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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丘永言 제1부

淸潭 2019. 7. 7. 14:34

靑丘永言 1/3

         johaser 2018. 1. 26. 0:16
   

靑丘永言 1/3  청구영언 셋 가운데 첫째 1728(영조4) 伯涵 南坡 金天澤
                    우리나라 노래                                                   백함 남파 김천택
靑丘永言序 청구영언 머리말 黑窩 鄭來僑(1681~1757) 흑와 정래교
古之歌者必用詩 歌而文之者爲詩 고지가자필용시 가이문지자위시
옛날에 노래란 반드시 시를 쓰니 노래해 글이 된 것을 시라 하며
詩而被之管絃者爲歌 歌與詩固一道也 시이피지관현자위가 가여시고일도야
시에 악기소리 입힌 것을 노래라 하여 노래와 시는 오로지 한 가지이다
自三百篇而爲古詩 古詩變而爲近體 자삼백편이위고시 고시변이위근체
시 삼백(시경)으로부터 고시가 되고 고시가 바뀌어 근체시가 되니
歌與詩分爲二 漢魏以下 詩之中律者 가여시분위이 한위이하 시지중률자
노래와 시는 둘로 나뉘었다 한나라와 위나라 아래로 시에 가락이 맞음을
號爲樂府 然未必用之於鄕人邦國 호위악부 연미필용지어향인방국
악부라 불렀다 그러나 시골사람의 나라에서는 반드시 쓰지는 않았다
陳隨以後 又有歌詞別體而其傳於世 진수이후 우유가사별체이기전어세
진나라와 수나라 뒤로는 또 가사와 별체가 있어 그것이 세상에 이어졌으나
不若詩歌之盛 盖歌詞之作 불약시가지성 개가사지작
시가(한시)가 넘쳐남 만은 못하였다 크게 보아 노랫말 짓기는
非有文章而精聲律則不能故 비유문장이정성률즉불능고
글짓기도 되면서 소리맞춤에 알뜰하지 않으면 안 되는 까닭에
能詩者 未必有歌 爲歌者 未必有詩 능시자 미필유가 위가자 미필유시
시가 되는 이 꼭 노래됨이 아니며 노래하는 이 꼭 시 됨이 아니다
至若國 朝代不乏人而歌詞之作 지약국 조대불핍인이가사지작
우리나라에 이를 것 같으면 나라 바뀌며 사람 모자라지 않았으나 노랫말 짓기는
絶無而僅有 有亦不能久傳 절무이근유 유역불능구전
끊겨 없거나 겨우 있음에 있더라도 오래 물리지 못하였다
豈以國家 專尙文學而簡於音樂故然耶 기이국가 전상문학이간어음악고연야
어찌 나라에서 오로지 글쓰기를 높이고 음악에 엉성했던 까닭이라 하겠는가
南坡 金君伯涵 以善歌鳴一國 남파 김군백함 이선가명일국
남파 김천택은 노래를 잘 하여 온 나라에 드날렸다
精於聲律而兼攻文藝 정어성률이겸공문예
소리맞춤에 알뜰하였고 아울러 문예도 다스려
旣自製新翻 畀里巷人習之 기자제신번 비리항인습지
이미 스스로 새 노래를 지어 마을사람에게 넘겨주어 익히게 하면서
因又蒐取我東方名公碩士之所作 인우수취아동방명공석사지소작
그리 또 우리나라의 이름난 어른과 큰 선비가 지은 것과
及閭井歌謠之自中音律者數百餘闋 급려정가요지자중음률자수백여결
길거리 저자의 가요에서 제법 음률에 맞는 것 몇 백 남짓을 모아서
正其訛謬 裒成一卷 求余文爲序 정기와류 부성일권 구여문위서
그 그릇됨을 바루어 한 권을 모아 이뤄 내게 머리말 삼을 글을 찾았다
思有以廣其傳 其志勤矣 余取以覽焉 사유이광기전 기지근의 여취이람언
생각이 그 알림을 널리 하려는데 있어 그 뜻함에 부지런함이라 내가 가져다 살펴보니
其詞固皆艶麗可玩 而其旨 有和平惟愉者 기사고개염려가완 이기지 유화평유유자
그 말이 참으로 다 곱고 고와 가지고 놀만하며 그 뜻은 어울려 편함이 있어 즐거움이며
有哀怨悽苦者 微婉則含警 激昻則動人 유애원처고자 미완즉함경 격앙즉동인
슬퍼 미워함 있어 슬픈 괴로움이며 살며시 함에 깨우침 품으며 치받아 올림에 사람을 움직이니
有足 以懲一代之衰盛 驗風俗之美惡 유족 이징일대지쇠성 험풍속지미악
넉넉하게 한 세상 빠져 채움을 나무라고 풍속의 아름답고 나쁨을 드러내 보여
可與詩家表裏 並行而不相無矣 가여시가표리 병행이불상무의
시인과 더불어 안팎으로 함께 가더라도 서로 함이 없지 않았다하겠다
嗚呼 凡爲是詞者 非惟述其思宣其鬱而止爾 오호 범위시사자 비유술기사선기울이지이
아 무릇 이 노랫말 됨이란 오직 그 생각을 늘어놓음만이 아니라 그 답답함을 펴기에 이른다
所以使人觀感而興起者 亦寓於其中則 소이사인관감이흥기자 역우어기중즉
사람으로 하여금 보고 느껴 흥이 나게 하는 까닭이란 것이 또한 그 가운데 머물러 있어
登諸樂府 用之鄕人 亦足爲風化之一助矣 등저악부 용지향인 역족위풍화지일조의
악부에 올려 마을 사람에 쓰게 하면 또한 넉넉히 풍속 가르쳐 고침에 한 도움 됨이다
其詞雖未必盡 如詩歌之巧 기사수미필진 여시가지교
그 노랫말이 비록 시인의 솜씨처럼 반드시 다함이 아니더라도
其有益世道 反有多焉則 世之君子 기유익세도 반유다언즉 세지군자
세상도리에 보탬 있음이 도리어 많이 있음인 것이라 세상에 군자가
置而不採何哉 豈亦賞音者 寡而莫之省歟 치이불채하재 기역상음자 과이막지성여
놓아두고 캐지 않으니 어찌됨인가 어찌 또 소리 즐기는 이가 적다고 살핌이 없는가
伯涵 乃能識此於數百載之下 백함 내능식차어수백재지하
김천택이 이에 이를 잘 알아 몇 백 년을 내려오며
得之於䵝昧湮沒之餘 欲以表章而傳之 득지어알매인몰지여 욕이표장이전지
까맣게 어두워 사라진 나머지를 얻어 드러낸 글로 알리려 함이라
使作者 有知於泉壤 其必以伯涵 사작자 유지어천양 기필이백함
지은이로 하여금 저승에서 알게 하면 그 반드시 김천택을
爲朝暮之子雲矣 위조모지자운의
아침저녁에 양자운(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으로 여길 것이다
伯涵 旣善歌 能自爲新聲 백함 기선가 능자위신성
김천택은 이미 노래를 잘했고 스스로 새로운 노래를 지었다
又與善琴者全樂師 托爲峨洋之契 우여선금자전악사 탁위아양지계
또 더불어 거문고 잘 타는 전악사(전만제)와 아양의 사귐을 맺어
全師操琴 伯涵和而歌 其聲瀏瀏然 전사조금 백함화이가 기성류류연
전악사가 거문고를 타면 김천택이 맞추어 노래하니 그 소리가 맑고 맑아서
有可以動鬼神而發陽和 二君之技 유가이동귀신이발양화 이군지기
귀신을 움직일 수 있어 따뜻한 어울림이 피게 했다 두 사람의 재주는
可謂絶妙一世矣 余甞幽憂有疾 가위절묘일세의 여상유우유질
세상 한때 야릇함 그만이다 할만 했다 내가 일찍이 깊은 시름에 병이 있어
無可娛懷者 伯涵 其必與全樂師來 무가오회자 백함 기필여전악사래
품어 즐길만한 것이 없었는데 그리 꼭 김천택이 전악사와 함께 와
取此詞歌之 使我一聽而得洩其湮鬱也 취차사가지 사아일청이득설기인울야
이 노랫말을 가지고 노래하여 나로 하여금 한번 듣게 하니 그 막힌 답답함이 새나갔다
歲戊申暮春上浣 黑窩序 세무신모춘상완 흑와서
해는 무신년(1728) 늦은 봄(3) 상순에 정래교가 머리말을 쓰다
 
初中大葉 초중대엽
1
이 오이쇼셔 每日에 오이쇼셔   오늘이 오늘로서 날마다 오늘로서
뎜그디도 새디도 마르시고                   저물진 마시옵고 새지도 마옵소서
새라난 식에 오이쇼셔             새어선 늘 오래오래 오늘로만 하소서
 
二中大葉 이중대엽
2  길재
이바 들아 네님금이 어듸가니      이봐요 초국사람 너희 임금 어디 갔니
六里 靑山이 뉘히 되닷말고                   여섯 리 푸른 산이 누구 땅 되었다대
우리도 武關다든消息몰라 노라  우리도 변방 닫은 뒤 소식 몰라 함이라
 
三中大葉 삼중대엽
3
부헙코 섬올슨 아마도 西楚覇王      못 믿어 어찌 못해 아마도 초패왕이
天下야 어드나 못 어드나            그딴 것 천하라야 얻으나 못 얻으나
千里馬 絶代佳人을 누를주고 가리오  오추마 절세 우미인 누구 주고 가려고
 
北殿 북전
4
흐리누거 괴시든 어누거 좃니읍시       누우며 좋다시니 엇갈려 좇아 누워
에 벗님의 뎐로셔                  까닭이 까닭이어 벗님인 까닭으로
雪綿子가싀로온듯이 범그려 노읍셔  솜뭉치 몽그라지듯 얽히어져 놀아봐
 
二北殿 이북전
5
자내 黃毛試筆 墨을뭇쳐 밧긔디거고  아차 내 족제비붓 먹 묻혀 창밖 떨쳐
이제 도라가면 어들 법 잇거마               이제 막 돌아가면 얻을 수 있건 만은
아므나 어더가뎌서 그려보면 알리라        아무나 얻어가져서 그려보면 알리라
 
初數大葉 초삭대엽
6 황진이
어져 내 일이야 그릴 줄을 모로    어쩜 내 일이어라 그리울 줄 몰랐더냐
이시라 더면 가랴마제 구      있으라 했더라면 갈까봐 제 구태여
보내고 그리은 나도몰라 노라  보내고 그리는 마음 나도 몰라 하면서
 
二數大葉 이삭대엽 제목이 빠진 것으로 끼워 넣음
麗末 고려 말
牧隱 목은 이색(1328~1396)
李穡 字穎叔 號牧隱 登第元朝授翰林知製誥 이색 자영숙 호목은 등제원조수한림지제고
이색 자는 영숙 호는 목은 원나라에서 과거 급제하여 한림지제고를 내려 받고
恭愍朝門下侍中 文章伎術爲縉紳領袖 공민조문하시중 문장기술위진신령수
공민왕 때 문하시중을 지내며 글 솜씨 선비 가운데 으뜸으로
入本朝封韓山伯 謚文靖 입본조봉한산백 익문정
본조에 들어선 한산백에 봉해져 시호는 문청이다
7
白雪자진 골에 구루미 머흐레라   하얀 눈 내린 골짝 구름이 덮었어라
반가온 梅花곳에 픠엿        반가운 매화꽃은 어느 곳에 피었을까
夕陽에 홀로셔이셔 갈곳 몰라 노라   저묾 볕 홀로 서서는 갈 곳 몰라 하여라
 
圃隱 포은 정몽주(1337~1392)
鄭夢周 字達可 號圃隱 恭讓時門下侍中 정몽주 자달가 호포은 공양시문하시중
정몽주 자는 달가 호는 포은 공양왕 때 문하시중을 지내며
麗朝命革身與國亡 李朝贈領議政謚文忠 려조명혁신여국망 이조증영의정익문충
고려조 바꿔 갈아치움에 몸과 나라를 잃었다 조선조에 영의정이 주어지며 시호는 문청이다
理學爲東方之祖 革胡服襲華制 文風大振 리학위동방지조 혁호복습화제 문풍대진
성리학에 동방 조종으로 여기며 오랑캐 옷 입기를 바꿔 중국 제도를 따라 문풍을 크게 떨쳤다
8
이몸이 주거주거 一百番 고쳐주거          이 몸이 죽고 죽어 한 백번 고쳐 죽어
白骨塵土되여 넉시라도 잇고업고    뼈마저 티끌 흙 돼 넋이라고 있든 없든
一片丹心이야 가싈줄이 이시랴   님 바란 마음응어리 사라질 리 있을까
 
東浦 동포 맹사성(1360~1438)
孟思誠 字誠之 號東浦 前朝魁科入我朝 맹사성 자성지 호동포 전조괴과입아조
맹사성 자는 성지 호는 동포 앞의 고려조정에서 과거에 장원을 하여 우리 조선조정에 들어
官至左相 致仕 謚文貞 관지좌상 치사 익문정
벼슬이 좌의정에 이르러 벼슬을 물러나니 시호는 문정이다
至孝淸簡性解音律 지효청간성해음률
효성이 다다라 청렴하며 수수했다 바탕이 음률을 알아
甞執一笛 日弄三四聲 상집일적 일농삼사성
일찍이 피리 한번 잡으면 하루에 서너 소리를 놀려 다루었다
9
江湖에 봄이드니 미친이 절로난다   강호에 봄이 드니 미친 흥이 절로 난다
濁醪溪邊錦鱗魚안주로다            막걸리 시냇가에 쏘가리 안주하여
이 몸이 閑暇옴도 亦君恩이샷다       이 몸이 느긋이 삶도 또한 임금 베풂이
10
江湖에 녀름이드니 草堂에 일이업다  강호에 여름 들어 초가에 일이 없다
有信江波보내람이다        믿기는 강 물결은 보내니 바람이다
이 몸이 서옴도 亦君恩이샷다       이 몸이 서늘히 삶도 또한 임금 베풂이
11
江湖이드니 고기마다 져잇다  강호에 가을드니 고기마다 살쪄있다
小艇에 그믈시러 흘리여 더뎌두고    거룻배 그물 실어 흘려 띄워 던져두고
이몸이 消日옴도 亦君恩이샷다        이 몸이 날을 보냄도 또한 임금 베풂이
12
江湖에 겨월이드니 눈기픠 자히남다     강호에 겨울드니 눈 깊이 한자 남짓
삿갓 빗기고 누역으로 오슬삼아         삿갓을 비껴쓰고 짚도롱이 옷을 삼아
이몸이 칩지 아니옴도 亦君恩이샷다  이 몸이 춥지않게 삶도 또한 임금 베풂이
 
本朝 조선
節齋 절재 김종서(1383~1453)
金宗瑞 字國卿 號節齋 太宗朝登第 官至領相 김종서 자국경 호절재 태종조등제 관지영상
김종서 자는 국경 호는 절재 태종 때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이 영의정에 이르렀다
有大節多智略 時目虎體矮 癸酉亂死 유대절다지략 시목호체왜 계유난사
큰 곧음이 있고 슬기로운 꾀가 많아 때때로 범이라 여겨보았는데 몸집이 작았다 계유정란에 죽었다
13
朔風은 나모긋불고 明月은 눈속에  찬바람 나무 끝 불고 밝은 달 눈속에 차
萬里邊城一長劒 집고셔셔                  먼 만리 변방 성에 한 긴 칼 짚고 서서
람 큰소릐에 거칠거시 업세라        긴 한숨 큰 한소리에 거칠 것이 없어라
14
長白山곳고 豆滿江을싯겨    백두산에 깃발 꽂고 두만강에 말을 씻겨
서근 져 션븨야 우리 아니 나희냐        썩은 저 선비네야 우리 아니 사나이냐
엇덧타 獜閣畵像을누고몬져리오        어떻다 공신그림을 누구 먼저 하리까
 
梅竹堂 매죽헌 상삼문(1418~1456)
成三問 字謹甫 號梅竹堂 世宗朝登第 選湖堂 성삼문 자근보 호매죽당 세종조등제 선호당
성삼문 자는 근보 호는 매죽당 세종 때 과거에 급제하여 독서당에 뽑히고
登重試官 至承旨 與李塏等 등중시관 지승지 여리개등
중시에 올랐다 벼슬은 승지에 이르고 이개등과 더불어
謨復魯山事覺被誅 後有六臣祠 모부로산사각피주 후유륙신사
노산군 복위를 꾀하다가 일이 드러나 죽임을 맞았다 뒤에 육신사에 모셨다
15
首陽山 라보며 夷齊하노라          수양산 바라보며 백이숙제 탓하느니
주려주글진들 採薇것가              굶주려 죽을진대 고사리 캐려는가
비록애 푸새엣거신들 긔 뉘헤 낫  비록이 푸성귀인들 그 뉘 땅에 났다고
16
이 몸이 주거가셔 무어시 될      이 몸이 죽고 나서 무엇이 될까하니
蓬萊山 第一峰落落長松 되야이셔  봉래산 첫 꼭대기 늘어진 솔 되어있어
白雲滿乾坤獨也靑靑 리라   흰 눈이 온 누리 찰 때 저 혼자서 푸르리
 
