선택 또한 어려운 법이지만,
현재가 불안정한 이에게 앞날은 유난히 불안하다.
이 작품은 이러한 불안감을
다시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이붓는 과정을 형상적(形象的)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백은 30세가 되자 제세(濟世)의 부푼 꿈을 안고 상경하여 정계 진출을 도모하였지만,
결국 임금에게 적극 천거해 주는 이를 얻지 못하고 절망하였다.
당시 과거제도는 있으나 마나였고,
신진 인사는 실력자의 천거에 의해 등용되는 경우가 더 많았는데,
이즈음의 정계 판도는 장열(張說), 장구령(張九齡) 등 어진 재상이 힘을 잃고,
간신 고력사(高力士)와 이림보(李林甫)가 득세하기 시작하는 등,
강직한 이백에게 매우 불리하게 작용하였다.
이백은 불우한 일생을 보냈던 선배 시인 포조(鮑照)의 작품 〈의행로난(擬行路難) 6〉의
"밥상을 대하여도 먹을 수 없고, 칼을 빼어 기둥 치며 길게 한숨 쉬네.[對案不能食, 拔劍擊柱長歎息.]"와
같은 주요 심상(心象)과, 한대(漢代) 〈고시(古詩)〉의 '막다른 길'에 관한 심상을 도입함으로써,
이를 잘 알고 있는 독자들과의 정서적 공감대를 마련하는 한편,
과장된 상황 묘사와 생동감 있는 비유를 통해 정계 진출의 어려움과
방황 심리를 극적으로 형용하여 호소력을 높이고 있다.
行路難 (2)
大道如靑天 큰 길이 하늘처럼 트였건만
我獨不得出 나만 유독 못 나서네.
羞逐長安社中兒6) 내 차마 장안(長安)의 한량 뒤나 쫒으면서
赤雞白狗賭梨栗7) 닭싸움 투견으로 내기 걸긴 부끄럽네.
彈劍作歌奏苦聲 칼 두드리고 노래하며 괴로운 가락이나 낼 뿐
曳裾王門不稱情8) 옷자락 끌며 어르신 문전에 기웃대긴 싫다네.
淮陰市井笑韓信9) 회음(淮陰)의 시정배들 한신(韓信)을 비웃었고
漢朝公卿忌賈生10) 한나라 공경(公卿)들은 가의(賈誼)를 꺼렸었네.
君不見 그대 모르는가,
昔時燕家重郭隗11) 지난날 연(燕) 임금은 곽외(郭隗)를 잘 모시고
擁篲折節無嫌猜12) 손수 비질하며 기꺼이 허리 굽혀,
劇辛樂毅感恩分 극신(劇辛)과 악의(樂毅)가 성은에 감격하여
輸肝剖膽効英才 간과 쓸개 다 내놓고 지혜로 보답하였음을.
昭王白骨縈蔓草 소왕(昭王)의 백골 우엔 덩굴풀만 무성하니
誰人更掃黃金臺13) 뉘라서 또다시 황금대(黃金臺)를 쓸어주랴.
行路難 가는 길 어려우니
歸去來 돌아갈거나.
해설
두 수 모두 이백의 드높은 기개가 잘 표현된 작품이다.
이백은 개원(開元) 초기에 이룬 현종(玄宗)의 뛰어난 치적을 높이 평가했지만,
그가 정계에 진출하고자 했던 개원(開元) 후반기가 간신들이 득세하기 시작한 시기였음은 간파하지 못하였다.
따라서 태평성대에 한 자리 얻지 못한 것을 오로지 자신의 오만함 탓으로 돌리며,
위인들의 불우했던 시절을 떠올려 자신을 위로하고,
임금의 전폭적인 후원 속에서 지모를 발휘하였던 인물들을 부러워한다.
이백은 이 작품에서 사실적인 서술에 고사(故事)를 자유자재로 엇섞음으로써,
과거라는 거울에 비친 현재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行路難 (3)
有耳莫洗潁川水14) 귀 있어도 영수(潁水) 물에 귀 씻지 말고
有口莫食首陽蕨15) 입 있어도 수양산 고사릴랑 먹지를 마라.
含光混世貴無名 빛을 품고 세상살이 조용함이 제일이니
何用孤高比雲月 고고하게 구름 달에 견준들 무슨 소용 있으랴.
吾觀自古賢達人 내가 보니, 자고로 출세했단 인물들
功成不退皆殞身 공 세우고 은퇴 않아 모두들 몸 상했다.
子胥旣棄吳江上16) 오자서(伍子胥)도 급기야는 오강(吳江)에 버려졌고
屈原終投湘水濱17) 굴원(屈原)도 끝내는 상수(湘水)에 몸 던졌다.
陸機雄才豈自保18) 육기(陸機) 뛰어난 재주로 제 몸 하나 건사했나
李斯稅駕苦不早19) 이사(李斯)의 물러남, 늦은 게 탈이었다.
華亭鶴唳詎可聞 화정(華亭)의 학 소리를 어이 들을 거며
上蔡蒼鷹何足道20) 상채(上蔡)의 매사냥, 두말하면 무엇 하랴.
君不見 그대 모르는가,
吳中張翰稱達生21) 오중(吳中)의 장한(張翰)을 트인 사람이라 하는 걸
秋風忽憶江東行 가을바람에 불현듯 고향길 떠났다지.
且樂生前一杯酒 생전에 한 잔 술을 즐기면 그만
何須身後千載名 죽은 후 명성이야 바라 무엇하리요.
해설
앞서 〈행로난 1, 행로난 2〉가 젊은이의 꿋꿋한 기개를 잃지 않은 모습을 반영한 작품임에 비해,
이 작품은 갖은 풍상을 겪은 후의 움츠러든 인생관을 노래한 것이다.
여러 가지 고사를 인용하며 '무명(無名)'과 '신퇴(身退)'를 강조하는
세련된 충고 속에서 우리는 세파에 시달리고 지친 이백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행로난 3수 [行路難-] - 인생길 어려워라 (고풍 악부 가음, 2014. 5. 26., 진옥경, 노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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