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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대사 詩碑 중에서

淸潭 2019. 10. 11.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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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대사  詩碑  중에서



들여 마신 숨 내뱉지 못하면
그게 바로 죽는 것이지-
(西山大師 詩碑에서)

이보게, 친구!
살아 있다는 게 무언가?

숨 한번 들여 마시고
마신 숨 다시 뱉어내고...
가졌다 버렸다
버렸다 가졌다.
그게 바로 살아 있다는
증표(證票) 아니던가?

그러다 어느 한 순간(瞬間)
들여 마신 숨 내뱉지 못하면
그게 바로 죽는 것이지.

어느 누가,
그 값을 내라고도 하지 않는
공기(空氣) 한 모금도
가졌던 것 버릴 줄 모르면
그게 곧 저승 가는 것인 줄
뻔히 알면서 어찌 그렇게
이것도 내 것 저것도 내 것,
모두 다 내 것인 양
움켜 쥐려고만 하시는가?

아무리 많이 가졌어도
저승길 가는 데는
티끌 하나도
못 가지고 가는 法이리니
쓸만큼 쓰고 남은 것은
버릴 줄도 아시게나

자네가 움켜쥔게
웬만큼 되거들랑
자네보다 더 아쉬운 사람에게
자네 것 좀 나눠주고
그들의 마음 밭에
자네 추억(追憶) 씨앗 뿌려
사람 사람 마음 속에
향기(香氣)로운 꽃 피우면
천국(天國)이 따로 없네,
극락(極樂)이 따로 없다네.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생야일편부운기
사야일편부운멸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然
부운자체본무실
생사거래역여연

生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일어 남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스러짐이라.

뜬 구름 자체(自體)가 본래
실체(實體)가 없는 것이니
나고 죽고 오고 감이
역시 그와 같다네.

千가지 계획(計劃)과
萬가지 생각(生覺)이
불타는 화로(火爐) 위의
한 점 눈(雪)이로다

논갈이 소가 물위로 걸어가니
대지(大地)와 허공(虛空)이
갈라 지는구나.

삶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오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짐이다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와 같도다.

묘향산(妙香山) 원적암에서
침거(蟄居)하시며
많은 弟子를 가르치던 西山大師께서
85歲의 나이로 運命하시기 직전
위와 같은 詩를 읊고 나시어
많은 弟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가부좌를 하시고 앉아
잠든 듯 入籍 하셨다고 합니다.

 

             가저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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