王邦衍 왕방연 왕방연(?~?)
世宗時人以金吾郞押去魯山 及還彷徨川邊 세종시인이금오랑압거로산 급환방황천변
세종 때 사람이다 금오랑으로 노산군을 채워 갔는데 돌아옴에 이르러 냇가에 헤매 거닐다가
有感而作是歌盖卽此一曲斯人愛君之誠可見矣 유감이작시가개즉차일곡사인애군지성가견의
느낌 있어 이 노래를 지으니 무릇 이 한곡으로 이 사람의 임금 사랑하는 참마음을 볼 수 있다
17
千萬里 머나먼 길에 고은님 여희    천만리 머나먼 길 고운님 여의옵고
음 둘듸 업서 냇에 안자이다       내 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앉았으니
져물도 내 안 도다 우러 밤길 녜놋다  저 물도 내 맘 같아서 울며 밤길 가구나
 
聾岩 漁父歌 농암 어부가 이현보(1467~1555)
李賢輔 字棐仲 號聾岩 燕山朝登第 官至判中 이현보 자비중 호롱암 연산조등제 관지판중
이현보 자는 비중 호는 농암 연산군 때 과거에 올라 벼슬이 판중추에 이르다
18
이즁에 시름업스니 漁父生涯로다  이 속에 시름없어 어부의 삶이러니
一葉扁舟萬頃波여두고           한 조각 얕은 배를 너른 바다 띄워놓고
人世다 니젯거니 날가줄을안가  세상을 다 잊었거니 날 가는 줄 아는지
19
구버千尋綠水 도라보니 萬疊靑山   굽어봐 천길 녹수 돌아보니 만 겹 청산
十丈 紅塵이 언매나              열 길의 붉은 티끌 얼마나 가렸는지
江湖月白거든 더옥 無心 얘라  강호에 달 훤하거든 더욱 마음 없어라
20
靑荷에 밥을綠柳에 고기     푸른 연잎 밥을 싸고 푸른 버들 고기 꿰어
蘆荻 花叢매야 두고                 갈대밭 꽃떨기에 배라야 매어두고
一般 淸意味이 아실고     두루 한 맑은 멋 맛을 어느 분이 알 런지
 
21
山頭閑雲水中白鷗  산마루 구름 일어 갈매기 물속 날아
無心多情니 이 두 거시로다                맘 없이 정겨우니 이 둘의 것이어라
一生애 시을 닛고 너조차 노로리라      한 삶에 시름을 잊고 너를 좇아 놀리라
22
長安을 도라보니 北闕千里로다            서울을 돌아보니 대궐이 천리여라
漁舟에 누어신들 니즌 스치 이시랴           고깃배에 누웠던들 잊을 틈이 있을까
두어라 내 시름 아니라 濟世賢이 업스랴   두어라 내 시름 아냐 어진이야 없을까
 
右漁父歌兩篇 不知何人所作 余自退老田間 우어부가양편 부지하인소작 여자퇴로전간
여기 어부가 두 편은 누가 지은 것인지 모른다 내가 늙어 시골로 스스로 물러나
心閑無事 裒集古人觴詠間 可歌詩文若干首 심한무사 부집고인상영간 가가시문약간수
마음 느긋해 일이 없어 옛사람이 술잔을 들며 읊조리던 가운데 노래할만한 시문 몇몇 수를 모아
敎閱婢僕 時時聽而消遣 兒孫輩 교열비복 시시청이소견 아손배
종들을 가르치고 살펴서 때때로 듣고 흘려보내다가 우리 아이 손자들이
晩得此歌而來示 余觀其詞語閑適 意味深遠 만득차가이래시 여관기사어한적 의미심원
늦게야 이 노래를 얻어와 보여줘 내가 그 노랫말을 살펴보니 말이 느긋하고 뜻이 깊고 멀어
唫咏之餘 使人有脫略功名 금영지여 사인유탈략공명
속으로 읊는 나머지 사람으로 하여금 공 이뤄 이름 냄으로부터 벗어나
飄飄遐擧塵外之意 得此之後 표표하거진외지의 득차지후
휘돌아 날리는 세상티끌 밖으로 멀리 벗어나게 하는 뜻이 있었다 이것을 얻은 뒤로는
盡棄其前所玩悅歌詞而專意于此 手自謄冊 진기기전소완열가사이전의우차 수자등책
그 앞에 즐겨 기뻤던 노랫말들을 모두 버리고 오로지 여기에 뜻을 두니 손수 책을 베껴
花朝月夕 把酒呼朋 使詠於汾江小艇之上 화조월석 파주호붕 사영어분강소정지상
꽃핀 아침 달뜬 저녁 술병 들고 벗을 불러 시켜 분강의 조그만 배에서 노래하게 하니
興味尤眞 亹亹忘倦 第以語多不倫 或重疊 흥미우진 미미망권 제이어다불륜 혹중첩
맛 일어 더욱 참해 힘쓰니 따분함을 잊었다 말을 매겨나감에 반듯하지 않음이 많고 어쩌다 겹치니
必其傳寫之訛 此非聖賢經據之文 필기전사지와 차비성현경거지문
반드시 옮겨 베낌에 틀어짐이다 이것은 성현의 밝힘에 바탕 둔 글이 아니라
妄加撰改一篇十二章 去三爲九 作長歌而詠焉 망가찬개일편십이장 거삼위구 작장가이영언
거짓에 덧대 씀이니 한 편 열두 장을 셋 덜어 아홉 장으로 고쳐 긴 노래로 지어 읊고
一篇十章 約作短歌五闋爲葉而唱之 일편십장 약작단가오결위엽이창지
한 편 열 장은 묶어 단가 다섯으로 지어 엽으로 삼아 부르니
合成一部 新曲 非徒刪改 添補處亦多 합성일부 신곡 비도산개 첨보처역다
보태어 한 부의 새 가락을 이루었다 한갓 깎아내 고침만이 아니라 덧대 기운 곳이 또한 많아
然亦各因舊文本意而增損之 名曰聾岩野錄 연역각인구문본의이증손지 명왈농암야록
그 또한 따로 옛글의 원래 뜻에 따라 더하고 덜어짐이라 이름 해 일러 농암야록이다
覽者 幸勿以僣越咎我也 람자 행물이참월구아야
보는 이는 멋대로 함이 넘친다며 나를 허물하지 말았으면 싶다
時嘉靖己酉夏六月流頭後三日 시가정기유하육월류두후삼일
때는 가정 기유(1549) 여름 유월 유두 뒤로 사흗날(6.18)
雪鬢翁聾岩主人 書于汾江漁艇之舷 설빈옹농암주인 서우분강어정지현
귀밑머리 하얀 늙은이 귀머거리 바위 임자가 분강의 뱃전에서 쓴다 농암 이현보(1467~1555)
 
所傳漁父詞 集古人漁父之詠 소전어부사 집고인어부지영
알려져 오는 어부사는 옛사람이 고기잡이 노래 읊음을 모으고
間綴以俗語而爲之長言者 凡十二章 간철이속어이위지장언자 범십이장
사이에 세상말로 꿰어 긴 말로 만든 것으로 무릇 열두 장이다
而作者名姓無聞焉 往者 安東府 有老妓 이작자명성무문언 왕자 안동부 유노기
지은이 이름 성은 들을 수 없다 지난 날 안동부에 늙은 기생이 있어
能唱此詞 叔父松齋先生 時召此妓使歌之 능창차사 숙부송재선생 시소차기사가지
이 노래를 잘 불렀다 작은아버지 송재 선생이 그때 이 기생을 불러 노래 부르게 해
以助壽席之歡 滉 時尙小 心竊喜之 이조수석지환 황 시상소 심절희지
잔치자리의 기쁨을 돋우었다 나는 그때 아직 어렸어도 마음 슬쩍 좋아하여
錄得其槪而猶恨其未爲全調也 록득기개이유한기미위전조야
그 얼개를 적어두었으나 오히려 그 모든 노래를 다 적지 않음이 미웠다
厥後存沒推遷 舊聲杳不可追而身墮紅塵 궐후존몰추천 구성묘불가추이신타홍진
그런 뒤 빠져 살며 때 흘러 옛 소리 아득해 쫓을 길 없었고 몸은 티끌 세상에 떨어져
益遠於江湖之樂則 思欲更聞此詞 익원어강호지락즉 사욕갱문차사
강호의 즐김에서 더욱 멀어짐에 생각하니 다시 이 노래를 들어
以寓興而忘憂也 在京師遊蓮亭 이우흥이망우야 재경사유연정
흥을 부쳐 시름을 잊으려 서울에 있을 때 연정에 놀러 가면
常編問而歷訪之 雖老伶韻倡 莫有能解此詞者 상편문이력방지 수노령운창 막유능해차사자
늘 두루 묻고 거쳐 찾아보았는데 비록 늙은 악공 노래하는 기생에 이 노래를 알아 하는 이 없었다
以是知其好之者鮮矣 頃歲有密陽朴浚者 이시지기호지자선의 경세유밀양박준자
이로서 그 좋아하는 이 드문 것을 알았다 요 몇 해 밀양 사는 박준이란 이가 있어
名知衆音 凡係東方之樂 或雅或俗 靡不裒集 명지중음 범계동방지악 혹아혹속 미불부집
많은 소리를 안다고 이름나 무릇 우리 음악에 걸리면 아악이건 속악이건 모아 모이지 않음이 없이
爲一部書 刊行于世 此詞 與霜花店諸曲 위일부서 刊行于世 차사 여상화점제곡
한 묶음의 책으로 세상에 펴냈는데 이 노래는 쌍화점과 더불어 여러 가락과 함께
混載其中然 人之聽之於彼則 手舞足蹈 혼재기중연 인지청지어피즉 수무족도
그 속에 섞여 실려 그렇게 사람이 저래 들어보면 손이 너울 춤을 추며 발이 덩실 춤을 춤이라
於此則倦而思睡者 何哉 非其人 固不知其音 어차즉권이사수자 하재 비기인 고부지기음
이러함에 따분해 졸려 옴은 무엇인가 그 사람이 아니면 참으로 그 소리를 알지 못함이니
又焉知其樂乎 惟我聾岩李先生 年踰七十 우언지기악호 유아농암이선생 년유칠십
또 어찌 그 음악을 알 텐가 오직 우리 농암 이선생께서 나이 일흔을 넘어
卽投紱高厲 退閑於汾水之曲 屢召不起 즉투불고려 퇴한어분수지곡 루소불기
벼슬을 놓고 높이 나아가 분수의 물굽이에 느긋이 물러나 여러 차례 불러 일어서지 않았다
等富貴於浮雲 寄雅懷於物外 常以小舟短棹 등부귀어부운 기아회어물외 상이소주단도
부귀를 뜬 구름과 같게 여겨 멋진 품음을 세상 밖에 부쳐 늘 작은 배 짧은 노로
嘯傲於煙波之裏 徘徊於釣石之上 狎鷗而忘機 소오어연파지리 배회어조석지상 압구이망기
안개 물결 속에 휘파람 불어재끼며 낚싯돌 위에 거닐어 어정대 갈매기 벗하여 속세 틀을 잊었으며
觀魚而知樂則 其於江湖之樂 可謂得其眞矣 관어이지락즉 기어강호지락 가위득기진의
물고기 보면서 즐거움을 알았음에 강호의 즐거움에 그 참됨을 얻었다 할 수 있다
佐郞黃君仲擧 於先生親且厚矣 좌랑황군중거 어선생친차후의
좌랑 황중거는 선생과 가까이하며 또 두터웠다
嘗於朴浚書中 取此詞 상어박준서중 취차사
일찍이 박준의 책 가운데서 이 노랫말을 얻고
又得短歌之爲漁父作者十闋 並以爲献 우득단가지위어부작자십결 병이위헌
또 단가로 된 어부가 지은 것 열 수를 얻어 아울러 선생께 바치게 되니
先生得而玩之 喜愜其素尙而猶病其未免冗長也 선생득이완지희협기소상이유병기미면용장야
선생은 얻어 즐기면서 그 깔끔함 높임이 퍽 기뻤으나 오히려 쓸데없이 늘임 못 벗음을 흠이라며
於是 刪改補撰 約十二爲九 約十爲五 어시 산개보찬 약십이위구 약십위오
이에 깎아내 바꾸어 기워 지으니 열두 장이 아홉 장으로 줄게 되고 열 수가 다섯 수로 줄어
而付之侍兒 習而歌之 每遇佳賓好景 이부지시아 습이가지 매우가빈호경
따르는 아이에게 주어 익혀서 노래해 귀한 손님과 좋은 경치를 만날 때마다
憑水檻而弄煙艇 必使數兒並喉而唱詠 빙수함이롱연정 필사수아병후이창영
난간에 기대 안개에 배를 놀려 꼭 시키니 여러 아이들 목청 아울러 노래 부르게 해
聯袂而蹁躚 傍人望之若神仙人焉 연몌이편선 방인망지약신선인언
손 이어 잡고 너울 춤추니 곁에 한 사람 바라보면 마치 신선사람이었다
噫 先生之於此 旣得其眞樂 宜好其眞聲 희 선생지어차 기득기진락 의호기진성
아 선생은 여기에서 이미 그 참된 즐거움을 얻었으니 마땅히 그 참된 소리를 좋아함이라
豈若世俗之人 悅鄭衛而增淫 기약세속지인 열정위이증음
어찌 세상 사람들과 같이 정위의 음악을 즐겨 어긋남을 돋우고
聞玉樹而蕩志者比耶 先生 常手寫此本 문옥수이탕지자비야 선생 상수사차본
옥수를 들어 설쳐대는 뜻함에 견줄 것이랴 선생께서 늘 이 책을 손수 베끼시고
不辱下示 且責以跋語 滉 身効轅駒 불욕하시 차책이발어 황 신효원구
아니 수고스럽게 내려 보여주며 앞으로 발문을 달게 하셨다 나는 몸이 끌채 맨 망아지 꼴이며
盟寒沙鳥 何敢語江湖之樂 論魚釣之事乎 맹한사조 하감어강호지락 론어조지사호
다짐이 갈매기 차가움이니 어찌 함부로 강호의 즐거움을 말하며 물고기 낚는 일을 따지겠는가
辭之至再而命之不置 不獲已 사지지재이명지불치 불획이
물리기를 거듭 다하였으나 내림을 거두지 않으시니 어찌 못해
謹書所感於其尾 以塞勤命之萬一 東坡所譏 근서소감어기미 이색근명지만일 동파소기
삼가 그 끝에 느낀 바를 써서 시켜 내린 말씀의 만에 하나라도 메울 따름이다 소동파가 나무란바
以朝市眷戀之徒而山林獨往之語滉之謂矣 이조시권연지도이산림독왕지어황지위의
조정 저자에 돌아다봐 그리는 무리로서 산 숲에 홀로 간다는 말은 나를 일컬음이라
是歲臈月旣望 豊基守李滉 拜手敬書于郡齋 시세랍월기망 풍기수이황 배수경서우군재
이 해(1549) 섣달(12) 16일 풍기 군수 이황은 관아에서 절하고 받들어 쓴다
이황(1501~1570)
 
花潭 화담 서경덕(1489~1546)
徐敬德 字可久 號花潭 中廟朝授職 諡文康 서경덕 자가구 호화담 중묘조수직 시문강
서경덕 자는 가구 호는 화담 중종 때 관직을 받았다 시호는 문강이다
23
음이 어린 일이 다 어리다    마음이 어리석어 하는 일 다 어리석다
萬重雲山에 어님 오리마                  겹겹의 구름 산에 어느 님 올까마는
닙 부 람에 혀 긘가 노라       지는 잎 부는 바람에 행여 맞나 했구나
 
頤菴 이암 송인(1517~1584)
宋寅 字明仲 號頤菴 中朝駙馬礪城尉 송인 자명중 호이암 중조부마려성위
송인 자는 명중 호는 이암 중종의 부마 여성위이다
治禮學善書法 謚文端 치예학선서법 익문단
예학에 밝고 서법에 뛰어났다 시호는 문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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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셩져셩니 이론일이 무스일고           이래저래 하였더니 이룬 일이 무엇일까
흐롱하롱歲月去矣로다              흐롱하롱 하며가니 세월이 다 갔구나
두어라 已矣已矣여니 아니놀고 어이리  두어라 이미 벌써 러니 아니 놀고 어쩌리
25
 셜흔날에 을 아니노핫노라          한 달에 서른 날에 잔을 아니 놓았어라
도 아니들고 입덧도 아니난다          팔앓이 아니 들고 입덧도 아니 난다
每日업슨 덧으란 지말미 엇더리  날마다 아픔 없는 때란 깨지 말면 어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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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른 말 卽時닛고 본 일도 못 본드시       들은 말 바로 잊고 본 일도 못 본 듯이
人事이러홈애 是非 모를로다  내 일이 이러함에 남의 시비 모르리다
다만지 손이 셩잡기만 노라       오로지 손이 성하니 잔 잡기만 함이라
 
