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Q 187 송유근 "박사 연연 안해"..IQ 210 김웅용 "한국선 쪽지 중요"
양영유 입력 2018.09.03. 00:02 수정 2018.09.03. 07:00
원조 신동 김 교수가 인생 조언
김 "과속 인생, 난 천재 아니다"
송 "내가 판단할 문제 아니야"
치맛바람이 영재 망쳐선 안 돼
재능 발휘하도록 방해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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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유 논설위원이 간다] 21세 된 '꼬마 신동'이 '원조 신동'에게 묻다
지능지수(IQ)가 아이슈타인(추정설 기준 180)보다 높다는 신동이 세상을 놀라게 한 적이 있다. 대한민국에서도 천재 과학자가 탄생할 거라며 들썩였다. 김웅용(55) 신한대 교양학부 교수와 송유근(21)씨 얘기다. 1960년대와 2000년대 '신동 스타'였던 두 사람은 유년기 아우토반을 달렸다. 김 교수는 세 살 때 미적분을 풀고 네 살 때 대학생이 됐다. 송씨는 다섯 살 때 미적분, 일곱 살 때 양자역학을 이해하고 여덟 살 때 정식 대학생이 됐다. 성인이 된 후로도 화제였다. 특히 송씨가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세상은 김 교수에게 처방을 요구했다. 송씨가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UST)에서 박사학위를 받지 못한 이번에도 그랬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났다.
그때 송유근씨가 들어왔다. 김 교수는 대뜸 군대 얘기부터 꺼냈다. “자네가 송유근인가. 이제야 만나는구먼. 군대 간다며? " "네, 12월 24일 강원도 철원 6사단으로 갈 예정입니다." "난 27살에 육군 소총수로 갔어. 나보다 훨씬 빠르네."
군대 얘기부터 한 사연이 뭘까. 송씨는 지난 6월 UST에서 진행된 블랙홀 관련 박사 학위 논문 최종 심사에서 고배를 마셨다. 2009년 천체우주과학 석·박사 과정에 입학했지만 졸업 연한인 8년 안에 학위를 취득하지 못해 입대하게 됐다. 그러자 ‘원조 신동’에게 길을 묻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IQ가 187로 알려진 송씨는 키가 180cm인 훈남으로 성장해 있었다.
송유근="전 학위에 연연하지 않아요. 과학자는 논문과 실력으로 말하는 거니까, 박사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원하는 공부를 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어요."
김="마무리를 지어야지. 유독 우리나라는 학위가 중요해. 단순한 ‘종이 쪼가리’가 아니야. 그게 없으면 정말 힘들어."
송="그런 분위기를 바꾸고 싶어요."
김="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내가 1977년에 미국에서 귀국해 KAIST에 취직하려 했더니 직원이 학위를 가져오라고 하더라. 초등학교 졸업장도 없었어. 우리나라에선 쪽지(학위)가 필요해. 다른 대학으로 옮기거나 유학 가서 공부하는 것도 방법이야."
송="그럴 생각은 없어요. 대학 측에 수업 연한 연장 신청을 했는데 잘 모르겠어요. 군대서도 논문을 쓸 겁니다."
김="허허, 실상을 몰라서 하는 얘기야. 군대서 어떻게 논문을 써. 나도 충북대 석사 마치고 군대 갔어. 27살 때지. 학사부터 박사까지 17년 걸렸어. 다시 시작해도 또래보다 훨씬 빨라."
우문현답이었을까. 김 교수는 “소신이 뚜렷하고 스스로 답을 알고 있다.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래도 학위는 꼭 따고 독립심과 사회성을 키우라고 조언했다. 원조 신동의 처방이었다. 송씨는 말을 아꼈다. 생각이 많은 듯했다. 기자가 두 사람 속을 파고들었다.
Q : 스스로 천재라고 생각하나.
A : 김="아니다. 미적분을 술술 풀고, 시도 짓고 외국어도 몇 마디 하니깐 어른들이 천재라고 불렀을 뿐이다. 천재는 하늘이 내려주는 거다. 난, 또래보다 특정 분야를 빨리 알았을 뿐이다."
송="아니다. 아니, 제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Q : IQ가 210과 187로 알려졌다.
송="공식적으로 IQ 테스트를 받은 적은 없다. 일곱 살 때 방송에 출연했는데 방송국에서 187이라고 했다."
Q : 너무 어린 나이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A : 김="일곱 살에 콜로라도 주립대에 들어가 물리학 석·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학위는 아니다. 14세까지 나사에서 화성탐사 연구원으로도 일했다. 과속했다. 평범하게 살았다면 인생이 달라졌을 것이다."
송="인하대를 2년 다니다 그만두고 학점은행제로 컴퓨터공학 학사를 취득했다. 내 길을 갔을 뿐 후회하지 않는다."
Q : 김 교수는 충북대에 어떻게 입학했나.
A : “2~3년 독학해 초·중·고 검정고시를 봤다. 대학은 재수했다. 81학번이다. 국어·국사는 물론 수학도 어려웠다. ‘여기는 고구려시대 땅이다. 이때 서양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느냐’는 문제, 너무 어렵다. 시험을 잘 못 봤다."
천재는 타고나는 것일까, 만들어지는 것일까. 두 사람은 과학영재 육성시스템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졌다. 전국의 영재교육기관은 2479곳으로 대상자는 10만9266명이다. 전국 초·중·고생의 1.91%에 해당한다. 그러나 영재 개념은 모호하다. 영재교육진흥법 제2조에는 ‘재능이 뛰어난 사람으로서 타고난 잠재력을 계발하기 위해 특별한 교육을 필요로 하는 자’라고 정의하고 있다. 김 교수는 “영재 개념도, 판별법도 모호해 '왜 저 아이만 뽑느냐'는 치맛바람이 심각하다. 부모의 과욕부터 없애야 한다"고 했다. 필기시험으로 영재를 뽑고 사교육이 영재를 만들어 내는 기막힌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송씨는 "토양이 중요하다. 낭중지추(囊中之錐)라는 말처럼 재능이 많은 영재는 알아서 능력을 발휘해 뛰쳐나온다. 방해만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KAIST 정현철 영재교육센터장은 “어떻게 특화된 교육을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송유근씨가 그런 화두를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교육개발원(KEDI) 김주아 영재교육연구센터 소장은 “일반 영재와 초고도 영재에 대한 맞춤형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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