退溪 陶山六曲 퇴계 도산육곡 이황(1501~1570)
李滉 字景浩 號退溪 中宗朝登第 選湖堂 이황 자경호 호퇴계 중종조등제 선호당
이황 자는 경호 호는 퇴계 중종 때 과거에 올라 독서당에 뽑히며
典文衡 官至賛成 理學爲東方之宗 謚文純 전문형 관지찬성 이학위동방지종 익문순
문형을 맡았고 벼슬이 찬성에 이르며 성리학에 동방의 으뜸으로 시호는 문순이다
前六曲 앞에 여섯 곡 言志
27
이런들 엇더며 져런들 엇더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랴
草野愚生이 이러타 엇더           시골 들 어리숙 이 이렇다 어떠하랴
믈며 泉石膏肓을 고쳐 므슴    하물며 묻혀 묵힌 병 고쳐 무엇 하리까
28
烟霞로 집을 삼고 風月로 벗을 사마   안개노을 집을 삼고 바람 달 벗을 삼아
太平聖代으로 늘거가뇌             태평한 성인시대 병으로 늙어가네
이즁에 일은 허믈이나 업고쟈  이런 속 바라는 일은 허물이나 없기를
29
淳風이 죽다眞實로 거즛말이    맑은 풍속 죽었다니 참으로 거짓말이
人性이 어지다眞實 올흔말이    사람성품 어질다니 참으로 옳은 말이
天下許多英才소겨 말슴    온 누리 많다는 영재를 속여 말씀 할 거나
30
幽蘭在谷自然이 듯디 죠희     그윽 난초 골짝 있어 그렇게 맡기 좋아
白雪在山自然이 보디 죠해     하얀 눈이 산에 있어 그렇게 보기 좋아
이즁에 彼美一人을 더옥 닛디 못  이 속에 저 고운 한사람 더욱 잊지 못하네
31
山前有臺臺下有水로다   산 앞에 대가 있고 대 아래 물 있구나
만흔 며기오명가명 거든         떼 지은 갈매기는 오면가면 해왔는데
엇더타 皎皎白駒멀리     어쩌다 하얀 망아지는 멀리 마음 두는가
32
春風花滿山秋夜月滿臺   봄바람에 산 가득 꽃 가을밤에 대 가득 달
四時佳興이 사과 한가지라              네 철에 멋진 흥이 사람과 한가지라
믈며 魚躍鳶飛 雲影天光이야          하물며 고기 뜀 솔개 낢 구름그늘 하늘빛에
그지 이시리                              어찌 끝이 있으리
其二 後六曲 그 두 번째 뒤에 여섯 곡 言學
33
天雲臺 도라드러 玩樂齋 蕭灑    천운대 돌아들어 완락재 씻겨 산뜻
萬卷 生涯樂事無窮얘라       많은 책 삶을 살아 즐길 일 끝 없어라
이즁에 往來 風流닐러 므슴   이 속에 오가는 풍류를 일러 무엇 할거나
34
雷霆破山여도 聾者못 듯   우레천둥 산을 깨도 귀머거리 못 듣느니
白日中天하야도 瞽者못 보  한낮 해 높이 떠도 소경은 못 보느니
우리耳目聰明男子                     우리는 귀 밝고 눈 밝은 사내로
聾瞽지 마로리                               귀 눈 멀지 말아야
35
古人도 날 못보고 나도 古人 못 뵈        옛사람 날 못 보고 옛사람 나도 못 봬
古人을 못 봐도 녀길 알픠 잇         옛사람 못 보아도 가던 길 앞에 있네
길 알픠 잇거든 아니 녀고 엇졀고  가던 길 앞에 있는데 아니 가고 어쩌나
36
當時에 녀길흘 몃 려두고        그때에 가던 길을 몇 해를 버려두고
어듸 가 니다가 이제야 도라온고      어딜 가 다니다가 이제야 돌아왔나
이제야 도라오나니 년듸 음 마로리  이제야 돌아오느니 딴 데 마음 먹지마
37
靑山은 엇졔萬古에 프르르며        푸른 산 어찌하여 먼 오래 푸르르며
流水엇졔晝夜애 긋지아니  흐르는 물 어찌하여 밤낮을 안 그치나
우리도 그치지마라 萬古常靑 리라    우리도 그치지 말아 먼 오래 늘 푸르리
38
愚夫도 알며거니 긔아니 쉬온가         우부도 알며 하니 그 아니 쉬운 건가
聖人도 못다시니 긔아니 어려온가     성인도 못 다하니 그 아니 어려운가
쉽거나 어렵거나즁에 늙줄을 몰래라  쉽거나 어렵거나 간에 늙는 줄을 몰라라
 
右陶山十二曲者 陶山老人之所作也 우도산십이곡자 도산로인지소작야
여기 도산십이곡이란 도산노인(퇴계)이 지은 것이다
老人之作此何爲也哉 吾東方歌曲 노인지작차하위야재 오동방가곡
노인이 이를 지음은 무엇을 함이런가 우리 동방의 노랫가락은
大抵吾 多淫哇不足言 如翰林別曲之類 대저오 다음왜불족언 여한림별곡지류
얼추 어긋난 소리가 많아 말할 것이 넉넉지 않으니 한림별곡과 같은 무리는
出於文人之口 而矜豪放蕩 兼以褻慢戲狎 출어문인지구 이긍호방탕 겸이설만희압
글하는 이 입에서 나왔으나 한껏 뽐내 흐드러진데다 아울러 너저분히 놀려 찝쩍여
尤非君子所宜 尙惟近世 有李鼈六歌者 우비군자소의 상유근세 유이별륙가자
더욱 군자로 마땅한 바가 아니다 오직 생각해 가까운 때에 이별씨의 여섯 노래란 것이 있어
世所盛傳 猶爲彼善於此 亦惜乎其 세소성전 유위피선어차 역석호기
세상에 넘쳐 알려진바 오히려 저것이 이것보다 낫다고 해도 또한 안타까우니 그
有溫柔少 玩世不恭之意 而少溫柔敦厚之實也 유온유소 완세불공지의 이소온유돈후지실야
따뜻해 부드러움이 적다 세상 놀려 섬김 않는 뜻에 따뜻해 부드러움 적음이 두터움으로 채움이다
老人素不解音律而猶知厭聞世俗之樂 노인소불해음률이유지염문세속지악
노인은 바탕이 음률을 알아듣지 못하나 오히려 세상 널린 음악은 들어 싫은 줄은 알았다
閑居養疾之餘 凡有感於情性者 每發於詩 한거양질지여 범유감어정성자 매발어시
느긋이 살아 병을 돌보는 나머지 무릇 마음 바탕에 느낌 있음에 언제나 시로 피어났다
然今之詩 異於古之詩 可詠而不可歌也 연금지시 이어고지시 가영이불가가야
그러나 오늘의 시는 옛날의 시(악부)와 달라 읊을 수는 있으나 노래하지는 못함이라
如欲歌之 必綴以俚俗之語 盖國俗音節 여욕가지 필철이리속지어 개국속음절
어쩜 노래하려면 반드시 속어로 엮어야하니 무릇 나라풍속의 소리마디가
所不得不然也 故甞略倣李歌而作爲陶山六曲者 소부득불연야고상략방리가이작위도산륙곡자
그렇게 아니하지 못하는 바이다 그래서 일찍이 이별씨 노래를 슬쩍 본떠 도산육곡이라 지은 것이
二焉 其一言志 其二言學 欲使兒輩 이언 기일언지 기이언학 욕사아배
둘이니 그 첫째는 뜻을 말함이고 그 둘째는 배움을 말함이다 아이들을 시켜 하게끔
朝夕習而歌之 憑几而聽之 亦令兒輩 조석습이가지 빙궤이청지 역령아배
아침저녁으로 익혀 노래하여 자리에 기대어 들어 또한 아이들로 하여금
自歌而自舞蹈之 庶幾可以蕩滌鄙吝 자가이자무도지 서기가이탕척비린
절로 노래하고 절로 춤추니 거의 속 좁아 안달하는 마음을 깨끗이 씻어버리게 하여
感發融通而歌者與聽者 不能無交有益焉 감발융통이가자여청자 불능무교유익언
느낌 피어나 녹아 뚫리어 노래 부름과 듣는 것이 서로 얽힘이 없지 않게 해 보탬 됨이 있음이다
顧自以蹤跡頗乖若以等閑事 고자이종적파괴약이등한사
스스로 돌아보니 발자취 자못 어그러져 느긋한 일을 기다림 같아
或因以惹起鬧端 未可知也 혹인이야기료단 미가지야
어쩜 시끄러움 한쪽을 일으키는 까닭인지 아직 알지 못하고
又未信其以入腔調偕音節與未也 우미신기이입강조해음절여미야
또 아니 믿겨 그 가락에 들어 소리마디 함께 하는지 아닌지 해서
姑寫一件藏之篋笥 時取玩以自省 고사일건장지협사 시취완이자성
되는대로 한 부를 베껴 궤짝에 넣어두고 때때로 가져다 놀면서 스스로 살피며
又以待他日覽者之去取云爾 우이대타일람자지거취운이
또 다른 날에 살펴보는 이의 버리고 가려 뽑음을 기다림이다
嘉靖四十四年 歲乙丑 暯春旣望山老書 가정사십사년 세을축 막춘기망산로서
가정44년 해는 을축(1565) 늦봄(3) 16일 도산노인이 쓰다 이황(1501~1570)
 
松江 송강 정철(1536~1593)
鄭澈 字季涵 號松江 明宗朝登魁第 選湖堂 정철 자계함 호송강 명종조등괴제 선호당
정철 자는 계함 호는 송강 명종 때 장원 급제하여 독서당에 뽑히며
官至左相 寅城府院君 謚文淸 관지좌상 인성부원군 익문청
벼슬이 좌의정에 이르고 인성부원군으로 시호는 문청이다
宜祖甞曰 精忠節義 草木亦知 其名眞 의조상왈 정충절의 초목역지 기명진
선조가 일찍이 일러 알뜰한 충성 곧음에 풀 나무 또한 알아 그 이름 참되니
所謂 鵷班之鶚 殿上之虎 소위 원반지악 전상지호
이른바 원추 무리에서 물수리요 큰 집 위에 있는 범이다 했다
39
아바님 날 나흐시고 어마님 날 기르시니   아버님 날 낳으시고 어머님 날 기르시니
곳 아니면 이 몸이 사라시랴             두 분 곧 아니라면 이 몸이 살았으리
 恩德을 어듸다혀 갑올고         하늘같은 베푸신 덕을 어디다가 갚으리
40
아 아으야 네 져보아                    언니야 아우야 네 살을 만져보아
뉘손타낫관조차 트슨                뉘게서 태어났게 얼굴조차 같아서는
졋 먹고자라나시니 닷음을먹지마라  다한젖 먹고자랐으니 딴마음을먹지마라
41
님금과 百姓이 하히로되      임금과 백성사이 하늘과 땅이려니
내의 셜온 일을 다 아로려 시거든       나에게 설운 일을 다 알려고 하시거든
우린들 진미나리흔자어이 머그리   우린들 살찐 미나리를 혼자 어찌 먹으리
42
어버이 사라신제 셤길일란 다여라       어버이 살았을 때 섬길 일을 다하여라
지나간 면 애다 엇지              지나간 다음이면 애달파 어찌하리
平生에 곳쳐 못일이 잇분인가 노라   한 삶에 고쳐 못할 일이 이뿐인가 하느니
43
몸 둘헤 夫婦삼기실샤           한 몸을 둘로 나눠 부부를 만드심에
이신 제  늙고 주그면 대간다      살아선 함께 늙어 죽으면 같이 간다
어듸셔 망녕앳 거시 눈흘긔려    어디서 얼빠진 것이 눈 흘기려 하느냐
44
간나희 가길흘 나희 에도드시               아낙네 가는 길을 사나이 둘러가듯
나희 녜길흘 계집이 츼도드시              사나이 예는 길을 계집이 비껴서듯
제남진 제계집 아니여든 일홈뭇지 마로려  제남편 제계집아니람 이름 묻지 말구려
45
네 아들 孝經니 어드록     네 아들 효경 읽기 얼마나 배웠느냐
내 아들 小學은 모릐면 츨로다         내 아들 소학 책은 모래면 마칠 거다
제 이두글 화 어질거든 보려뇨  어느 때 이 두 글 배워 어질게 돼 보려나
46
을 사람들아 올흔 일 쟈스라          마을에 사람들아 옳은 일 하자꾸나
이 되야나셔 올치 옷 못면은       사람이 되어나서 옳지도 못하다면
갓 곳갈 워 밥머기나 다르랴   마소에 갓 고깔 씌워 밥 먹기와 다르랴
47
목 쥐시거든 두 손으로 바치리라      팔목을 쥐시거든 두 손으로 받잡으리
나갈듸 계시거든 막대 들고 조츠리라  나갈 데 계시거든 지팡이 껴 좇으리라
鄕飮酒 에 뫼셔 가려 노라  술자리 다 마친 다음 모셔가려 하느니
48
으로 삼긴 즁에 벗有信          남으로 난 가운데 벗같이 미더우랴
내의 왼 일을 다 니려 노매라              내가 한 그른 일을 다 이르려 하는구나
이몸이 벗님 곳아니면 사되미 쉬올가  이 몸이 벗님 아니라면 사람됨이 쉬울까
49
어와 져 族下야 밥 업시 엇지         어와 저 조카애야 밥 없이 어찌할까
어와 져 아자바 옷 업시 엇지         어와 저 아재비야 옷 없이 어찌할까
머흔 일 다 닐러스라 돌보고쟈 노라  몹쓸 일 다 일러주랴 돌봐주려 하느니
50
네 집 喪事들은 어도록 ᄎᆞᆯ호슨다  너희 집 초상난 일 어떻게 치르는가
書房은 언제나 마치슨다           너네 딸 사위들임 언제나 맞이하나
내게도 업다커니와 돌보고져 노라    내게도 없다나마나 돌봐주려 하느니
51
도 다새거다 호뫼 메오 가쟈스라   오늘도 다 새었다 호미 메고 가자꾸나
내논 다 여든 네논 졈 야주마         내 논을 다 매거든 너희 논 좀 매주마
올 길헤 다가 누에 머켜 보쟈스라  오는 길 뽕잎 따다가 누에 먹여 보잔다
52
비록 못 니버도 의 오슬 앗지마라         비록이 못 입어도 남의 옷 뺐진 마라
비록 못 머거도 의밥을 비지마라          비록이 못 먹어도 남의 밥 빌진 마라
적곳 면 고쳐싯기 어려우니  한번만 때 묻힌 뒤라도 다시 씻기 어려워
53
雙六將碁 지마라 訟事글월지마라   쌍육놀이 하지마라 다툼 따짐 하지마라
집배야 무슴하며 怨讐 될줄엇지        집안 깨 무엇 하며 남의 미움 될 줄 어찌
나라히 을셰오샤 줄을 모로  나라가 법을 세워도 허물 낀 줄 모른다
54
이고진 져 늘그니 짐푸러 날을주오     이고 진 저 늙은이 짐 풀어 내게 주오
져멋거니 돌히라 무거올가          나는야 젊었거니 돌이라 무거울까
늙기도 셜웨라커든 짐을조차 지실가   늙기도 서럽다할세 짐을 마저 지실까
右十六載見警民編 우 십륙재 견 경민편
55
江原道 百姓들아 兄弟訟事 마라스라     강원도 백성들아 형제다툼 따짐 마라
 엇기에 쉽거니와                 종 따위 밭 쪼가리 얻기에 쉽거니와
어대가 또 어들거시라 흘긧할긧   어디가 또 얻을 거라 흘깃흘깃 하는가
56
남진죽고 우눈물 두 졋에 리흘러   남편 죽고 우는 눈물 두 젖에 흘러내려
졋마시 子息은 보채거든       젖 맛이 짜다하고 아이는 보채거든
져놈아 어안흐로 계집되라     저놈아 어떤 맘으로 아내 되라 하느냐
57
光化門 드리內兵曹 上直房         광화문 들어달려 궁 군사 지킨 방에
롯밤 다섯에 스믈석소릐       하룻밤 다섯째 밤 스물셋 징친 소리
그덧에 陳跡이되도 다 이론듯 하여라  그런새 가버린자취 다 꿈이런 듯 하여라
58
蓬萊山 님계신듸 五更친 나믄소릐      봉래산 님 계신 데 오경 쳐 남긴 소리
너머 구롬지나 客窓에 들리      성 너머 구름 지나 나그네 방 들려온다
江南려옷가면 그립거든 엇지리   강남에 내려가 놓고 그리우면 어쩌리
59
믈 데온물이 고기도곤 마시이셰      쓴 나물 데친 물이 고기보다 맛이 있어
草屋 조븐줄이 긔더욱 내이라           초가집 좁은 줄도 그 더욱 내 몫이라
다만당 님그린타스로 시름계워 노라  다만 내 님 그린 탓으로 시름겨워 하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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劉伶은 언제사적의 高士로다   유령은 언제 사람 진나라 높은 선비
季涵은 긔뉘런고 當代狂生이라        계함은 그 누군가 요즈음 미친 서생
두어라 高士狂生을 무러 무슴         두어라 높은선비 미친이 물어무엇 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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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바이 집사아 이셰간 엇지살리          이봐요 집사람아 이 살림 어찌 살리
솟벼 다리고 죡박귀 다업괴야             솥가지 다 달리고 쪽박도 다 없구나
믈며 기울계대니거든 누를밋고 살리   하물며 기울 겨 모자라 누굴 믿고 살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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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계 대니거든나 죡바귀 업거니  기울 겨 모자라나 쪽박 따위 없기따나
비록 이 셰간 板蕩 만졍                        비록 이 살림살이 말짱 다 씻길망정
고온님 괴기옷 괴면 그를 밋고 살리         고운님 아껴 아끼면 그를 믿고 살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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므스일 이루리라 十年지이 너를 조차    무슨 일 이루리라 열 해를 너를 좇아
일 업시셔 외다 마다            내 한일 없이해서 글러 싫다 하는 이
이제야 絶交篇지여 餞送되 엇더리      이제야 끊는단 글로 나눠 보내 어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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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나 일우려면 처엄에 사괴실가      일이나 일으키면 처음에 사귀실까
보면 반기실싀 나도조차           만나면 반기실세 나도 좇아 다니더니
眞實로 외다옷시면 마신들 아니랴   참으로 그르다하시면 마라한들 않으랴
65
내말 고쳐드러 너 업스면 못살려니     내 말을 새겨들어 너 없으면 못 살려니
머흔일 구즌일 널로여 다 닛거든      나쁜 일 궂은일에 너 때문에 다 잊거든
이제야 괴려여 녯밧 말고 엇지리   이제야 남 좋다하여 옛님 말고 어쩌리
66
一定 百年산들 긔 아니 草草       한 팔자 백년 산들 그 아니 쏠려 눕나
草草浮生이 므스 일        풀풀한 떠도는 삶 무슨 일 하려하여
내자바  을 덜머그려   내 잡아 마시잔 잔을 덜 먹으려 하느니
67
예셔 애를 드러 두세번만 부츠며   여기서 나래 들어 두어 번만 퍼덕이면
逢箂山 第一峯에 고온님 보련마      봉래산 맨 꼭대기 고운 님 보련마는
다가 못 일은 닐러 므슴       하다가 못하는 일은 일러 무엇 하리까
68
이몸 허러내여 낸물에 오고져             이내몸 헐어내어 냇물에 띄우고자
이물이 우러녜여 漢江여흘 되다      이 물이 울어 흘러 한강여울 된다하면
그제야 님그린 내이 헐법도 잇  그제야 님 그린 내 병 나아질리 있느니
69
음 버혀내여 뎌글고져         내 마음 베어내어 저 달을 만들고자
九萬里 長天에 번드시 걸려이셔          구만리 먼 하늘에 번듯하게 걸려있어
고온님 계신 고가 비최여나 보리라  고운 님 계신 곳 가서 비추어나 보리라
70
興亡업스니 帶方城秋草로다  흥망은 셀 수 없어 대방성이 가을풀밭
나 모론 지난일난 牧笛에 부쳐부고        내 모른 지난일은 들 피리에 부쳐 불고
이죠흔 太平烟花되 엇더라       이 좋은 태평한 꽃에 한 잔하되 어떠랴
71
申君望 校理적의 내 마修撰으로     신군망 교리일 때 내 마침 수찬으로
上下番 초와 勤政門 밧기러니         위아래 갖추어서 근정문 밖이러니
고온님 튼 양눈에암암 여라   고운님 옥 같은 얼굴 눈에 아련하여라
辛應時(15321585) 君望
72
南極 老人星息影亭에 비최여셔       남녘 끝 노인성이 식영정에 비치어서
滄海 桑田이 슬장 뒤눕도록               푸른 바다 뽕밭 됨이 실컷 돌아 바뀌도록
가지록 새빗츨 내여 그믈뉘를 모론다   갈수록 새 빛을 내어 저물 때를 모른다
73
우희 셧느틔 몃          대 위에 섰는 느티 몇 해나 자랐는가
지여 난 휘추리 저치 늙도록애       씨 흩여 난 회초리 저 같이 늙도록
그제야  부어 다시獻壽 하리라   그제야 또 한잔 부어 다시 잔을 바치리
74
靑天 구룸 밧긔 노피 이러니            푸른 하늘 구름 밖에 높이 뜬 학이러니
人間이 죠냐 므스므라 려온다           세상이 좋다더냐 무슨 뭐라 내려오나
쟝짓치 다러지도록 라갈줄 모로  긴 깃털 다떨어지도록 날아갈 줄 모르나
75
거문고 大絃을치니 음이 다눅    거문고 큰 줄 울려 마음이 다 눅더니
子絃羽調올라 漠漠調 쇠온말이      가는 줄에 우조 올라 막막조 높이더니
셟기젼혀 아니되 離別엇지 리오   서럽기 전혀 아닌데 헤져 어찌 하리오
76
짓치 다지게야 고쳐드러          긴 깃털 다 떨치게 나래를 고쳐들어
靑天 구룸 속에 소솝 올은말이           푸른 하늘 구름 속에 솟구쳐 떠오르니
싀훤코 훤츨世界다시보고 말와라  시원해 훤칠한 세계를 다시보고 말리라
77
新院 院主되여 녈손님을 지내    새 원에 임자 되어 길가는 손 지내봄에
가거니 오거니 人事도 하도할샤         가거니 오거니 해 말 나눔도 많고 많다
안가셔 보노라니 슈고로와 노라    앉아서 보느라하니 수고로워 하여라
78
新院 院主되여 되롱삿갓 메오 이고  새 원에 임자 되어 도롱이 갓 메고 쓰고
細雨 斜風一竿竹 빗기드러             가랑비 기웃 바람 한 장대 비껴들어
紅蓼花 白蘋洲渚에 오명가명 노라   여뀌 꽃 흰 마름 물가에 오며가며 하여라
79
新院 院主되여 柴扉고쳐 닷고             새 원에 임자 되어 사립문 다독 닫고
流水 靑山을 벗사마 더졋노라                    흐르는물 푸른 산을 벗 삼아 던졌느니
碧蹄에손이라커든 날나가다 고려  아이야 벽제손이거든 내나갔다 해다오
80
長沙王 賈太傅 혜건대 우읍괴야             장사왕 가태부를 헤어보니 우습구나
대되 근심을 제 혼자 맛다 이셔            남 하는 시름일랑 제 혼자 맡아 있어
긴 한숨 눈물도커든 에에줄 엇제오   긴 한숨 눈물도 많아 어이어이 어쩌나
81
내 양 만못줄 나도잠간 알건마  내 얼굴 남만 못해 나도 잠깐 알건마는
臙脂려잇고 ᄯᆡ도 아니 미  연지도 내버리고 분도먹도 아니발라 粉黛
이러코 괴실가 은 젼혀 아니 먹노라  이러고 사랑하실 뜻 전혀 아니 먹느니
82
나모도 이드니 亭子라도 쉬리업다   나무도 병이 드니 정자라도 쉴 이 없다
豪華히 셔신 제오리 가리 다쉬더니     우거져 섰을 때는 올이 갈이 다 쉬더니
닙지고 柯枝 져즌니 새도 아니온다  잎 지고 가지 진 뒤니 새도 아니 머문다
83
어화 버힐시고 落落長松 버힐시고               어허라 베어내네 높이 큰 솔 베어내네
져근덧 두던들 棟梁材 되리러니                  조금 더 두었던들 마루들보 되리려니
어즈버 明堂이기울거든 무서스로바치려뇨  어줍어 대궐집 기울면 무엇으로 받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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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書堂 白玉杯十年만에 고쳐보니   홍문관 흰 옥잔을 열해 만에 다시 보니
고 흰 빗츤 녜 온 듯 다마           말갛고 하얀 빛은 옛날인 듯 하다마는
엇더타 사음은 朝夕變   어떻게 사람 마음은 아침저녁 바뀌나
85
재너머 成勸農집의 술닉단말 어제듯고    재 너머 성권농댁 술 익단 말 어제 듣고
누은쇼 발로 박차 언치노하 지즐       누운 소 발로 박차 언치 놓아 앉아타고
야 네勸農계시냐 鄭座首왓다 뢰라  아이야 네권농계시냐 정좌수왔다 일러라
86
어화 棟梁材져리여 어이             어허라 마루들보 저리해 어이하나
더 기운집의 議論도 하도 할샤          헐어 뜯어 기운 집에 말들도 많고 많다
뭇지위 고자만들고 헵다가 말년   뭇 목수 먹통자만 들고 헤매돌다 말려나
87
風波에 일니  어드러로 가닷말고       바람물결 일렁인 배 어디로 간단 말이
구룸이 머흘거든 처엄에 날줄 엇지         구름이 몰리거든 처음에 날줄 어찌
허술 가진  모다조심 시소     허술한 배 가진 사람은 모두 조심하시오
88
져긔셧져 소나모 셤도셜샤 길에 가   저기 선 저 소나무 서도 섰나 길가에가
져녀마 드리혀져 굴헝에 셔고라쟈          저나마 들여 서서 구렁에 서라하지
듸고 도츼멘  다 지그려       새끼뗘 도끼멘 사람은 다찍으려 하느니
 
右松江相國鄭文淸公之所著也 公詩詞淸新警拔 우송강상국정문청공지소저야공시사청신경발
여기는 송강 상국 정문청공이 지은바이다 공의 시와 사는 맑고 산뜻하여 놀랍게 빼어나서
固膾炙人口而歌曲尤妙絶今古 長篇短什 고회자인구이가곡우묘절금고 장편단십
참으로 사람 입에 오르내렸으며 노랫가락은 더욱 야릇해 옛 이제에 뛰어나 긴 것이나 짧은 것이
無不盛傳 雖屈平之楚騷子瞻之詞賦殆無以過之 무불성전수굴평지초소자첨지사부태무이과지
채워 알리지 않음이 없었다 비록 굴원의 이소와 소자첨의 사부라도 거의 이를 넘어섬이 없음이다
每聽其引喉高詠 聲韻淸楚 音旨超忽 매청기인후고영 성운청초 음지초홀
언제나 목을 뽑아 그 높은 읊음을 들으면 소리울림 맑고 깨끗해 소리 맛 문득 뛰어넘음이라
不覺其飄飄乎如憑虛面御風 羽化而登仙 불각기표표호여빙허면어풍 우화이등선
아니 깨달아 그 휘날림이 하늘에 기댐처럼 바람을 타고 맞아 날개 돋쳐 선계에 오름이라
至其愛君憂國之誠則 亦且藹然於辭語之表 지기애군우국지성즉 역차애연어사어지표
그 임금을 아끼고 나라를 걱정하는 정성에 이르면 또한 주렁주렁 노랫말에 나타나
至使人感愴而興歎焉 苛非出天忠義 지사인감창이흥탄언 가비출천충의
사람으로 하여금 슬픔 느껴 한숨 자아내게 함에 이르니 낱낱이 하늘서 나온 충의에
間世風流 其孰能與於此 간세풍류 기숙능여어차
세상에 끼인 풍류라며 그 누가 이에 더불어 하지 않겠는가
噫 公以耿介之性 正直之行 而適會黨議大興 희 공이경개지성 정직지행 이적회당의대흥
아 공은 빛나 굳은 바탕과 바르고 곧은 행함으로 만나 모여 무리 꾀함이 크게 일어나
讒構肆行 上而得罪於君父 下以見嫉於同朝 참구사행 상이득죄어군부 하이견질어동조
일러 얽어 설쳐 다님이 위로는 임금께 죄를 얻고 아래로는 같은 조정에서 시샘함을 보이며
流離竄謫 幾死幸全而其所詬罵 류리찬적 기사행전이기소후매
흘려 떨어져 숨어 쫓겨나 거의 죽다가 다행히 오롯이 지켰으나 그 꾸짖어 욕된 바는
至身後彌甚 昔子瞻之遭罹世禍 지신후미심 석자첨지조리세화
몸을 다한 뒤에 두루 더 하니 옛날 소자첨이 세상 어려움을 만나 걸림이
亦可謂極矣 愛君篇什 猶能見賞於九重 역가위극의 애군편십 유능견상어구중
또한 다다른 것이라 이를 만하나 임금 아낀 시 노래들은 오히려 깊은 궁궐에서 보고 즐길 수 있어
而公則並與此而終不能上撤抑 이공즉병여차이종불능상철억
공이면 이를 아울러 함께하나 끝내 올리지 못하고 거둬 물리치니
何其不幸之甚歟 淸陰金文正公 甞論公始末 하기불행지심여 청음김문정공 상론공시말
그 불행 너무함이 어찌 됨인가 청음 김문정공께서 일찍이 공의 비롯함 맺음을 따져 말해
而比之於左徒之忠 此誠至言哉 이비지어좌도지충 차성지언재
굴원의 충성에 견주었는데 이런 정성은 다다른 말씀이라
北關 舊有公歌曲之刊行者而顧年代已久 북관 구유공가곡지간행자이고년대이구
북관에 옛날 공의 노랫가락을 펴낸 것이 있었으나 돌아보니 때 이미 오래되어
且經兵燹 遂失其傳誠可惜也 차경병선 수실기전성가석야
또 병란을 겪어 그 알려짐을 잃어버리게 되니 참으로 아깝다하겠다
余以無狀得罪 明時受玦天涯遠隔君親 여이무상득죄 명시수결천애원격군친
내가 변변찮아 죄를 얻어 밝은 때에 깍지 받아 하늘 끝 먼 곳으로 임금 어버이 떨어져
實無以萬懷 乃澤畔行唫之暇 실무이만회 내택반행금지가
참으로 많은 생각 품을 게 없이 이에 연못가에 다녀 입 다문 겨를에
聊取此篇 正訛繕寫 置諸案頭 료취차편 정와선사 치저안두
애오라지 이 글을 가지고 잘못을 바루고 고쳐 베껴서 책상머리에 두고
時一諷誦 其於排遣 不爲無助 시일풍송 기어배견 불위무조
때로는 한 번 외어 읊어 그 떨쳐 버림에 도움이 없지 않았다
蓋亦僣擬於朱夫子楚辭集註之遺意云爾 개역참의어주부자초사집주지유의운이
무릇 또한 주자께서 초사집주를 남기는 뜻이 일러 이러함을 넘치게 본뜸이다
時庚子元月上澣 시경자원월상한
때는 경자(1660) 정월 상순에
完山後人李選書于車城之幽蘭軒 완산후인리선서우차성지유란헌
완산 뒷사람 이선은 차성의 유란헌에서 쓰다
 
灌園 관원 박계현(1524~1580)
朴啓賢字君沃號灌園  明宗朝文科兵判 박계현자군옥호관원 명종조문과병판
박계현 자는 군옥 호는 관원 명종 때 문과에 급제 했고 병조판서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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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五禮城에 혀나믄 벗이 안자     달 밝은 오례성에 여남은 벗이 앉아
故鄕 感淚뉘아니 지리마              오랜 땅 느껴 눈물 뉘 아니 흘리랴만
아마도 爲國丹忱은 나인가 노라   아마도 나라사랑마음 나뿐인가 하여라
 
松川 송천 양응정(1519~1581)
梁應鼎字公燮號松川 明宗登第魁重試官至府尹 량응정자공섭호송천명종등제괴중시관지부윤
양응정 자는 공섭 호는 송천 명종 때 중시에 장원으로 급제하여 벼슬은 부윤에 이르렀다
90
太平 天地間簞瓢두러 메고             느긋한 하늘땅에 도시락 둘러메고
매 느리혀고 우즑우즑         두 소매 늘여 뜨려 얼적얼적 하는 뜻은
人世에 걸닌일 업스니 그죠하 노라   세상에 걸린 일 없어 그를 좋아 하여라
91
嚴冬에 뵈옷 닙고 岩穴에 눈비 마자    매선겨울 베옷 입고 바위굴 눈비 맞아
구름 볏뉘  적이 업건마          구름 낀 볕뉘라도 쬔 적이 없건 만은
西山지다 니 눈물겨워 노라   서산에 해졌다하니 눈물겨워 하여라
 
南窓 남창 김현성(1519~1581)
金玄成字餘慶號南窓 김현성자여경호남창
김현성 자는 여경 호는 남창
明宗祖文科官至同敦 有文才善筆 명종조문과관지동돈 유문재선필
명종 때 문과 급제하여 벼슬은 同知敦寧府事에 이르고 글재주가 있으며 글씨를 잘 썼다
92
樂只쟈 오이여 즐거온쟈 今日이야   즐겁다 오늘이여 즐거워라 이날이여
즐거온 오혀아니 져물셰라       즐거운 오늘이 어쩜 아니 저물 거라
每日에 오트면 므슴시이시리    날마다 오늘 같으면 무슨 시름 있을까
 
萬竹 만죽 서익(1542~1587)
徐益字君受號萬竹 宣廟朝登第官至義州牧使 서익자군수호만죽 선묘조등제관지의주목사
서익 자는 군수 호는 만죽 선조 때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은 의주목사에 이르렀다
93
이 뫼흘 허러내여 져 바흘 몌오며       이 뫼를 헐어내어 저 바다 메운다면
蓬萊山 고온님을 거러가도 보련마      봉래산 고운님을 걸어가도 보련만은
이 몸이 精衞鳥틔야 바잔일만 노라  이 몸이 정위조 같아 아등바등 하여라
94
綠草 晴江上에 구레버슨 이 되야       푸른 풀 갠 강 위에 굴레 벗은 말이 되어
로 머리드러 北向여 우       때때로 머리 들어 북녘 보며 우는 뜻은
夕陽이 재너머 가매 님자 그려 우노라  저묾 볕 재 너머 감에 임자 그려 울어라
 
荷衣子 하의자 홍적(1549~1581)
洪迪字太古號荷衣子 홍적자태고호하의자
홍적 자는 태고 호는 하의자
宣廟朝登第選湖當官止舍人 선묘조등제선호당관지사인
선조 때 과거에 급제하여 독서당에 뽑혔다 벼슬은 사인에 그쳤다
95
어제 오눈이 沙堤에도 오돗      어저께 오던 눈이 모래 둑에 내리던가
눈이 모래 고 모래도 눈이로다         눈이라 모래 같고 모래도 눈이어라
아마도 世上일이야 다 이런가 노라  아마도 세상일이야 다 이런가 하여라
 
朴仁老 박인로 박인로(1561~1642)
宣廟時武人官至萬戶 漢陰見盤中早紅 선묘시무인관지만호 한음견반중조홍
선조 때 무인으로 벼슬은 만호에 이르렀다 한음이 상 가운데 일찍 익은 감을 보고
使朴仁老命作三章 盖出於思親至誠 사박인로명작삼장 개출어사친지성
박인로에게 시켜 삼장(시조)을 짓게 하였다 무릇 어버이 그리는 갸륵한 마음에서 나옴이라하겠다
96
盤中 早紅감이 고와도 보이               소반 위 빨간 감이 고와도 보이구나
柚子아니라도 품엄즉 다마            유자가 아니라도 품음직 하다마는
품어가 반기리업슬싀 글로셜워 이다  품어가 반길 이 없으니 그걸 설워 합니다
97
王祥鯉魚 잡고 孟宗竹笋 것거     왕상의 잉어 잡고 맹종의 죽순 꺾어
검던 머리 희도록 老萊子의 오슬닙고   검던 머리 희도록 노래자의 옷을 입고
一生養志誠孝曾子리이다   한 삶에 뜻한 효도함을 증자같이 하리다
98
萬鈞을 느려내야 길게 길게 노를   만균 쇠 늘여내어 길게 길게 줄을 꼬아
九萬里 長天에 가  자바        구만리 먼 하늘에 가는 해를 잡아매어
北堂鶴髮雙親을 더듸 늙게 리라   뒷방에 흰머리어버이 더디 늙게 하리라
99
群鳳 모도신듸 외가마귀 드러오니           뭇 봉황 모이신 데 외까마귀 들어오니
白玉 힌듸 돌 다마                    하얀 옥 쌓인 곳에 돌 하나 같다마는
鳳凰飛鳥시니 뫼셔논들 엇  봉황도 날짐승 무리시니 모셔논들 어떠리
 
此曲 何爲而作也 昔在辛亥春 차곡 하위이작야 석재신해춘
이 노래는 어찌하여 지음인가 지난 신해년(1611) 봄에
曾祖考漢陰相國 使朴萬戶仁老 述懷之曲也 증조고한음상국 사박만호인로 술회지곡야
돌아가신 증조부 한음 상공께서 만호 박인로더러 공의 품은 뜻을 말하게 한 노래이다
世代旣遠 此曲無傳 恐其泯沒於後 세대기원 차곡무전 공기민몰어후
세상의 때가 이미 멀어지고 이 노래도 알려짐이 없어 뒷날에 없어빠질까 하는 그것이 두려워
窃甞慨然於心者稔矣 不肖孫允文 절상개연어심자임의 불초손윤문
몰래 일찍이 마음에 슬퍼한지 오래라 못 닮은 손자 윤문이 李允文(1646~1717)
是歲庚午春 除永川郡守 仁老玆土人也 시세경오춘 제영천군수 인로자토인야
이 해 경오년(1690) 봄에 영천군수를 내려 받게 되었는데 박인로는 이 고을 사람으로
其曲尙今流傳 其孫亦且生存 기곡상금류전 기손역차생존
그 노래가 이제껏 흘러 내려와 그 손자 또한 살아있다
公餘月夕以其孫進善命歌而聽之 공여월석이기손진선명가이청지
나랏일에 남는 달 밝은 밤 그의 손자 진선으로 하여금 노래 불러 들으니
怳若後生 叨陪杖履於龍津山水之間 황약후생 도배장리어용진산수지간
멍하니 뒷날 태어남 같이 함부로 모셔 용진(경기 양수리)의 산수 사이에 짚고 끌어
愴懷益激 感淚自零 並與長歌三曲及短歌四章 창회익격 감루자령 병여장가삼곡급단가사장
서글픈 마음 넘쳐 와 닿았고 느껴 눈물이 저절로 흘렀다 아울러 장가 세곡과 단가 네 장을 함께
而付諸剞劂氏以圖廣傳焉 時是年三月三日也 이부제기궐씨이도광전언 시시년삼월삼일야
여러 새기는 이에게 부쳐 널리 알리려한다 때는 이 해(1690) 33일이다
 
漢陰 한음 이덕형(1561~1613)
李德馨字明甫號漢陰 宣廟朝登第選湖堂 이덕형자명보호한음 선묘조등제선호당
이덕형 자는 명보 호는 한음 선조 때 과거 급제하여 독서당에 뽑히며
典文衡官至領相謚文翼 전문형관지령상익문익
문형을 관장 했고 벼슬은 영의정에 이르러 시호는 문익이다
年十四揚蓬萊見而大奇曰眞吾師也 년십사양봉래견이대기왈진오사야
나이 열넷에 봉래 양사언이 보고 크게 놀라 일러 참으로 내 스승이다 했다 양사언(1517~1584)
100
득 부어 토록 머그며서     큰 잔에 가득 부어 취하게 먹으면서
萬古 英雄을 손고바 혀여보니             오랜 먼 영웅들을 손꼽아 헤어보니
아마도 劉伶李白이 내 벗인가 노라  아마도 유령과 이백이 내 벗인가 하여라
 
白沙 백사 이항복(1556~1618)
李恒福字子常號白沙 宣廟朝登第選湖堂 이항복자자상호백사 선묘조등제선호당
이항복 자는 자상 호는 백사 선조 때 과거 급제하여 독서당에 뽑히며
典文衡官至領相鰲城府院君謚文忠 전문형관지령상오성부원군익문충
문형을 관장 했고 벼슬은 영의정에 이르러 오성 부원군에 봉해지며 시호는 문충이다
善諧謔能文章光海時立節謫北靑卒 선해학능문장광해시립절적북청졸
익살이 좋고 글짓기 잘하며 광해군 때 절개 세워 북청에 귀양 가서 죽었다
101
時節도 져러人事도 이러      때마저 저러하니 사람 일 이러하다
이러 거니 어이져러 아닐소냐        이렇다 하렸거니 어이 저렇 않을거나
이런쟈 져런쟈니 한숨계워 노라  이렇다 저렇다 하니 한숨 겨워 하여라
102
江湖期約을두고 十年奔走   강호에 맺음 두고 열 해를 뛰어다녀
그 모른 白鷗더듸온다 하건마      그 모른 갈매기는 더디 온다 하건마는
聖恩至重시니 갑고 가려 노라  임금님 베풂 너무 커 갚고 가려 하느니
103
鐵嶺 노픈에 쉬여넘져구룸아      철령에 높은 봉에 쉬어 넘는 저 구름아
孤臣 寃淚비사마 여다가              외론 신 설운 눈물 비삼아 띄웠다가
님계신 九重深處려본들 엇   님 계신 겹겹 궁 깊은 곳 뿌려본들 어떠리
 
月沙 월사 이정구(1564~1635)
李廷龜字聖徵號月沙 宣廟朝登第典文衡 이정구자성징호월사 선묘조등제전문형
이정구 자는 성징 호는 월사 선조 때 과거에 급제하여 문형을 관장 했고
官至右相謚文忠 以戊戍奏文名聞天下 관지우상익문충 이무수주문명문천하
벼슬은 우의정에 이르러 시호는 문충이다 무술년(1598) 주문으로 천하에 이름이 났다
104
님을 미들것가 못미들슨 님이시라     님이라 믿을 건가 못 믿을게 님이시라
미더온 時節도 못미들줄 아라스라     미더운 때라 해도 못 믿을 줄 알았으라
밋기야 어려와마아니밋고 어이리  믿기야 어렵다마는 아니 믿고 어쩌리
 
柳自新 류자신
宣廟時人 官至判尹 希奮之父 선묘시인 관지판윤 희분지부
선조 때 사람 벼슬이 판윤에 이르렀다 류희분(1564~1623)의 아버지다
105
秋山夕陽江心       가을 산 저묾 볕 뗘 강물에 잠겼는데
一竿竹 두러메고 小艇에 안자시니        한 장대 둘러메고 거룻배 앉았으니
天公閑暇히녀겨 올조차 보내도다  하느님 느긋이 여겨 달을 쫓아 보내네
 
南怡 남이 남이(1441~1468)
世祖時人 官至兵判 세조시인관지병판
세조 때 사람 벼슬이 병조판서에 이르렀다
106
長劒혀들고 白頭山에 올라보니    긴 칼을 빼어들고 백두산에 올라보니
大明 天地腥塵겨셰라              큰 밝음 하늘땅에 비린티끌 잠겼어라
언제나 南北風塵을 헤쳐볼고 노라    언제나 남북 티끌을 헤쳐 볼까 하여라
 
白湖 백호 임제(1549~1587)
林悌字子順號白湖 宣廟朝登第官止禮曺正郞 임제자자순호백호 선묘조등제관지례조정랑
임제 자는 자순 호는 백호 선조 때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이 예조정랑에 그쳤다
107
靑草 우거진 골에 자다 누엇        푸른 풀 우거진 골에 자느냐 누웠느냐
紅顔을 어듸 두고 白骨만 무쳣       발긋 낯 어데 두고 흰 뼈만 묻혔느니
자바 리업스니 그를슬허 노라  잔 잡아 권할 이 없으니 그를 설워 함이라
 
玄洲 현주 조찬한(1572~1631)
趙纘韓字善述號玄洲 조찬한자선술호현주
조찬한 자는 선술 호는 현주
宣廟朝登第 官至承旨有文才 선묘조등제관지승지유문재
선조 때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이 승지에 이르렀다 글재주가 있었다
108
貧賤權門에 드러가니           빈천을 팔까하고 권세 집 들어가니
침 업슨 흥졍을 뉘몬져               덤 없는 흥정을 뉘 먼저 하자하리
江山風月을달라니 그그리 못  강산과 풍월을 달라하니 그는그리 못하리
109
天地 몃번英雄은 누고누고         하늘땅 몇 번째며 빼난 이는 누구누구
萬古 興亡이 수후이여           먼 옛날 일어 잃어 깜박 잠에 꿈이거늘
어듸셔 망녕엣거슨 노지말라    어디서 넋 나간 것은 놀지 말라 하느냐
 
鶴谷 학곡 홍서봉(1572~1645)
洪瑞鳳字輝世號鶴谷 宣廟朝登第選湖堂 홍서봉자휘세호학곡 선묘조등제선호당
홍서봉 자는 휘세 호는 학곡 선조 때 과거에 급제하여 독서당에 뽑히며
參重試典文衡官至嶺相益城府院君 참중시전문형관지령상익성부원군
중시에 끼여 문형을 관장 했고 벼슬이 영의정에 이르러 익성부원군에 봉해졌다
110
離別 던 날에 피눈물이 난지만지      헤어져 떠난 날에 피눈물이 났나마나
鴨綠江 린물이 프른빗치 젼혀 업   압록강 내린 물이 푸른빛이 전혀 없네
우희 허여셴沙工이 처음보롸   배위에 허옇게 센 사공 처음 본다 하더라
 
李舜臣 이순신 이순신(1545~1598)
宣廟朝武科 官至統制使謚忠武 선묘조무과 관지통제사익충무
선조 때 무과에 급제하여 벼슬이 삼도수군통제사에 이르고 시호는 충무이다
有智略壬辰亂 全羅右水使作龜舡破倭賊 유지략임진난전라우수사작구강파왜적
임진왜란에 지략이 있어 전라우수사 때 거북선을 만들어 왜적을 쳐부쉈다
111
閑山 근 밤의 戍樓에 혼자안자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혼자 앉아
큰칼 녀픠고 기픈 시  적의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때에
어듸셔 一聲胡茄 의애       어디서 한 피리소리 남의 애를 끊나니
 
龍湖 용호 조존성(1554~1628)
趙存性字守初號龍湖 조존성자수초호룡호
조존성 자는 수초 호는 용호
宣廟朝登第官至知敦寧謚昭敏 선묘조등제관지지돈녕익소민
선조 때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이 지돈녕에 이르러 시호는 소민이다
呼兒曲四調並詩 호아곡(아이 부르는 노래) 네 수 한시 아울러
112
야 구럭망태 어두 西山에 날늣거다   아이야 구럭망태 어디 서산에 날 늦었다
밤 지낸 고사리 마 아니 늘그리야         밤 지낸 고사리 아직 아니 쇠었으랴
이 몸이 이푸새아니면 朝夕어이 지내리  이 몸이 이 나물 아니면 조석어이 지내리
右 西山採薇 서산채미 서산에서 고비(고사리)
呼兒先問有無筐 호아선문유무광 아이야 먼저 묻기 망태 어딨나
回首西山晩日長 회수서산만일장 고개 돌려 서산에 늦어 해 높아
怕夜來薇蕨老只 파야래미궐로지 아마 밤새 지내며 고사리 늙어
只緣朝夕不盈膓 지연조석불영장 다만 그 아침저녁 배를 못 채워
113
야 되롱삿갓 東澗에 비지거다  아이야 도롱삿갓 차려 동쪽개울 빗발진다
기나긴 낙대에 미업슨 낙시         기나긴 낚싯대에 미늘 없는 낚시매어
져고기 놀라지마라 내계워 노라     저 고기 놀라지마라 내 흥겨워 하느니
右 東澗觀魚 동간관어 동쪽개울 물고기 봐
呼兒將出綠簑衣 호아장출록사의 아이야 꺼내봐라 푸른 도롱이
東澗春霏洒石磯 동간춘비쇄석기 동쪽개울 봄비 와 물가 돌 씻겨
籊籊竹竿魚自在 적적죽간어자재 길게 빠진 낚싯대 물고기 느긋
爲他溪老已忘機 위타계로이망기 남 되게 냇가 늙어 이미 잊은 틀
114
粥早飯다오 南畝에 일만해라   아이야 아침 죽 줘 남쪽 밭에 일 많구나
서루론 부를 눌마조 자부려뇨          서두른 따비쟁기 뉘 마주 잡으려나
두어라 聖世躬畊亦君恩이 시니라  두어라 성세 밭갈이도 또한 임금 베풂이
右 南畝躬畊 남무궁경 남쪽 이랑 몸소 갈아
呼兒曉起促盤凔 호아효기촉반창 아이야 새벽 일나 찬밥 서둘러
南畝春深事己殷 남무춘심사기은 남쪽 이랑 봄 깊어 일 이미 많아
欲把犁鋤誰與耦 욕파리서수여우 잡아야 쟁기 끌어 뉘 함께 갈아
聖時農圃亦君恩 성시농포역군은 좋은 세상 농사 밭 또한 성은이
115
야 쇼며겨내여 北郭에 새술먹쟈   아이야 소 먹여 내어 북곽에 새 술 먹자
大醉얼굴을 빗체 시러오니          한껏 취한 얼굴을 달빛에 실어오니
어즈버 羲皇上人을 오다시 보와다   어즈버 복희임금 옛사람 오늘 다시 보았네
右 北郭醉歸 북곽취귀 북쪽 마을서 취해 돌아와
呼兒騎犢過前川 호아기독과전천 아이 불러 소타고서 앞 냇물 지나
北郭新醪正似泉 북곽신료정사천 북쪽 마을 새 막걸리 정말 샘 같아
大醉浪吟牛背月 대취랑음우배월 한껏 취해 맘껏 읊어 소등에 달빛
怳然身在伏羲天 황연신재복희천 보다 놀래 몸을 두니 복희 임금 때
 
象村 상촌 신흠(1566~1628)
申欽字敬叔號象村 宣廟朝登第仁祖初 신흠자경숙호상촌 선묘조등제인조초
신흠 자는 경숙 호는 상촌 선조 때 과거에 급제하여 인조 처음 때
首拜吏判典文衡 官至領相諡文貞 수배리판전문형 관지령상시문정
가장 먼저 이조판서가 되어 문형을 관장 했고 벼슬이 영의정에 이르렀다 시호는 문정이다
116
山村에 눈이오니 돌길이 무쳐셰라    두메 골 눈이 오니 돌길이 묻혔어라
柴扉여지마라 날즈리 뉘이시리  사립문 열지마라 날 찾을 이 뉘 있으리
밤즁만 一片明月이 긔벗인가 노라  밤에만 밝은 조각달이 내 벗인가 하여라
 閑精歌 한정가
山村雪後 石逕埋兮                        두메에 눈 온 다음 돌길이 묻혔구나
柴扉且莫開兮 訪我有誰哉              사립문도 열지마 날 찾을 뉘 있을까
中宵一片明月兮 是吾朋兮              밤에 밝은 조각달 이 바로 내 벗이라
117
功名이 긔무엇고 헌신버스니로다   이룬 이름 그 무언가 헌신짝 벗어논 것
田園에 도라오니 麋鹿이 벗이로다     시골에 돌아오니 고라니 벗이어라
百年을 이리 지냄도 亦君恩 이로다    온 해를 이리 지냄도 또한 임금 베풂이
功名是何物 如脫弊履    이룬 이름 무언가 벗어놓은 헌신짝
田園歸處 麋鹿爲友       시골에 돌아온 곳 고라니가 벗이 돼
百年此中 過亦君恩       백년을 이 가운데 지냄도 임금 베풂
118
草木이 다埋沒松竹만 프르럿다  풀 나무 다 묻힌 때 솔과 대만 푸르렀다
風霜 섯거친제 네 무스일 혼자 프른   바람서리 섞여 친 때 네 무슨 일 혼자 푸릇
두어라 내 이어니 무러 무슴     두어라 내 바탕이니 물어 무엇 할런가
草木盡埋沒 松竹獨靑靑               풀 나무 다 묻혀도 솔과 대 혼자 푸릇
風霜搖落時 爾何獨靑靑置焉哉     바람서리 떨친 때 너만 어찌 푸른가
不須問兮 亦各性只                      물어봐 뭣할 거나 또한 저 바탕인 걸
119
四皓진짓것가 留候奇計로다         사호가 참된 건가 장자방 빼난 꾀라
眞實四皓면은 一定아니 나오려니  참으로 사호라면 놔둬 아니 나오려니
그려도 아니냥呂氏客이 되도다      그래도 아닌양하여 여후 손님 되었네
四皓眞也僞 留侯奇計               사호가 참 거짓이 유후의 빼난 꾀라
實有四皓應不出                      참으로 사호라면 으레 아니 나오련
終爲呂氏客                             마침내 되었으니 여태후의 손님이
120
兩生이 긔뉘런고 眞實高士로다  두 선비 그 누군가 참으로 높은 선비
의 일흠 업고 의 아니 나니   진나라 이름 없고 한나라 아니 나니
엇덧타 叔孫通은 오다말라        어떻다 숙손통은 오라 말라 하는가
兩生其誰 正是高士               두 선비 그 누군가 이 정말 높은 선비
秦時無名 漢時不出               진나라 이름 없고 한나라 못 태어나
是何物 叔孫通使來不來        이 어찌 숙손통은 오라 마라 시키나
121
어제밤 눈온이조차 비최엿다  어젯밤 눈 온 뒤에 달이 좇아 비치었다
빗치 그미 그지업다             눈 뒤에 달빛이란 맑음이 그지없다
엇더타 天末浮雲은 오락가락    어떻다 하늘가 뜬구름 오락가락 하느냐
昨夜雪後 月又來照之            어젯밤 눈 온 뒤에 달이 나와 비추니
雪上月色兮 淸光十分            눈 위에 달빛이여 말간 빛 그지없다
底事天末 浮雲往來               어쩐 일 하늘가에 뜬구름 오락가락
122
오라바 므스 일 셔잇         냇가에 해오라기 무슨 일 서 있느냐
無心져고기를 여어 무슴       맘 없는 저 고기를 엿봐 뭣 하려느냐
아마도 믈에 잇거니 니저신들 엇  아마도 한물에 있거니 잊어버려 어떠리
溪邊鷺立何事                       냇가에 해오라기 서서 무슨 일
魚自無心底事窺                    물고기 맘 없는데 어쩐 일 엿봐
旣是一樣水中物 相忘也宜      이미 한데 물속서 잊어야 마땅
123
혓가레 기나쟈르나 기동이 기우나트나   서까래 길고 짧아 기둥이 기웃 틀려
數間 茅屋을 자근줄 웃지마라                몇몇 칸 띳집이라 작다며 웃지마라
어즈버 滿山蘿月이 다 내거신가 노라  어즈버 온 산 넝쿨달이 다 내 껀가 하여라
椽任長短 棟任欹傾             서까래 길든 짧든 기둥 들려 기울든
數間茅屋小 且莫笑             몇몇 칸 띳집 작다 이다음 웃지 마라
滿山蘿月皆吾有                  산 가득 넝쿨 달이 다 나의 것이거니
124
蒼梧山 진후에 二妃어듸간고      창오산 해진 뒤에 두 왕비 어디 갔나
 못 주근들 셔롬이 엇더         함께해 못 죽으니 설움이 어떻던가
千古에 이알니댓숩핀가 노라  오랜 옛 이 뜻 알 이는 대숲인가 하여라
蒼梧日落 二妃何所          창오에 해 떨어져 두 왕비 어디
死不同時 恨何極             죽기 같이 못해서 슬픔 얼마나
千古知心是竹林              오랜 옛 마음 알아 바로 대숲이 瀟湘斑竹
125
술먹고 노일을 나도왼줄 알건마      술 먹고 노는 일을 나도 그름 알건마는
信陵君 무덤우희 밧가줄 못보신가     신릉군 무덤 위에 밭가는 줄 못 보셨나
百年亦草草니 아니놀고 엇지  백년이 또한 덧없으니 아니 놀고 어쩌리
飮酒遊亦知非                  술 마셔 노닒 또한 아닌 줄 알아
君不見耕犁遍及信陵墳     그대 못 보셨나요 신릉군 무덤에도 밭갈이함을
百年若草草 不遊何爲       백년 마치 덧없기 아니 놀고 어쩌리
126
神仙을 보려弱水를 건너가니      신선을 보려하여 약수를 건너가니
玉女 金童이 다나와 뭇괴야            옥녀에 금동이가 다 나와 묻는구나
歲星이 어듸나간고 긔날인가 노라  목성이 어디에 갔나 그 나인가 하여라
欲見神仙渡弱水          신선을 만나보려 약수를 건너
玉女金童來相問          옥녀에 금동이가 다들 와 물어
歲星何所是吾身          세성이 어디 있어 바로 이내 몸
127
얼일샤 져鵬鳥야 웃노라 져鵬鳥  어릴 새 저 붕새야 애써라 저 붕새야
九萬里 長天에 므스일로 올라간다         구만리 먼 하늘에 뭣 하러 올라가나
굴헝에 볍새 못내즐겨        구렁에 뱁새 참새는 못내 즐겨 하는데
痴乎鵬鳥 强乎鵬鳥           어리석어 붕새는 억지스레 붕새는
九萬里長天 爾胡爲           구만리 먼 하늘을 네가 어찌 하려고
溝壑槍楡彼微禽兮            구렁에 옮겨 닿는 저 작은 새들로야
128
날을뭇지마라 前身柱下史     내게를 묻지 마라 앞날 몸 주하사라
靑牛로 나간에 몃도라온다  푸른 소 타고간 뒤 몇 해만에 돌아온다
世間이 하多事니 온동만동 여라  세상에 하도 일 많으니 온지 만지 하여라
不須問我 前身柱下史          아니 꼭 내게 묻나 앞날 몸 주하사라 老子
靑牛去後幾時還                  푸른 소 타 떠난 뒤 때 얼마에 돌아와
世間太多事來不來              세상에 참 일 많아 왔는지 안 왔는지
129
是非 업슨榮辱이 다不關          따짐이 없는 뒤라 펼침 욕됨 다 괜찮다
琴書를 흐튼에 이 몸이 閑暇          거문고 책 흩은 다음 이 몸이 느긋하다
白鷗機事를니즘은 너와낸가노라  갈맥아 티끌일 잊음은 너와 낸가 하여라
是非亡矣 榮辱何關           옳니 긇니 없으니 펼침 욕봄 어쨌든
琴書散後此身閑               거문고 책 흩은 뒤 이내 몸이 느긋해
白鷗乎忘機吾與爾            갈매기야 일 잊어 나하고 너로구나
130
아츰은 비오니 느지니 람이로다      아침은 비 오더니 늦어서는 바람이라
千里 萬里길헤 風雨무스일고               천리에 만리 길에 비바람 무슨 일이
두어라 黃昏이머럿거니 수여간들 엇  두어라 어스름 멀었거니 쉬여간들 어떠리
朝雨晩風                         아침에 비 오더니 늦어선 바람이라
千里萬里 風雨何爲          천리만리 먼 길에 비바람 어찌하나
黃昏尙遠  休歟歸止         어스름 아직 멀어 멎어 쉬다 가리라
131
내 가슴 헤친피로 님의 양그려내여   내 가슴 가른 피로 님 모습 그려내어
高堂 素壁에 거러두고 보고지고           높은 집 하얀 벽에 걸어두고 보고 싶어
뉘라셔 離別을 삼겨 사죽게      뉘라서 헤어짐 만들어 사람 죽게 하는가
披來胸裏血 寫出檀郞面       헤쳐 놔 가슴속 피 베껴둬 그 님 얼굴
掛之高堂素壁間                  걸어놓고 보리니 높은 집 흰 벽에다
誰爲離別使人死                  헤어짐 누가 지어 사람 죽게 만드나
132
寒食 비온 밤의 봄 빗치 다 퍼졋다       한식날 비온 밤에 봄빛이 다 퍼졌다
無情花柳를 아라 픠엿거든       뜻 않은 꽃 버들도 때를 알아 피었거든
엇더타 우리의 님은 가고 아니 오  어쩌다 우리의 님은 떠나 아니 오는지
寒食夜雨 春光遍               한식날 밤비에도 봄빛 두루 퍼졌다
花柳無情亦知時                꽃 버들 정 없어도 그래 때는 알아서
底事檀郞 去不來               어쩐 일 그대님은 떠나가 아니 오나
133
어젯밤 비온石榴곳이 다픠엿다  어젯밤 비온 뒤에 석류꽃이 다 피었다
芙蓉 塘畔水晶簾을 거더두고         연꽃잎 연못가에 수정 발을 걷어놓고
기픈시름을 못내 프러    뉘 바래 깊은 시름을 못내 풀어 그러나
昨夜雨 石榴花開              어젯밤에 밤비에 석류꽃이 피었네
芙蓉塘畔 捲起水晶簾       연꽃 연못 못가에 수정 발 걷어 올려
等閑愁爲誰苦                  기다리다 시름해 누굴 바래 괴로워
134
밧긔 워석버석 님이신가 니러보니     창밖에 워석버석 님이신가 깨어보니
蕙蘭 蹊徑落葉은 므스일고               향긋 풀 지름길에 지는 잎 무슨 일이
어즈버 有限肝腸이 다그츨가 노라  어즈버 내 작은 애간장 다 끊일까 하여라
窓外窸窣認郞來             창 밖에 부스럭대 님 오신 줄 알았네
蕙蘭蹊徑 落葉又何         향긋 풀 지름길에 지는 잎 또 어쩌랴
有限肝腸盡斷                 다함 있는 애간장 다 끊으려 하는지
135
銀釭에 불獸爈이진지             은 등잔 불은 밝고 화로에 향 타는데
芙蓉 기픈에 혼자야 안자시니          연꽃에 깊은 가림 혼자 깨어 앉았으니
엇더타 헌 更點못드러노라  어떻게 시끄런 저알리미 잠못들어하여라
銀釭熖獸爐燼               은 등잔엔 불꽃이 불화로엔 향불이
芙蓉深帳獨覺               연꽃 깊은 가리개 혼자만이 깨나니
遲遲更漏 夢未成           늦도록 밤 알리미 잠을 아직 못 이뤄
136
봄이 왓다消息을 모로더니     봄이라 왔다는데 소식을 몰랐더니
에 프른버들 네몬져 아도괴야  냇가에 푸른 버들 너 먼저 알았구나
어즈버 人間離別엇지     어즈버 세상 헤어짐을 또 어떻게 하려나
聞道春還 未聞消息       말 들으니 봄이 와 소식 아직 못 들어
溪邊柳 爾先知             시냇가에 버들에 너 먼저 알았구나
人間離別又將何           세상에 헤어짐을 또 앞으로 어쩌나
137
人間나니이몸이 閑暇     속세를 떠나오니 이 몸이 느긋하다
簑衣를 니믜釣磯로 올라가니    도롱이 여며 차고 낚시터 올라가니
운노라 太公望은 나간 줄을 몰레라  웃음 나 강태공으로 나간 줄을 몰라라
離了人間此身閑             속세를 떠났더니 이내 몸 느긋하다
簑上釣磯                       도롱이 걸쳐 입고 낚시터에 오르니
却笑太公望底事去無還   되레 웃음 태공망 어쩐 일 떠나 못 와
138
南山 기픈 골에 두어이랑 니러두고     앞산에 깊은 골에 두어 이랑 일궈놓고
三神山 不死藥을 다야 심근 말이      삼신산 안 죽는 약 다 캐어 심은 말이
어즈버 滄海桑田을 혼자 볼가 노라   어즈버 푸른바다 뽕밭 돼 혼자 볼까 하여라
南山深山洞數頃田         앞산에 깊은 산에 골짝 밭 몇 이랑에
蒔遍三神山不老草         두루 다 옮겨 심어 삼신산 안 늙는 풀
滄海桑田我獨見            푸른 바다 뽕밭 됨 나 혼자서 보려고
139
술이 몃가지오 淸酒濁酒로다         술이라 몇 가지요 청주와 탁주라오
먹고 할션졍 淸濁이 관계             마시고 취할 텐데 청탁이 걸릴거나
風淸한밤이여니 아니들 엇  달 밝고 바람맑은밤이니 아니깬들 어떠리
酒有幾種 淸兮又濁         술 있어 몇 가진가 맑음에 또 흐림이
得酒已矣 淸濁何分         술 얻어 마셔버려 맑음 흐림 어찌 둬
月白風淸 惟醉無醒         달 하얘 바람 맑아 오직 취해 아니 깨
140
반되 불이되다 반되지 웨 불일소냐    반딧불 불이 되어 반디지 왜 불이랴
돌히 별이 되다 돌이지 웨 별일소냐   돌로서 별이 되어 돌이지 왜 별이랴
불인가 별인가니 그를몰라 노라   불인가 별인가하니 그를 몰라 하여라
螢雖爲火 螢也非火        반디 비록 불이 돼 반디지 불이 아냐
石雖爲星 石也非星        돌이 비록 별이 돼 돌이지 별이 아냐
或火或星 此未解者        어쩜 불 어쩜 별에 이를 아직 몰라서
141
곳지고 속닙나니 時節거다      꽃 지고 속잎 나니 철 때가 바뀌었다
풀소게 푸른버레 나뷔되야    풀 속에 푸른 벌레 나비 돼 나가 난다
뉘라셔 造化를 자바 千變萬化   뉘라서 지어 됨 틀어 온갖 모두 바뀌나
花落葉生 時節變         꽃 지고 잎이 나니 철이 바뀌어
草底靑蟲作蝶飛          풀 속에 푸른 벌레 나비 돼 날아
誰持造化 千變萬化      뉘 지녀 지어 바꿈 온갖 것 바뀜
142
느저 날셔이고 太古적을 못보완쟈     늦게야 태어나서 먼 옛날을 못 보았네
結繩世故도 하도할샤        매듭을 놓은 다음 세상일도 많고 많다
하로 酒鄕에드러 이世界를 니즈리라  차라리 술 마을 들어 이 세계를 잊으리
生胡晩不太古           태어나 어째 늦어 먼 옛날 못 봐
結繩罷世故多           매듭짓기 나오니 세상 일 많아
寧入酒鄕 忘世界       차라리 술집 들어 세상 잊으리
143
樽中에 술이잇고 座上에 손이    술통에 술이 있고 자리엔 손님 가득
大兒 孔文擧를 고쳐어더 볼이고    큰 사람 공문거를 다시 얻어 볼 것인가
어즈버 世間餘子를 닐러므슴     어즈버 세상 남은 이를 일러 무엇 할런가
樽中酒 座上客            술통 안에 술 있어 자리 앉은 손님이
大兒孔文擧 那復見     큰 사람 공문거를 어찌 다시 볼 건가
世間餘子何復道         세상에 남은 이들 다시 말해 뭣하랴
144
노래 삼긴 사시름도 하도할샤           노래를 만든 사람 시름도 많고 많아
닐러 다 못 닐러 불러나 푸돗          일러도 다 못 일러 불러나 풀려했나
眞實로 풀릴거시면은 나도불러 보리라  참으로 풀릴 것이면 나도 불러 보리라
始作歌者正多愁         노래 처음 지은 이 시름 참 많아
言不能盡歌以解         말로는 다 못해서 노래로 풀려
歌可解愁吾亦歌         노래해 시름 풀려 나도 노래해
145
步虛子 與民樂을 니어    보허자 마친 다음 여민락을 이어 타니
羽調 界面調客興이 더어셰라         우조에 계면조에 듣는 이 흥이 붙어
商聲을마라 져믈가 노라     아이야 상성 타지마 해 저물까 하여라
步虛子將闋 與民樂繼奏       보허자 마침 끝내 여민락 이어 타니
羽調界面調 客興添              우조가락 계면조 손님 흥이 더해가
莫彈商聲 恐歲暮                 상성은 타지 마라 해 다 갈까 모른다
 
放翁 詩餘 序 상촌 신흠의 시조 서문
中國之歌 備風雅而登載籍 我國所謂歌者 중국지가 비풍아이등재적 아국소위가자
중국의 노래는 풍아를 갖추고 책에 올려 실었다 우리나라는 이른바 노래란 것이
只足以爲賓筵之娛 用之風雅籍則否焉 지족이위빈연지오 용지풍아적즉부언
다만 손님을 모신 자리에 즐김으로 삼아 넉넉해 풍아의 글에 쓰이지는 않으니
盖語音殊也 中華之音 以言爲文我國之音 개어음수야 중화지음 이언위문아국지음
무릇 말과 소리가 다름이다 중국의 소리는 말함으로써 글이 되나 우리나라의 소리는
待譯乃文故 我東非才彦之乏 대역내문고 아동비재언지핍
바꿔 옮김을 기다려 이에 글이 되는 까닭이다 우리나라에 글하는 선비가 딸리지 않았으나
而如樂府新聲無傳焉 可慨而亦可謂野矣 이여악부신성무전언 가개이역가위야의
악부(노랫말 적기)와 새로운 소리 알려짐이 없으니 서러울만하고 또 촌스럽다 이를 만하다
余旣歸田 世固棄我 而我且倦於世故矣 여기귀전 세고기아 이아차권어세고의
내 이미 시골로 돌아와 세상이 참으로 나를 버렸고 나 또한 세상에 지친 까닭이다
顧平昔榮顯已糠粃土苴 惟遇物諷詠則 고평석영현이강비토저 유우물풍영즉
멀리 돌아다봐 지난 꽃핌과 드러남은 이미 겨 쭉정이나 두엄풀인데 오직 온갖 것 맞아 노래하면
有憑夫下車之病有所會心 輒形詩章而有餘 유빙부하거지병유소회심 첩형시장이유여
풍부가 있어 수레서 내리는 병이 마음 모은바 있음이라 문득 시 글로 꼴을 갖추고서 남음이 있어
繼以方言而腔之而記之以諺 此僅下里折楊 계이방언이강지이기지이언 차근하리절양
잇달아 쓰는 말로 가락지어 한글로 적어두니 이것은 겨우 아랫마을 버들 꺾음에
無得駱壇一斑而其出於遊戱 或不無可觀 무득락단일반이기출어유희 혹불무가관
먼 나라 뜰 마당의 한 얼룩 얻음이 없으나 놀이에서 그 나왔음에 어쩜 볼만함이 없지는 않으리라
萬歷癸丑長至放翁 書于黔浦田舍 만력계축장지방옹 서우검포전사
만력 계축(1613) 동지에 검포(김포) 시골집에서 방옹(신흠)이 쓰다 신흠(1566~1628)
 
竹所 栗里遺曲 죽소 율리유곡 김광욱(1580~1656)
金光煜字晦而號竹所 김광욱자회이호죽소
김광욱 자는 회이 호는 죽소
光海時登第 官至形曺判書提學 광해시등제 관지형조판서제학
광해군 때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이 형조판서와 제학에 이르렀다
146
陶淵明 주근淵明이 나닷말이      도연명 죽은 뒤에 또 연명이 난단 말이
을 녜일흠이 마초와 틀시고          밤마을 네 이름이 마침 꼭 같을시고
도라와 守拙田園이야 긔오내오 다르랴  돌아와 시골 삶 지켜 그와 내가 다르랴
147
功名도 니젓노라 富貴도 니젓노라         이름 냄 잊었어라 넉넉함 잊었어라
世上 번우한 일 다주어 니젓노라            세상에 귀찮은 일 다 줘서 잊었어라
내 몸을 내자니즈니 이 아니 니즈랴  내 몸을 내마저 잊으니 남이 아니 잊으랴
148
뒷집의 술니 거츤보리 말못    뒷집에 술쌀 꾸니 거친 보리 한말 못 차
즈는 것 마고 허 쥐비저 괴아내니       진 것을 마구 찧어 쥐어 빚어 괴어내니
여러날 주렷입이니 나 어이리   여러 날 주렸던 입이라 다나 쓰나 어쩌리
149
江山 閑雅風景 다주어 맛다이셔       강산에 멋진 볕빛 다 주어 맡아있어
내 혼자 님자여니 뉘라셔 톨소니       나 혼자 임자이니 뉘라서 다툴쏘냐
이야 숨지너긴들 화 볼줄 이시랴  남이야 숨 궂게 여긴들 나눠볼 줄 있으랴
150
딜가마 조히 싯고 바회 아래 물기려   질가마 좋게 씻고 바위 아래 샘물 길어
고 저리 지이 어내니         팥죽을 달게 쑤고 절인 김치 꺼내놓니
世上에 이두 마시야 이 알가 노라    세상에 이 두 맛이야 남이 알까 하여라
151
어와 져白鷗야 므슴 슈고 슨다       어허라 저 갈매기 무슨 수고 하고 있나
숩흐로 바자니며 고기엇기 괴야  갈 숲으로 바삐 다녀 고기 엿봄 하는구나
치 군음 업시 만들면 엇더리    나처럼 딴마음 없이 잠만 들면 어떠리
152
茅簷 기나긴올 일이 아조업어   띠 처마 긴긴 해에 할 일이 아주 없어
蒲團에 낫드러 夕陽에 지자      부들자리 낮잠 들어 저묾 볕 지자 깨니
밧귀 뉘 며 낙시 가쟈     문밖에 뉘 에헴 하며 낚시가자 하느니
153
三公들 이 江山과 밧골소냐        세 정승 높다한들 이 강산과 바꿀쏘냐
扁舟을 싯고 낙대를 흣더질 제           얕은 배 달을 싣고 낚싯대 흩어둘 때
이몸이 이淸興가지고 萬戶侯인들 부르랴  이 몸이 이 맑은 흥에 큰 벼슬이 부러워
154
秋江 一葉舟 혼자 저어         가을 강 밝은 달에 한 잎배 혼자 저어
낙대를 쳐드니 자白鷗 다 놀란다  낚싯대 떨쳐드니 자는 새가 다 놀란다
어듸셔 一聲漁笛은 조차 을 돕  어디서 어부 피리소리 쫓아 흥을 돕느니
155
헛글고 싯근 文書 다 주어 후리치고         헝클려 시끄런 글 다 주어 뿌리치고
匹馬 秋風에 채를 쳐 도라오니                 말 하나 가을바람 채찍 쳐 돌아오니
아므리 인새 노히다 이대도록 싀훤  아무리 갇힌 새 놓아 이렇도록 시원해
156
대 막대 너를 보니 有信고 반갑괴야    대 막대 너를 보니 미덥고 반갑구나
나니 아적의 너를 니더이         내라서 아이 적에 너를 타고 다니더니
이제란 뒤혜셧다가 날뒤셰고 녀라   이제는 창뒤에 세워둬 널 뒤세워 다녀라
157
世上 들이 다 러 어리더라             세상에 사람들이 다 쓸어 어리석어
죽을 줄 알면셔 놀 줄란 모로더라           죽을 줄 알면서는 놀 줄을 모르더라
우리그런줄 알모로 長日醉로 노노라  우리는 그런 줄 알아 긴 날 취해 놀아라
158
이 주근에 다시 사니 보왓       사람이 죽은 뒤에 다시 산 이 보았는가
왓노라 니 업고 도라와 보니 업다     왔노라 한 이 없고 돌아와 날 본 이 없다
우리는 그런줄 알모로 사라신제 노노라  우리는 그런 줄 알므로 살았을 때 놀아라
159
黃河水 단말가 聖人이 나셔도다       황하 물 맑았는가 성인이 나시었다
草野 群賢이 다 니러 나닷말가            시골 들 여러 현인 다 일어 났다는가
어즈버 江山風月을 눌을 주고 갈소니  어즈버 강산에 바람 달 누굴 주고 갈거나
160
셰버들 柯枝 것거 낙근 고기 여들고  세버들 가지 꺾어 낚은 고기 꿰어 들고
酒家즈려 斷橋로 건너가니           술집을 찾아보려 끊긴 다리 건너가니
왼골에 杏花히니 갈길몰라 노라  왼 고을 살구꽃 쌓여 갈길 몰라 하여라
161
東風이 건듯부러 積雪을 다노기니       봄바람 언뜻 불어 쌓인 눈 다 녹이니
四面 靑山이 녜 얼골 나노매라             온 사방 푸른 산이 옛 모습 나는구나
귀밋틔 무근서리녹을줄을 모른다  귀밑에 해묵은 서리는 녹을 줄을 모른다
162
崔行首 달힘趙同甲 곳달힘   최행수 쑥달임 해 조동갑 꽃달임 해
  오려 點心 날 시기소           닭찜에 게찜에다 올벼 점심 날 시켜줘
每日에 이렁셩 굴면 므슴 시름 이시랴  날마다 이렇게 살면 무슨 시름 있으랴
 
洛西 낙서 장만(1566~1629)
張晩字好古號洛西 장만자호고호락서
장만 자는 호고 호는 낙서
仁祖朝官至二相兵判都元師玉城府院君 인조조관지이상병판도원사옥성부원군
인조 때 벼슬이 찬성 병조판서 도원수에 이르러 옥성부원군이 되었다
163
風波에 놀란沙工  을 사니        바람물결 놀란 사공 배 팔아 말을 사니
九折 羊腸이 물도곤 어려왜라               굽이진 기나긴 길 물 보다 어려워라
도 말고 밧갈기만 리라  이 뒤론 배도말도 말고 밭 갈기만 하리라
 
湖洲 호주 채유후(1599~1660)
蔡裕後字伯昌號湖洲 仁祖朝登第選湖堂 채유후자백창호호주 인조조등제선호당
채유후 자는 백창 호는 호주 인조 때 과거에 급제해 독서당에 뽑혀
典文衡 官至吏曺判書 전문형 관지리조판서
문형을 맡았으며 벼슬이 이조판서에 이르렀다
164
나 니濁酒죠코 대테메온 질병드리 더옥죠희
                                                         다나쓰나 쌀탁주좋고 대테맨 병술 더욱좋아
어론쟈 박구기둥지둥둥 여두고     어헐싸 박구기를 둥지 둥둥 띄워두고
야 저리짐칄만졍 업다말고내여라  아이야 절이 김치라도 없다 말고 내어라
 
陽坡 양파 정태화(1602~1673)
鄭太和字囿春號陽坡 정태화자유춘호양파
정태화 자는 유춘 호는 양파
仁祖朝登第 官至嶺相謚翼憲 인조조등제 관지령상익익헌
인조 때 과거에 급제해 벼슬이 영의정에 이르러 시호는 익헌이다
165
술을 케 먹고 두렷이 안자시니         술 한잔 얼큰 먹고 또렷이 앉았으니
億萬 시름이 가노라 下直              어마한 시름들이 간다며 인사한다
득부어라 시餞送 리라   아이야 잔 가득 부어라 시름 보내 주리라
 
東溟 동명 정두경(1597~1673)
鄭斗卿字君平號東溟 정두경자군평호동명
정두경 자는 군평 호는 동명
仁祖朝登魁枓 官至禮曺參判提學 文章奇拔 인조조등괴두 관지례조삼판제학 문장기발
인조 때 과거에 장원으로 급제하여 벼슬이 예조참판과 제학에 이르며 글이 뛰어났다
166
金樽술을 슬커장 거후로고         금 술통 가득한 술을 실컷 다 기울이고
긴노래에 즐거오미 그지업다         취한 뒤 긴 노래에 즐거움이 그지없다
어즈버 夕陽타마라 이조차 오노매  어즈버 저녁볕 졌다마라 달이쫓아 오느니
167
君平旣棄世世亦 棄君平          군평이 세상 버려 세상도 군평 버려
醉狂上之上이오 時事更之更이라   취해 삶 으뜸에 으뜸 세상일 꼴지에 꼴지
다만지 淸風明月은 간곳마다 좃늰다      오로지 맑은바람 밝은달 간곳마다 좇아가
 
余 髮未燥已嗜詩 猥爲鄭東溟斗卿所獎愛 여 발미조이기시 외위정동명두경소장애
내가 머리털 아니 말라 이미 시를 즐겨 넘치게도 동명 정두경의 아낌을 받았다
甞呼餘爲敬亭山 盖相看不厭之意也 상호여위경정산 개상간불염지의야
일찍이 너그러이 경정산으로 불렀으니 무릇 서로 보아 싫지 않은 뜻이다
曾於戊申間 抱痾杜門 一日東溟來問 증어무신간 포아두문 일일동명래문
일찍이 무신년(1668) 언제 묵은 병 앓아 문 닫고 집에 있는데 하루는 동명이 병 묻느라 왔다
任休窩有後 金栢谷得臣 亦繼至皆不期也 임휴와유후 김백곡득신 역계지개불기야
휴와 임유후와 백곡 김득신 또한 잇달아 이르니 다들 만나리라 알지 않음이다
餘於是 設小酌 致數三女 樂以娛之 여어시 설소작 치수삼녀 락이오지
이런 나머지 조촐한 술자리를 마련하여 여악 서넛을 불러 놀며 즐겼다
酒半 溟老 乘興擧酌曰 주반 명로 승흥거작왈
술이 거나하여 동명노인이 흥을 타 술잔을 들며 일러
丈夫生世 韶華如電 今朝一懽 可敵萬鐘 장부생세 소화여전 금조일환 가적만종
사나이 세상 살아 아름답게 꽃핌이 번개 같은데 오늘아침 한 기쁨은 엄청 커다람에 견줄 만하다며
休窩 即唫一絶曰 휴와 즉금일절왈
휴와가 바로 절구 하나를 읊으니
春動寒梅臈酒濃 춘동한매랍주농 봄 움찔 찬 매화에 세밑 술 짙어
栢翁溟老兩難逢 백옹명노양난봉 백곡 동명 두 노인 어렵게 만나
樽前錦瑟兼淸唱 준전금슬겸청창 술통 놓고 금슬에 맑은 노래에
醉對終南雪後峰 취대종남설후봉 취해 맞은 종남산 눈 온 봉우리
 
題畢 屬東溟曰 弱者失手 제필 속동명왈 약자실수
시 짓기를 마치고 동명에게 붙여 일러 못한 이가 잘못 했으니
願君以扛鼎力 試於奉匜㓇盥也 원군이강정력 시어봉이옥관야
바라건대 그대 솥을 드는 힘으로 한번 해봐 주전자 받들어 대야에 물을 따라 주오하자
東溟曰 蘭亭之會 賦者賦 飮者飮 동명왈 난정지회 부자부 음자음
동명이 일러 난정의 모임은 부를 짓는 이 부를 짓고 술 마시는 이 술을 마심이니
今日之樂 亦可以歌者歌 舞者舞 금일지락 역가이가자가 무자무
오늘의 즐김 또한 노래하는 이 노래로 하고 춤추는 이 춤으로 함이 옳으니
吾請歌之仍作短歌 揮手大唱 仍破顏徵笑 오청가지잉작단가 휘수대창 잉파안징소
나는 부디 노래하여 이에 단가를 짓고 손을 휘저어 크게 부르니 이에 얼굴 가득 웃음 띠고
素髮朱顏 眞酒中仙也 소발주안 진주중선야
흰머리에 붉은 얼굴이 참으로 술 가운데 신선이었다
休窩俾餘和之 餘忘拙效嚬曰 휴와비여화지 여망졸효빈왈
휴와가 날 시켜 어우러지게 지어라 하여 내 서툶을 잊고서 찡긋해 본떠 이르길
淸夜開罇琥珀濃 청야개준호박농 맑은 밤 술통 따니 호박잔 짙어
文章三老一時逢 문장삼노일시봉 글 짓는 세분 어른 한때에 만나
縱穔筆下千鈞力 종황필하천균력 거침없는 붓 아래 천균의 힘에
可倒天臺萬丈峯 가도천대만장봉 하늘 대 엎을만해 만길 봉우리
 
諸公皆稱善 洪晩洲錫箕 後之 運倒三杯 제공개칭선 홍만주석기 후지 운도삼배
여러 공께서 다들 잘했다 일컬었다 만주 홍석기가 뒤에 와서 연거푸 석 잔을 기울이고
携携起栢谷 蹲蹲而舞 東溟 顧餘曰 휴휴기백곡 준준이무 동명 고여왈
손 끌어 이끌어 백곡을 일으켜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동명이 날 돌아다봐 일러
人生百年 此樂如何 인생백년 차락여하
사람이 한 백년을 살아 이러한 즐김이 어떠한가
不恨我不見古人 恨古人之不見我也 불한아불견고인 한고인지불견아야
내가 옛 사람을 못 봄이 한이 아니라 옛 사람이 나를 못 봄이 한이라네
君其志之 庶使此會 傳之不杇 군기지지 서사차회 전지불
그대는 그런 뜻함이 이 모임에 있음을 알려 없어지지 않게 하라하였다
余並䟽于左以觀 夫先輩寓意遺辭之處耳 여병소우좌이관 부선배우의유사지처이
내가 아울러 아래에 보게끔 쓰니 무릇 선배님 뜻이 담긴 말을 남기는 곳일 따름이다
豊山後人玄默子洪宇海識 풍산후인현묵자홍우해지
풍산 뒷사람 현묵자 홍우해 알립니다 현묵자 홍만종(1643~1725)
휴와 임유후(1601~1673) 백곡 김득신(1604~1684) 만주 홍석기(1606~1680)
 
雪峰 설봉 강백년(1603~1681)
姜栢年字叔久號雪峰 仁祖朝登第魁重試 강백년자숙구호설봉 인조조등제괴중시
강백년 자는 숙구 호는 설봉 인조 때 중시에 장원으로 급제하여
官至行禮曺判書提學 관지행례조판서제학
벼슬이 행예조판서와 제학에 이르렀다
168
靑春에 곱던 양님으뢰야 다 늙거다           젊을적 곱던 얼굴 님으로해 다늙으니
이제 님이 보면 날인줄 아르실가                  이제서 님이 보면 나인 줄 아시려나
아모나 내形容 그려다가 님의손드리고져  아무나 내꼴그려선 님의손에 드렸으면
 
李浣 이완 이완(1602~1674)
字淸之 仁祖朝武科 至孝廟朝官至右相 자청지 인조조무과 지효묘조관지우상
자는 청지(澄之) 인조 때 무과에 올라 효종 때에 와서 벼슬이 우의정에 이르렀다
169
君山削平턴들 洞庭湖너를랏다    군산을 깎아 골라 동정호 넓히련만
桂樹버히던들 이 더욱 글거슬     계수나무 베어내면 달이 더욱 밝을 것을
두고 이로지못고 늙기 셜워 노라  뜻 두고 이루지 못해 늙기 설워 하여라
 
松湖 송호 허정(1621~?)
許珽字仲玉號松湖 孝廟朝登第官至承旨 허정자중옥호송호 효묘조등제관지승지
허정 자는 중옥 호는 송호 효종 때 과거에 올라 벼슬이 승지에 이르렀다
170
日中 三足烏야 가지말고 내말 드러    해 속에 까마귀야 가지 말고 내 말 들어
너희反哺鳥鳥中之 曾參이로니  너희는 되갚는 새 새 가운데 증삼이라
北堂鶴髮雙親을 더듸 늙게 여라    뒷방에 머리 흰 어버이 더디 늙게 하여라
171
西湖 눈진 밤의 빗치 낫          서호에 눈 온 밤에 달빛이 낮같은 때
鶴氅을 님의江皐로 나려가니      학창의 여며 입고 강 언덕 내려가니
蓬海羽衣仙人을 마조본 듯 여라  봉래산 깃옷 신선을 마주 본 듯 하여라
172
니영이 다거두치니 울잣신들 셩소냐  이엉이 다 걷히니 울타린들 성할쏘냐
불아니 다힌 에 긴밤 어이 새오려니   불 아니 때는 방에 긴 밤 어찌 새우려나
 世事모로고 이야지야         아이는 세상일 모르고 이렁저렁 하느니
 
最樂堂 최락당 李侃(1640~1699)
朗原君諱侃字和叔號最樂堂 랑원군휘간자화숙호최악당
낭원군 이름은 간 자는 화숙 호는 최락당
宣祖大王之孫仁興君之子 선조대왕지손인흥군지자
선조임금의 손자인 인흥군의 아들이다
173
淨友亭 도라드러 最樂堂 閑暇          정우정 돌아들어 최락당 느긋한데
琴書 生涯樂事無窮 다마          금서 삶 즐길 일이 다함없다 하다마는
이 밧긔 淸風明月이야 어그지 이시리  이밖에 맑은바람 밝은달 어찌끝이 있으리
174
은 잇건마물은 간듸업다            산이라 있건마는 물이란 간데없다
晝夜로 흐르니 나믄물이 이실소냐     밤낮을 흐르느니 남은 물이 있을쏘냐
아마도 千年流水나도몰라 노라   아마도 천년 흐른 물 나도 몰라 하여라
175
은 언제 나며 술은 뉘 삼긴고               달이란 언제 났으며 술이라 뉘 만들었나
劉伶이 업슨 太白이도 간듸업다     유령이 없는 뒤에 이백마저 간데없다
아마도 무를듸 업스니 홀로코 놀리라  아마도 물을 데 없어 홀로 취해 놀리라
176
이도 聖恩이오 뎌도 聖恩이라                 이리도 임금 베풂 저리도 임금 베풂
모도신 公子가 모로             모이신 공자님네 아는가 모르는가
眞實로 이라셔 同樂太平 오리라  참으로 이 뜻 알아서 함께 즐김 하리라
177
이술이 天香酒라 모다대되 슬타마소   이 술이 맛난 술이 모두 다들 싫다마소
令辰解酲杯 다시           좋은 날 취한 뒤에 해장술 다시하세
믈며 聖代를 만나 아니코 어이리      하물며 어진임금 만나 아니 취해 어쩌리
178
天寶山 린 물을 金谷村에 흘려두고    천보산 내린 물을 금곡촌에 흘려두고
玉流堂 지은 을 아다 모로         옥류당 지은 뜻을 아는가 모르는가
眞實로 이을 알면 날인 줄을 알리라   참으로 이 뜻을 알면 나인 줄을 알리라
179
玉流堂 죠탓말듯고 金谷村에 드러가니  옥류당 좋단 말 듣고 금곡촌에 들어가니
天寶山 下玉流水이로다             천보산 아래에는 옥 흘린 물 뿐이구나
두어라 樂山樂水를 알 리 업서 노라    두어라 산수 좋아함을 알 이 없어 하여라
180
首陽山伯夷叔齊 어듸가니        산아 수양산아 백이숙제 어디 갔니
萬古 淸節을 두고 간줄 뉘 아          먼 오랜 맑은 절개 두고 간줄 뉘 알더냐
어즈버 堯天舜日이야 히본가 노라  어즈버 요순의 나날을 몸소 봤나 하여라
181
太公釣魚臺를 계유구러 자가니     태공의 낚시자리 겨우겨우 찾아가니
江山도 그지업고 志槩도 새로왜라        강산도 그지없고 품은 뜻 새로워라
眞實萬古英風을 다시 본 듯 하여라  참으로 오랜 빼난 기운 다시 본 듯 하여라
182
灤河水 도라드니 師尙父釣磯로다   난하 강 돌아드니 강태공의 낚시터라
渭水 風煙이야 古今에 다를소냐          위수 물 바람안개 옛 이제 다를쏘냐
어즈버 玉璜異事히본 듯 여라   어즈버 구슬 새긴 일을 몸소 본 듯하여라
183
首陽山 린 물이 釣魚臺로 가다    수양산 내린 물이 낚시터로 간다하니
太公이 낙던 고기 나도 낙가 보련마   태공이 낚던 고기 나도 낚아 보련마는
그고기 至今히업스니 물동말동 여라  그 고기 이제껏 없으니 물동말동 하여라
右三首釣魚臺和孝廟御製
이상 세 수의 낚시터는 효종이 몸소 지음에 답한 것이다 17대 효종(1619~1649~1659)
184
日月도 녜과 山川依舊           해와 달 옛과 같고 산과 내 옛 그대로
大明 文物은 쇼졀 업시 간듸 업다            명나라 온갖 것은 속절없이 간데없다
두어라 天運循環니 다시볼가 노라  두어라 하늘운돌고돌아 다시볼까 하여라
185
笛童을 아픠셰고 楓嶽자오니           피리 불어 앞세우고 풍악산 찾아오니
神仙은 어듸 가고 鶴巢만 나만          신선은 어디 가고 학 둥지만 남았는가
아므나 赤松子만나든 날 왓더러 닐러라   아무나 적송자 만나면 내 왔다고 일러라
186
平生에 일이업서 山水間에 노니다가      한 삶에 일이 없어 산수사이 노닐다가
江湖에 님자되니 世上일 다 니제라         강호에 임자 되니 세상 일 다 잊었네
엇더타 江山風月이 긔벗인가 노라       어떻게 강산 바람 달 그 벗인가 하여라
187
天恩이업서 마다 덥혀두고         하늘 베풂 끝이 없어 대대로 덮여있고
太平 聖世에 가플일이 어려왜라            반듯한 성인세상 갚을 일이 어려워라
두어라 爲國忠心永世不忘 오리라   두어라 나라 받든 마음 오래도록 못 잊어
188
石上自枯桐을 석자만 버혀내면       돌 위에 마른 오동 석자만 베어내면
一張 玄琴自然이 되련마              한 널판 거문고가 그대로 되련마는
아마도 高山流水를 알리 업서 노라   아마도 높은산 흐른물 알 이 없어 하여라
189
솔아 심긴 솔아 네 어이 심겻         솔아 심긴 솔아 네 어찌 심겼느냐
遲遲 澗畔을 어듸 두고 예와 셧          느릿한 골짝 둑을 어디 두고 여기 섰나
眞實鬱鬱晩翠를 알리업서 노라  참으로 꽉 찬 늦 푸름 알 이 없어 하여라
190
져 어돕거밤즁만 너겻더니          해는 져 어둡거늘 밤중만 여겼더니
덧업시 가지니 새날이 되야긔야      덧없이 밝아지니 새날이 되었구나
歲月流水트니 늙기 셜워 노라  해달이 물 흐름 같아 늙기 설워 하여라
191
죠흔 줄을 음에           제 분수 좋은 줄을 마음에 놓아둔 뒤
功名 富貴草屋을 밧골손가              이름 낸 높음으로 초가집을 바꿀 텐가
世俗에 버서난自行自處 리라  티 세상 벗어난 뒤면 절로 해서 살리라
192
天理알쟉시면 天道라타 뉘모르리  천리를 알았으면 천도라 해 뉘 모르리
忠孝 大義修身                 충효며 큰 옳음은 몸 닦음에 달렸느니
事業節義면 긔올흔가 노라  일 할일 올곧게 하면 그 옳은가 하여라
193
으로 일삼으면 제일줄 제 모로며    덕으로 일삼으면 제 분일 줄 제 모르며
懲忿을 져버보면 窒慾인들 뉘모로리     성냄을 참아보면 욕심 막음 뉘 모르리
學文을 보뵈로 아라야 去取適中 리라  글 배움 보배로 알아야 놓고갖고 맞추리
194
말슴을 희여내면 결을 일이 바히업고   말씀을 가려내면 겨룰 일이 하나 없고
無逸을 죠하貪慾인들 이실소냐        편찮아 좋다하면 욕심 밝힘 있을쏘냐
一毫나 밧긔일면 헷工夫인가 노라  한 올도 그 밖 일하면 헛공분가 하여라
195
어져 내말 듯소 君子工夫         어져 내 말 듣게 군자공부 다한 뒤에
死生을 뉘 알관老少톨손가          삶 죽음 뉘 알아서 늙어 젊어 다툴 텐가
그려도 餘日이이시니 學文이나 리라   그래도 남은 날 있으니 글 배움을 하리라
196
사람이 삼긴天性을 가져이셔       사람이 생긴 뒤에 난 바탕 갖고 있어
善惡分別孔孟인들 부를소냐     착함 나쁨 가린다면 공자맹자 부러울까
이밧긔 說話 니 그를 몰라 노라   이 밖에 말들 많으니 그를 몰라 하여라
197
어버이 날나흐셔 어질과쟈 길러내니    어버이 날 낳으셔 어질게도 길러 내니
이 두아니시면 내몸나셔 어질소냐   이 두 분 아니시면 내 몸 나서 어질쏘냐
아마도 至極恩德을 못내가파 노라  아마도 다다른 사랑을 못내 갚아 함이라
198
우리 몸 갈라난들 두 몸이라 아지마소   우리 몸 따로 난들 두 몸이라 알지마소
分形 連氣니 이 니론 兄弟니라            몸 나눠 기운 이어 이 일러 형제여라
兄弟아 이을 아라 自友自恭 쟈스라  형 아우 이 뜻을 알아 절로 섬겨 돌봐라
199
男女 有別줄 사마다 알년마            사내계집 따로 한줄 사람마다 알련마는
學文을 모로면 알기 아니 어려온랴          글 배움 모른다면 알기 아니 어려우랴
眞實國法이이시니 無別無行 지마라  참으로 나랏법 있으니 다름없이 말아라
200
져무니 어룬 뫼셔 간듸마다 례곳알면   젊은이 어른 모셔 간데 마다 차례 알면
無知愚氓들도 아니 아지 못려니        앎 없는 모를 백성 아니 알지 못하려니
믈며 人倫을알려면 이아니코 어이리  하물며 사람길 알려면 이리 않고 어쩌리
201
으로셔 벗이라 닐러시니         남으로 친한 사람 벗이라 일렀으니
有信곳 아니면 사괼 줄이 이실소냐        미덥지 아니하면 사귈 줄이 있을쏘냐
우리어진벗아라셔 責善을바다 보리라  우리는 어진벗 알아서 잘하잔 말 들으리
202
鄕黨르니 어無禮         마을에 예 바르니 어느 사람 예 없으리
無知少年들이 年齒를 제 몰라도          앎 없는 아이들이 나이를 제 몰라도
그러나 人形을가져시니 화알가 노라  그러나 사람몸 가졌으니 배워알까 함이라
 
余一日 謁 王孫朗原公於最樂堂中 여일일 알 왕손랑원공어최악당중
내가 하루는 왕손 낭원공을 최락당에서 뵈었다 최락당 이간(1640~1699)
公 授一小冊子 名永言者 공 수일소책자 명영언자
공이 작은 책 하나를 주는데 이름이 영언(, 노래)이다
曰此吾平日家居行役之際 敍懷面寄興 왈차오평일가거행역지제 서회면기흥
일러 이것은 내가 평소에 집에 있거나 일하는 즈음에 품은 뜻을 풀고 흥 붙임을 나타내
私自收錄者 子其爲我評焉 余謹受而退 사자수록자 자기위아평언 여근수이퇴
내대로 거둬 적은 것이니 그대는 나를 위해 살펴 말을 해주게 내가 삼가 받아서 물러나
三復而諷誦 槩絶無芬華場流蕩鄙俚之作 삼복이풍송 개절무분화장류탕비리지작
세 번 거듭해 읊어 외보니 무릇 대단해 꽃핀 마당에 질펀함 없고 낮아 속됨을 흘려 씻은 지음으로
而其得於跌宕山水之間者 爲獨多且愛君啚報之 이기득어질탕산수지간자위독다차애군도보지
산수사이에서 넘어져 지냄에 그 얻음인 것이 홀로 되어 많았다 또 임금을 아끼고 갚기를 꾀해
願與勑身自警之意 輒於是而發之 원여래신자경지의 첩어시이발지
바램과 몸가짐 가다듬어 스스로 타이른 뜻을 때마다 이에 드러낸 것이
凡數十有餘闋也 余素不能爲此 범수십유여결야 여소불능위차
무릇 몇 십 남짓한 것이다 나는 본디 이리 할 수 없어
其音調節族之盡合於格與否 固未可知也 기음조절족지진합어격여부 고미가지야
그 소리 가락과 장단이 격에 다 들어맞는지 어떤지는 참으로 알지 못한다
而試就其得於山水之間者 言之 이시취기득어산수지간자 언지
그래도 한번 해봐 산수사이에서 그 얻음을 가지고 말을 하면
實幽遠閑放 有緱嶺淮南之遺 실유원한방 유구령회남지유
참으로 그윽하고 아득하며 느긋하고 풀어놓아 구령과 회남의 남김이 있고
思 至如感祝啚報之詠則忠愛之誠 사 지여감축도보지영즉충애지성
생각하니 고맙게 느껴 빌어드리며 갚기를 꾀하는 읊음에 이르면 섬기고 아끼는 정성이
又藹然溢於辭表 而所謂自警之語 우애연일어사표 이소위자경지어
또 말의 드러남에 송골송골 넘쳐나니 이른바 스스로 타이르는 말이다
亦嚴正切實 凛然若有道者言 역엄정절실 름연약유도자언
또한 썩 반듯하고 꽤 알차서 꿋꿋하게 도리를 지님과 같은 말이니
要之皆可歌而傳也 夫歌者 詩之類也 요지개가가이전야 부가자 시지류야
모처럼 다들 노래해 알릴 만함이다 무릇 노래란 것은 시의 무리이다
是以 古者里巷風謠 如田畯野夫之詞 시이 고자리항풍요 여전준야부지사
이러므로 옛날 마을거리에 불리던 노래 마치 밭에 농부나 들에 농부 노랫말 같으며
亦得徹於陳詩之列 或被以管絃 用之鄕黨邦國 역득철어진시지렬 혹피이관현 용지향당방국
또한 시 널린 줄에서 거두어 얻는데 어쩌다 악기소리로 입혀 고을과 나라에서 써서
而爲感發興起之資焉 其不可廢也 亦審矣嗟乎 이위감발흥기지자언 기불가폐야 역심의차호
느껴 내놓음 되어 흥이 이는 바탕이니 그 그만둘 수 없음이 또한 살핌이다 아아
公 以天潢貴介 主上 方待以尊屬 位遇甚隆 공 이천황귀개 주상 방대이존속 위우심륭
공은 임금집안 받들린 몸으로 임금께서 바야흐로 높이는 무리로 맞이하니 자리 매우 대단하고
子姓繁昌 金犀貂玉輝映於階庭 其福履之盛 자성번창 금서초옥휘영어계정 기복리지성
아들로 많이 뻗어 금 물소뿔 담비 옥이 섬돌 뜰에 빛나 비추어 그 복 받음이 넘쳐서
世盖比之於漢萬石君 然公又小心畏愼 孜孜焉 세 개비지어한만석군 연공우소심외신 자자언
세상에선 무릇 한나라 만석군에 견주었다 그러나 공은 또 조심하고 두려워 삼가며 힘써 힘씀인가
躬布一素儒雅之行 而言之出於情性之正者 궁포일소유아지행 이언지출어정성지정자
몸소 베옷 입는 바탕에 선비의 멋을 지님이라 말하니 마음바탕 바름에서 나온 것이
又如此 其可貴重也 우여차 기가귀중야
또 이와 같아 그 받들어 높임 묵직하다 하겠다
豈止如里巷田畯野夫之詞而惜乎 기지여리항전준야부지사이석호
어찌 마을거리에 밭 농부나 들 농부의 노랫말 같이 그칠까하나 아까워라
我朝無採謠之擧 不免爲巾笥之藏也 아조무채요지거 불면위건사지장야
우리나라는 노래를 찾아내는 일이 없기에 보따리에 상자에 감춰 둠을 벗어나지 못함이다
雖然 使世之人 得此卷而讀之 詠嘆淫液之餘 수연 사세지인 득차권이독지 영탄음액지여
비록 그러하나 세상 사람으로 하여금 이 책을 얻어 읽어 읊음에 어긋나 질펀함을 탓한 나머지
其榮利塵氛之累 豈不少瘳乎 而愛君勑身之念 기영리진분지루 기불소추호 이애군래신지념
그 이끗 밝히는 세속의 끼침이 어찌 조금은 낫지 않으랴 임금을 아끼고 몸가짐 가다듬는 생각
亦必有不能已者矣 公 其勿秘惜之也 역필유불능이자의 공 기물비석지야
또한 반드시 그치지 못하는 것이 있음이라 공께서 아까워해 숨기지 말아야함이다
歲在丁丑初春 姪延安李賀朝謹書 세재정축초춘 질연안리하조근서
해는 정축(1697) 첫봄(1) 조카 연안 이하조가 삼가 쓰다 삼수헌 이하조(1664~1700)
 

[출처] 靑丘永言 1/3|작성자 johas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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